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롤도사'에게 LoL 진리를 묻다

인터뷰 | 장민영, 남기백 기자 | 댓글: 7개 |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 후 빠른 귀국, LCK 어워드 참가. 오랫동안 '롤도사'로 불렸던 DRX '베릴' 조건희는 행보 하나하나가 남다른 느낌을 줍니다. 이번 월드 챔피언십 경기 안에서도 다른 팀원들과 다른 판단과 오더를 내리는 모습은 여전히 신기했는데요. 게임 외적인 생활에서도 확실한 자신의 길을 걸어왔기에 LCK 어워드와 같은 행사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이젠 '롤도사'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 '베릴'에게 LoL이란 게 무엇인지 물어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여전히 평범한 게이머에겐 너무 먼 산을 바라보는 느낌이었지만, '롤도사'의 머릿속에 평범한 게이머는 생각하지 못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 같았죠. 진리에 다다르지 못했지만, 깨우침을 향해 한 걸음 정도 나아갔다는 느낌은 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Q. 시상식에 참석한 것을 봤어요. 행사에 참석하니까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솔직히 시상식 가서 별로 한 건 없었는데, 시상식에 참여한 게 처음이어서 좀 색다른 기분이 들었어요.


Q. 이번 LCK 어워드에서 여러 상이 있었잖아요. 나중에 새로운 상이나왔을 때, 받고 싶은 상(최다 기록상)이나 상품이 있을까요.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상을 받으면 그거 자체로 감사하죠. 받고 싶은 상이나 상품은 없어요. 지표는 어떤 챔피언을 쓰고, 룬을 들었느냐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제가 느끼기에 그렇습니다.


Q. 이제 LCK에서 나름 오랜 경력을 쌓으면서 많은 선수들과 알게 됐어요. LCK 어워드에서 만났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솔직히 같이 팀을 했던 선수가 아니면 그렇게 친한 선수는 많이 없다고 생각해요. 친하다는 기준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제 기준에선 같은 팀을 했던 선수를 제외하고 다른 선수랑 친분이 두텁다는 생각은 잘 안해요.


- 팀플레이, 그리고 DRX




Q. DRX 최병훈 단장이 정체된 팀플레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선수, 대립된 의견을 내세울 선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본 적이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베릴’ 선수를 높게 평가하던데, 본인 역할과 그 효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LoL이라는 게임 자체가 개인의 퍼포먼스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팀원들 간의 호흡이나 팀워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타크래프트만 보더라도 1:1 대결과 2:2의 전략-전술이 많이 다르잖아요. 그런 것을 보면 확실히 팀워크가 필요해요.

제 역할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저는 게임할 때 어떻게 해야 승리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지 판단을 하는데 중점을 많이 두고 플레이해요.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플레이를 생각합니다.


Q. 언급한 개인 '퍼포먼스'와 관련해 '체급'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는데요. 개인 체급이 밀려도 극복할 수 있다고 보나요.

체급이라는 게 일정 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준을 넘는 선수가 분명히 있는데, 제가 월드 챔피언십을 뛰어본 입장에서 체급이 높은 선수들은 긴장하더라고요. 리그 시즌에는 큰 이점이죠. 그런데 국제 대회처럼 큰 무대에 갔을 때, 체급이 높은 게 큰 장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Q. 다시 DRX를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프로 생활을 하는 게 많이 힘들거든요. 편안하게 하는 것도 저에겐 중요해서 최대한 그런 점을 중점적으로 생각했어요. 여러 장점을 고려해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Q. 기존 월즈 우승을 함께한 팀원들이 팀을 나가는 선택을 했는데, 본인의 선택에 영향은 없었나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같이 우승했던 팀이라고 해도 결국 친척이라든가 아니면 가족 관계가 아니잖아요. 결국 같이 일했던 동료잖아요. 애니메이션 이야기처럼 영원한 동료가 될 수 있는 게 아니죠.





Q. '라스칼' 김광희 선수가 신동욱 코치와 함께 방을 쓰면서 "어떻게 DRX가 우승을 했는지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팬들도 '베릴'과 신동욱 코치가 있어서 우승 유전자가 남아있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동욱 코치님이 제 옆방이라서 가끔 광희랑 이야기하는 게 들리는데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정확히 들리진 않는데, 이야기를 오래할 때가 있더라고요. 저는 아직 동욱 코치님이랑 올해 게임 내적인 이야기만 나눴지, 게임 외적인 이야기를 많이 안 해봤어요.

동욱 코치님은 게임의 본질을 많이 알고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게임의 본질은 설명하기가 조금 어렵네요.


Q. LCK 우승부터 엄청난 기세로 월즈까지 우승을 경험해봤고, DRX처럼 4번 시드에서 성장하며 우승을 경험해봤잖아요. 두 경우에 어떤 공통점이나 차이점이 있었나요.

개인적으로 큰 차이점은 없었어요. 두 번 모두 부담감은 잘 안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냥 리그 성적에 따라 선발전을 거쳐서 가는 차이점만 있었죠. 부담감은 느낄 수록 경기에 집중이 잘 안돼서 LCK 데뷔 초반부터 신경 안 쓰려고 했던 것 같아요.


Q. 현 DRX는 어떤 팀 같고, 어떤 잠재력을 지녔다고 보나요.

아직 팀워크를 맞추고 있는 단계라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Q. 프로게이머 초창기 시절부터 함께 해온 김목경 감독과 재회했는데, 어떤 느낌인가요.

예전에 봤던 딱 그 느낌 그대로 들더라고요.


Q. '덕담' 서대길 선수와 합은 어떤가요.

봇 듀오 합 역시 아직 맞춰나가고 있는 단계에요. 봇 듀오가 한몸이라는 말이 있는데, 서로 말하지 않아도 원하는 플레이를 알면 가장 좋죠. 그렇지만 그런 단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서로 소통하면서 합을 맞추려고 합니다. 작년에 '데프트' (김)혁규 형이랑도 끝까지 계속 소통했고요.




▲ 출처 : 라이엇 게임즈

Q. 현 DRX 팀원들이 게임 안에서 누군가는 희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나눴다고 들었어요. 어떤 순간에 희생이 필요하다고 보나요.

조합을 어떻게 짜는지에 따라 달라요. 어떤 챔피언을 플레이하는지에 따라 갈리죠. 특정 선수가 무조건 희생을 해야 한다는 건 없는 것 같아요.


Q. 게임에서 개인 주장이 강하거나 다른 선수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선수들이 있잖아요.

팀 조합의 이해도만 높으면, 누군가의 주장이 강한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Q. 다른 매체에서 게임단 단장들을 상대로 진행한 투표에서 '베릴' 선수가 가장 LoL 지식이 풍부한 선수로 뽑혔더라고요. 이제 '롤도사'로 넘어섰다는 평가도 있는데, 본인도 LoL 지식은 자부하나요.

일단, 패치마다 달라진다고 보고요. 당시 메타에 맞게 어떻게 조합을 짤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예전으로 돌아가보면, 향로 메타 때 원거리 딜러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짚어내는 거죠. 이런 점을 빨리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 메인 오더론



▲ 월드 챔피언십 결승 역전의 서막 2세트('베릴' 오더 9분)


Q. '베릴' 선수의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오더 장면이 많은 팬들 사이에서 뜨겁더라고요. 2세트와 5세트에서 다른 선수들의 의견이 갈릴 때, 혼자 게임을 끝내자는 오더를 내리더라고요.

확실한 근거가 있다기 보단 그냥 상황이 끌리면 더 안 좋다고 판단했어요. 그 순간에 가장 좋은 방향을 말했던 것 같아요.


Q. 확신에 찬 오더가 아쉬운 결과를 낼 때도 있잖아요. 그런 경험도 해봤나요.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딱히 그런 경험이 생각나지도 않고요.


Q. 결승전 2세트에서 별다른 득점 없이 순간적으로 "장로 드래곤을 치자"는 오더를 봤어요. 짧은 시간에 어떻게 판단한 건가요.

협곡 상황을 봤을 때, 저희가 시간이 끌리면 불리하니까 빨리 상황을 정리해야 했어요. 어쩔 수 없이 장로 드래곤 버스트를 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장로 드래곤을 빼앗기는 변수가 있더라도 상황을 끝내야 했죠. 시간이 더 끌리면 미니언 웨이브가 몰려오는 그런 상황이었고요.


Q. 다른 팀에서는 잘하는 선수들이 여럿 모이면, 메인 오더가 없이 서로 정보만 공유해도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관점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솔직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초능력을 써서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게 아니면,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결정하는 건 상황마다 달라요. 정말 여러 상황이 있죠. 그래도 누군가 상황을 정리해서 한 명이라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게임 상황마다 여유로운 사람이 있잖아요. CS를 안 챙겨도 되거나 한타 때 딜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팀원이 오더를 내릴 만한 여유가 있죠.


- 프로게이머 '베릴'

Q. '베릴' 선수하면 비시즌과 휴식 기간의 이미지가 뚜렷해요. 성적도 잘 내고 있는데, 일과 취미의 균형은 어떻게 맞춰야 한다고 보나요.

개인적으로 쉬는 시간에 최대한 잘 쉬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른 직업이나 학생들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쉬는 날에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게 몇 번 한다고 해서 크게 차이 없다고 생각해요. 쉴 때는 쉬고, 일할 때는 확실하게 하는 게 저는 낫다고 생각해요. 쉬는 날 억지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LoL은 저에겐 일입니다.


Q. 월드 챔피언십 2회 우승, 3회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큰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목표가 있을까요.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커리어나 기록적으로 가장 위대한 선수잖아요. 저도 그런 기록을 하나씩 늘려가고 싶네요. 올해 4번 시드 최초 월드 챔피언십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는데요. 만약 제가 올해도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 가면 4연속 진출이라는 LoL 역사에 없는 기록을 세우게 되고요.


Q. 마지막으로 2023 시즌을 앞두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편하게 해주세요.

이제 곧 리그 시즌이 시작합니다. 저희가 처음에는 합이 조금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최대한 팀 목표에 맞춰서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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