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턴제 RPG의 아이덴티티 살린 '테인티드 랜드'

인터뷰 | 정수형 기자 | 댓글: 6개 |

전략적인 전투에 캐릭터 육성, 모험 등의 요소가 어우러진 턴제 RPG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아온 장르 중 하나입니다. 템포가 느리고 복잡한 탓에 쉽고 빠른 실시간 액션 게임 위주로 즐겼다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이쪽 장르만이 선사해주는 매력에 빠진다면 쉽게 헤어나올 수 없죠.

아레테게임즈에서 개발 중인 '테인티드 랜드'는 이러한 턴제 RPG 팬을 제대로 저격하는 작품입니다. 서양의 고전 RPG를 연상케하는 그래픽과 정교한 캐릭터 움직임으로 시선을 사로 잡은 이 게임은 어떻게 보면 인디 개발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여러 시도와 감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많은 개발사가 대중화에 신경을 씁니다.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하고 접근성을 낮춰 누구나 자신들의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게 하죠.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게임이 추구하는 재미가 일부 훼손되거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거운 것을 덜어내야만 하기 때문인데요.




반면, 테인티드 랜드는 턴제 RPG만의 아이덴티티를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개발된 듯한 게임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짧게 체험해봤기 때문에 게임이 추구하는 모든 요소를 전부 파악할 순 없었지만 각 캐릭터가 쓸 수 있는 스킬의 종류가 다양하고 스킬마다 독자적인 효과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장치들이 있어 시너지를 생각하면서 싸워야 합니다.

특히, 스킬의 효과가 꽤 복잡한 편이라 지문을 제대로 읽어야만 효과적으로 쓸 수 있었는데요.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스킬창은 일견 불편할 수 있는 장치이며, 불친절하게 다가오는 것은 맞지만 그만큼 여러 요소를 담고 있는 덕분에 전략적으로 깊고 플레이에 생각할 요소가 많아진다고 느껴졌습니다.

체험 버전은 하나의 스테이지 내에서 미션을 달성하면 끝나는 방식이었지만 실제 게임 플레이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방식입니다. 주어지는 임무를 달성하고 캐릭터를 육성하면서 모험을 떠나게 되죠.

헥사곤 스타일의 타일과 각자 역할이 뚜렷한 클래스, 대화 스타일에서 얼핏 TRPG의 향수가 엿보이기도 했는데요. 오랜만에 턴제 RPG의 깊은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국산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레테게임즈는 어떤 기획 의도를 갖고 이같은 게임을 만들고자 했을까요. BIC 현장에서 이새벽 대표를 만나 체험 후 게임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해소해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 아레테게임즈 이새벽 대표


Q. 아레테게임즈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 저희는 TRPG와 미니어처 게임을 즐기던 동호회에서 시작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한 20년 정도 했고 지금 멤버들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5~10년 정도는 동호회에서 같이 했었죠.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고 다니던 회사를 이직하던 친구들이 몇 명 있었는데요. 그럴거면 다 같이 회사를 차려보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제가 2년 전쯤 회사를 설립했고 이후에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서 올해 초부터 정부지원사업 과제 대상이 되어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Q. 테인티드 랜드는 어떤 게임인가요?

= 저희 게임은 턴 베이스에 택티컬 RPG입니다. 기본적인 구조는 사실 기존에 나온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디사이플스 리버레이션'이나 '킹스 바운티'를 해보셨으면 구조는 거의 아실 겁니다.

캠페인 모드에서는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선택지 분기에 따라 동료 혹은 능력을 얻는 방식으로 진행하고요. 인카운터 모드에선 캠페인에서 진행한 특정 전투를 따로 떼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BIC 2023 데모에서 즐길 수 있는 게 인카운터 모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죠.





Q. 게임의 완성도가 꽤 높아보였는데 개발은 어느 정도 걸리셨나요?

= 지금 단계까지는 실질적으로 1년 반쯤 개발한 것 같아요. 올해 말 아니면 내년 초쯤 얼리엑세스 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일단 형태가 어느 정도 갖춰지면 더 미루지 않고 스팀이나 GOG 같은 곳에 얼리엑세스로 출시한 뒤 피드백을 받으면서 콘텐츠를 덧붙여나가고자 합니다.


Q. 그럼 지금 단계에서 개발은 몇 퍼센트 정도 됐다고 생각하나요?

= 전체 볼륨인지 아님 얼리엑세스 단계인지에 따라 기준이 다를 것 같은데요. 얼리엑세스 기준으로 본다면 65% 정도 된 것 같아요. 현재 얼리엑세스 시작 단계를 챕터1로 잡고 있는데 챕터 6까지를 총 볼륨으로 생각 중이라 전체 볼륨으로 따지면 아직 한참 부족한 상태입니다.





Q. 체험에서는 인카운터 모드만 해볼 수 있었는데요. 스토리 모드에서 캐릭터 육성 방법이나 레벨 디자인을 어떤 식으로 잡아나갈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 레벨은 통상적으로 있는 레벨 시스템과 비슷하게 가고 각 캐릭터마다 클래스가 있습니다. 클래스를 공유하는 얘들도 있는데 캐릭터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이건 '킹아서 나이츠테일'과 비슷해요. 클래스는 똑같지만 캐릭터마다 스킬이 한 두개 다른 방식이죠.

캐릭터 레벨이 오르면 거기에 따라 스킬 포인트를 얻고 스킬 마스터리를 올리는 방식은 같은데 그외에 퍼크라는 게 존재합니다. 레벨 당 상승하는 스킬 포인트와 별개로 퍼크 포인트를 얻어서 추가적인 강화를 할 수 있는 방식이죠. 퍼크는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이벤트를 통해 얻을 수 있게 됩니다.


Q. TRPG 동호회가 시초인 만큼 평소 즐기던 게임의 특징이 녹아있을 것 같은데 대표적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 시스템적으로는 저희가 D&D 4th룰 많이 참고했습니다. 4th가 많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있지만 전투 시스템에서는 굉장히 정교한 편이고 디지털 전환이 쉬운 방식을 택했어요. 예를 들어 전투마다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수가 제한되거나 헥사곤 타일 위에서 턴마다 캐릭터가 움직이는 것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시스템 외적인 부분에서는 사실 직접적으로 받았다고 하긴 힘들어요. 오히려 TRPG에서 영향을 받은 게임에 저희가 영향을 받았죠.





Q. 게임을 해보면서 턴제 RPG에 익숙한 유저가 아니라면 다소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 사실은 현재 UI, UX가 안 좋은 게 큰 것 같아요. 직관적이지 않은거죠. 이건 저희 내부에 이쪽 작업의 전문가가 없어서 초반부터 고민하지 못한 게 제일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 말 혹은 내년 초까지는 UI를 싹 다 갈아엎을 예정입니다. 시안성 좋고 직관적으로 고치려고 하고 텍스트도 시간을 들여서 압축하고자 합니다.

다만, 솔직히 말해서 기본적인 구조 자체가 쉬운 편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진입 장벽이 있을 것은 감안하고 있습니다. 대신 그런 진입 장벽을 감수하고 들어오려는 분들에게 조금 더 쉽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아레테게임즈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 앞서 말씀드린 대로 풀 볼륨까지 만드는 게 목표죠. 그리고 다음에도 비슷한 것들로 만들고 싶은 건 많은데 일단 이쪽에 주력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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