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스터듀얼 '월드 챔피언십' 한국인 진출! 세계 3위 'Gimlet'을 만나다

인터뷰 | 최민호 기자 | 댓글: 2개 |
유희왕 마스터듀얼의 세계 대회인 '유희왕 월드챔피언십'에서 아시아 지역 대표로 한국인 선수가 나왔다. 'Gimlet'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듀얼리스트다.

일본, 아시아, 북아메리카, 라틴아메리카, 유럽/중동 등 6개 에리어로 구분되어 진행된 이번 월드챔피언십 대표 선발전(World Championship 2023 Qualifiers, 이하 WCQ)에서 Gimlet은 6만 5천 점의 승점을 기록, 전 세계 3위, 아시아 1위라는 대기록을 만들어 내며 세계 무대 출전 티켓을 따냈다.

코나미가 주최하는 유희왕 세계 대회 '유희왕 월드챔피언십'이 열리는 것은 3년 만이다. 2019년 베를린에서 열린 마지막 대회에서는 일본의 선수 '코우키 코사카'가 샐러맨그레이트덱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바 있다. 지금까지는 실물 카드로 진행되는 오프라인 카드 게임인 '유희왕 오피셜 카드 게임(이하 OCG)' 중심이었지만, 이번 대회부터 '마스터듀얼' 항목이 신설, 온라인 예선을 통해 대표를 선발했다.

에리어 B 아시아 대표로 세계 무대를 밟는 'Gimlet'은 마스터듀얼 뿐 아니라 OCG에서도 제법 유명한 듀얼리스트다. 오프라인 비공인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는 잔뼈가 굵은 선수다. 그는 SNS 등에서 듀얼을 이기는 방법론을 제시한 '듀얼 박사'기도 하다.

그는 특유의 메타 해석 능력으로 강력한 융합 테마 '티아라멘츠가 지배하는 마스터듀얼 환경에서 '스프라이트', '엑소시스터'라는 덱을 사용해 아시아 1위 점수를 달성했다. 마스터듀얼 첫 월드 챔피언십 진출자인 'Gimlet' 선수를 만나보았다.




▲ 세계 3위, 아시아 1위로 세계 대회 출전권을 따낸 한국의 'Gimlet'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Gimlet: 안녕하세요, 유희왕 OCG(오프라인)에서 경쟁적 플레이어로 활동 중인 Gimlet이라고 합니다. 공백기까지 합쳐 10년 정도 유희왕 OCG를 해왔고, 마스터듀얼 역시 출시 이후 꾸준히 즐겼습니다.


Q. 한국인 최초 마스터듀얼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하셨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Gimlet: 정말 좋습니다. '최초' 타이틀이니까요. 처음으로 열린 마스터듀얼 월드 챔피언십에 한국인 최초로 진출해 큰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에리어 A, B)은 평소 마스터듀얼에서도 강한 듀얼리스트들이 많은 지역입니다. 그런 아시아B 대표 자리를 한국인으로 채워 정말 뿌듯합니다.




▲ 세계 3위에 랭크된 Gimlet 선수의 점수



Q. 이번 예선은 세계 대회 티켓이 걸린 만큼 기존 DC컵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점수가 높았습니다. 몇 판정도 게임을 하셨나요?

Gimlet: 최근 나흘 동안 잠도 줄여가면서 게임을 달리다 보니 정확히 몇 판을 했는지는 계산하지 못했습니다. 아예 세는 걸 포기한 구간이 있을 정도입니다. 다만, 최소 300게임은 확실히 넘습니다.


Q. 치열했던 승부였습니다. 멘탈 관리가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힘들었던 듀얼이 있었을까요?

Gimlet: : WCQ의 랭킹전은 간단합니다. 이기면 상대의 점수를 얻습니다. 지면 그만큼을 잃습니다. 한 번 패배하면 점수를 복구하기 위해서 2번 이겨야 합니다. 여기에 높은 점수대에서는 이기면 적은 점수를 얻고 지면 큰 점수를 잃습니다. 이렇다 보니 한 번 질 때 느끼는 부담감이 확실히 커집니다. 잠시 세계 1등을 달성한 적이 있는데, 한 번의 패배로 1,200점이 감소했습니다. 1,200점이면 6승을 해야 하는 점수입니다. 이런 패배에 '멘탈'이 흔들리면 답이 없습니다.

등반 도중 일어나는 패배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것, 특히 어떻게 졌 간에 듀얼 내용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Q. 잠시 세계 1위도 달성하셨다고 하셨는데, 등수에서 오는 부담도 크셨을 것 같습니다.

Gimlet: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랭크로 인해 압박감이 컸습니다. WCQ를 막 시작하고 낮은 등수일 때는 '과연 이 등수를 올릴 수 있을까?' 정도의 작은 부담감이 있었는데, 제대로 높은 등수를 달성하자 압박감이 더 커졌습니다. '과연 이 등수를 유지할 수 있을까?', '혹시 다른 사람에게 추월당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니 잠을 설칠 정도였습니다.

2~3일 차부터 아시아 상위권에 랭크되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는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 게임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 1일 차 사용했다는 '티아라멘츠' 덱


Q. 여러모로 이번 WCQ의 중심은 '티아라멘츠'인 것 같습니다. 헌데, 1일 차 이후 티아라멘츠를 잘 쓰지 않으셨는데, 이유가 있나요?

Gimlet: 이번 마스터듀얼 WCQ의 탑 메타 덱은 단연 티아라멘츠였습니다. '강세'를 넘어 사실상 '게임 그 자체'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한정된 WCQ에서는 문제가 있습니다. 먼저, 앞에 앉은 상대 플레이어가 높은 확률로 같은 티아라멘츠입니다. '미러 매치'가 많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티아라멘츠 덱을 굴리기 위해서는 '덱을 넘겨' 랜덤 요소를 뚫고 티아라멘츠를 묘지로 보내야합니다. 덤핑 시 리스크, 확률을 모두 계산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들어갑니다.

이것만으로 WCQ에서 티아라멘츠를 플레이하는 것은 다른 덱을 굴릴 때보다 많은 '체력적인 소모'가 있습니다. 작년 오프라인 OCG 환경에서도 티아라멘츠를 플레이할 때는 유난히 높은 집중력을 요구했는데. 오프라인의 몇 배나 많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마스터 듀얼이라면 말할 것도 없죠. 생각할 요소가 많다는 것은 '티아라멘츠로 할 수 있는 것'이 그만큼 많다, 강하다는 뜻도 되지만, 그만큼 플레이어의 피로가 클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Q. 작년 일본 선수권에 나왔던 경기가 대표적이겠네요. 40분의 3판 2선 매치 승부가 3턴 만에 제한 시간이 동나버렸습니다.

Gimlet: (티아라멘츠를 잘 하지 않은 것은) 사실 티아라멘츠에 대한 제 숙련도가 그리 좋지 않았던 것이 큽니다. 작년 OCG에서 티아라멘츠를 직접 플레이 하긴 했지만, 이때도 주력 덱을 더 잘했고 티아라멘츠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이 숙련도 문제가 이번 마스터듀얼 WCQ에서 변수가 됐습니다. 마스터 듀얼의 제한 시간은 자신 턴 300초, 상대 턴 60초입니다. 매치 제한 시간 40분인 OCG보다 더 엄격한 시간 관리를 적용하고 있고 시간 관리가 실력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티아라멘츠 미러 매치에서 100% 이긴 게임을 시간 초과로 패배한 적이 있습니다. '오프라인이었으면 이겼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티아라멘츠로는 완벽한 시간 관리가 어렵겠다는 판단에 다른 덱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마스터듀얼 최강 덱으로 꼽히는 '티아라멘츠' 테마


Q. 이 환경에서 티아라를 쓰지 않고 1위를 했다는 것은 곧 '티아라멘츠'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린 것으로도 볼 수 있을까요? 아시아 1위가 생각하는 티아라멘츠 상대법은 무엇일까요?

Gimlet: 저는 '스프라이트', '엑소시스터'를 사용해 많은 점수를 올리긴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티아라멘츠를 이길 방법을 찾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키토칼로스가 존재하는 티아라멘츠는 많은 장점이 있는 강력한 덱입니다. 그래서 '엑소시스터와 스프라이트로 티아라멘츠를 이겼다'기보다는 '티아라멘츠를 사용한 플레이어들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정도로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티아라멘츠를 사용한 플레이어들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가 어떤 의미인가요?

Gimlet: 이번 WCQ 티아라멘츠의 가장 큰 약점은 미러 매치, 그중에서 아기도/켈벡의 발동 딜레마에 있습니다.

티아라멘츠의 강함은 티아라멘츠 기믹 자체의 강함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핵심은 이시즈(켈백, 아기도, 켈도, 무도라 등 땅 천사 테마 기믹) 기믹입니다. 그중에서도, 아기도/켈벡이 벌어들이는 어드밴티지는 다른 덱 입장에서는 통과=패배와 같다고 봐도 됩니다.

문제는 이 아기도/켈벡이 '상대 덱도 갈아준다'라는 것입니다. 티아라멘츠 이외의 덱들을 상대로 그렇게 큰 단점이 아닙니다. 하다못해 '드라이트론'처럼 묘지 자원을 쓰는 덱들이나 '이웃집 잔디깎이'를 넣는 60장 덱들이 상대라 해도 티아라멘츠 입장에서는 아기도/켈벡 효과를 격발시키는 것이 보통 이득입니다. 결국 같이 카드를 묘지로 보내도 융합 효과를 가진 티아라멘츠 쪽이 더 큰 이득을 볼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WCQ에서 티아라멘츠를 플레이하면 미러 매치를 의식해야 합니다. 상대도 티아라멘츠라면 서로의 덱을 5장 덤핑하는 것이 리스크입니다. 상대도 똑같은 전개를 할 수 있으니까요. 아기도/켈백은 티아라멘츠 외 덱을 상대로는 압도적인 격차를 낼 수 있는 파워 카드지만 미러 매치에서는 효과를 쓰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카드입니다. 양날의 검인 셈입니다.

OCG에서는 첫 판에는 아기도/켈벡 효과를 선언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상식'이었고, 저 역시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티아라멘츠를 연습할 때는 아기도/켈벡을 주저한 적이 많았습니다. 처음 마스터 듀얼에서 티아라멘츠를 연습할 때 역시 그랬습니다.




▲ 마듀에서는 켈백을 직접 쓰는 상황이 자주 나온다


계속해서 OCG에서의 습관대로 티아라멘츠를 연습하다 보니,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마스터듀얼의 특성에서 오는 문제였습니다. 마스터듀얼과 OCG의 차이는 크게 ① OCG와는 독자적인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 ② 단판전이라는 점, ③ 한 판 지면 끝나는 토너먼트가 아닌 장기 레이스 시스템이라는 점입니다.

먼저, 독자적인 리미트레귤레이션(규제)으로 티아라멘츠의 기믹이 약해졌습니다. 티아라멘츠 몬스터들의 준 제한과 페를레이노 제한은 티아라멘츠 메인 기믹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방식의 규제입니다. 기믹이 약화된 티아라멘츠는 이시즈 기믹의 보조가 중요합니다.

마스터듀얼에서 티아라멘츠가 모두의 집중 견제를 뿌리치고 0티어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에는, 켈도/켈벡/아기도 준제한, 버밀리온 디클레어러 제한이라는, 상당히 가벼운 규제가 적용된 '이시즈' 기믹의 강함에 의존하는 부분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아기도/켈백'이 마스터듀얼 티아라멘츠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또, 단판이기에 상대 덱을 알 수 없습니다. 상대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티아라멘츠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아기도/켈벡 효과를 발동했는데 상대가 티아라멘츠라면 선공에도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렇다고 아기도/켈벡을 쓰지 않는다면 '티아라멘츠'라는 덱의 파워를 상당 부분 포기하게 됩니다. 마스터듀얼의 티아라멘츠는 이시즈가 없이는 '디멘션 어트랙터' 같은 저격 카드와 변수들을 완벽히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티아라멘츠를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매 판 이지선다를 맞춰야 합니다.




▲ 미러전으로 인해 힘을 봉인해야 했던 티아라멘츠 플레이어들


끝으로, 체력이 필요한 장기 레이스로 인한 단점입니다. '아기도/켈백'을 효과를 발동한다고 결정하더라도 서로 덱 5장을 묘지로 보내고 시작하는 티아라멘츠 미러 매치에서 300+60초 제한 시간 안에 모든 판단을 내리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빠르게 계산해서 판단을 내리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게 가능한 플레이어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티아라멘츠는 분명 정말 압도적으로 강한 덱입니다. 미러 매치를 최우선으로 걱정해야 할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미러 매치를 의식하며 딜레마에 빠져 파워를 스스로 봉인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아기도/켈백을 쓰지 않는 티아라는 카운터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2~3일 차에는 다들 이 사실을 깨닫고 상대에 관계 없이 '아기도/켈백'을 쓰기 시작했지만요.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티아라멘츠가 아닌 '티아라멘츠 사용자'를 이겼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티아라멘츠를 쓰지 않고도 이 장기 레이스에서 승리할 방법은 알아냈다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Q. 티아라 메타에서 '티아라멘츠를 쓰지 않고도 이기는 방법'을 제시하셨는데요. 사실 반대 사례도 있습니다. 낙인 티아라멘츠로 일본 1위를 차지한 '타스쿠'부터 2위, 5위 플레이어의 덱 리스트를 보면 굉장히 스탠다드한 '티아라멘츠'를 굴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플레이어들의 결과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Gimlet: 솔직히, 감탄했습니다. 1위와 2, 5위 선수. 각각 다른 이유에서 감탄했습니다.

타스쿠 선수는 덱 선택이 너무나도 스마트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말했던 '미러매치가 두려워 아기도/켈벡을 갈지 않는 게임'이 일반적이라면 이런 게임 기조에서는 이시즈 이외의 방법에서 티아라멘츠 메인 기믹을 끌어올 수단을 가져올 수 있는 플레이어가 당연히 티아라멘츠 미러 매치에서 우위를 점하게 됩니다. 타스쿠 선수가 찾은 해답이 바로 '낙인 융합'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 외에도 키토칼로스가 1장이어서 발생하는 무한포영/부유벚꽃에 대한 내성을 무한포영은 낙인융합 소재로 키토칼로스를 묘지로 보내는 것으로, 부유벚꽃은 신염룡-키토칼로스 회수의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고 동시에 빙검룡으로 상대의 키토칼로스를 자르는 것 역시 가능하죠. WCQ에서 성공을 거둔 수많은 非 티아라멘츠들 상대로 낙인 기믹이 강한 것 역시 있군요. OCG에서는 선택되지 않았던 카드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기발하고 날카로 접근입니다.

그리고, 2위/5위를 기록한 ぼーぎん/月影 선수에 대해서는 문자 그대로 경이롭다라는 생각입니다. 게임을 제가 직접 볼 기회는 없었지만, 아마 앞서 언급한 300+60초 안에 아기도/켈벡 효과를 격발하는 티아라멘츠 게임을 완벽히 수행해 낸 사람들로 보입니다.

그 촉박한 시간 안에 최적의 답을 찾아내는 능력, 그리고 작은 판단은 몸이 기억해서 해낼 정도의 연습이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2등 플레이어의 프로필을 찍어보니 마스터 듀얼 47Lv로 기억합니다. (현재 플레이어 최대 레벨은 50레벨). 티아라멘츠 본연의 성능을 100% 실현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을 겁니다.

세계 1,2등을 기록한 분들에게는 실력으로 패배했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그분들의 플랜과 노력이 저의 것보다 더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 전세계 1위를 달성한 일본 선수 '타스쿠'의 티아라멘츠 덱


Q. 많은 덱 중에 엑소시스터와 스프라이트를 사용하신 이유도 알 수 있을까요?

Gimlet: 우선, 엑소시스터와 스프라이트의 공통점이 있다면, 정말 빠르게 게임을 끝낼 수 있는 덱이라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2턴 안에 사실상의 승패를 결정짓는 덱들입니다. 두 덱은 마스터듀얼 한정으로 상대를 모르더라도 플레이를 일관적으로 챙기기 좋습니다. 여기서부터 이미 티아라멘츠에는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장기 레이스에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작년 OCG 해당 분기에서의 제 주력 덱이 '스프라이트'와 '엑소시스터'였던 것도 있습니다.

엑소시스터는 특유의 변신 효과로 '메인 기믹'에서는 티아라멘츠를 상대로 우위를 챙길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메인 기믹'이라고 강조한 이유는 그렇다고 해서 엑소시스터가 티아라멘츠 상대로 유리하다고는 말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엑소시스터는 기본적으로 아기도/켈벡과 같이, 강력한 공격이 들어오면 그걸 감당해 내기 어려운 덱입니다. 또, 환경에 엑소시스터를 의식하여 '삼전의 재' 같은 범용 카드를 가져올 경우 이에 대한 대응도 어렵습니다.

엑소시스터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봤던 부분은 ① 티아라멘츠가 아기도/켈벡 선언을 주저해야 할 것. ② 다른 선수들이 엑소시스터 카운터 카드를 쓸 정도로 엑소시스터를 주목하지 않을 것. 두 가지였습니다. 제가 플레이 하던 시기에는 저 요소들이 맞아 떨어져 승률을 낼 수 있 것 같습니다.




▲ Gimlet이 사용한 '엑소시스터'덱


다음으로 스프라이트는 엑소시스터와 반대되는 특징이 있는 덱입니다. 범용 카드에 대한 대처가 정말 좋고, 엑소시스터와 달리 상성 역시 둥글죠. 하지만 후공으로 티아라멘츠를 이기는 것이 힘듭니다. 이것이 큰 단점입니다.

그래서 티아라멘츠를 상대로 후공을 잡아도 게임을 이길 수 있도록 '디멘션 어트랙터' 등의 카드를 넣었습니다. 티아라멘츠를 상대로 50:50만 나와도 좋다는 생각이었는데, 스프라이트가 티아라멘츠 이외 다른 덱은 거의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나머지 덱들은 선후공 가리지 않고 거의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도록 무난하게 강한 범용 카드(가령, 삼전의 재)를 투입했습니다. 랭크 게임에서 티아라멘츠를 자주 만날 경우 티아라멘츠를 잡을 수 있는 카드의 비율을 다시 늘리는 식으로 대응했습니다.

마지막은 회전율입니다. 2 턴 내 승부가 가능한 스프라이트의 빠른 게임 속도를 이용해 게임을 반복해서 돌리면 결국 이기는 게임이 지는 게임보다 확실하게 많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전략이 3일 차에 성공해서 오전 9시부터 22시까지, 13시간 동안 45,000점에서 65,000점까지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 당시 티아라멘츠 이외의 덱을 만나는 빈도수가 정말 높았고, 그들을 상대로 마지막에 커스텀한 삼전의 재 2장이 3일 차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환경에서 티아라멘츠를 상대로 50% 승률을 유지한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입니다. 한 판 한 판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스터듀얼에서는 기본적으로 시행하는 게임 횟수가 많아 이런 접근이 유효했던 것 같습니다.




▲ Gimlet이 마지막까지 사용한 '스프라이트' 덱


Q. 이번 WCQ 한/일 상위권 유저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한 카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패트랩 '부유 벚꽃'인데요. 이 카드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Gimlet: 아시다시피 티아라멘츠는 '일세괴 페를레이노' 한 장으로 부유벚꽃을 케어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일세괴에서 레이노하트를 가져와 융합 효과를 씁니다. 여기서 부유벚꽃을 발동할 경우 손패의 티아라멘츠와 함께 카레이드하트를 융합 소환-일세괴로 카레이드를 지정하여 파괴, 카레이드 효과로 부활하면서 티아라멘츠 크라임을 덤핑, 제외존의 키토칼로스 회수"

마스터듀얼 WCQ에서 일세괴는 티아라멘츠 발매와 동시에 제한이었고, 마찬가지로 크라임을 덤핑해 부유벚꽃을 커버 가능한 '어리석은 부장'이나 '늪지의 마신왕'(심연룡 루벨리온을 내 제외존의 키토칼로스를 회수)과 같은 카드도 전부 제한이었죠.

이러한 상황에서 부유벚꽃이 좀 더 활약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티아라멘츠들이 아기도-켈벡 선언을 주저하던 메타 초반에는, 티아라멘츠가 덱 위에서 보는 카드 매수 자체가 적어 키토칼로스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상황에서는 부유벚꽃이 더욱더 파괴적인 카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OCG와는 다른 방식의 리미트레귤레이션으로 인해 '부유벚꽃'이 강했습니다. 실제로 제 2일 차 '엑소시스터'의 승리에 큰 기여를 한 카드입니다. 하지만 2일 차 심야부터 3일 차부터는 非 티아라멘츠 덱들의 숫자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컸고, 그래서 저는 어느 시점부터는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 부유벚꽃으로 '티아라멘츠 키토칼로스'를 저격 하는 전략


Q. 일반 랭크 게임을 즐기는 듀얼리스트들에게 '티아라멘츠'를 상대하는 팁이 있을까요?

'디멘션 어트랙터'를 쓸 수 있는 덱, 그 중에서도 엑소시스터, 스프라이트, 후완다리즈를 추천합니다. 새로운 리미트레귤레이션 규제 적용 이후로는 비스테드 계열이나 무한포영과 같은 카드들도 쓸 만합니다.


Q. OCG에서 플레이하실 때는 '트라게스프라이트' 장인으로도 유명합니다. 부산 이벤트 대회에서 방송인 '카라미'를 상대로 명승부를 펼치기도 했는데요. 트라게스프를 쓸 생각은 없으신가요?

Gimlet: 개인적으로도 정말 정말 좋아하는 덱이었기 때문에 꼭 하고 싶지만, 아직 나오지 않은 '스프라이트 스프린드'가 요합니다.

'스프린드'는 스프라이트의 신규 지원 카드인데요. 2레벨 몬스터를 덤핑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스프린드로 '재빠른 아귀'를 덤핑해 재빠른 비버 둘을 특수소환 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마침 켈도/무도라가 조기에 제한 조치를 받은 것 역시 트라이브리게이드에는 정말 희소식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프라이트 스프린드'가 마스터듀얼에 발매되면 바로 해 볼 예정입니다.




▲ 오프라인 행사 '유희왕 페스티벌 부산 2023'에서 '카라미'를 상대하는 'Gimlet'


Q. 마스터듀얼의 신규 리미트레귤레이션은 보셨나요? Gimlet의 평가가 궁금합니다.

Gimlet: 우선, 이 규제 후에도 티아라멘츠는 강합니다. 메인 기믹 단위의 추가 피해는 없기 때문입니다.

티아라멘츠가 멀쩡하니 듀얼리스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건 당연합니다. '테라포밍' 역시 금지에 들어갈 만한 파워 카드지만, 티아라멘츠뿐 아니라 상당수의 다른 일반 덱들이 더 큰 피해를 보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시즈 카드들이 다수 제한으로 변해 티아라멘츠 견제 카드의 가치가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곧 발매될 '비스테드'가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비스테드'가 유용해지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도 같습니다. 티아라멘츠 입장에서는 이 '비스테드'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수단으로 '낙인의 기염'을 쓰는 티아라멘츠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스프라이트에 대한 규제가 생각보다 적습니다. 스프라이트 블루를 준 제한에 넣긴 했지만, 이 정도로는 스프라이트 성능에 타격이 없습니다.

그래도 '데블 프랑켄'은 큰 변화를 줄 것 같습니다. 프랑켄 - 엑스트리오로 인해 '삼전의 재' 같은 카드가 거의 쓰이지 않았으니까요. 금제로 인한 티아라멘츠의 약화가 겹쳐 '삼전의 재'의 가치가 상당히 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제는 삼전의 재는 티아라멘츠보다 다른 덱들이 더 취약합니다.

연막탄에 대해서는, 사실 마스터듀얼 기준으로도 '연막탄-브레이버' 덱은 정말 약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 게임의 독성과 다름없는 카드라 금지가 적절하다 보고 있습니다.




▲ 새롭게 발표된 6월 8일 리미트레귤레이션


Q. 리미트레귤레이션 선행 제재를 보면 '비스테드'의 출시가 확정적입니다. 비스테드 발매 이후 환경은 어떨까요?

Gimlet: 일단 6월은 티아라멘츠 환경이 계속될 겁니다. 티아라멘츠 메인 기믹이 전부 생존한 이상 티아라멘츠가 메타의 중심에서 벗어날 일은 없습니다.

다른 덱들이 올라올 수는 있으나 그래도 가장 강한 덱은 티아라멘츠일 것 같습니다. 다만 이시즈 파츠 조기 규제부터 시작해서 늪지의 마신왕 규제까지, 비스테드 대응력이 약해져 있는 상태라 관련 덱이 제법 강할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당장 실험 해보고 싶은 테마는 60 카오스 비스테드, 또는 펑크 비스테드 같은 덱입니다.

기존의 非티아라멘츠 덱들 역시 그 지위를 유지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스프라이트는 거의 규제 받지 않았고, 엑소시스터 역시 비스테드 덱들 상대로(낙인을 제외하면) 상성이 꽤 좋은 편입니다. 후완다리즈는 비슷한 위치에 있겠지만 이번 테라포밍의 금지가 아픕니다.

다음 순번이 '크샤트리라'인데 무척 걱정됩니다. OCG에서는 '크샤트리라'의 발매가 티아라멘츠 이외 덱을 모두 이탈 시키고 티아라멘츠와 크샤트리라 간의 게임을 만들어버렸습니다. 테마 특유의 불쾌함이 큰 것도 문제입니다. 물론 이번 '마그나무트'처럼 발매 전 규제를 먹이겠지만 그 이상의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 출시가 반쯤 확정된 '비스테드' 테마군



Q. 유희왕 월드챔피언십! 세계 무대는 듀얼리스트라면 누구나 꿈꿔온 최고의 자리입니다. 혹시 현장에 가신다면 하고 싶은 것들이 있나요?

Gimlet: 승리 그 자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웃음).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도 있지만 월드 챔피언십 우승은 다만 '마지막까지 지지 않고 이기기만 하면 도달하는 지점'이기 때문에 표면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을 뿐, 확실히 제가 목표로 하는 것은 게임 승리 그 자체입니다.

유희왕 마스터듀얼은 100% 실력 게임은 아닙니다. 100% 게임이라고 해도, 제가 가장 실력이 좋은 사람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그 승리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제 우상인 일본의 하라네 켄타(JSPEED) 선수처럼 말이죠.

또, 이번 WCQ를 하면서 세계 1,2등을 차지한 일본 플레이어에게 '실력으로 패배했다'라는 걸 느꼈기 때문에 본선에서는 꼭 이기고 싶습니다.


Q. 이번 마스터듀얼 월드 챔피언쉽은 본선 진출자가 2명의 팀원을 지목할 수 있는데요. 어떤 팀원과 함께하실 예정인가요?

Gimlet: 평소 연습을 도와준 산하씨와, 원풍경씨입니다. 둘은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 최상위 듀얼리스트입니다. 그리고, 독선으로 빠지기도 쉬운 제 게임 마인드를 잘 이해해 주고, 함께 대회를 준비해 나가는 파트너들입니다. 이번 WCQ 아시아 1등의 성과도 둘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습니다.


Q. 월드챔피언십에서도 Gimlet님의 '엑소시스터'나 '스프라이트'를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Gimlet: 6월의 마스터듀얼 환경이 그대로 간다면, 여전히 유용한 덱입니다. 문제는 다음 환경입니다. 월드 챔피언십이 진행될 8월 환경은 아무래도 코나미가 어떤 카드를 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 2019년 베를린에서 열렸던 '유희왕 월드챔피언십'
3년 만에 '마스터듀얼' 월드 챔피언십이 새롭게 열린다


Q. 끝으로 세계 대회에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인사 부탁 드립니다.

Gimlet: 저를 좋아해 주시고 계시는 분들께, 그리고 저의 월드 챔피언십으로의 여정을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8월의 일본에서 마지막에 승리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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