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언젠가는 음향장비에 굉장히 몰입한 때가 있었다. 또래들 대부분 도끼형이라 부르는 이어폰을 지나 별 모양이 크게 그려진 헤드폰을 갖고 있을 때, 어렵게 수소문해서 중고로 업어온, 그 당시 중고가 20만 원 정도 하는 헤드폰을 끼고 자아도취에 젖어있던 시절이 있었다. 모두가 편리하게 MP3, 그러니까 아이리버나 아이팟을 이용할 때, 음질 버린다고 이젠 한 세대 넘어가 구하기도 어려운 CD플레이어를 고집했었다.
세월이 지나고 사는 게 퍽퍽해지니 자연스레 관심이 없어졌다, 아니 정확히는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아예 등 돌린 것은 아닌데, 예전처럼 순수하게 노래를 듣기 위한 도구로 보기보다는 좀 더 기능적으로 더 편리한 수단을 제공하는 제품을 선호하게 되더라. 이는 사실 헤드셋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취향이 바뀌지 않는 것은 딱 하나, 흰색의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특히 아직도 화이트 콘셉트의 PC 공간이 재유행인 만큼 내 눈을 사로잡는 제품들이 참 많다. 검은색이 싫다는 것은 아닌데, 양자택일이면 흰색을 고르는 편이고 무엇보다 검은색의 헤드셋인데도 불구하고 이 제품 본연의 기능 등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꼭 사야겠다 싶어 구입한 적은 내 기억에 없는 것 같다. 앞서 언급한 대로 취향이 어느 정도 들어가는 제품 분야니까.
그런 관점에서 글로벌 게이밍기어 브랜드, 스틸시리즈에서 이번에 선보인 '스틸시리즈 아크티스 노바 5 무선 화이트(Steelseries Arctis Nova 5 Wireless White)' 헤드셋의 국내 출시가 참 반갑다. 그 간 보여줬던 제품들도 훌륭했지만 좋다는 건 다 넣어놔서 그만큼 가격이 내 지갑 사정과 맞지 않았기 때문에 그림의 떡이었다. 이번 신제품은 내 귀 호강 시켜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두 달 정도 커피를 좀 줄이면 가능한 범위 내에 있으며, 심지어 제품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흰색이라는 부분도 매력적이다.
제품 정보
스틸시리즈 아크티스 노바 5 무선 화이트 (Steelseries Arctis Nova 5 Wireless White)
구분: 오버이어 무선 헤드셋
연결 방식: 무선 2.4GHz + 블루투스 v5.3, 퀵 스위치 무선 전환 지원
호환 플랫폼: PC, PS, 닌텐도 스위치, Mac, VR, Android, IOS, 태블릿, Meta Quest 2, 그 외 블루투스 디바이스
컨트롤러 구분: 일체형 조작부
마이크 구분: AI 노이즈 캔슬링 광대역 마이크 / 플렉시블 / 수납형
헤드밴드 구분: 슬라이더형 / 회전식
배터리 수명: 60시간, (15분 충전으로 6시간 이용 가능한 고속 충전 지원)
소프트웨어: PC - 스틸시리즈 Nova 5 Companion / 모바일 - SteelSeries Arctis Nova 5 어플리케이션
무게: 265g
구성품: 헤드셋 / USB-C to B 연결 케이블 / USB 확장 케이블 / 무선 수신기(USB C타입) / 스티커 / 사용 설명서
헤드셋 기능: 2.4GHz와 블루투스 연결을 독립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듀얼 EQ / 100개 이상 게임 프리셋 제공
가격: 199,000원 (2024.09.19, 스틸시리즈 공식 스토어 기준)
스틸시리즈 아크티스 노바 5 무선 화이트(이하 아크티스 노바 5 화이트)는 올해 5월 중순에 출시한 '스틸시리즈 아크티스 노바 5 무선'의 흰색 버전이다. 스틸시리즈 아크티스 노바 헤드셋 라인업 중 가성비 측면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제품으로 폭넓은 멀티 플랫폼 연결 지원과 퀵 스위치 무선 전환 지원, 그리고 60시간의 긴 배터리 수명으로 많은 인기를 끈 게이밍 헤드셋이다.
특히 아크티스 노바 5만을 위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EQ 설정을 할 수 있고, 소프트웨어 내에서 지원하는 100개 이상의 게임 프리셋을 통해 게이머 개인 혹은 환경에 적합한 세팅을 쉽게 할 수 있다. 또한 아크티스 노바5 화이트는 디스코드 인증의 게이밍 헤드셋으로, 32KHz 대역폭의 고음질을 지원하는 AI 노이즈 캔슬링 마이크가 탑재되어 있다. 덕분에 음성 채팅을 동반하는 게임에도 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다.
퀵 스위치 무선 전환 기능은 다음과 같이 활용될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에 동봉된 USB-C 타입 수신기(동글)을 장착하여 연결하고, 모바일과는 블루투스로 연결한다. 콘솔 게임을 하다가 전화가 올 경우, 퀵 스위치 버튼을 눌러 모바일 연결로 전환하여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다. 이후 통화가 끝나면 다시 퀵 스위치 버튼을 눌러 플레이스테이션에서 나오는 소리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다양한 신체 조건을 갖고 있는 게이머를 위해 슬라이드형 + 회전식 헤드 밴드를 지원한다. 탈부착이 가능한 헤어밴드 덕분에 자사에서 별매품으로 취급하는 제품으로 개성을 뽐내거나, 흰색의 제품 특성상 오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별도의 세탁 혹은 교체가 간편하다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
제품 사진
마치며
고가의 헤드셋에서 누릴 수 있는 빵빵한 사운드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좀 더 가벼운 무게를 선택할 것인가. 특정 분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헤드셋 분야에서는 아직 극복되지 않았다. 단순하게 헤드셋을 음향 기기로만 생각하더라도 아크티스 노바 5 화이트는 이러한 밸런스를 정말 잘 잡은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상시 안경을 쓰고 있어서 헤드셋 선택에 좀 까다로운 편인데 오랜 시간 착용하더라도 답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밀폐가 덜 되어 다른 헤드셋에 비해 몰입감이 떨어진다거나 그런 것도 없었다. 적당히 아늑했으며, 특히 100여 개의 다양한 게임 프리셋을 이것저것 바꿔보면서 즐기는 게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운드 설정을 찾아가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다양한 게이밍 헤드셋을 만나보면, 각 브랜드 만의 혹은 제품 라인업 간의 특징이 또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별거 아닌 기능에 혹하기도, 이 정도는 타협해도 되지 않을까 했던 기능이 계속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 개인 기호가 너무나도 명확한 제품군이다. 내 기준에서 이번 아크티스 노바 5 화이트는 가격 대비 성능이 훌륭한, 스틸시리즈의 노하우가 가득 담긴 제품이라 느껴졌다.
성능적인 만족도 외에도 시장에 몇 없는 흰색의 게이밍 헤드셋의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점이 참 좋다. 개인적으로 사이즈 조절이 만족스럽게 되지 않아서, 소프트웨어단에서 너무 잦은 오류가 발생되어서, 무거워서, 사무실에서 만족하면서 썼는데 금방 망가져서 방출 혹은 구매하지 않았던 흰색의 게이밍 헤드셋 라인업에서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제품을 찾아 참 반가웠다. 흰색의 제품을 선호하는 게이머라면 이번 기회에 한번 알아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