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BIC)에선 '인디게임의 산업화'라는 담론이 제시됐다. 첫인상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처럼 느껴져 어색했다. 국내 인디게임은 지나치게 산업화한 기존 게임시장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성장했단 분석이 있었다. 단적으로 과도한 비즈니스 모델 게임에 지친 유저가 게임 본연의 재미를 찾아간 것이다. 그런 인디게임이 다시 산업화한다는 것은 이상했다.
백영훈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대표가 BIC 현장에서 "인디게임의 산업화를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 백 대표는 기존 게임산업의 특징을 F2P(free to play) 기반의 인앱 결제 집중, 대규모 인력을 통한 각종 데이터 분석으로 꼽았다. 인디게임 산업의 특징으론 핵심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게임, 이로 인한 다양한 즐거움, 패키지 판매를 들었다.
BIC 현장에서 만난 몇몇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인디게임의 산업화'라는 말을 처음 듣고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대화를 나누면서 한 개발자는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인디씬 대부분에선 게임을 개발하는 거 자체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이를 사업화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 법인 설립, 투자 유치, 각종 세금 문제 등이 따라온다. 이 문제가 풀린다면 지속가능한 인디씬에 도움이 될 거라 얘기했다.
다른 개발자는 스마일게이트가 산업화를 이루려는 인디게임이 무엇인지부터 의문을 가졌다. 일반적으로 인디게임은 개발자가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게임을 의미한다. 의미 있는 사례 중 하나는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다. 넥슨이나 황재호 디렉터나 여러 차례 '데이브'는 인디게임이 아니라고 밝혀왔다. 그럼에도 수많은 평론가, 시상식은 '데이브'에 우수 인디게임상을 수여했다. 이 개발자는 현시점에서 인디게임을 그룹화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인디게임의 산업화라는 아이디어가 제시된 이유는, 결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디씬을 들여다보면 자신만의 게임을 개발하려는 창작자들이 활동한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창작활동에 대해서는 항상 어려움을 겪는다. 이 문제를 스마일게이트가 플랫폼을 통해 해결하면 새로운 이익을 가질 수 있고, 개발자는 비교적 여유롭게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인디게임의 산업화'는 현황 진단에 대한 처방이고, 스마일게이트의 새로운 사업모델인 셈이다.
백영훈 대표는 인디게임에 대한 지원이 자립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고기를 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낚시하는 법을 전하겠단 것이다. 이와 동시에 스토브인디를 통해 인디게임의 커뮤니티화를 추진한다. 좋은 인디게임을 추천하고, 그 인디게임과 결이 같은 작품을 접하는 식으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 여기에 BIC 참가 개발자 86.9%가 홍보에 어려움을 겪고 82%가 유저 피드백을 원한단 점이 반영되길 바란다.
정리하면 인디게임의 산업화는 개발자가 주류에 휩쓸리지 않고 창작활동을 하면서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게임업계에선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최근 게임업계는 성숙기에 접어들고 발전이 정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수 대형 게임사의 깜짝 실적이 업계 전체의 성과라 보긴 힘들다. 인디게임의 산업화, 아래로부터의 변화는 국내 게임업계 정체를 깨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유저 입장에선 기존 대형 게임사의 상품과 더불어 인디게임의 작품 등 다양한 선택지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되는 담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