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하드웨어에 관심이 많은 나조차도 인텔의 i9이라던가 AMD의 R9 프로세서 기반의 시스템은 구경하기 쉽지 않다. 요즘 워낙 컴퓨터 부품들의 성능이 좋아지는, 이른바 상향 평준화가 큰 폭으로 이루어졌기에 더 그렇고. 옛날에야 게임 좀 돌아가는 컴퓨터가 나름 높은 수준의 사양을 자랑했는데, 이제 쾌적한 게임 플레이를 위한 PC의 CPU는 i7 선에서 그치는 편이다. 더 투자한다면 그래픽카드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여론이다.
고사양의 그래픽 작업이 필요한 PC, 대체 어느 수준일까 궁금하다가도 그냥 내가 아는, 가장 비싼 제품 넣으면 그게 초고사양을 자랑하는 방송용 PC겠거니 정도로만 생각했다. 근데 오늘 취재를 나가는 주제, 말로만 듣던 워크스테이션은 적게 잡아도 천 소리, 많게는 억 소리가 절로 나오는 컴퓨터라는데. 이런 무시무시한 장비는 대체 어디에 쓰이는 걸까?
워크스테이션은 일반적으로는 미래기술을 기반으로 초고속 연산, 공학을 위한 소프트웨어 및 통계, 금융계의 자료 분석 등에 사용된다고 하는데, 뭔가 와닿지 않는다. 알긴 알겠는데 평범한 내 일상과는 직결되지 않는다는 소리. 그럼 애니메이션 및 영화는 어떨까? 좀 더 익숙하지 않은가. 특히 요즘 들어 내 머릿속을 뒤집고 다니는 가상현실(VR)이나 혼합현실(MR), AI 등의 결과물도 이쪽과 충분히 연결될 수 있는 미래분야다.
글로벌 컴퓨팅 기업 레노버(LENOVO)는 6월 27일, 강남구청 인근에서 자사의 최신 데스크탑 워크스테이션, '씽크스테이션(ThinkStation)' 신제품 3종 출시를 알리는 미디어 프리뷰 행사를 진행했다.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사실 분야의 특성상 내게 조금 와닿지 않고 분위기가 건조할 줄 알았다. 하지만 레노버가 준비한 다양한 요소들은 "아, 이게 하드웨어 행사지"라는 감상에 젖을 만큼 충분히 즐거웠다.
해당 요소 중 가장 자극적인 부분은 제임스 본드의 차, 일명 본드카로 불리는 '애스턴 마틴(ASTON MARTIN)'과의 파트너십 발표였다. 행사장에 웬 거대한 피규어가 있나 싶었는데 100억에 육박하는 DBS GT 자가토가 전시되어 있었다.
레노버 측에선 단순 네이밍 파트너십이 아닌, 이번 신제품 씽크스테이션의 디자인과 구조에 있어 애스턴 마틴의 디자인팀과 협업하여 설계했다고 밝혔다. 사용자가 씽크스테이션과 친밀해질 수 있도록 돕는 플러쉬 핸들은 애스턴 마틴의 플러쉬 도어 손잡이 디자인을 채택했으며, 워크스테이션의 영원한 숙제와 다름없는, 발열 제어를 위한 공기 흐름에 대한 구조도 애스턴 마틴 DBS 전면부의 그릴에서 착안하여 메인보드 양쪽에서 공기가 원활하게 흐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3D 메시 디자인을 통해 거대한 워크스테이션 전면부에서도 원활한 공기 흐름이 이루어지면서 메모리 및 CPU, GPU 등의 핵심 주요 부품의 쿨링을 책임진다.
살면서 본드카를 실물로 또 볼 수 있는 날이 오긴 올까. 100억짜리 스포츠카에 1억짜리 컴퓨터.. 다소 현타가 왔지만 신선한 경험이었던 레노버의 씽크스테이션 신제품 미디어 프리뷰 현장을 사진으로 담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