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주제로 팬들이 함께할 수 있는 행사가 이렇게 많이 열린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분명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들이 움츠렸던 시기가 얼마 전 같은데, 이제 하나둘 제자리를 찾다 못해 훨씬 많이 만날 수 있죠. 특수한 상황에서 행사를 진행하며 쌓인 노하우가 일상회복과 함께 제약이 사라지며 그야말로 폭발하다시피 했으니까요. 인기 게임의 대형 이벤트,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행사, 체계적인 프로그램 등 내실도 함께 채웠고요.
여러 게임 행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9월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판교에서 열리는 GXG2023은 이런 근래 주요 게임 행사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행사 전면에 내세울 특별한 게임 이름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새로운 게임 발표, 신작 시연, 혹은 현장에서만 구할 수 있는 특별한 굿즈 판매 등 근래 게임쇼하면 으레 기대하게 되는 무언가도 없죠. 더 정확히 말하면 '무엇이 중심이다'라고 콕 찍어 말하기 어려운 행사입니다.
대신 GXG2023은 게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다채롭게 이걸 짚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게임 행사 취재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행사 프로그램, 배치도 등을 살펴보고 뭘 취재할지부터 정하는 게 순서입니다. 그래야 한정된 시간 안에 뭘 취재하고, 언제 기사를 쓸지 감이 잡히니까요. 그때 보는 게 행사의 특징, 그리고 주제입니다. 보통 특정 게임, 특정 행사 중심으로 하니 크게 문제 될 건 없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GXG는 강연, 인디게임 체험존, 기업 중심의 전시, 작가의 라이브 드로잉이나 행사장 주변 플리마켓, 메인 스테이지의 공연 등 다양한 종류의 프로그램으로 행사장을 채웠습니다. 뭘 기준으로 잡고 처리해야 할지 괜히 눈앞이 아득해지기 시작해지는 때죠.
하지만 이게 GXG가 추구하는 특징입니다. 행사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이라는 키워드 말이죠. 새로운 게임 축제이자 게임을 즐기는 새로운 형태, 또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게임 문화 등 이 행사가 게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는 개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이죠.
다양한 행사 프로그램은 어느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았습니다. 강연은 대학교, e스포츠, 게임사운드, 클라우드, VR, 인디 게임 공모전처럼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흑요석 작가나 웹툰 놓지마 정신줄로 유명한 나승훈 작가 등이 자신의 작업 분야와 게임의 특징을 연관 지어 게임 밖에서 보는 시각으로 게임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기업 전시 역시 새롭게 실물 TCG 프로젝트인 '쿠키런: 브레이버스'를 비롯해 대학 VR 게임, 메타버스 플랫폼, 음악과 게임을 이용한 디지털 치료제 관련 기업 등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대형 게임사 위주의 행사 구성보다는 행사의 큰 틀인 다양함,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라는 문화, 예술로서의 게임에 집중하고 있고요.
게임을 굳이 문화 콘텐츠, 예술의 한 부문으로 볼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사실 그간 여럿 나왔습니다. 다른 어떤 수식어보다는 게임이 가지는 재미, 그리고 그것이 주는 즐거운 경험이 게임에서는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니 말이죠.
하지만 사전적인 의미로 문화적 산물인 게임은 분명한 문화 콘텐츠입니다. 단순히 사전적 정의가 아니라, 더 나아가 실제 우리 현실 삶에서도 문화, 예술 콘텐츠로서 작용하고 있고요. 단순히 보고 듣는 단계를 넘어 플레이라는 체험과 경험을 통해 주제를 전하는 종합 예술의 역할을 하죠. 또 현대 사회에서 상업적 성과를 바탕으로 예술성과 그 특징 구현을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은 상업문화, 상업예술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그게 어느 예술 분야보다 게임에서 두드러지죠. 문화예술진흥법 문화예술에 게임이 추가된 것도 있지만요.
게임 팬이라면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게임 중심의, 혹은 그것을 먼저 플레이하고 즐길 수 있는 게임 행사와 이벤트를 만나고 싶을 겁니다. 또 그런 수요에 맞춰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만날 수 있고요.
그렇게 다양한 게임 행사 속에서, 게임을 새롭게 바라보는 GXG 같은 행사도 하나쯤 있어도 좋지 않나 싶습니다.
판교 한가운데 광장과 건물 일부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 꾸려진 만큼 분명 거대 게임쇼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아기자기한 규모였습니다. 대신 자리를 깔고 스테이지 위에서 펼쳐지는 게임 뮤지컬을 보고, 자주 들르던 상가 옆에 꾸려진 인디 게임 시연대에서 새로운 게임을 하고, 관심 있던 분야의 강연을 둘러보는 경험은 분명 다른 게임쇼에서는 줄 수 없는 경험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