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콜라보레이션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다른 IP를 가져와 게임 내에 캐릭터로 내보내거나,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나름 전통적인 방식의 콜라보, 그리고 최근 들어 많이 볼 수 있는 다른 제품이나 상품, 기업들과의 콜라보가 대표적일 테다.
그래서 쿠키런 킹덤이 선보인 콜라보는 아주 독특하다. 기업과의 콜라보도, 제품과의 콜라보도, 심지어 다른 IP와의 콜라보도 아니다. 데브시스터즈가 선택한 건, '대한민국 무형유산 보유자'와의 콜라보다.
시작은 나전칠기였다. 데브시스터즈는 대한민국 나전칠기 명장 제1호 손대현 장인과 콜라보를 진행했다. 그리고 손대현 장인의 아름답고, 화려하고, 그러면서도 너무나 전통적인 작품이 그려낸 건, 다름 아닌 '쿠키'였다.
데브시스터즈의 콜라보는 정말 좋은 의미로 신기하고, 특별했다. 쿠키런 IP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쿠키라는 캐릭터들 그 자체를 실제 한국의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작품으로 표현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분명히 게임과 관계가 있으면서도, 전통을 그려냈다.
그리고 이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게임에 비스트 등급의 쿠키가 새로이 등장하자 다시 한 번, 이 특별한 협업을 진행했다. 심지어 이번에는 두 명의 장인이 작품을 선보였다.
경기도 무형유산 제41호 분청사기장 보유자인 박상진 장인은 '완벽을 완성하는 이름, 파괴'라는 제목으로, 대한민국 유일의 국가 무형유산 금박장 보유자인 김기호 장인은 '욕심으로 빛나는 가치, 풍요'라는 제목으로 쿠키를 작품화했다.
전시가 오픈하는 첫날, 직접 이 특별한 작품을 보러 여의도로 출발했다. 이번 전시는 더 현대 서울 6층 '튠'에서 진행됐다. 작품들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오픈된 공간에 전시되어 있었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담긴 영상, 그리고 쿠키들의 홀로그램 영상이 계속 흘러나왔고, 덕분에 지나가던 이들의 발걸음이 쉽사리 멈추곤 했다.
첫 인상은 너무 뻔할 수 있지만, 당연하게도 정말 멋있었다. 벽면 안쪽에 전시된 두 작품은 참 아름다웠다. 특히 금박으로 표현된 골드치즈 쿠키는 게임을 잘 모르는 관람객이 감탄할 정도로 화려하면서도 거대하게 표현됐다. 검은 비단에 정교하게 그려진 쿠키의 문양은 0.3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얇은 금박이 사용됐다.
그리고 황금색으로 은은히 빛나는 골드치즈 쿠키의 금박을 지나면, 그 아래에 대담하고 섬세한 문양이 인상적인 분청사기가 전시되어 있다. 높이 45cm, 너비 28cm로 제작된 분청사기는 세밀한 면상감 기법과 자유분방한 문양으로 버닝스파이스 쿠키를 마치 고대 벽화처럼 나타냈다.
인상적인 건, 분청사기 아래에 표현된 '깨진' 조각들이었다. 작품을 제작한 박상진 장인은 메이킹 영상을 통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은 미련없이 파괴하는 도예의 장인정신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장인정신이 게임 속 파괴의 군주인 버닝스파이스 쿠키와도 이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를 직접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표현한 게 깨진 조각들이 아닌가 싶었다. 완벽한 작품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도자기가 만들어졌고, 그만큼 장인의 노력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갔다는 걸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인상적인 건 작품뿐만이 아니다. 데브시스터즈는 우리가 잘 모를 수 있는 대한민국의 무형유산 보유자들이 어떻게 작품을 만들어오고, 그들이 선보이는 우리의 문화는 어떤 모습과 이야기를 담았는지 영상과 텍스트를 통해 전달했다. 덕분에 직접 현장에서 본 작품의 의미가 좀 더 와 닿았는지도 모른다.
게임은 다양한 가치를 지닌다. 그 자체가 전달하는 재미 역시 하나의 가치일 것이고, 시청각적 요소를 담은 종합 예술이라는 가치도 가진다. 그리고 그중에는 전 세계의 젊은 세대, 현세대들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 문화라는 가치도 있다.
그래서 데브시스터즈의 콜라보는 특별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게임을 통해 전통 문화유산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선보이고, 그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관심을 가지게 했다. 이는 "이번 콜라보를 통해 우리것의 현대화와 대중화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참여했다"는 박상진 장인의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데브시스터즈가 이러한 협업을 진행한 건, 전 세계 243개국에서 서비스되며 높은 글로벌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쿠키런 IP를 통해 한국 전통문화를 더욱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우리 예술 분야의 장인과 협업해 쿠키 세계관에 어울리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 전통 예술작품으로 탄생한 아름다운 쿠키들은 더 현대 서울 6층 '튠'에서 11월 19일까지 전시된다. 오픈된 공간이기에 누구나 무료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