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기] 로그라이크에 레버 당기는 손맛을 더한 'RP7'

게임소개 | 윤서호 기자 | 댓글: 1개 |

'RP7'은 여러 실험작의 개발자, 그리고 아웃오브인덱스의 기획자인 박선용 대표가 올해 출시를 앞두고 '타이베이 게임쇼'에 출품해 인디 게임 어워드 2023 베스트 이노베이션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다. 개발자 말에 따르면 '슬롯-매니징 로그라이크'로 일컬어지는 이 작품은 유달리 7이라는 키워드, 그리고 '슬롯'의 감성이라는 말로만 소개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보지 않고서는 아리송할 수밖에 없었다.

시연장에 드러난 'RP7'은 말 그대로, 슬롯을 돌리면서 조작하는 로그라이크 게임이었다. 7개의 슬롯으로 구성된 필드를 자동으로 오가면서 적과 싸우는 캐릭터가 최종 보스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슬롯을 돌려 필드를 원하는 대로 맞추는 것이 이 게임의 특징이다.

즉 통상 로그라이크 덱빌딩, 로그라이크 액션 게임은 자신의 캐릭터와 관련된 무언가를 조작하는 게임이지만. RP7은 정반대였다. 캐릭터는 7개의 슬롯으로 구성된 필드를 자동으로 왔다갔다하고 적도 알아서 자동으로 쓰러뜨린 뒤에 적의 공격력이나 기믹에 따라 방어막이나 HP가 알아서 차감되는 구도다, 그 캐릭터를 키우거나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그 칸에서 원하는 아이템이나 적이 나올 때까지 레버를 돌리거나 배정된 키를 바쁘게 누르는 것이 'RP7'의 핵심이다.



▲ 돌리고 돌리고 돌려서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필드를 굴리고 보스까지 도달해야 한다

RPG를 변형시킨 제목인 'RP7'이라는 말처럼 이 게임 역시도 역할군마다 플레이 방식이 다르고, 한 판 플레이를 진행하면서 캐릭터를 성장시켜나가는 것이 주된 플레이가 된다. 물론 로그라이크인 만큼 한 번 죽으면 초기화되지만, 그 판 안에서 강력한 보스를 상대로 승리하려면 적을 물리치면서 레벨을 올린다는 RPG의 기본 플레이가 녹아들어있는 셈이다. 따라서 ㄹ슬롯을 단순히 아이템 위주이나 강화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체력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당히 상대할 만한 적과 체력 회복 물약이 안배되도록 끝없이 돌려야만 했다. 캐릭터는 유저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만큼, 캐릭터가 지나치기 전까지 어떻게든 패를 맞춰야만 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빠른 손놀림으로 7개의 슬롯을 순식간에 돌려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필드를 까는 이른바 타짜 플레이가 가능할까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돌리는 행동을 제약하는 여러 장치들과 아이템이 숨어있었다. 예를 들어 사슬이 나오면 그 칸은 딱 한 번 돌릴 수 있으며, 그 뒤에는 무엇이 나오든 움직일 수가 없다. 혹은 폭탄이 나오면 다시 돌릴 때 폭발, 양옆의 아이템이 사용불가로 바뀌게 되는 등 계속 갈등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다양하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여러 칸을 빠르게 돌리는 조작법으로 로그라이크의 속도감을 더했다면, 아이템과 적의 구성 그리고 기믹으로 제동장치를 걸게 하면서 로그라이크 특유의 운에 의존하는 재미를 더한 셈이다.



▲ 캐릭터는 자동으로 움직이고, 칸을 돌려서 필드의 구성을 변화시켜야 한다



▲ 다만 체인이 감겨있거나 하면 돌릴 수 없으니 주의



▲ 각 칸에는 적이나 아이템뿐만 아니라 포탈 등 여러 기믹들이 등장한다

제목과 슬롯에 '7'이라는 숫자가 붙은 것처럼,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총 7개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번 시연에서는 기사와 전염병 의사만 열렸는데, 기사와 달리 전염병 의사는 물약의 효과를 못 받고 독약으로만 체력을 채울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리고 독약은 체력이 꽉 차있을 때 나올 확률이 높은 만큼, 방어막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면서 강적을 대비해서 체력이 차있을 때 독약 슬롯을 미리 깔아두는 심리가 필요했다.

그렇지만 이런 전략대로 스무스하게 흘러가지 않게 하기 위한 다양한 적들이 칸에 랜덤하게 배치되고, 외부 기믹까지 더해지면서 게임은 미궁으로 흘러가기 일쑤였다. 비가 오면 이동 속도가 빨라지고 갑자기 U턴표지판이 떠내려와서 끝까지 안 가고 중간에 뒤돌아서서 가버리는 등 변수는 레버를 무심하게 당길 때의 매너리즘 따위는 못 느끼게 만드는 자극제 같은 역할이라고 할까.




▲ 기사와 반대로 전염병 의사는 독약이 물약이다

적 종류도 단순히 대미지가 센 것을 넘어서 방어막을 모두 없애버리는 등 특수 효과까지 가진 20여종의 적이 등장하니, 그 모든 변수를 다 고려하면서 레버를 빨리빨리 돌리는 감각은 예사롭지 않았다. 레버스틱 7개를 활용해 임시로 만든 컨트롤러인 만큼 격투 게임의 레버를 돌리던 감각과 비교되겠지만, 횡이동 바쁘게 움직이는 레버질 못지 않게 아래로 따다닥 그것도 여러 개의 레버를 동시다발적으로 누르는 손맛은 격투 게임과는 또다른 찰짐이 있었다.



▲ 아이 니드 힐링! 아이 니드 힐링!



▲ 돌렸는데 뱀 잭팟이라니 너무한 거 아니요



▲ 아니 왜 폭탄에서 멈춰버리면 어떡하란 말이오

단순히 플레이어에게 안 좋은 것들만 있다면 아마 RP7의 손맛을 그렇게까지 느끼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RP7에는 소위 '억까'만 하는 기믹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여러 판정들이 존재했다. 예를 들어 상대를 공격할 때 크리티컬이 터지면 보스를 제외하고 적의 공격력과 상관 없이 피해를 입지 않고 적을 바로 쓰러뜨릴 수 있다. 그래서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레버를 돌리지 못해서 아슬아슬하게 지켜보다가 크리티컬이 터진 순간, 뇌내에서 다키스트 던전의 내레이션이 들려오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 억까 패턴만 있었다면 계속 돌릴 맛이 안 났겠지만, 그래도 좋은 템이 있으니 꾸준히 돌려보자



▲ 별 먹었다? 그러면 빨리 질주 ㄱㄱ

또 아이템 중에는 레벨업을 하면 체력을 회복하고 물약 확률을 높여주는 템 등등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템도 많고 장비창도 7개까지 있는 만큼, 소위 '운'이 좋으면 느긋하게 행복회로를 돌리면서 차분히 레버의 손맛을 즐길 수 있었다. 다만 보스까지 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고, 여러 차례 도전에도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RP7'은 2023년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아마 출시되면 시연하면서 과연 보스전이 어떨지, 그리고 아직 안 나온 클래스가 어떤지 바로 시험해보러 가지 않을까 싶다.



▲ 결국 보스는 시연장에서 못 보고 끝났지만, 출시 때 두고보자 ㅂㄷㅂㄷㅂ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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