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노코짱은 단순한 공지 전달을 넘어 유저와 친구처럼 대화하며, SNS와 방송을 통해 “게임과 커뮤니티의 다양한 이야기를 유연하게 전달하는 매개의 역할”을 맡고 있다. 나아가 지난 NDC에서도 한 차례 '키노코짱'이 강연으로 소개되기도 했고, 한국 팬들의 유입도 생겨났다.
키노코짱은 라이브 방송과 참여형 이벤트, 심지어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까지 선보이며 팬 문화를 넓혀가고 있다. 넥슨 일본법인 측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유저들이 재밌다고 느끼는 요소를 날카롭게 다듬는 것”이라며, 캐릭터가 단순 홍보를 넘어 ‘디지털 아이돌’로 성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아래는 넥슨태그를 통해 소개된 '키노코짱'의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다.
일본 메이플 슈퍼스타 '키노코짱'의 탄생 비하인드

게임 운영자로 버튜버(버츄얼 유튜버)를 도입한 게임이 있습니다. 서브컬처 게임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일본에서 넥슨이 서비스하는 메이플스토리입니다. 유저 소통을 담당하는 버튜버 ‘키노코짱’이 그 주인공이죠.
이들의 운영 방식을 보면 ‘독특하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키노코짱 소재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공개하거나 유저와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는 등 전에 없는 소통법을 선보였거든요.
버튜버로 어떻게 유저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일본 메이플스토리의 마케팅을 이끄는 넥슨 일본법인 오주희 리더를 만나봤습니다.
메이플스토리 키노코짱은 왜 만들어졌을까?
2021년 4월 1일, 넥슨 일본법인은 만우절을 맞아 특별한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Project NxN4’라는 이름으로, 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마비노기·테일즈위버의 세계관 속 캐릭터들이 한 팀을 이루는 가상의 버추얼 그룹을 공개한 것이죠. 그중 한 명이 바로 메이플스토리의 ‘키노코짱’이었습니다. 이벤트 글이 올라오자마자 ‘Project NxN4’의 정식 데뷔를 요청하는 유저들의 반응이 이어지며 커뮤니티가 한껏 들썩였죠.
이후 이 프로젝트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당시 일본 메이플스토리 운영진의 주요 고민 중 하나는 유저와의 소통 방식이었습니다. 기존 공식 채널은 주로 공지 형태의 일방향적 전달에 머물렀고, 이로 인해 유저와의 거리감이 크게 느껴진다는 내부 진단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운영팀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했죠. 버추얼 캐릭터를 커뮤니티 매니저로 활용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처음부터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리소스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때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이 바로, 만우절에 공개했던 키노코짱이었죠. 이미 캐릭터의 콘셉트가 어느 정도 잡혀 있었고, 내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만큼 이를 다시 꺼내 활용해보자는 의견이었습니다.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개발팀과 기획 방향과 콘텐츠 제작 방식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대화가 잘 통하는 친구와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처럼 유저들이 키노코짱을 언제나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콘셉트를 재정의했습니다. 게임과 커뮤니티의 다양한 이야기를 유연하게 전달하는 매개의 역할로서 말이죠.
특히 일본에서 버튜버 문화가 이미 널리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유저들이 버튜버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게임에 대한 애정을 키울 수 있고,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접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죠.
이러한 준비 과정을 거쳐 키노코짱은 2023년 11월 21일, SNS 플랫폼 X(구 트위터)를 통해 공식 커뮤니티 매니저로 정식 데뷔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장난스럽게 시작된 아이디어였지만 유저와의 거리를 좁히고 커뮤니티의 온기를 회복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었죠.

버튜버를 게임 커뮤니티 매니저(CM)로 활용하는 방식
키노코짱은 메이플스토리 하면 떠오르는 대표 몬스터 ‘주황버섯’을 모티브로 한 버추얼 아이돌입니다. 게임 속 주황버섯이 활발하게 점프를 하는 모습에 착안해 밝고 에너지 넘치는 성격을 키노코짱에 부여했죠. 여기에 유저와 활발히 소통하겠다는 목표가 더해지면서 발랄하고 친근한 ‘핵인싸’ 콘셉트가 정해졌습니다.
일본 운영팀은 초기부터 운영 방향성을 명확하게 잡았습니다.
① 친구처럼 편하게 대화하기: 게임 얘기뿐 아니라 일상적인 소소한 이야기도 함께 나눔
② 스토리텔링: 메이플스토리 세계관을 바탕으로 현실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것
③ 다양한 접점 만들기: SNS, 이벤트, 오프라인 행사에서 언제든 유저와 만날 수 있도록 접점을 형성
④ 트렌드 캐치: 유행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메이플스토리만의 매력은 잃지 않기
오주희 리더는 키노코짱의 제작 과정도 소개했어요. 먼저 일러스트 디자이너가 키노코짱을 그립니다. 다양한 표정과 각도까지 고려해서 세밀하게 작업하죠. 웃는 얼굴, 놀란 얼굴, 귀여운 제스처까지 모두 준비해 두는 거죠. 그 다음 단계는 Live 2D 작업입니다. 디자이너가 만든 일러스트를 여러 레이어로 분리하고, 리깅(rigging)*이라는 작업으로 움직임을 넣어줍니다.(*리깅: 캐릭터의 뼈대를 만들어 심거나 캐릭터가 움직일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작업)
키노코짱이 라이브 방송에 등장할 때는 페이셜 트래킹 카메라가 사용됩니다. 담당 스태프가 카메라 앞에서 표정과 움직임을 지으면, 이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키노코짱에게 반영돼요. 즉, 스태프의 감정과 표현이 곧 키노코짱의 모습이 되는 거죠.

이렇게 만들어진 키노코짱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동 범위를 넓혀갔습니다. 유행하는 트렌드를 활용해 게임 업데이트에 대한 소식을 안내하고, 유저가 올린 포스팅을 리액션하며 유저들과 더욱 가까워졌죠. 나아가 키노코짱 소재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공개하거나 실시간으로 게임 플레이 방송을 진행하는 등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발굴하려고 노력했어요.
오주희 리더가 경험한 버튜버 팬덤의 핵심은 즐거움이었어요. 단순히 게임의 정보만 전달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저들과 굉장히 친밀한 거리에서 함께 떠들고,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이슈를 계속해서 커뮤니티에 생성하는 역할을 했죠. 키노코짱의 인기 비결은 꾸준한 콘텐츠 발행과 메이플스토리 IP의 힘에 있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키노코짱의 X 구독자 수는 지난해 대비 약 2.6배 증가했습니다. 키노코짱이 방송을 시작하면 해당 서버의 동시 접속자 수 또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죠. 완전히 새로운 흐름이 커뮤니티에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고 해요. 일본 메이플스토리 마케팅팀이 키노코짱의 세계관을 더 확장하는 미션을 세운 배경이기도 하죠.
팬과 소통하며 발전하는 키노코짱 세계관
키노코짱의 말투에는 특별한 습관이 있습니다. SNS 플랫폼에서 키노코짱이 사용하는 공식 말투로 바로 문장의 끝에 ‘뿌루~’를 붙이는 것이죠. “안녕하세요뿌루~”처럼요. 이 귀여운 말투는 어느새 팬들 사이에서도 하나의 놀이가 되었습니다. 댓글창에는 "お疲れ様ぷる~(고생했어요뿌루~)", "今日も楽しかったぷる~(오늘도 즐거웠어요뿌루~)" 같은 표현들이 가득합니다. 단순한 캐릭터와 팬의 관계를 넘어 함께 문화가 확산되는 모습이죠.
유튜브에서는 보스 격파를 목표로 한 라이브 방송을 자주 진행합니다. 물론 미션이 쉽지 않아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지만, 팬분들은 언제나 따뜻하게 응원해 줍니다. 오주희 리더는 키노코짱이 20번 넘게 도전한 끝에 보스를 마침내 쓰러뜨린 일을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꼽았어요. 당시 채팅창은 순식간에 “木の子ちゃん最高ぷる(키노코짱 최고뿌루)”라는 메시지로 가득 찼고, 운영팀 모두에게 큰 감동과 성취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오주희 리더는 버튜버를 운영하며 중요한 노하우를 얻었습니다. 늘 유저들의 시선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유저들이 재밌다’고 느끼는 요소를 날카롭게 다듬는 일이었죠.
마케팅팀의 다음 목표는 키노코짱의 세계관을 넓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팬아트부터 해시태그 챌린지, 키노코짱의 의상이나 콘셉트를 팬들이 직접 투표로 선택할 수 있는 참여형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키노코짱의 성장에 팬들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느낌을 제공하기 위해서죠.
더 가까이에서 유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 자리야말로, 서로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니까요. 최근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5) 세션에 참여한 이후로 한국 팬들의 유입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이 계기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도 고려해 보려고 합니다. 키노코짱이 새로운 팬층과 연결되는 첫 걸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키노코짱은 단순히 '캐릭터를 씌운 유튜버'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아이돌입니다. 게임과 유저의 연결고리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팬들의 다양한 IP 경험을 돕고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하죠. 단순한 게임 플레이를 넘어, 게임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재치 있는 도전이 계속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