[인터뷰] '바이탈' 하인성,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 선수 되고파"

인터뷰 | 신연재, 남기백 기자 | 댓글: 4개 |
2023 시즌, 농심 레드포스가 아무도 하지 않았던 도전에 나선다. 프랜차이즈화 이후 LCK 최초로 2군 전원을 콜업해 주전 자리에 앉혔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1군과 2군 사이의 격차가 생각보다 크다는 건 예전부터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하던 이야기다. 농심 레드포스는 그 중론을 뒤집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인벤은 스프링 준비가 한창이던 12월 말, 농심 레드포스 사옥에서 원거리딜러 '바이탈' 하인성을 만났다. '바이탈'은 신예로 꾸려진 농심 레드포스에서 그나마 대회 경험이 가장 많은 선수다. LCK는 아니지만, 호주와 일본에서 각각 한 시즌과 한 스플릿을 뛰었다. 짧은 LCK 경력이 있는 '피터' 정윤수와 함께 팀의 중심이 될 예정이다.

신인으로 뭉친 팀 답게 농심 레드포스는 패기와 자신감으로 똘똘 뭉쳤다. 연습생과 2군 선수로 같이 보낸 세월은 LCK라는 거친 파도를 헤쳐나갈 수 있는 든든한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팀의 당찬 각오를 담은 '바이탈'과의 인터뷰를 지금 바로 만나보자.





Q. 어떻게 지내고 있나. 1군 생활은 어떤지.

스크림하고, 연습하면서 지낸다. 확실히 2군에 있을 때와 비교하면 스크림이나 개인 연습할 때의 마인드도 달라졌고, 환경도 달라졌다. 연습실이나 숙소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2군 때는 숙소와 연습실이 같이 있는 형태였는데, 지금은 따로 있다. 지각할까 걱정도 되지만, 일어나서 연습실로 걸어올 때 잠도 깨고 해서 스크림에 집중하기 더 좋더라.


Q. 2군 전원을 콜업해 주전으로 기용하는 건 꽤 파격적인 행보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땠나.

이 멤버 그대로 다 친하기도 하고, 정도 많이 들어서 다같이 더 큰 무대에서 뛰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근데, 그게 실제로 이루어졌다. 되게 뜻 깊고 좋았다.


Q. 좋기도 하지만, 어쨌든 쟁쟁한 팀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걱정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확실히 스크림을 하기 전까지는 걱정이 좀 많았다. 그런데, 아직 모든 팀과 스크림을 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이름 있고 유명한 선수들과 스크림을 했을 때 우리 팀 선수들이 딱히 엄청 눌리는 느낌은 안 들었다. 그래서 그런 걱정은 조금 사라졌다.


Q. 그래도 '바이탈' 선수는 해외 리그지만, 1부 리그 경험이 있는 편이다. 데뷔를 LCO 다이어 울브즈에서 했다.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고등학교 2학년 때 프로게이머가 너무 하고 싶었는데, 실력이 엄청 좋은 건 아니었다. 그랜드 마스터 정도였다. 그래서 부모님을 설득해서 한국e스포츠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됐고, 한두 달 정도 다니다 다이어 울브즈에 입단했다. 당시에 2부 리그였던 챌린저스 코리아로 승격할 수 있는 대회가 있었는데, 그 대회에서 떨어지고 개인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학원 코치님, 박승진 코치님 말고 다른 코치님이 호주 쪽 팀에서 원딜을 구하고 있다고 소개를 시켜줘서 가게 됐다.





Q. 호주 생활은 어땠는지 들어보고 싶다.

처음 데뷔다 보니까 해외로 가게 됐다고 했을 때 설레는 기분이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실패했다는 생각이다. 진짜 열심히 했는데, 아무래도 그 쪽 솔로 랭크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서 새벽 한두 시만 돼도 큐 한 번 잡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개인 연습이 제대로 안 되는 느낌이었다.

당시 스프링 스플릿에는 준우승을 해서 MSI에 못 갔고, 그때 MSI가 안 열리긴 했지만. 서머 때는 플레이오프를 가긴 했지만, 빨리 탈락했다. 한국에 다시 왔을 때는 '가지 말 걸 그랬나' 하면서 후회도 좀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Q. 한국으로 돌아와서 농심 레드포스에 연습생으로 들어가 2군 멤버가 됐다. 1군이 아니었음에도 농심 레드포스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학원을 다닐 때 지금 농심 레드포스에 팀장으로 계신 분과 '첼리' 박승진 코치님을 알게 됐다. 그래서 친분도 있고, 엄청 많이 챙겨주신 기억도 있어서 농심 레드포스를 선택하게 됐다.


Q. 서머 때는 LJL 소프트뱅크로 이적하면서 CL 우승을 함께하지는 못했다.

이게 좀 감정이 되게 복잡했다. 0:2로 지고 있을 때는 내가 지는 것처럼 너무 슬프고 그랬는데, 3:2로 역스윕에 성공했을 때는 또 뭔가 좀 씁쓸하기도 했다. 내가 있었을 때 같이 우승을 했다면 좋았을 텐데, 후회도 남고 그랬던 것 같다.


Q. 그래도 LJL에서 반 시즌을 뛰면서 분명 얻은 것들이 있을 거다. 준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1부 리그다 보니까 롤드컵을 가고 싶다는 간절함이 엄청 컸다. 내가 있을 때까지만 해도 2부 리그는 우승을 해도 추가적인 보상이 없었다. 서머 때는 국제 대회가 생기긴 했지만... 어쨌든 일본에 가서 롤드컵이라는 큰 목표가 생기니까 더 간절한 마음이 생겼고, 연습도 더 열심히 하게 됐다. 그런 목표 의식을 느꼈다.





Q. 지난해 스프링 때는 1군 선수들의 코로나19 확진으로 긴급 콜업돼 잠깐이지만 LCK 경기를 뛰었다.

프레딧 브리온을 상대로 세트 승을 가져오긴 했지만, 어찌 됐던 게임은 다 졌다. 그래서 후회가 많이 남는 것 같다. 내가 조금 더 열심히 해왔다면 그런 큰 대회에 가서도 긴장하지 않고 내 플레이를 100% 다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솔로 랭크를 할 때 연습의 질을 더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Q. 연습의 질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나.

그냥 스크림이든, 솔로 랭크든 전부 진짜 대회를 한다는 마인드로 간절하게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긴 하지만, 대회장에 가서 후회할 바에는 힘든 게 낫다고 생각한다.


Q. 이제 팀 얘기를 조금 더 해보자. 아무래도 함께 한 기간이 길어 호흡적인 부분은 자신이 있겠다.

1군 감독, 코치님들한테 되게 많이 배우고 있고, 호흡은 결국 계속 맞춰가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같이 해온 기간이 있다 보니 호흡면에서는 다른 팀보다 자신이 있긴 하다.


Q. 일본에 다녀오면서 약간의 공백이 생기기도 했는데, 그런 건 느껴지지 않는지.

처음 다시 만났을 때는 좀 느껴졌다. 또, 스프링 때는 서포터가 '블레싱' 선수여서 '피터' 선수와는 스크림을 해본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삐그덕 거리는 느낌이 있기는 했는데, 지금은 잘 맞는다. 한 70%까지는 올라온 것 같다.


Q. LCK 팀과 본격적인 스크림을 해보니 어떤가. 2군 때와 차이가 좀 느껴지는지.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선수들과 할 때는 확실히 플레이가 노련하다는 생각이 든다. 배워가는 것도 있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2레벨에 서로 미니언 두 마리씩 먹으면 3레벨이 될 예정이라 싸울 각을 보고 있었는데, 경기 초반에 상대 서포터가 한번 뒤로 빠졌었다. 그래서 상대 원딜이 경험치를 잠깐 혼자 먹게 되면서 먼저 3레벨을 달성했고, 싸움에서 밀렸다. 그런 사소하지만 중요한 플레이를 배워가는 중이다.





Q. '바이탈' 선수가 생각하는 농심 레드포스의 강점, 그리고 2023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는 서로 신뢰가 두텁고, 끈끈한 관계다. 그게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이다. 팀적으로는 플레이오프에 가는 걸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Q. 플레이오프에 가기 위해서 어떤 점을 우선적으로 보완해야 할까.

게임이 조금 망가졌을 때, 그걸 다시 복구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아직 그 부분은 조금 약하다. 지난해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는 모습을 많은 팀들이 보여줬다. 그런 게 나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구나 싶다.


Q. LCK 정식 데뷔를 앞두고 있는데, 어떤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은지.

일단 올해는 LCK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원딜이 되는 게 목표다. 잘하는 원딜을 물어볼 때 떠오를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잘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 두루두루 회자될 수 있는 장면을 많이 만들고 싶다.


Q. 또, 이 자리를 빌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작년에 내가 2군에 있을 때 '고스트' 장용준 선수와 '에포트' 이상호 선수가 봇 구도에 대해 정말 많이 알려줬다. '피터' 선수까지 해서 봇 2대 2도 되게 많이 하고. 그게 나에게 엄청 뜻 깊고 좋은 경험이 됐다.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전하는 각오 들려 달라.

긴급 콜업으로 1군 무대를 경험하면서 대회 환경에 적응하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시즌 초반에는 조금 미흡한 부분도 있겠지만, 적응해 나가다 보면 잘할 수 있다.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부족한 부분은 빠르게 채우는 그런 팀이 되겠다.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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