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서비스는 출시 직후 디지털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며 단순 OTT뿐만 아니라 게임, 영화, 업무 등 여러 부문에도 구독형 서비스가 자리 잡았다. 유튜브 프리미엄, 엑스박스 게임 패스, 클라우드, 넷플릭스, 애플 뮤직 등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이 이름들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이런 구독형 서비스를 더욱 쉽게 볼 수 있다. 당장 애플만 보더라도 애플 티비, 아케이드, 뮤직 등등 다양한 구독형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구글도 구글 원과 유튜브 프리미엄이라는 구독형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전체적으로 애플과 구글의 구독 서비스는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으나, 구글은 애플 아케이드와 같은 게임과 관련된 구독 서비스는 운영하지 않았다.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구글은 지난 11일(화), 구글플레이 전용 구독 서비스인 ‘구글 플레이 패스(Google Play Pass)’를 한국에 출시했다. 단순히 앱을 다운로드하거나 유료 결제할 때나 사용하던 앱스토어에 어떤 방식의 구독 서비스를 구성했을까.
구글 플레이 패스란?
구글 플레이 패스는 매월 6,500원 또는 매년 58,500원을 결제하면 사용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로, 구독 시 1,000개 이상의 유료 앱과 게임을 제한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광고 제거, 인앱 결제 할인, 독점 패스 등 특별 서비스가 제공된다.
단순히 가짓수를 늘리기 위해 어정쩡한 인디 앱만 가득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 외로 구성도 탄탄했다. 림보나 테라리아처럼 인기 유료 게임이 있는가 하면 포켓몬 고나 하스스톤, 로블록스, 던파 모바일 등 인기 무료 게임도 인앱 구매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패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앱의 종류를 구독하기 전까진 알 수 없게 되어있다. 구독자의 경우 별도의 탭이 생기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앱 카탈로그를 열람할 수 있다고 하는데, 미구독자의 경우 해당 카탈로그 자체가 출력되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구글 플레이 패스 소개 홈페이지에서 일부 앱을 볼 수 있으니 해당 목록을 보고 관심이 있다면 구독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애플 아케이드랑 뭐가 다를까?
위의 설명만 보면 애플 아케이드가 생각난다. 전체적인 서비스 구성은 물론 구독 비용조차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애플 아케이드와 구글 플레이 패스가 모두 동일한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가격의 차이에 대해 꼽고 싶다. 분명 위에서 구독 비용이 똑같다고 했는데 무슨 소리일까? 단순 매월 구독 비용만 보면 6,500원으로 똑같지만 자세히 보면 약간 다른 점이 있다. 애플 아케이드는 첫 1달은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애플 기기를 구매하면 추가로 3개월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구글 플레이 패스는 이러한 무료 체험 서비스가 없지만, 월 구독보다 25% 저렴한 연간 요금제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또한 애플 아케이드는 애플 아케이드뿐만 아니라 아이클라우드 플러스, 애플 티비 플러스, 애플 뮤직 등 다른 서비스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애플 원이라는 구독형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애플은 합리적인 가격에 여러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종합 구독 플랜이 존재하나 구글 플레이 패스는 이런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는 점이 달라. 체감상 가격 차가 발생한다.
그리고 기본적인 시스템이 약간 다른데, 애플 아케이드는 이름처럼 앱스토어라기 보다는 넷플릭스처럼 별개의 구독형 플랫폼의 형태다. 그래서 어떤 게임이 아케이드를 지원하는지 찾아볼 필요 없이 간편히 하고 싶은 앱을 선택해 실행하면 그만이다. 그와 달리 구글 플레이 패스는 원래 있던 구글 플레이 플랫폼에서 패스라는 별개의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지원하는 앱의 숫자로만 보면 애플 아케이드보다 약 5배 많은 앱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받을 수 있는 혜택
위에서 간단하게 설명하긴 했지만, 구글 플레이 패스는 총 세 가지의 특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첫 번째는 유료 앱 무제한 플레이. 두 번째는 무료 앱의 인앱 결제 할인. 세 번째는 인앱 광고 차단 및 독점 아이템 제공이다.
첫 번째인 유료 앱 무제한 플레이는 말 그대로 구글 플레이 패스에 포함된 유료 게임을 구독 기간에 제한 없이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인기 유료 게임인 스타듀 밸리나 리틀 나이트메어, 테라리아 등은 물론 포토 스튜디오 프로처럼 유료 툴도 포함되어 있다.
두 번째인 무료 앱의 인앱 결제 할인은 간단하다. 혜택 카테고리에서 원하는 앱의 인앱 할인 쿠폰을 발급받은 뒤, 앱 내에서 결제를 진행하면 사용할 수 있다. 할인 금액은 모두 동일하게 6,500원이며 게임별 1회만 할인받을 수 있다. 할인 혜택 게임 목록은 매달 변경된다고 하니 이를 참고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
다만 인앱 결제는 가족 공유된 계정은 이용할 수 없으며 오직 관리자 계정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쿠폰은 발급한 달의 말까지만 사용할 수 있으니 빨리 사용하는 것이 좋다. 혹시나 해서 봤지만 원신, 명조, 붕괴: 스타레일 같은 수집형 서브컬쳐 게임은 할인 품목에 없었다.
세 번째인 인앱 광고 차단 및 독점 아이템 제공은 앱마다 제공 혜택이 다르다. 이건 앱 상점 페이지로 들어가면 어떤 혜택이 주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 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 외로 구글 플레이 패스에 추가된 신규 앱이나 키즈 전용 등 유용한 카테고리도 있으니 사용 시 참고하길 권장한다.
구글 플레이 패스는 경쟁력이 있을까?
구글 플레이 패스는 어찌 보면 안드로이드로 즐길 수 있는 애플 아케이드라 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은 다른 유형의 서비스다. 두 기종을 가지고 있다면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구독해 즐기면 되지만, 구글 플레이 패스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 경쟁력 있는 구독 서비스인지 고민해 보았다.
구글 플레이 패스를 직접 사용해 본 결과 확실히 가격 대비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많다. 유튜브 프리미엄처럼 인앱 광고 스킵은 물론, 구독 비용과 동일한 6,500원 할인권만 해도 괜찮다고 느껴진다. 사실상 한 번의 인앱 결제만 해도 구독료를 환급받는 수준인데, 두 번 이상의 할인을 받으면 무조건 이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러 유료 게임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으니 혜택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라고 느껴진다.
단순한 생색내기 수준이 아니라, 강력한 라인업과 혜택으로 중무장한 플레이 패스는 당장은 좋은 구독 서비스라 할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도 지금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아니면 점차 가격은 오르고 혜택은 줄어드는 구독형 서비스의 한계를 보여줄지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애플 아케이드처럼 여러 구독형 서비스를 묶어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랜도 준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과 구글 원까지 사용하는 입장에선 자꾸 구독 결제 목록이 늘어나면 정리하기도 귀찮고 자잘하게 여럿 결제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다. 전체를 묶어서 조금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혜택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