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음에 Buff를 주는 게임사, '버프 스튜디오'

인터뷰 | 윤서호 기자 |
타이베이 게임쇼 취재를 앞두고 참가작과 참가사를 확인하는 중, 낯익은 이름이 보였습니다. 용사는 진행 중으로 시작해 힐링 게임 '마이 오아시스', 그리고 스토리 어드벤처 '세븐데이즈', '언더 월드 오피스', '히어로 아닙니다' 등으로 널리 알려진 '버프 스튜디오'였죠.

버프 스튜디오는 올해 출시 예정인 PC, 콘솔 신작 스토리 어드벤처 '블루 웬즈데이'로 타이베이 게임쇼 인디 게임 어워드 파이널리스트로 선정, 온라인으로 타이베이 게임쇼에 참가했습니다. 방치형 게임에서부터 힐링 게임, 그리고 모바일에 맞춰 짤막하지만 그 환경에 맞춘 기획으로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까지 마음에 버프를 주는 다양한 게임을 만들어온 버프 스튜디오. 세븐데이즈 오리진에 이어 PC와 콘솔로 처음부터 출시하는 '블루 웬즈데이'에 여성향 게임까지 폭넓은 신작을 준비하고 있는 김도형 대표를 찾아가 인디씬에 오래 살아남으며 가슴 한 켠에 남는 게임을 쭉 다양하게 만들어온 비결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 버프 스튜디오 김도형 대표



■ 재즈와 예술가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 '블루 웬즈데이'

Q. 버프 스튜디오가 어느덧 설립된지 8년도 더 지난 거 같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간단히 소개한다면?

김도형: 처음에 안양에서 게임 개발할 공간을 지원 받아서 있다가 계약이 끝나고 난 뒤 이곳저곳 살펴보다가, 구로 디지털단지가 여건이 괜찮아서 이전했습니다. 그게 벌써 2년도 더 된 것 같네요. 게임쪽 이야기라면 세븐데이즈, 언더 월드 오피스, 히어로 아닙니다 등등 주로 스토리 위주 게임을 개발해왔던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타이쿤류, 방치형류도 틈틈이 출시했고요.

예전에는 하나의 팀으로 운영됐는데, 이제는 팀이 총 세 개로 나뉘었습니다. 모바일 팀 두 개, PC 콘솔팀 이렇게 나뉘어있고 모바일은 방치형류 제작팀과 스토리팀 이렇게 구성이 됐습니다. PC 콘솔팀이 이번에 타이베이 게임쇼 인디 게임 어워드에 올라간 '블루 웬즈데이'를 개발하는 팀이죠.


Q. ‘블루 웬즈데이’가 타이베이 게임쇼 인디게임 어워드 베스트 오디오상 파이널리스트에 올랐습니다. 소감이 어떠셨나요?

김도형: 사실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어요. 이번이 스팀에 두 번째로 내는 작품이기도 했고요. 처음에 냈던 세븐데이즈 오리진은 개발한 뒤에 바로 런칭하는 작품은 아니었다보니 홍보에 그렇게 큰 신경을 쓰지 못했어요. 뿐만 아니라 PC 게임으로 처음 출시하는 것이다보니까 막막하기도 했죠. 그래서 어워드에 지원한다던가 그런 것도 없어서 생각보다 성과가 좋지 못했죠.

그래서 두 번째인 블루 웬즈데이에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되겠다, 개발 단계에서 좀 더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게임쇼나 여러 어워드에 많이 신청서를 넣었죠. 타이베이 게임쇼도 그 중 하나였고, 다행스럽게도 그곳에서 좋게 봐서 파이널리스트까지 갈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인디 게임쇼에 신청을 한 상태고, 결과를 기다리면서 그에 맞춰 대응하고자 합니다.



▲ 신작 '블루 웬즈데이'가 타이베이 게임쇼 인디 게임 어워드 베스트 오디오 부문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


Q. ‘블루 웬즈데이’는 언제부터 개발하셨나요? 그리고 재즈라는 소재를 선정한 이유가 있다면?

김도형: 처음 개발할 당시에는 팀원이 세 명이었어요. 제가 버프 스튜디오 창업 초기부터 PC-콘솔 게임은 계속 만들고 싶긴 한데, 어느 정도 캐시카우를 확보한 안정적인 상태에서 하자는 게 처음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마음처럼 잘 되는 것 같진 않더라고요. 계속 이렇게 하다가는 늦어지기만 할 거 같고, 더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안 되겠다 싶어서 작년에 PC-콘솔 게임 개발을 시작하자 싶어 팀을 세팅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세 명이 팀업되고, 딱딱 각자 역할을 분담하면서도 여러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렇지만 그간 게임 개발을 하면서 저희의 현실적인 상황을 직시해야만 했던 순간이 많았어요. 여력도 없는 상태에서 개발 공수가 많이 드는 게임 하나에 온전히 쏟아붓게 되었을 때 닥쳐올 리스크가 얼마나 큰지 느껴본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런 현실적인 제약까지 고려하면서 우리가 기간 내에 할 수 있는 아이디어, 그러면서도 우리가 잘 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해야 했죠.

그러다가 김혜겸 개발자가 세 가지 아이디어를 냈는데, 그 중 하나가 선정된 거였습니다. 1인 개발자였다가 저희와 합류하게 된 분인데, 개발뿐만 아니라 사운드 작업도 할 줄 알고 관심도 많아서 소재가 자연히 음악으로 기울지 않았나 싶어요. 재즈를 선택한 이유라면...아마 그간 재즈가 우리나라에는 좀 대중적이라기보다는 매니악하고 난해하다, 이런 인식이 있는데 그걸 한 번 대중적으로 갈 수 있는 방향으로 가보자, 이런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재즈를 원래 잘 알던 분은 아니긴 한데, 그 뒤에 공부를 많이 하고 역사적으로 유명한 재즈리스트의 음악을 분석하기도 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죠. 그게 좀 누적되다보니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여러 인디 게임 어워드 오디오 부문에서 눈여겨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 무명 재즈리스트의 고단한 삶을 스토리 어드벤처로 풀어냈다


Q. 전작에서는 모바일이라는 환경을 고려해서 SNS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간소화한 인터페이스로 가독성과 몰입감을 높이는 시도를 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번에는 모바일이 아닌 PC로 준비했는데, 스토리 외에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어떤 요소를 더했나요?

김도형: 사실 모바일은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게 정확할 겁니다. 처음 회사 창업 이후 엔씨소프트에서 투자를 받았을 때, 회사의 전 인력이 한 게임에 거의 올인해서 투입됐던 적이 있어요. 그게 용사는 진행 중2였죠.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았는데, 다행히 플랜B로 준비한 마이 오아시스가 생각 외로 잘 됐죠. 그 덕에 회사가 유지될 수 있었어요. 그 후로 어떤 게임을 만들지 고민할 때마다 이 경험이 큰 지침이 됐던 것 같아요. 모든 인원이 하나의 게임에 동시에 투입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니까 쪼개서 이것저것 준비하는 거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모아두지 않는 그런 거라고 할까요.

그 중 한 팀이 비주얼 노벨로 스토리 게임을 만들려고 하는데, 주변에 물어보니까 두세 명으로 만들기는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왔죠. 특히 아트 같은 경우에는 6개월 내에 게임 하나 만들려면 기존의 방식으로는 그게 힘들 거라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저희의 방침은 당시에는 적어도 6개월에 하나는 출시자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아트 리소스를 최대한 적게 만드는 방향으로 생각했죠. 그래서 레퍼런스를 찾다가 '레인즈'에서 영감을 받았죠. 그렇게 해서 작업에 들어간 것이 세븐데이즈였는데, 세 번 정도 UI/UX를 갈아엎고 최종안으로 선택된 게 현재의 모습이 됐습니다.

그 프레임워크로 '언더 월드 오피스'나 '히어로 아닙니다' 등 차기작을 쭉 만들어나갔는데, 아무래도 PC와 콘솔쪽은 팀도 별개고 플랫폼도 다르니 접근 방식도 다르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이트 인 더 우즈 등 여러 PC 게임을 레퍼런스로 보면서 어떻게 해야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풀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죠.


Q. ‘블루 웬즈데이’로 PC와 콘솔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게 됐는데, 차기작도 PC와 콘솔로 준비 중인지 궁금합니다. 또 모바일 위주로 개발하다가 PC, 콘솔로 넘어오게 되면서 개발 프로세스가 바뀐 점이 있다면?

김도형: 일단 기획자가 1인 개발자로 PC 게임을 만들어왔다가 합류하다 보니 개발에서는 딱히 큰 문제는 없었어요. 그보다는 사실 개발 외적으로 홍보, 마케팅 이런 게 생각보다 어려웠죠. 모바일 게임은 그래도 이래저래 많이 만들어보고 시행착오도 겪어봐서 경험이 축적됐고 또 유저 유입 패턴이나 그런 것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PC와 콘솔 시장은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저희는 그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죠. 어떻게 우리 게임을 알려야 할까, 또 유저들이 무엇을 보고 우리 게임을 접하게 될까, 그런 쪽에서 굉장히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인디 게임 어워드, 그리고 스팀 넥스트 페스티벌 등 여러 곳에 문을 두드리면서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김혜겸: 이번에 유니티를 처음 쓰다보니 엔진에 적응하는 단계에서 시행착오가 있긴 했는데, 사실 그보다는 아무래도 '스팀'이라는 플랫폼에 본격적으로 도전한다는 것이 더 심적으로 부담으로 다가왔죠. 트리플A는 물론이고 이게 인디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규모가 큰 게임도 인디로 올라오는 그런 쟁쟁한 시장에서 퀄리티를 맞출 수 있을까, 사람들의 눈에 들어올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음악가의 이야기라는 소재는 사운드 제작 경험이 있던 김혜겸 개발자(좌)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Q. BIC 및 데모를 보면 전작과 달리 미니 게임 등 여러 요소를 가미한 것이 눈에 띕니다. 특히 음악을 소재로 한 만큼 리듬게임도 선보였는데, 어려우면 어려워서 안 하고 쉬우면 또 쉽다고 안 하는 까다로운 소재를 어떻게 게임 속에 녹여내고자 하는지 궁금합니다.

김혜겸: 기획 단계에서 모바일이 아닌 PC 콘솔 환경이니 텍스트보다는 게임플레이, 시각적인 연출로 보여주자는 논의가 있었어요. 기존에 텍스트로 서사를 전달하다보니 아쉬운 점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시각적인 플레이를 통해서 연출해보자, 게임의 감성을 전달하는 시도를 해보자고 뜻이 모아졌죠.

그렇게 시작한 게 미니게임인데, 어떻게 보면 연출의 일부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적당한 도전거리를 주되, 그로 인해 스트레스 받지 않게 하는 설계에 중점을 두고 있는 셈이죠. 실제로 게임 내에서 미니게임에 실패나 재도전은 거의 전무합니다. 아무래도 게임의 코어라기보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연출이기 때문이죠.


Q. 재즈리스트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다보니 아무래도 ‘음악’이 빠질 수 없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작업하고 있나 궁금합니다.

김혜겸: 재즈를 소재로 하자고 게임의 방향을 잡은 다음부터 설명하자면, 처음에는 '플로렌스' 같은 느낌의 게임으로 기획했어요. 음악도 할리우드에서 나올 법한 오케스트라가 살짝 섞인 재즈풍으로 생각했고요. 그런데 그게 이 게임의 감성과 어울리나 의문이 들었죠. 고민고민하다가 그 방향으로는 재즈바에 들어갈 때 느껴지는 그런 느낌, 재즈 피아니스트의 감성 그런 것과 안 맞는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정통재즈를 많이 공부하고 그쪽 생태계를 파보게 됐어요. 여러 재즈 장르에 대해 지식을 확보한 이후, 그 중에서 대중적인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선정해나가면서 작업을 이어나갔습니다. 레퍼런스를 이야기한다고 하면 밝은 분위기는 라라랜드 OST에서, 일반적인 분위기에는 소울 OST, 어두울 때는 고전 재즈를 참고하는 등 다양한 음악을 듣고 참고하면서 분위기별로 곡을 작업해나갔죠.



▲ 재즈를 소재로 다룬 만큼 리듬게임 요소를 넣었지만



▲ 도전 과제가 아닌 여타 미니 게임처럼 모리스의 삶을 표현하기 위한 연출 기법이라는 점에 포인트를 뒀다


Q. 블루 웬즈데이의 출시일은 언제쯤으로 잡고 있나요?

김도형: 정식 출시는 5월로 잡고 있는데, 중간에 얼리액세스를 할까 말까 고민입니다. 웬만하면 정식 출시를 바로 하고자 하는데, 얼리액세스 출시를 하게 되면 아마 3월이 될 것 같습니다.



■ 화려하진 않아도 특색있게, 보편성과 공감대라는 버프와 함께 나아가다

Q. 개인적으로 버프 스튜디오의 스토리 어드벤처를 할 때마다 ‘보편’과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최근 슬램덩크를 다시 보면서 떠오른 건데, 마치 도미처럼 화려하지 않더라도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가자미들의 이야기라고 할까요? 그리고 그들이 진흙탕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그 과정이 짤막하면서도 핵심만 담백하게 담겨서 눈길이 끌렸습니다. 그런 얼개를 만들어낸 노하우가 있을까요?

김도형: 스토리는 사실 각 팀마다 자율적으로 맡기는 편이긴 합니다. 그런데 모여서 이야기할 때, 이런 말을 하긴 해요. 우리 회사 이름이 버프 스튜디오인 만큼, 사람들에게 버프를 줄 수 있는 그런 부분이 반영됐으면 좋겠다고요. 그게 실제로 그렇게 적용됐나 안 됐나는 제가 감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그러려고 노력한다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세븐데이즈 같은 경우라면 스토리 담당자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느낀 감정을 녹여내려고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 여러 가지로 고민도 많고 그랬는데, 그걸 풀어내려는 내면의 무언가가 '세븐데이즈'에 반영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밖에 다른 작품도 스토리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공감이 갈 수 있는 주제와 메시지를 녹여내고자 해왔던 것 같고요. 이번 '블루 웬즈데이'는 김혜겸 기획자가 첫 아이디어부터 기획에 사운드까지 도맡고 있어서, 그간 생각해둔 진솔함이 게임 내에 녹아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걸 제가 터치하기보다는 앞서 말한 것처럼 자율적으로 맡기고 있고요.

김혜겸: 다른 게임은 제가 관여하지 않았기에 언급하긴 어려운데, 사실 '블루 웬즈데이'에 담아내는 이야기는 게임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예술창작계 전반의 이야기일 겁니다. 제가 몸담고 있던 곳이다보니 항상 느껴왔던 건데, 사실 실패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그 실패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있었는데, 누가 그냥 실패한다 이게 끝이 아니고 어느 사이에 하나둘씩 업계에서 사라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요. 그 상황에서 느꼈던 여러 응어리진 감정이나 생각, 느낌 그런 것들을 담아내고자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건, 예술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지 않을까 싶고요.





Q. 아트워크도 화려하다기보다는 친숙하면서도 특유의 색이 있는 그런 유형을 많이 보여주는데, 이러한 아트 기풍도 아마 그런 감성을 자극하는 파트 아닌가 싶습니다.

김도형: 저희는 기존의 뻔한 아트, 혹은 그냥 예쁘고 화려한 것보다는 특색있는 걸 추구하려고 했어요. 아름답고 예쁘고 그런 거나 단순히 독특하기만 한 것은 보통 많이들 찾을 텐데, 특색 있으면서 보편성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감성이나 그런 무언가를 담아내고자 하는 방침은 누구나 다 갖고 있진 않으리라 생각했거든요.

블루 웬즈데이의 경우에는 세븐데이즈에서 아트 디자인을 담당했던 분이 맡아서 하고 있는데, 그분의 화풍이 뻔하기보다는 특색있으면서도 그렇게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그런 스타일을 잘 캐치하는 것 같아요. 우리에게 그게 맞는 방향이라고 보고 있고요.

앞서 '가자미'라는 말이 나왔는데, 슬램덩크에서 채치수가 가자미라는 말을 듣는 게 자기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잖아요? 그렇게 된 상황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화려하게 돋보이지는 않아도 자신에게 맞는 롤을 묵묵히 수행한다는 그런 의미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그게 목표라기보단 우리의 그간 상황에 맞게, 그리고 게임에 맞게 깎아나가면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해오다보니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 싶어요.

혹은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 버티기 위해서 우리만의 독특한 느낌을 주려고 하는 이면에, 보편적인 감성이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해온 결과물이라고 할까요. 최근에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신작 중에 하나가 여성향, 그것도 BL인데 그쪽도 일반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스타일이라 좀 걱정이 되고 있긴 합니다. 그래도 방침은 변하지는 않은 거 같아요. 생존을 위해서 독특한 것을 찾으면서도 그 안에 보편적이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 고민이 우리의 기반이니까요.


Q. 힐링부터 히어로의 이야기, 오피스, 죽음, 음악부터 여성향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는데 그럴 수 있던 원동력을 꼽자면?

김도형: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주도하기보다는 스토리팀에서 무얼 하겠다고 정하고 이것저것 내는 편이에요. 또 외부적으로 다른 팀과 협업도 하고 있고요. 그렇게 해서 여러 게임을 냈는데 스토리 게임에서 성과가 있던 게임들을 보면 여성향 게임도 비중이 꽤 있었어요. 그래서 여성향을 살펴보니까 여성향 웹소설이나 웹툰도 성과가 나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여성향이라는 분야가 게임도 드문드문 나오기는 하고 성과도 어느 정도 있긴 한데, 무언가 빵빵 터지는 그런 느낌의 게임은 아직 없던 것 같아요. 무언가가 확 주도하는 그런 시장은 아니니 한 번 도전해볼까, 그런 생각도 있었고요. 다음 주 월요일에도 이 분야에서 신작이 나올 예정입니다.



▲ 팀원의 선택을 존중, 스토리 기반 게임부터 옷입히기나 솔리테어, 여성향 게임 등 폭넓게 소화해왔다


Q. 인디 개발자로 도전하다가 몇 작품 못 만들고 꺾이는 일도 많은데, 오랜 시간 동안 팀을 이끌면서 다양한 유형의 작품을 준비해서 출시할 수 있던 그 유연함의 비결이 무엇인가요?

김도형: 딱히 제가 유연한 사고를 가졌다거나 개발 방식이 유연하다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저 지금까지, 제가 생존을 하기 위해서 선택해왔던 방법이라고 할까요.

물론 제가 그간 개발자이기 전에 게이머로서 다양한 게임을 해왔고, 그 경험들이 녹아들면서 장르나 성향에 구분 없이 여러 가지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긴 합니다. 그런 것과 별개로 이제는 1인 개발이나 소규모 개발이 아닌, 인원이 그래도 조금은 있는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이죠. 그래서 마냥 작품성 있는 게임만 만들기엔 리스크가 큽니다. 그렇다고 그걸 또 놓치는 것도 게이머 그리고 개발자 입장에서는 아까운 일이고요. 그래서 초반부터 그 부분에 대한 밸런스에 신경을 써왔어요. 이 팀이 작품성 있는 게임을 만든다 싶으면 다른 팀에서는 상용성 있는 게임을 만들면서 보완하는 그런 식인 셈입니다.



▲ 인디지만 1인 개발자가 아닌 '회사'인 만큼, 당장 생존하면서도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궁리해야 했다


Q. 최근에 스토리 어드벤처 위주로 작품을 선보였는데, 스토리 어드벤처 외에 어떤 장르를 눈여겨보고 있나요? 또 이런 게임은 만들어보고 싶다, 하는 것이 있다면?

김도형: 일단 모바일쪽 신작은 여러 가지가 있긴 한데, 방치형과 스토리 중심 게임입니다. PC 콘솔쪽의 신작은 아직 어떤 걸 만들지 생각해두진 않고 있죠. 우선 블루 웬즈데이를 성공적으로 출시하는 것이 우선이니까요. 블루 웬즈데이까지 좀 정적이었으니, 다음에는 스팀 유저들이 좋아하는 유형의 게임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만들어보자라던가 컨트롤이나 액션이 있는 동적인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등 다양하게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네트워크가 뒷받침된 장르 그 중에서 서바이벌 장르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다만 네트워크가 들어가는 순간부터 볼륨이 많이 커지고 개발 난이도도 높아져서 현 단계에서 바로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젠가 해보고 싶은 장르긴 하지만요.

스팀 게임을 보면 뱀서류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사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스템적으로 검증도 됐고, 여기에 플러스 알파를 가미하고 소재만 바꿔도 어필하지 좋을 것 같고요. 이미 장르화가 된 데다가 또 개발 기간도 길지 않아서 인디 개발자들이 눈여겨볼 만한 장르이지 않을까요. 국내에서 제목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던전에서 서바이벌하는 게임이 나왔는데, 정말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정식 출시가 안 됐는데 정식으로 나오면 반응이 있을 거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요.

김혜겸: 제 개인적인 관심 분야를 따지면 전략 게임인데, 신작은 아직 생각할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만들어보고 싶다' 정도의 희망사항만 있죠.


Q. 타이베이 게임쇼에 온라인으로 참가하면서 올해 첫 일정을 시작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요?

김도형: 다음 행사에 참가가 될지 모르겠는데, 신청은 많이 해뒀습니다. 어쨌거나 신청을 하지 않으면 참가할 가능성도 어필할 수 있는 여지도 아예 없는 거니까요. 우선은 빗썸이 1월말 마감이고 곧 선정작을 발표할 텐데, 만약 그게 발표가 되면 그쪽으로 가겠죠. 일단 2월에 하는 스팀 넥스트 페스티벌에는 선정이 된 만큼 그 부분도 준비하고 있고요. 그 외에 팍스 이스트나 해외 전시들이 여럿 있어서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합니다. 우선은 그런 해외 일정을 정리해둔 사이트를 보면서 온라인 어워드가 있는 곳이면 가능한 한 최대한 다 신청하고 있죠.

그리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SNS를 본격적으로 활용해서 홍보하기 위해 버프 스튜디오 트위터 해외 계정 운영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짤 수 있는 건 다 짜내는 게 어찌보면 그간 생존하면서 쌓아온 노하우고, 그걸 수행하고 있다고 할까요.



▲ 타이베이 게임쇼 이후 스팀 넥스트 페스트 참가 등 해외 유저에게 알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할 예정이다


Q. 버프 스튜디오가 어떤 개발사로 남고 싶다, 하는 비전이 있다면?

김도형: 저희가 그래도 연차가 좀 되긴 했는데, 아직까지도 인디에 관심 있는 유저들 외에 일반 라이트 유저들에게는 그렇게 잘 알려진 것 같진 않아요. 신작을 내면 버프 스튜디오에서 무슨 신작이 나왔다는 말을 사람들이 하는 그런 회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단순히 그냥 신작 나왔다, 재미있어 보인다를 넘어서 스토리 게임이든 액션 게임이 됐든 마음 속에 와닿는 무언가가 있겠구나, 그런 기대까지 줄 수 있는 회사를 꿈꾸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김혜겸: 외국에서는 스토리 어드벤처류를 흔히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게임 이런 식으로 지칭하더라고요. 그 말처럼 블루 웬즈데이, 그리고 저희의 게임이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면서 공감을 얻고 유저들이 무언가 느낄 수 있는 그런 게임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러 가지로 준비하고 있으니 위시리스트, 팔로우도 많이 부탁드립니다.



▲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게임, 공감하며 무언가 느낄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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