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4의 네 번째 시즌이었던 '전리품의 재탄생' 시즌의 종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전리품은 재탄생은 지난 시즌들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담고 있었는데요. 신규 콘텐츠와 밸런스 조정을 넘어, 아이템 체계의 대대적인 개편이 진행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레벨링 개선도 괜찮은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초반부터 빠른 템포로 레벨을 높이고 아이템을 갖춰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지옥물결은 핵심 콘텐츠로 자리하게 됐습니다. 또, 위상이 힘의 전서에 통합되며 게임 플레이의 쾌적함이 크게 올라갔죠. 시즌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지난 5월 15일부터 약 80일간 진행된 전리품의 재탄생 시즌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한 시즌이 지나며 기억에서 잊혀졌을 수도 있지만 이번 시즌은 시작부터 시끌벅적했습니다. 시즌4 업데이트의 방대한 양과 피드백 수정 등의 이유로 직전 시즌이었던 시즌3가 한 달 연장되었고 이에 맞춰 시즌4의 일정은 늦춰졌죠. 당시 유저들 사이에서는 확실한 준비가 이루어진다면 기다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대감도 있었지만, 여전히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도 존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후 공개 테스트 서버를 거쳐 정식 오픈된 시즌4는 기대 이상의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새로운 시즌이 출시될 때마다 꾸준히 플레이를 이어오던 기존 유저들은 물론, 잠시 성역을 떠났던 이들까지도 관심을 가지고 찾아올 정도였어요. 시즌제 게임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초반 반짝을 넘어서서, 흥행은 본격적인 세기말이 오기 전까지 이어졌습니다.
워낙 많은 것이 변했기에, 이번 시즌의 성공 요인을 딱 하나로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간 피로도를 높이고 몰입도는 방해하던 시스템이 대거 간소화된 것이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레벨링 과정부터 아이템 선택, 그리고 엔드 콘텐츠까지 불필요했던 과정이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아쉬움을 주는 부분도 남아있지만 지난 시즌들과 비교하면 확실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레벨링 단계가 간결해졌습니다. 이전까지는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 있었어요. 해야 하는 것은 많은데, 만나는 적은 적고 육성 속도는 빠르게 느껴지지 않았죠. 이번 시즌은 캐릭터를 생성한 뒤부터 초반 퀘스트 라인이 지옥물결과 연결되어 있었고 이후 지옥물결에서 몰려오는 적을 상대하면 빠르게 100레벨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즌 보상도 두둑하게 주어졌고 지옥물결에서도 아이템이 떨어지니, 특별히 무언가를 챙길 필요성이 크지 않았습니다.
시즌제 게임 고유의 재미가 될 수도 있고 취향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매번 맨땅 육성을 다시 한다는 것은 피곤함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디아블로4는 작년 6월 출시 이후 7월 첫 시즌을 선보였고 벌써 4번째였기에 어느 정도의 레벨링 시간 단축은 필요했던 것 같아요. 플레이어들은 빠르게 레벨과 난이도를 높인 뒤 본격적인 빌드 세팅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죠.
100레벨을 찍은 뒤에도 쉴 틈은 없었습니다. 문양 작업을 진행한 뒤 나락에 들어가자 새로운 목표가 자연스럽게 생기더라고요. 담금질과 명품화로 내 캐릭터를 더 강하게 만들어 단계를 끌어올리는 것. 단순할 수 있지만 게임을 이어가는 동력이 되기엔 충분했죠. 레벨링 구간에서의 군더더기를 덜어내면서도 빠르게 엔드 콘텐츠로의 진입을 유도해 몰입감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시즌4의 핵심이라고도 볼 수 있었던 아이템 개편은 이러한 육성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습니다. 장비 옵션의 수가 줄고 희귀 아이템과 전설 아이템의 가치에 차별화를 두며 감정에 소모되던 피곤함을 줄였죠. 여기에, 상급 속성이 추가되어 득템의 재미는 따로 챙겼습니다. 이전처럼 상점 앞에서 고민할 필요가 줄어드니, 조금 더 전투와 사냥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담금질과 명품화로 이어지는 장비 성장 시스템은 성장 과정의 심화를 이끌었습니다. 적당한 빌드 세팅이야 기본 전설 파밍으로도 가능했지만, 나락 고단계에 오르기 위해서는 담금질과 명품화가 필수였는데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파밍의 동기 부여가 되는 모습이었죠. 상급 속성, 그리고 담금질과 명품화가 조합되며 이번 시즌에서는 졸업이라는 단어가 조금 더 무게감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힘의 전서 시스템의 변화입니다. 그동안 디아블로4를 꾸준히 플레이한 유저들이라면 이번 시즌에 정말 체감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창고를 위상으로 가득 채워야 했던 과거가 있었지만, 시즌4에서는 전설 장비를 분해하면 해당 위상이 힘의 전서에 등록되도록 수정되어 더 이상 위상을 보관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 외에도 애완동물 추가 등의 편의성과 관련된 긍정적인 변화가 여럿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 시즌이 모두를 만족시켰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아이템 개선안이 빠르게 게임에 녹아들었지만, 정말 '명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어요. 좋은 베이스 아이템을 구해야 하고 정해진 횟수 내에 담금질을 성공해야 하며 명품화 저격에 마법 부여라는 추가 단계까지 고려해야 하니, 그 벽이 너무 높게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사냥에 필요한 최소 세팅은 빠르게 갖춰지는 대신 파고들면 깊이가 정말 상당했습니다. 육성 시간을 빠르게 단축시킨 대신, 더 높게 오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그만큼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 같았어요.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렸을 것 같은데요. 누군가는 새로운 목적이 되기도 했겠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명확한 한계점이 되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각종 재료 수급에 대한 어려움도 있었는데요. 초반부에는 골드와 분광경 부족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었고 시간이 흐르며 니스 아이언, 천사숨결을 얻기 위해 반복 사냥을 진행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선택의 영역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과한 설계라는 의견도 일부에서 전해졌습니다. 이번 시즌 핵심 콘텐츠인 나락 고단계에서라도 조금 더 보상을 챙겨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죠.
이렇게 졸업까지 다가가는 길이 험하다 보니, 유저들의 시선은 거래로도 이어졌는데요. 여기서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을 마주치게 됩니다. 바로, 디아블로4에는 경매 등의 거래 시스템이 제대로 구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죠. 유저간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으니, 이제는 이와 관련된 편의성도 개선을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직업 밸런스 이슈나 버그 등이 여전히 발생했고 시련의 터와 같이 잊혀진 콘텐츠가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즌4 또한 숙제를 남긴 채 마무리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육성 과정의 단순화와 아이템 체계 개선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했고 그 결과로 호응을 이끌어냈으니, 충분히 성공적인 시즌으로 기억에 남겨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시즌4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가올 시즌5와 확장팩 '증오의 그릇'에서는 더 재미있는 디아블로4가 완성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