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데 다른 일을 하던 20대의 혈기왕성한 2년 차 직장인 시절, 상사로부터 "우리에게 노트북이 총이고 정장이 방탄복이야"라는 얘기를 듣고 참 소름 끼쳤던 기억이 있다. 평소 같았다면 능구렁이처럼 세치 혀는 총알이냐고 말장난을 했겠지만 여름철 다리에 쩍쩍 달라붙는 땀을 잔뜩 먹은 긴 바지 때문에 가뜩이나 짜증이 나있는 상태였거니와 지금처럼 짧고 굵게, 그리고 찰지게 풍자할 만한 단어도 없어서 그냥 저번에 공익이라 하시지 않았냐며 말 끝만 흐렸다.
사실 그때의 불만은 당시 마흔을 갓 넘긴 직장 상사의 오그라드는 감성도, 여름철 하루에 미팅을 5번을 잡아 땀이 옷인지 옷이 땀인지 모르겠는 찝찝함도 아니었다. 영업이라는 전쟁터에 총이랍시고 쥐어준게 충전기 없이는 1시간도 버티지 못하는 사무용 노트북이었다는 것.
그래서 그런가, 일을 바꾸고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ASUS TUF에 대한 로망이 쉽게 꺼지지 않는 것 같다. 제품에 따라 무게는 다소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훌륭한 가성비를 필두로 게이밍 노트북인 듯 아닌 듯 절제된 디자인, 군용 등급이라고도 불리는 Mil-Spec (Military Specification) 인증을 통한 압도적인 내구성 등. 내 20대 때 ASUS TUF가 있었다면, 내 손에 쥐어줬다면 농담 좀 보태서 회사를 더 다녔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닌가 게임이나 더 했으려나.
서론은 다소 엉뚱한 추억 팔이의 농담조로 시작했지만, 진짜로 TUF를 선호하고 있다. 좋은 건 알겠는데 가격을 보면 멈칫하게 되는 ASUS 제품들 사이에 어느 날 샛별처럼 등장한 에이수스의 게이밍 브랜드로, 성능과 가격 모두 어느 정도 타협 가능한 수준으로 출시되기에 노트북뿐만 아니라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등 모두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브랜드다.
오늘 소개할 'ASUS TUF A16 FA608(이하 ASUS TUF A16)'은 AMD Ryzen™ AI 300 시리즈 CPU를 처음 탑재한 TUF 시리즈의 노트북으로 무엇보다 16인치의 큰 화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2kg 초반의 타협 가능한 무게를 자랑하는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제품 정보
ASUS TUF A16 FA608
CPU: 최대 AMD RYZEN™ AI 9 HX370 (12코어 24쓰레드)
GPU: 최대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70 Laptop 8GB GDDR6
디스플레이: 16형 / WQXGA (2560 x 1600) / 16:10 / 165Hz / 3ms / IPS
세부 디스플레이: 400nits / 100% sRGB / G-sync / MUX Switch / Advanced Optimus
저장장치: 1TB PCIe 4.0 NVMe M.2 SSD (2슬롯 지원)
메모리: 32GB, LPDDR5X-7500 (16GB x2, 듀얼 채널)
I/O 단자: 2x USB 3.2 Gen 2 Type-A / 1x USB 3.2 Gen 2 Type-C(DP 가능, 지싱크 가능) / 1x Type C USB 4(DP 가능) / 1x HDMI 2.1 / 1x RJ45 랜 단자 / 1x 오디오 콤보잭
네트워크: Wifi 6E (802.11ax) / 블루투스 v5.3
스피커: 2x 1W 스피커 / 돌비 애트모스 / Hi-Res Audio / AI 노이즈 캔슬레이션
웹캠: 1080P FHD IR 카메라
배터리 및 어댑터: 배터리) 90Wh / 어댑터) 240W 어댑터, 급속충전 지원(0~50%까지 30분 만에 충전)
크기 및 무게: 354.04 x 269.9 x 17.9~25.75(mm) / 2.2kg
가격: 2,599,000원 (2024.10.21, 에이수스 공식 판매 사이트 기준)
'ASUS TUF A16 FA608'는 최대 AMD 라이젠 AI 9 HX370 CPU와 RTX 4070 Laptop 8GB GPU를 탑재한 TUF 브랜드 최초의 AI 노트북이다. AMD 라이젠 AI 9 HX370 CPU의 경우, AMD의 차세대 AI CPU답게 기본 싱글코어 및 AI 성능을 비롯하여 노트북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4nm의 초박형 공정, 효율적인 전력 소비량, 배터리 성능 등으로 한층 강화된 점이 특징이다.
16인치 + 16:10 화면비가 주는 대화면 덕택에 노트북 치고 화면이 굉장히 크게 느껴진다. 게이밍 노트북답게 디스플레이 또한 신경을 많이 썼는데, QHD(2560 x 1600) 해상도와 165Hz, 그리고 3ms의 응답속도를 자랑하여 보다 깔끔하고 부드러운 게임 환경을 제공한다.
관점이 좀 독특할 수 있으나, 제품을 사용하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발열 제어와 키보드다. 에이수스의 2세대 Arc Flow Fan 디자인을 채택한 ASUS TUF A16은 외부에 84개의 블레이드, 내부에 42개의 블레이드가 있는 듀얼 임펠러 시스템을 탑재하여 회전할 때마다 더 많은 공기를 빨아들이는 원리로 동작한다. Arc Flow Fan 슈라우드에는 노트북의 메인보드 위로 공기를 내보내 발열 제어의 효과를 높였다.
1년을 써본 것도 아닌데 발열을 잘 잡는지 어떻게 알까, 근거는 단순하다. 보통 게임을 돌릴 때 노트북 브랜드에서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퍼포먼스 모드로 변경하여 부품을 괴롭히는(?) 편인데 내가 사용해 본 게이밍 노트북 중 가장 정숙했고 테스트 결과 또한 비슷한 CPU + GPU 구성 중 가장 안정적이고 높은 성능을 기록했다.
또한, 여러 대의 ASUS TUF 노트북을 구경해 보고 만져봤지만, 이번 ASUS TUF A16만큼 먹먹하고 정숙한 키보드 자판은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L사 노트북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키보드 자판을 가장 좋아했는데 이번을 계기로 마음속의 순위가 뒤바뀌었을 정도. 물론 먹먹하고 정숙한 게이밍 키보드 타건감에 대한 기호는 천차만별이니 구분감이 좋지만 소리는 정숙한 자판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제품 사진
마치며
1kg 미만의 사무용 노트북 또한 구경하는 맛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점점 가벼워지고 있는 게이밍 노트북에 관심이 더 간다. 천성 게이머라 그런 걸까. 카메라까지 짊어져야 하는 직업 특성상 아직까지는 1kg 대의 사무용 노트북의 손을 들어주는 입장이지만, 예전 같았으면 고민도 안 했을 것 같은데 그때 당시 이 제품이 있었다면 정말 깊게 고민했을 것도 같다. 제아무리 사무용 노트북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가 됐다 한들, 여전히 가벼운 사진 편집 작업만 해도 버벅거리고 주변이 더워지는 것이 부지기수니까.
게이밍 노트북치고 2kg 초반대라는 비교적 가벼운 중량도 매력적이지만, 훌륭한 부품들이 제 성능을 낼 수 있게끔 설계된 에이수스만의 독자적인 설계를 통해 느껴지는 정숙함이 정말 좋았다. 조용하기만 했어도 좋았을 텐데 실제 비슷한 수준의 부품과 사양을 갖추고 있는 제품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띌 정도로 테스트 결괏값이 높아서 더욱 만족스러웠다.
기술이 발전하며 선택할 수 있는 노트북의 폭이 넓고 정밀해졌다. 예전의 사무용 노트북은 가볍지만 성능이 아쉬운 제품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요즘은 자판을 떼서 태블릿으로 활용하며 물리적인 이점이 있는 제품도 있고 무게를 조금 더 늘려 외장그래픽을 탑재하면서 웬만한 게이밍 노트북 뺨치는 성능을 내는 제품도 있다. 거꾸로 그래픽 옵션을 다소 타협하면 어지간한 AAA급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면서 사무용 노트북 수준으로 무게를 낮춘 게이밍 노트북도 종종 만날 수 있다.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게 떨어지는 TUF 고유의 디자인과 Jaeger Gray 색상처럼, 'ASUS TUF A16 FA608'은 그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노트북인 것 같다. 강력한 성능을 뒷받침하는 발열 및 소음 제어, 게이밍 노트북치고 가벼운 2kg 초반대의 타협 가능한 무게까지. 특히 일과 일상 그리고 취미의 경계가 모호한 지금 같은 시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겠다. ASUS TUF 최초의 AI 노트북답게 멀티태스킹 또한 발군이기에 어느 정도 사양이 받쳐줘야 하는 업무까지 병행하는 게이머에게 안성맞춤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