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몇 년간 한국 모바일 MMORPG은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60%를 넘어서던 RPG 점유율 자체가 떨어진 것도 문제였지만, RPG 장르 내에서의 비중 하락도 눈에 띄었다. 시장 조사업체 센서타워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80% 가까웠던 MMORPG의 RPG 장르 내 비중은 2024년 56%까지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난과 신작 성과 부진이 이어지던 엔씨소프트는 신작 '아이온2'에 사활을 걸었다. 사전 공개된 영상, 일반 유저를 대상으로 한 FGT 역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가뜩이나 쪼그라드는 시장 상황에서 섣불리 '아이온2'와 경쟁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게임사의 출시일 조정도 감지됐다.
그런 와중에 한 발 먼저 시장에 선을 보인 '뱀피르'가 매출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 컴투스가 서비스하는 '더 스타라이트'가 출시를 앞두고 있고 '아이온2'와 함께 하이브IM의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 역시 하반기 출시와 함께 영상 등의 프로모션을 이어가고 있다.
'마비노기 모바일', 'RF온라인 넥스트', '레전드 오브 이미르' 등 상반기 대작으로 꼽힌 MMORPG 출시 기조가 예상과 달리 하반기에도 이어지는 셈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MMORPG라는 장르 부활 조짐으로 이를 분석하는 시선도 늘고 있다.

계속되던 MMORPG의 하락세는 시장 자체의 위축된 분위기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이나 '라스트 워: 서바이벌'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한 광고 전략으로 유저들을 빠르게 끌어들인 외산 게임이 국내 게임들을 밀어내고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방치형 게임의 성장 역시 MMORPG의 하락세를 보여주는 듯했다. 방치형 게임은 조작 요소를 빼 접근성 자체는 높여 MMORPG 특유의 피로도를 없앴다. 과금 체계도 게임 진입 단계에서는 기존 MMORPG보다 간단하게 구성해 후반 고과금 필요 구간까지 유저를 잡아뒀다. 이는 곧 RPG 시장 내 매출 비중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렇기에 뱀피르와 근래 MMORPG의 흥행은 국내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모바일 MMORPG의 수요층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리니지 프랜차이즈와 '오딘: 발할라 라이징' 등 상위권을 지키는 모바일 MMORPG는 짧게는 2021년에서 길게는 2017년 출시됐다. 장르 내 새로운 게임에 대한 갈증이 커질만큼 커졌다. 여기에 콘텐츠 차별화, 자체 IP를 활용한 세계관 구축을 통한 신선함이 MMORPG 유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이른바 잘 만든 모바일 MMORPG에 대한 수요가 증명된 만큼, 사업 방향을 전환하던 개발사들의 MMORPG 투자 역시 회복되는 조짐도 나타난다. 모바일 MMORPG는 높은 고정 팬층, 장기간 과금 발생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대표 장르 중 하나였다. 이미 검증된 시장 내에서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면 충분히 시장 진입을 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여전한 시장 규모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콘텐츠 성장과 트렌드 변화가 장르 내부적인 혁신에 그친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리니지를 시작으로 성공 방정식을 따라 획일화된 MMORPG끼리 비교하면 수동 플레이 강화, 독특한 세계관 등으로 주목받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콘텐츠 핵심은 반복적이라는 평가 역시 존재한다. 또한, 랜덤과 반복 과금을 통한 수익화 모델에 따른 고매출은 시장의 분위기를 왜곡해 반영한다.
게임 시장 규모가 큰 미국과 유럽의 경우 MMORPG 서비스 비중은 PC가 지배적이며, 콘솔 역시 높은 수치를 차지한다. 모바일 MMORPG 비중은 전체 중 25% 정도에 그친다. 공정한 경쟁을 중요하게 여겨 한국식 부분 유료화에 반감을 드러내는 팬들도 한국보다 많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 역시 비슷한 성향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약점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당장의 대작 성공과 매출에 다시 우후죽순 모바일 MMORPG가 늘어나면 몇몇 상위권 게임만을 남겨두고 위축되던 시장 분위기가 재현되지 말란 법도 없다. 모바일 MMORPG가 가진 불신을 걷어내고 더 너른 세대가 유입될 수 있는 접근성을 통해, 글로벌 도약과 장기적인 운영이 가능한 뒷심을 키울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