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활협전, 탕후루 소녀 '엽운상'과 함께한 15시간의 러브 스토리

게임소개 | 김동휘 기자 | 댓글: 3개 |



'활협전(活俠傳)'은 대만의 2인 인디 개발사 오브 스튜디오(原始鳥熊, Obb studio)가 선보인 무협 비주얼 노벨 게임이다. PC/콘솔 게임을 즐겨하는 유저라면 오다가다 제목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꽤 화제가 된 바 있는데, 다름 아닌 주인공의 독특한 외모 때문이다.

흔히 수려한 외모의 영웅상이 주류인 무협 장르에서, 일부러 못생기게 디자인된 주인공은 많은 유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도대체 뭐 하는 게임이길래 주인공이 저렇게 생겼지?"라는 단순한 궁금증으로 인해 게임을 구매한 유저들도 적지 않았을 정도. 그런데 이게 웬걸? 막상 플레이해 보니 스토리와 선택지의 깊이가 기대 이상이라는 점에서 의외의 호평이 쏟아졌다.



▲ 게임 역사상 가장 파멸적인 외모

물론 활협전의 초반 반응이 긍정적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정식 출시작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콘텐츠 구성은 얼리 액세스에 가깝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일부 미구현된 기능이 있다던지, 떡밥만 잔뜩 던져놓고 플레이할 수 없는 스토리 분기들이 다수 존재한다던지 하는 이유였다. (물론 게임의 볼륨 자체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거기에 업데이트 지연 및 공식 한글화의 번역 품질 문제까지 겹치며 한국 유저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 이슈들은 개발사의 대응으로 점차 개선되었다. 지속적인 패치를 거치며 메인 스토리와 서브 퀘스트의 볼륨이 늘어났고, 공식 한글화 역시 수정 작업이 거듭되면서 현재는 안정적인 품질을 확보했다. 또한 최근 1.0.5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엽운상 루트를 추가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게임'이라는 이미지를 차근차근 쌓아 올리고 있다.



내가 직접 써 내려가는 무협 소설


'활협전'의 핵심은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분기형 서사다. 단순히 선택지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의 반응을 감상하는 수준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결정 하나하나가 다음 분기, 그리고 결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활협전은 평범한 '비주얼 노벨' 게임을 넘어 '내가 직접 쓰는 무협 소설'에 가까운 몰입감을 제공한다.



▲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선택지



▲ 선택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도 변한다

스토리 분기도 풍부하다. 대사 선택이나 캐릭터의 능력치, 호감도 같은 플레이어가 의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부분과 주사위 굴림, 전투의 승패, 랜덤으로 발생하는 이벤트 등 플레이어의 개입이 제한적인 요소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게임 초반에 아무 생각 없이 고른 사소한 선택지 하나가 스노우볼이 되어 캐릭터의 생사나 세력의 존망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다시금 '선택의 무게'를 체감하게 하고,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는 동력이 된다.



▲ 재미 삼아 남의 엉덩이를 박살 냈다간



▲ 얼마 안 가 게임의 엔딩을 볼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활협전이 그저 많은 분기에만 의존하는 게임은 아니다. 깊이 있는 정통 무협 스타일의 이야기가 기저에 깔려있지 않았다면 아무리 많은 분기와 결말이 있다 한들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을 테니까.

활협전의 이야기는 단순히 ‘무공을 익히고 강호에서 성장하는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인간관계와 정치적 사건이 미묘하게 변화하고, 주인공 '조활'을 포함한 대다수의 캐릭터들은 선악으로 쉽게 구분되지 않는 입체적인 인물들이기에 같은 사건이라도 플레이어의 가치관과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 미연시가 아닌 깊이 있는 정통 무협 스타일의 서사


‘무료 업데이트’라 쓰고 ‘DLC’라 읽는다


최근 진행된 1.0.5 대규모 무료 업데이트 역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메인 스토리에 특정 루트와 다양한 분기가 추가되면서 기존에 다소 불완전하게 느껴졌던 내러티브가 한층 단단해졌고, 콘텐츠 볼륨 또한 대폭 늘어났다. 분량만 놓고 보면 신규 업데이트 내용만 최소 15시간 이상은 거뜬히 즐길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히로인 '엽운상'의 루트다. 그동안은 단역에 머물던 캐릭터였지만 이번 업데이트로 무게감 있는 서사를 부여받은 핵심 인물로 돌아왔다. 엽운상은 특정 조건 만족 시 게임의 초반부터 등장하는 인물이기에 업데이트 이전에 본편을 해보지 않았더라도 결여된 정보 없이 이야기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 이번 업데이트의 주인공 '엽운상'



▲ 당호로(탕후루)를 좋아하는 귀여운 소녀다

병약 미소녀 메스가키 속성의 캐릭터인 엽운상의 이야기 자체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활협전의 이야기가 주로 주인공의 성장과 인간관계, 그리고 강호의 세계에 집중했다면 엽운상 루트는 보다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서사에 초점을 맞춘다. '짓궂은 장난을 잘 치는 병약 미소녀'의 이야기가 클리셰적으로 느껴질 수는 있지만, 이 역시 플레이어의 성장 방향과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기 때문에 뛰어난 몰입도를 자랑한다.



▲ 진 히로인 답게 시작부터 설렘 한 스푼



▲ 응 아니야



▲ 엽운상의 복잡한 사연도 흥미롭다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는 단순한 콘텐츠 확장에서 그치지 않았다. 활협전은 원래 특정 스토리 분기에 진입하기 위해선 능력치, 특정 선택지, 과거의 분기 조건 등을 세밀하게 쌓아 올려야 했다. 이로 인해 신규 유저들은 물론이고, 다회차 플레이어들 역시 원하는 루트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공략을 참고하거나 반복 플레이가 사실상 필수였다. 이러한 구조는 분기 설계의 깊이를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접근성 면에서는 다소 높은 장벽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로 추가된 엽운상 루트는 이런 구조적 한계를 완화했다. 엽운상 루트와 함께 추가된 '버려진 사찰', '청성파 유학'분기가 마치 징검다리처럼 기능하며, 이전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자연스러운 접근이 가능해졌다. 플레이어가 엽운상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며 선택과 성장을 해 나간다면 비교적 자연스럽게 '청성파 유학'분기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고, 해당 분기에서 발생하는 이벤트들은 대다수가 엽운상의 호감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강제로 특정 행동을 반복할 필요도 없어졌다.


완성되지 않았으면 하는 이야기


이번 업데이트가 활협전을 완성된 게임으로 만들어주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활협전은 미완성된 게임이며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미완성’이야말로 활협전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현재 게임에는 총 9명의 히로인이 등장하는데,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를 포함하면 현재 4명의 이야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엽운상의 루트만 하더라도 약 10시간 이상에 달하는 풍부한 볼륨을 자랑하며, 스토리의 밀도 또한 기존 루트에 비해 한층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앞으로도 5명의 이야기가 더 남아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미완성으로 느껴진다기보다는, 앞으로의 업데이트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요소라 할 수 있지 않을까?



▲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활협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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