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년 전 설립된 신생 퍼블리셔, '크리티컬 리플렉스'는 부스 디자인만큼이나 독특한 게임을 선보이려는 인디 게임 전문 퍼블리셔입니다. 현재 퍼블리싱하는 12종의 인디 게임들은 하나같이 아트 스타일도, 장르도 제각각이지만,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콘셉트는 아니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죠.
호러 게임부터 메트로배니아까지, 이번 타이베이 게임쇼에서도 다양한 작품을 전시했지만, 가장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것은 역시 리듬 액션 던전 크롤러 게임, '프릭드 플리핏'이었습니다. 익살스러운 캐릭터들과 어딘지 모르게 힙한 분위기가 부스 곳곳에 녹아들었고, 심지어 한 편에서는 캐릭터 코스프레 모델까지 기용해 참관객을 맞이하기도 했으니까요.
아트워크가 너무나 취향 저격이라 부스에 방문하긴 했지만, 실제로 플레이 해보니 음악은 더욱 취향 저격이었습니다. 비트에 맞춰 던전을 탐험하는 로그라이트 요소가 강렬했는데, 알고 보니 거기에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도 숨이었다고 합니다.
게임의 제목이 한 눈에 의미를 알 수 있는 편은 아니지만, 게임의 기본적인 전개는 꽤나 간단하고, 어떤 면에서는 친숙하기까지 합니다. 딱 봐도 어수룩해 보이는 주인공이 되어, 어쩌다 떨어진 지옥(!)에서 만난 소녀들과 무언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죠. 더 자세한 이야기를 알아보고 싶었지만, 시연이 중국어 번체로 진행된 탓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주인공이 지옥에서 만난 캐릭터들은 저마다 생김새도 성격도 다르고, 체험 버전 상으로는 일본어 성우 음성이 지원됐습니다. 자막만 한국어가 지원된다면, 이야기를 즐기는 몰입감은 어느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스팀 상점 페이지 기준으로 한국어 지원 표시가 되어 있으니 안심해도 좋을 것 같네요.
일련의 대화 이후, 주인공은 말하는 넥타이(?)와 함께 탐험을 해야 하는 던전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이 요술 넥타이는 던전에 입구에 고정되어 플레이어가 길을 갈 때마다 늘어납니다. 어느 부분에서 시작했는지 알려주는 요소로 사용될 뿐더러, 특정 버튼을 이용해 플레이어를 뒤로 잡아당기는 등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넥타이가 체력 게이지를 겸비하기도 하지만, 늘어난 넥타이의 길이가 제한되는지 여부는 체험 빌드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전반적인 게임플레이는 리듬 액션 던전 크롤러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크립트 오브 네크로댄서'와 유사한 편입니다. 한칸 한칸 이동이 박자에 맞아 떨어지고, 적을 공격하는 것, 그리고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것도 모두 이 박자 안에서 일어나게 되죠. 유사한 게임을 경험해 봤다는 크게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적들 또한 박자를 기반으로 다양한 공격을 구사합니다. 플레이어와 인접한 칸에 있으면 한 박자 준비 동작을 하고 다음 박자에 때리는 적이 있는 반면, 자신을 중심으로 십자형 칸에 벼락을 치는 몬스터도 존재하죠. 자신의 위치와 적의 패턴에 따라 '박자'를 고려한 게임플레이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로그라이트 던전 크롤러를 표방하는 만큼 있을 건 다 있었습니다. 층층이 내려가며 적을 격파하고, 체력을 회복하거나 전투력을 강화하며 보스가 있는 방까지 도달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습니다. 음악이 퍽 마음에 들었기 때문인지, 그저 리듬에 몸을 맡기다 보면 자연스레 진행이 되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죠.
다만, 보스전의 경우 흥겨운 음악이 오히려 독이 되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박자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보스의 패턴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여러 기술을 활용하는 만큼, 보스의 위치 뿐만 아니라 맵의 변화도 살피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게임의 '연애 시뮬레이션' 측면은 이번 데모를 통해 제대로 살펴볼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주된 체험이 던전 플레이 측면에 집중되어 있는 점도 그렇지만, 사실 연애 시뮬레이션 파트를 플레이했다고 해도 중국어로 된 텍스트라 난감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나마 흥겨운 음악과 재미있는 던전 크롤러 파트를 가지고 있다는 부분은 확인이 가능했으니, 소기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한 셈입니다.
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트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공식 트레일러의 bgm을 주의 깊게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절로 고개가 까딱거렸다면, 아마 본 게임도 마음에 들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물론, 비주얼이나 음악 모두 취향이 강하게 나뉘는 요소들이다 보니 모두에게 맞는 게임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독특함이 마음에 드는 게이머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출시를 기다려 봐도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개발사인 핀치 버드 스튜디오는 지난 12월, 스팀 공지를 통해 올해 중으로 데모 버전 출시가 (거의) 완성되었다고 전했습니다. 곧 출시까지는 아니더라도 데모 버전 정도는 조만간 스팀을 통해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