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게임 콜라보레이션, 약일까? 독일까?

기획기사 | 이현수 기자 |
의류, 식품, 잡화, 자동차, 제약, 가구, PC, 게임 등 최근 기업들은 여러 유명한 IP와 함께 콜라보레이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업 내 브랜드의 고착화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하는 이유와 더불어 기존 브랜드가 가지고 있던 컨셉과 스타일 등을 강조하기 위함이 한몫 하기도 하죠.

예를 들어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 익숙함에 잊고있던 문구 및 사무용품 기업 모나미나 특정 한 분야의 이미지가 강했던 식품 및 제분업체 곰표 등의 변신은 꽤나 충격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의 뇌리 깊숙이 박혔습니다. 대부분 유저분들은 아시겠지만 두 브랜드 모두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성공적인 마침표를 찍기도 했습니다.



▲ 동사무소 볼펜 모나미와 제분업체 곰표는 화려한 변신을 통해 MZ세대를 사로잡았다

모나미는 현대 자동차나 스타벅스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MZ세대들을 겨냥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으며, 곰표는 대한제분과 수제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 콜라보 식료품인 곰표 밀맥주로 본인들의 정체성은 살린 채 복고풍을 가미해 과거 X세대부터 M, Z세대 등을 모두 공략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CU편의점에서는 국산 및 수입 맥주 판매량을 훌쩍 넘겨 판매량 1위를 달성하기도 했고요.

이처럼 기업 간의 콜라보레이션은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통해 브랜드가 진출하지 않았던, 혹은 도전할 수 없었던 새로운 분야의 진출 판로를 열어줄뿐더러, 시장에 검증받은 브랜드와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면 기능부터 디자인, 화제성 등 여러 면에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에 그다지 위험성이 높지 않은 장점 가득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대항해시대와 고전 국산 명작 창세기전의 콜라보

덕분에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한때 유행했던 IP를 다시금 기업 간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추억을 되새길 수도 있으며, 기존의 모습은 간직한 채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특히 최근에는 게임과 밀접한 업무를 맡고 있는 탓인지 게임사와 타기업들의 콜라보레이션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M(밀레니엄)세대부터 Z세대까지 20세기부터 21세기를 아우르는 이른바 “MZ세대“를 공략하기엔 게임만 한 것이 없기도 하니까요. 이제는 하나의 문화 산업으로 자리 잡으며 두터운 팬층을 가진 분야기도 하고, 마케팅 관점으로 접근했을 때 협업을 하기에도 좋은 분야기 때문이죠.

특히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이벤트는 현재 필수 생존 전략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최근 여러 기업들이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팬들을 위한, 쉬어가는 의미의 이벤트성 행사로서의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는 단순히 이벤트를 넘어 기존 유저들의 복귀와 신규 이용자 확보 등 게임 생명을 연장시키는 데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도 하거든요.




게임 콜라보레이션의 종류는 꽤 다양합니다. 단순하게 게임과 게임의 콜라보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작년 넷마블의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와 스트리트 파이터6가 함께해 각 게임의 캐릭터가 한 곳에 만나 격투를 벌이는 이벤트가 있었고, 리니지W와 슈팅 게임 건그레이브가 콜라보하여 신규 클래스를 만들어내기도 했죠. 또한 최근에는 신의탑 : 새로운 세계와 세븐나이츠가 만나 콜라보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콜라보는 어떨까요. 퍼즐앤드래곤과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에픽세븐과 강철의 연금술사, 오버워치2와 고전 명작 카우보이 비밥 등 다양한 콜라보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오버워치2는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대기화면에서 특유의 OST가 흘러나오는 것이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최근 시프트업의 인기 게임 니케와 Re: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이하 리제로)가 콜라보하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게임에 입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죠.



▲ 여러 AAA급 게임과 협업한 싱가포르의 게이밍 의자 기업 시크릿랩

대표적으로는 이 정도로만 소개해도 넘쳐나지만 IT, 가구, 유통(식료품) 등 굉장히 다양한 카테고리로 여러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페이커가 사용하는 의자로 유명한 시크릿랩과 위쳐, 디아블로, 파이널판타지 등 다양한 게임들의 콜라보 의자를 시작으로 포켓몬빵, 쿠키런빵과 같은 유통 기업 콜라보도 찾아볼 수 있으며 애스턴 마틴, 람보르기니와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카 업체와 배틀그라운드는 게임 내 탈것을 통해 콜라보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게임과 직결되는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더할나위 없죠. 주변기기의 경우 디아블로4 출시 당시 스틸시리즈는 디아블로4 키마헤를 선보였고, 로지텍G는 리그오브레전드 K/DA 세계관을 부여한 K/DA 콜라보 제품군을 내놓았습니다. 게다가 커스텀 주변기기 업계로 확장해 살펴보면 게임 IP와 콜라보한 제품들이 여럿 보입니다. 최근에는 하이그라운드에서 제작한 마인크래프트 키보드가 인기더라고요.




PC나 랩탑 부문도 만만치 않습니다. 완본체는 작년 가을 국내 인기 패키지 게임인 P의 거짓과 여러 PC 부품업체가 협력한 P의 거짓 PC부터 MMORPG 검은사막과 콜라보한 컴은사막, 던파 PC 등 다양합니다. 근래 20주년을 맞이한 MSI는 몬스터헌터 IP 콜라보 게이밍 노트북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 오크통에 올라간 몬스터헌터 게이밍 노트북

이렇듯 게임과 브랜드의 콜라보는 진부해진 아이덴티티에 생동감과 신선함을 부여해 주고, 브랜드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해당 브랜드의 희소가치를 얻고자 하는 게이머와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이기도 합니다.




다만, 단면적으로는 콜라보가 사실상 '치트키'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이토록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위에서는 비교적 흥행이 잘 된 사례를 언급한 편이지만, 잘 된 콜라보 못지않게 잘 안된 콜라보도 생각보다 많거든요.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양쪽에서 서로의 IP에 대한 이해가 없다 보니 게이머들 사이 평가가 굉장히 아쉬웠던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흥행이 안 된 콜라보들을 살펴보면 이벤트에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특히 콜라보 IP를 전혀 모르는 유저들은 보다 더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이처럼 콜라보 이벤트는 게임사에서 일방적으로 준비하는 이벤트가 아닌 협업이 중요시되는 이벤트기에 양사의 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게이머들이 원하는 퀄리티의 콜라보가 나오기 쉽지 않기도 합니다.

물론 캐릭터 아트는 기깔나게 뽑아내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이벤트의 경우 게임 운영과 개발의 전반적인 부분이 걸쳐있기에 기획단에서 의견이 부딪혀 인게임 내 스토리나 이벤트 스테이지 등을 잘 녹여내지 못하는 경우 유저들의 피로감을 증폭시켜 불쾌한 경험을 선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점차 더 새롭고 자극적인 콜라보레이션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게임사는 콜라보레이션을 기대하는 게이머들을 위해 이벤트 혹은 제품을 준비하기 전 협업하는 브랜드 선정과 타겟을 더욱 확실히 분석하고, 보다 나은 협업 프로세스를 구축하며 체계적인 의사 결정이 이루어져 게임사와 브랜드 그리고 게이머가 윈윈할 수 있는 콜라보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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