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행 이야기의 끝은 데스에더였다. 당시 최신 제품은 V2 Pro였고,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88g의 당시로선 초경량까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무거운 편도 아니었다. 처음 데스에더를 마주했을 때의 "뭐야 이 사슴벌레는"의 인식은 V3 그리고 V4를 거치며 디자인에 있어 다소 평범해져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그리워하게 됐다.
사설이 길었다. 어쨌건 데스에더 광팬 입장에서 3년 만에 신제품으로 돌아온 '레이저 데스에더 V4 Pro(Razer DeathAdder V4 Pro, 이하 데스에더 V4 Pro)'는 반갑기도, 걱정이 되기도 했다. 마우스 신제품 주기가 이렇게 빨라도 괜찮을까? 데브삼도 여전히 좋은 마우스인데. 그리고 제품을 받고 쥐는 순간 입에서 한 마디가 나왔다. "그래, 이게 데스에더였지"
제품 정보
정말 비슷하게 생겼지만 쥐는 순간, 느껴지는 것들이 전부 다르다

Razer DeathAdder V4 Pro
구분: 오른손잡이용 비대칭 게이밍 마우스
색상: 블랙 / 화이트
연결 방식: 무선 - Razer HyperSpeed Wireless 2세대 / 유선
센서: 2세대 Razer Focus Pro 45K 옵티컬 센서
스위치 유형: 4세대 Razer 옵티컬 마우스 스위치
마우스 피트: 100% PTFE
최대 감도: 45,000 DPI
폴링레이트: 최대 8,000Hz(8kHz, 무선 및 유선 모두 지원, 0.125ms)
최대 속도: 900 IPS
최대 가속: 85G
무게: 56g
마우스 크기: 128 / 68 / 44(mm, 근사치)
배터리 구분 및 수명: 충전식 / 1,000Hz 기준 최대 150시간 / 8,000Hz 기준 최대 22시간
스크롤 휠: 24단계, 옵티컬(광학 휠)
가격: 268,880원 (2025.07.11, 레이저 공식 사이트 기준)

정말 이름 빼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하나씩 다 설명하자면 너무 기니, 데스에더 V4 Pro만의 강점을 우선으로 그 외 V3 Pro 대비 개선된 점에 대해 나열해 보겠다.
먼저 레이저의 4세대 옵티컬 마우스 스위치가 탑재된 최초의 제품이다. 레이저의 광학 스위치는 우리 게이머들이 과거 종종 겪었던 더블클릭 이슈를 물리적으로 해결한, 매우 훌륭한 발명품이다. 레이저의 도전 덕택에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의 플래그십 제품들에 광학 스위치를 도입하게 됐다. 내가 마우스 여행 당시 데스에더를 선택한 이유 중에 3할 이상은 이 광학 스위치에 있기도 했다. 레이저에 따르면 이번 4세대 옵티컬 마우스 스위치는 이전 스위치의 개선 스위치가 아닌, 완전히 새롭게 설계했다고 한다. 키보드 스위치도 아닌 게 무려 1억 회 클릭 수명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 레이저의 무선 기술인 HyperSpeed Wireless 2세대를 지원하는 최초의 제품이다. 이번 2세대에서는 평균 레이턴시 0.291ms의 초저지연을 자랑하며, 이는 이전 1세대가 1위를 달렸던 0.461ms라는 수치와 비교했을 때 약 2배 빠른 수준이다.
레이저에서는 초저지연율을 강조했는데, 이는 아래 그림을 보면 이해가 좀 더 빠르다. 제아무리 같은 8kHz 폴링레이트를 지원하는 제품이라고 해도 입력되는 정보의 빈도수와 속도가 적고 느리다면 안정성 측면으로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 분야의 효과를 확실히 체감할 수밖에 없는 프로게이머, e스포츠 선수들을 통해 테스트되고 검증받았다고 한다.

세 번째, 45,000 DPI를 지원하는 2세대 레이저 Focus Pro 45K 옵티컬 센서를 탑재한 최초의 마우스다. 마우스 계의 '3대 몇?'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수치는 45,000 DPI, 900 IPS, 85G라는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
해당 센서를 통해 최근 신제품에서 맛볼 수 있었던 다이내믹 감도라는 재밌는 기능을 맛볼 수 있다. 레이저에서 제시한 예시는 총을 겨냥할 때와 시선을 이동할 때,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정밀한 헤드샷을 위해 비교적 낮은 감도의 손을 들어주고 울며 겨자 먹기로 시선 이동 시 마우스를 뗐다 붙였다 하며 조작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다이내믹 감도를 통해 커브 프로파일 선택에 따라 손의 속도를 책정하여 자동으로 저감도와 고감도를 오갈 수 있다. 말을 좀 어렵게 했는데 조금 쉽게 설명하면 적군의 헤드샷을 노리는 정밀한 마우스 조작 시에 느리게 움직이니 저감도로 설정, 시선 이동 시엔 마우스를 빠르게 이동하니 고감도로 설정하여 내가 마우스를 이동하는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감도를 조절해 준다는 얘기다. 이는 하나의 예시일 뿐, 게이머에 따라 원하는 입맛대로 설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크롤 휠에 옵티컬, 즉 광학 기술이 적용된 최초의 레이저 마우스다. 언젠간 한번은 휠이나 좌측 보조 버튼도 광학 스위치를 탑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상상 중 하나가 이루어졌다. 레이저에 따르면 일반 기계식 스크롤 휠 대비 3.3배 더 안정적이고 일정한 휠을 지원하며 물리적으로 작동하는 기계식의 마모 문제를 완전히 초월하여 보다 뛰어난 내구성을 지원한다고 한다.
특히 이는 스크롤 휠을 굴리지 않고 직접 누를 때 더욱 체감되는데, 일반적인 기계식 스크롤 휠의 경우 부품이 물리적으로 움직이며 튕기기 때문에 지연 시간도 길고 가끔 휠이 굴러가는 경우도 잦다. 하지만 데스에더 V4 Pro에 탑재된 스크롤 휠은 광학 기술이 적용되어 빛을 기반으로 작동하기에 모든 스크롤이 더욱 또렷하고 선명하며 일관적이다.
그 외로 V3 Pro와 다른 점은 최대 폴링레이트를 지원하는 전용 수신기가 동봉되어 있다는 점이다. V3 Pro의 경우 전용 수신기가 있었지만 4kHz를 지원하는 수신기를 별매품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덕분에 비교적 가격이 너무 오르진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수신기 디자인 또한 반구 형태의 독특한 모양을 갖추고 있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

여기까지만 해도 끝난 것 같지만, 이게 이번 데스에더 V4 Pro에 적용된 기술적인 부분일 뿐 어필해야 할 포인트가 더 있다. 데스에더의 별명 중 하나는 '페이커 마우스'인데, 레이저와 페이커의 전략적 파트너십 이전부터 페이커가 데스에더를 애용했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기도 하다.
이번 데스에더 V4 Pro는 페이커가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하여 좀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페이커를 비롯한 전세계 수많은 프로게이머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종합하여 데스에더 V4 Pro에 녹여내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로 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 수 있는 소재를 채택했다고 한다. 두 번째는 마우스 피트 영역을 더욱 크게 넓혔다. 세 번째는 오입력 방지를 위해 좌측면 버튼 두 개의 간격을 만들었다.
또, 사용자 입장에서 크게 와닿을 수 있는 무게가 기존 제품 대비 11% 가벼운 56g이 됐다. 마우스 피트 또한 굉장히 넓어졌다. 배터리의 수명 또한 기존 90시간에서 150시간(1,000Hz 폴링레이트 기준)으로 대폭 늘었다.
정말 마지막으로 무선 수신기(동글)의 디자인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동그란 원 모양이 되었는데, 재밌게도 상태 표시등이라는 옵션을 갖추고 있다. 이 상태 표시등은 말 그대로 데스에더 V4 Pro의 상태를 LED의 색깔로 알려주는데, 예를 들자면 배터리 잔량이 많을 땐 초록색, 중간일 땐 노란색, 거의 없을 땐 빨간색이 점등된다. 기본적으로 연결 상태와 남은 배터리 잔량 그리고 현재 적용된 폴링레이트를 표시한다. 그 밖에도 다른 설정 대신에 DPI 단계도 표시할 수 있다.






































주관적인 평
외형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으나 확실히 좀 더 데스에더 같다

처음 제품의 사양을 접하고 공식 이미지를 봤을 때까지는 겉모양이 V3 Pro와 거의 다를 바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내 개인적인 주관으로는 V3 Pro는 데스에더답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마우스의 성능과 전혀 무관한, 오직 내 주관적인 평가다. 나 역시 어제까지 데스에더 V3 Pro를 계속해서 쓰고 있었으니까.
개인적으로 손이 크다 보니 어지간한 마우스들이 잘 맞지 않았고 그렇게 데스에더 V2 Pro를 만족해서 사용했다. V3 Pro 또한 그 만족감에 구입한 것이었지만, "역시 데스에더!"의 느낌보다는 그냥 대부분의 마우스의 성능을 평가하는 기준에 따라 잘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느낌이 짙었다.
V3 Pro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큰 감량에 따른 텅 빈 느낌. 초경량 마우스에 있어 휘날리는 느낌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지만, V3 Pro의 경우 그 정도가 심했다. 지나간 얘기니까 하는 말이지만 내가 마우스를 정할 당시에 지슈라가 더블클릭 이슈만 아니었어도 내 선택은 달랐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 마우스가 좀 더 볼록하게 설계되어 손에 착 들어오는 느낌은 고수했지만, 넓게 핀 상태로 쥐었던 V2 Pro에서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V4 Pro를 손에 처음 쥐어보니 V3 Pro에서 느꼈던 텅 빈 느낌은 조금 더 채워졌고, 마우스 등이 좀 더 높게 설계되어 나처럼 손이 큰 팜그립을 쥐는 게이머에게 좀 더 최적화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꽉 찬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V3 Pro를 꽉 차게 팜그립으로 쥐었을 때, 검지와 중지가 튀어나왔었다. 데스에더 V4 Pro 또한 마찬가지긴 한데 V3 Pro에 비해 조금 덜 튀어나온다. 이 사소한 차이가 정말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데, 마우스를 클릭하는 손가락의 볼록한 부분에 딱 걸쳐져 만족스러웠다. 물론 V2 Pro에 견줄 만큼 만족스럽다는 아닌데, V3 Pro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첫인상과는 정반대로 좋은 시작이었다.





스위치는 확실히 호불호가 느껴질 것 같다. V2 Pro의 클릭감의 경우 조금 찐득한 느낌이라 호불호가 많이 갈렸지만 나에겐 호였다. 데스에더 V4 Pro의 클릭음 자체는 V3 Pro 대비 좀 더 맑고 울리며 높은 음이 난다. 온전히 클릭감만 놓고 표현하자면 V3 Pro의 경우 포카칩을 손가락으로 부수는 느낌이라면 V4 Pro는 프링글스를 부수는 느낌. 구분감이 좀 더 확실하고 소리가 깔끔한 건 사실인데 그게 무조건 좋다는 느낌으로 오진 않는다. 이 덕에 클릭 수명이 1천만 회 늘었다니 그럼 봐줄 만한 것 같기도 하고.
의외로 광학 설계의 스크롤 휠에 굉장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고 사용자의 반응 또한 좋을 것 같다. 휠을 굴리는 자체에도 굉장히 구분감이 또렷하게 느껴졌고, 휠을 누를 때도 휠을 누른다의 느낌보다 클릭을 한다의 개념으로 소리가 구분되고 촉각이 느껴졌다.
넓어진 마우스 피트에 대해서는 좀 더 사용해 봐야 알겠지만, 잠깐 사용해 보고 느껴진 바로는 정말 시원하게 잘 움직여진다. 덕분에 56g이라는 무게가 더욱 가볍게 느껴지는 장점은 덤. 마우스 소재의 경우 V3 Pro와 미묘하게 다른데, 레이저가 설명한 편안하고 좀 더 밀착이 느껴지는 질감이 느껴진다. 겉면이 좀 더 밀도 있다고 해야 할까. 다만 이 부분에 있어 나는 손에 땀이 잘 나지 않아 괜찮았는데, 손에 땀이 나는 게이머에게 조금 타이트하게 달라붙지 않을까라는 노파심이 앞선다.















마치며
데스에더 팬이라면 만족할 수밖에 없는 제품!
전세계를 비롯하여 우리나라에만 해도 데스에더 마우스의 팬층은 두텁다. 이는 예전부터도 그랬지만, 페이커 선수의 데스에더 사랑 덕택에 더욱 그렇게 된 것 같다. 나와 같은 데스에더 마우스의 팬이라면 주저 없이 사도 될 것 같다. V3 Pro는 출시 당시 앞서 언급한 내용과 같이 좋은 최신형 마우스 같았는데, 이번 데스에더 V4 Pro는 진짜 데스에더 차세대기 같은 느낌이 물씬 난다.
다만 게이밍 마우스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조금 조심스럽다. 나 같은 사람들은 생각 없이 허리띠 졸라매고 사는 편이지만, 마우스 하나에 약 27만 원을 쓰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우스라는 게 워낙 주관적으로 평가할 요소도, 만족의 방향 또한 다양한 분야이기도 하니까.
데스에더는 레이저를 대표하는 게이밍 마우스이자 항상 레이저의 독자적인 기술들을 집대성하여 출시된다. 이번 데스에더 V4 Pro는 레이저의 제품 철학과 독자적인 최신 기술이 담긴 선봉장으로서의 의미도 큰 것 같다. 무엇보다 V3 Pro 대비 데스에더 라인업의 고유한 색채를 물씬 풍겨 더욱 기쁘다. 그리고 난 지갑을 열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