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누나와 서로 찍어보겠다고 하다 떨어뜨린 아버지의 펜탁스가 시작이었을까요. 이상하게 잘 찍지도 못하면서 카메라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셔터를 누르는 그 느낌만으로, 조금 큰 학창 시절에는 조리개의 개념으로만, 그리고 지금은 우연찮게 제 업무 중 한 파트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디지털카메라가 유행할 적엔 필름 카메라를, 미러리스가 각광받을 땐 육중한 DSLR을 고수하던 그 고지식함이 지금 현재엔 꽤 도움이 됩니다. 물론 사진 전문 기자는 아니기에, 전문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진 못하지만 말이죠.
세상에 모든 기자들이 카메라를 쓰진 않는데 우연치곤 참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일을 하며 점점 커지는 카메라에 대한 애착, 어깨너머로 배운 어설픈 이론 때문에 벗어나지 못하는 우매함의 봉우리, 내 것에 대한 개인적인 욕심이라는 삼박자가 똘똘 뭉치니 개인용 카메라라는 결론에 도달하더라고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태보태병이 제대로 터져서 고려했던 모델보다 1.5배는 비싼 제품을 들이는 바람에 렌즈도 못 샀습니다.
큰마음 먹고 샀다고 표현하니 기대하실지도 몰라서 밑밥을 깔자면 저는 물론 보급기종을 선택했습니다. 세상 그 어떤 분야라고 한들 눈이 높아지면 그에 따라 출혈이 심해지지만, 그중 카메라는 TOP 5에 들 정도로 무서운 분야라는 것, 인벤 가족 여러분들은 모두 공감하실 겁니다. 여태 여러 취재를 다니면서 주눅 든 곳이 없었는데, 지난 12월 20일에 진행한 소니 SIPS 2023 행사에서만큼은 제 카메라보다 가방을 자랑하는 편이 더 낫겠다 싶을 정도로 높디높은 장벽을 느꼈습니다.
'소니 SIPS(Sony Imaging PRO Support)'는 콘텐츠 전문가를 위한 VIP 제도입니다. 말 그대로 전문가를 위한 행사이니 내로라할 작품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사진작가부터 영상 감독, 심지어 유명 유튜버 잇섭도 행사에 참여했더라고요. 그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자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도 행사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카메라와 물리적으로 연관된 제품군도 그렇지만 결과물과 직결되는, 우리에게 친숙한 에이수스, 샌디스크, 씨게이트, 엡손 등의 브랜드들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나는 왜 사진을 근사하게 찍지 못하는가", 혹은 "내 카메라는 주인을 잘 못 만나서.. "라는 냉정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게 해준 소니의 2023 SIPS 행사 현장, 다소 부족한(?) 사진으로 만나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