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10주년, FF14 시나리오 제작의 발자취

게임뉴스 | 박광석 기자 | 댓글: 37개 |



이제는 명실상부 글로벌 흥행작으로서 자리매김한 스퀘어에닉스의 MMORPG '파이널판타지14(이하 FF14)'가 지난 2013년 8월 리뉴얼로부터 딱 10주년을 맞이하게 됐다. '신생 에오르제아'를 시작으로 최신 확장팩인 '효월의 종언'에 이르기까지, FF14의 시나리오 부문에서 주축을 담당해온 2인의 수석 시나리오 디자이너가 세덱 2023 강연을 통해 FF14가 걸어온 지난 10년의 행보를 돌아보았다.

이날 강연자로 무대에 오른 스퀘어에닉스 제3개발사업본부 이시카와 나츠코와 오다 만리 FF14 수석 스토리 디자이너는 `라이브 중인 타이틀에서 시나리오를 만들 때 중요한 것`과 팀 구성원 관리 과정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소개하고, 시나리오팀 내부에서 지난 10년간 줄곧 사용해온 작업 툴을 공개하기도 했다.



▲ 스퀘어에닉스 제3개발사업본부 FF14 개발팀 이시카와 나츠코, 오다 만리 스토리 디자이너

FF14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열 네 번째 타이틀로,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게 된 MMORPG다. 보통 2년에서 2년 반 주기로 큰 규모의 확장팩이 출시되고, 그 사이에 3.5개월에서 4개월 주기로 메이저 업데이트가 진행된다. 확장팩과 확장팩 사이에 크게는 다섯 개의 메이저 업데이트가 있는 식이며, 이 모든 과정에서 시나리오팀은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야만 한다.

이러한 과정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계속해서 변화를 반복해온 FF14 시나리오팀의 역사가 가장 먼저 소개됐다. FF14의 시나리오팀은 신생 에오르제아부터 효월의 종언에 이르기까지, 약 12명에서 15명의 인원으로 구성됐다. 메인과 서브 퀘스트를 포함한 모든 시나리오 속 글자 수는 평균 12만 자로 구성되며, 메인 퀘스트의 글자 수는 확장팩을 거듭할 때마다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시카와 개발자는 효월의 종언이 그간 이어져 온 긴 이야기의 끝을 장식하는 확장팩이었기에 그에 맞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모든 구성원이 노력해야만 했다고 소개했다. 메인 퀘스트에 들어가는 글자 수가 신생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났음에도 모든 시나리오 속 글자 수는 12만 정도로 평균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FF14가 일본어 외에도 다양한 언어로 출시되는 타이틀이기에 `기간 안에 번역하고 서비스될 수 있는 글자 수의 밸런스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FF14의 시나리오팀 규모는 서비스 초기부터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 글로벌 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해 시나리오 속 글자수 총량의 밸런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어서 FF14 시나리오팀의 변천사가 소개됐다. 초기 신생 에오르제아의 리뉴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했기 때문에, 지방별로 팀을 분배하여 시나리오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렇게 팀을 구분함으로써 다날란 지방을 작업하는 팀원들은 검은장막 숲이나 라노시아 지방의 모든 디테일을 파악하지 않아도 되었고,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지방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물론 팀 구성원이 한정되어 있기에 이러한 방식을 정식 서비스 이후까지 계속 이어갈 수는 없었고, 이후 '한 명의 리더의 지시를 받으며 시나리오를 작업하는 방식', '두 명의 수석 디자이너가 각각의 팀을 지휘하는 방식' 등으로 계속해서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된다. 오다 만리 개발자는 이후 장기적으로 더 오랫동안 서비스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현재는 두 명의 시니어가 감수 역을 맡고, 한 명의 리더 아래에 팀원들이 소속된 형태로 FF14의 시나리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 서비스 상황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구성으로 시나리오 작업이 진행됐다



▲ 현재는 두 명의 시니어와 리더가 있는 형태로 정착됐다

10년 이상 오랫동안 서비스하는 장기 운영 타이틀의 경우 한 사람의 시나리오 라이터가 아닌, 팀 단위로 여러 개발자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엮게 된다. 단독 작가의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가 보여줄 수 있는 강점들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볼륨감 있는 시나리오를 계속 혼자서 작업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FF14에서는 한 명이 커다란 플롯을 만들고 나머지 팀원들이 나눠서 작업을 진행한 뒤 결과물을 확인받는 식으로 시나리오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오다 만리 개발자는 겉으로 드러낼 수 있는 '설정'과 출시 빌드에서 당장은 공개하면 안되는 '뒷설정'을 구분해서 정리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출시된 내용에 포함된 설정들과 미공개 설정을 제대로 구분해서 정리해두는 것만으로 다수가 함께 만드는 시나리오 작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설정 충돌과 같은 문제들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FF14의 시나리오팀이 지난 10년동안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는 개발 도구인 '시나리오 서치' 툴이 소개됐다. FF14의 시나리오 서치에서는 아이템이나 몬스터, 지명 등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시나리오와 대사, 설정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한 번에 열람할 수 있다. 이시카와 개발자는 키워드 외에도 캐릭터 이름을 입력하면 해당 캐릭터와 관련된 대사나 정보를 한 번에 모아서 볼 수 있으므로,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도 충돌 없이 원활한 작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공개할 수 있는 설정과 '뒷설정'을 나눠서 정리하는 것이 팀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다



▲ 이를 위해 FF14 개발팀은 '시나리오 서치' 도구를 10년째 사용 중이다

FF14 처럼 오랫동안 서비스되는 게임을 만들 때는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오다 만리 개발자는 '처음에는 아낌 없이 넣는다'는 마음가짐으로 FF14의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플레이어가 늘지 않으면 언제든 중단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므로, 앞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즐길 수 있다고 아낌 없이 소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시카와 개발자는 배경에도 나중에 시나리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요한 것은 건물 뒤편이나 실내 공간의 여백을 남겨두는 것이다. 그는 실내가 그려지는 것만으로도 생활감이 늘어나고, 시나리오 속 이벤트를 더 깊이있게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다양한 떡밥들을 미리 뿌려놓으면, 미래에 서비스를 계속 이어가며 언젠가 그것들을 회수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 오다 만리 개발자는 소재를 배분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일이고, 이렇게 노력하더라도 소재 고갈의 위험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고 당부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 시바와 알테마 웨폰 등 커다란 소스도 시나리오를 통해 상대적으로 일찍 활용된 편이다



▲ 배경에 여유 공간을 마련하면, 미래에는 저마다 중요한 역할로 활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 소개된 것은 이야기를 끝내는 방법이다. 이시카와 개발자는 인기가 있는 이야기는 계속 끌고 가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쉬우나, 끝내야하는 순간에는 마음을 굳게 먹고 딱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플레이어가 '오랜만에 했더니 너무 이야기가 길어서 이젠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라고 생각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좋은 완성은 게임의 마이너스가 아닌, 재산으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 필요한 순간에는 이야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한 마음가짐이다

유저들의 피드백을 마주하는 방법도 소개됐다. 오다 만리 개발자는 어느 부분에서 좋고, 나쁜 반응이 있었는지 확실히 유저 피드백을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을 관통하는 메인 스토리에서는 개발자의 생각을 제대로 담아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단발성 이벤트나 아이템, 서브 퀘스트에서는 플레이어가 즐거워할 수 있도록, 유저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FF14의 생활형 콘텐츠인 무인도에 유저 피드백을 통해 수집한 의견들이 정말 많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국가에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의 경우 다른 나라 유저들의 피드백을 어떻게 수집하느냐도 하나의 과제가 된다. 현재 FF14는 일본어와 영어, 한국어를 포함한 총 6개 언어에 대응하고 있다. 개발자가 직접 SNS와 게시판을 돌아볼 수 있으나, 이러한 방법으로는 한계가 찾아오기 쉽다. 이시카와 개발자는 현재 로컬라이즈팀 또는 해외운영부의 협력을 받아 해외 유저들의 피드백을 모아서 공유받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해외에서의 반응에도 확실히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현재 총 6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는 FF14



▲ 해외 서비스를 진행하는 경우, 해외 유저들의 의견을 수집하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다

이어서 팀 구성원이 교체됐을 때 대응하는 방법이 소개됐다. FF14 시나리오팀은 신입 직원이 찾아오면 일단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 이시카와 개발자는 이 과정에서 걸리는 코스트가 적지 않으므로, 최근엔 플레이 경험이 있는 이들을 구인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중견 직원이 신입의 멘토가 되어 서로 지식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적인 구성이다.

이외에도 팀 내부에서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한 '플롯 공유회'와 '텍스트 낭독회'가 정기적으로 개최된다. 이야기에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문제는 없는지, 다른 직원들이 작업한 것을 함께 공유하며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시카와 개발자는 다른 직원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은 다소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출시 후에 수백만 명의 유저들에게 선보이기 전에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므로 꾸준히 공유회와 낭독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게임 속 새싹과 멘토 관계는 개발팀 내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 직원들의 작업물을 공유하는 '플롯 공유회'와 '텍스트 낭독회'가 정기적으로 개최된다

이외에도 팀 구성원 교체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설정 자료의 업로드', 그리고 '세계설정집 발매'가 소개됐다. FF14의 개발팀 내부에서 공유되는 설정 자료는 각각의 필드에 어떤 인원이 살고 있는지를 시작으로 시나리오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모든 정보가 아주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캐릭터의 이름이나 아이템 이름, 전문 용어들에는 각각의 이름을 정할 때 어떤 내용을 참고하고 고려했는지까지 적혀 있으므로, 나중에 합류한 직원도 각각의 설정에 담긴 디테일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오다 만리 개발자는 이외에도 '세계관 설정집'을 정식으로 발매해서 시나리오 개발팀 모두가 한 권씩 소지하고, 꾸준히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끔 했다고 덧붙여 소개했다.



▲ 디테일한 정보까지 모두 기입된 '설정 자료'가 존재한다



▲ 설정집을 만들어 항상 게임의 설정을 확인할 수 있게끔 했다

오다 만리 개발자는 세계적으로 상식이나 규범, 문화와 관련하여 중요한 변화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며, 시나리오를 만들 때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구 파이널 판타지14 시절에 이미 리바이어선과 타이탄 토벌전이 추가될 예정이었으나, 당시의 동일본 대지진을 연상케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급하게 '모그루 모그 토벌전'으로 교체됐던 일이 예시로 소개됐다. 그는 확장팩 패키지가 발매될 때마다 연령 제한을 맞추도록 묘사나 표현을 재검토하고, 표현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기능 및 리소스를 추가하는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시카와 개발자는 FF14가 걸어온 10주년의 시행착오를 통해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점이 있기를 바란다며, 현재 FF14의 신입 개발자를 모집 중이니 뜻이 있는 이들이 있다면 함께 MMORPG를 만들어보자는 당부의 인사로 모든 발표를 마무리했다.



▲ 시나리오를 작업할 때도 항상 그 시기상에 맞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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