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환 대표를 처음 만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다. 업계 22년차라고 본인을 소개하던 '게임테일즈'의 대표. 이미 오래 전이기도 하고, 직업 특성 상 개발자들과의 인터뷰가 워낙 잦다 보니 기억이 다소 혼재되어 있긴 하지만 몇 가지 장면은 마치 스틸컷처럼 머리 속에 남아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인상'이다.
꿈을 놓지 않는 사람
8년 전, 정성환 대표와 만나고 집에 오는 길에 했던 생각이다. 이후 4년이 흘러, 26년차 개발자가 된 정성환 대표를 만났을 때도 이는 같았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를 위한 준비도 계속 하고 있지만 아직 '대운'이라 할 계기를 찾지 못한 사람.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업력을 쌓았지만,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사람.
그리고 다시 4년이 흐른 지금, 다시 만난 정성환 대표는 꿈이 아닌 현실을 가져왔다. 그가 처음부터 그렸던 꿈과 완벽히 같지는 않겠지만, 그 꿈에서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게 된 게임. '더 스타라이트'를 말이다. 4년 만의 만남이지만, 완전히 달라졌다. 꿈을 쫓던 사람에서, 현실을 달리는 사람이 된 정성환 대표. 오래된 건물의 작은 오피스가 아닌, 번듯한 건물의 대표실에서 만나 시작된 대화. 이 인터뷰는 '더 스타라이트'가 아닌, 정성환 대표에 대한 이야기다.

Part 1. 10년 준비한 타이틀, 개발에 이르기까지.
어렴풋이 기억난다. 과거 정성환 대표는 콘솔 기반의 RPG로 개발중인 'TS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자신이 직접 집필한 소설을 기반으로 쌓아올린 서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크로스오버된 JRPG 감성의 정통 RPG. 이후, 한동안 소식이 뜸해 생각했던 대로 잘 풀리지는 않았는가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그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이어진 게 '더 스타라이트'다.

정성환 대표가 말한 개발 시작 시기는 2022년 9월. 현재인 2025년 9월 출시를 이뤄냈으니 정확히 만으로 3년이 걸린 프로젝트다. 하지만, 과거의 흔적에서 알 수 있듯 구상 자체는 10년이 넘었다. 정통 MMORPG로 기획했다가 액션 RPG로 노선을 틀었고, 다시 우리에게 익숙한 K-MMORPG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7년. 혼자 이런 저런 빌드를 만들고, 데모를 만들어왔지만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가동할 '기회'를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의 '더 스타라이트'의 기획이 나오고서야, 게임을 비로소 현실로 만들어 낼 만한 기반이 생겼다는 뜻이다. 최초의 기획과는 많이 달라졌고, 정성환 대표도 일정 부분은 고집을 덜어낼 수 밖에 없었다. 스스로 타협했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회사가 힘든 시기에도, 함께한 직원들이 있었다. 때로는 생계의 문제로 어쩔수 없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나서는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함께 해 온 가족같은 직원들이 있기에, 막연한 꿈이 아닌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다. '더 스타라이트'의 돗대가 세워졌고, '컴투스'라는 순풍을 받아 프로젝트는 빠르게 궤도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인연이었던 정준호 AD와 남구민 감독을 다시 만났다. 과거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정준호 AD는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를 통해 중개받아 다시 연락이 닿았고, 그보다 더 전에 함께 일했던 남구민 감독과도 다시 연락했다.
한국 게임의 전성기를 함께 보내온, 어떻게 보면 '노장(老將)'이라 말할 수 있는 세 명의 개발자. 그 때의 감성을 살리면서도 오늘날의 기술과 트렌드를 접목한 게임. '더 스타라이트'의 방향성은 그렇게 정해졌다.

Part2. '4세대', 그거 도발 아닙니다.
방향성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이뤄진 스몰 토크에서, '4세대'라는 단어가 처음 나왔다. 정준호 AD와의 대화에서 나온 '4세대 아이돌'. 복고적인 감성과 최신 기술, 새로운 시대의 인물들이 더해지면서 만들어진 문화 코드는 '더 스타라이트'가 향해야 할 이정표와 같았다. '뉴트로' 말이다.
정성환 대표는 "나는 그보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감성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여튼 비슷하다"라고 말하며 말을 이었다. 한 때 시대를 풍미했던 JRPG의 서사 감성, 그리고 국산 MMORPG의 풋풋함, 그리고 오늘날의 기술까지 모여서 만들어지는 심포니. 정준호 AD와 남구민 감독 외에도 윤일환 AD, 정지홍 사운드 디렉터, 이정표 TAD등,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멤버들이 이 교향곡을 완성하기 위해 악기를 들었다. '어벤저스'같지 않냐는 비유에 정성환 대표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들의 업력이, 정성환 대표가 집필했던 '황금의 나르시소스'의 서사적 배경 위에 얹혔다. 색마전설, 사일런트 테일, 홀리 나이트 등 과거 직접 집필한 장르 소설을 엮어 만들어낸 세계관. 소설의 종막, 마법이 하늘에 별빛처럼 흩뿌려지는 장면에서 '더 스타라이트'라는 이름이 나왔다.
개발 과정은 '철저한 분업'으로 이뤄졌다. 서로가 다들 알 만큼 업력을 쌓은 이들이다 보니 개발의 중심에는 '존중'이 있었다.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각자의 색을 작품에 녹여내는 것. 정준호 AD는 일러스트와 타이틀 디자인을, 윤일환 AD는 캐릭터 의상과 아바타 디자인을 맡았다. 남구민 감독은 오로지 BGM만을, 정지홍 감독은 사운드 이펙트만 담당했다.

그리고 정성환 대표는 컨셉과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과 더불어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내는 일에 집중했다. 각자의 색이 충분히 녹아 있으면서도, 하나의 게임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이쯤에서 궁금했다. 게임의 기반이 된 원작 소설도 상당히 오래 된 작품일 텐데, 다시 찾아볼 수 있냐는 말에 정성환 대표는 '현재는 모두 회수한 상태'라고 답했다. 오래 된 소설이다 보니 '유머 1번지'의 말장난이 들어가 있을 정도로 촌스럽다고, 다시 현대 감성에 맞춰 천천히 개정 중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더 스타라이트'는 출시 시점에 3개의 챕터가 공개된다. 물론, 이 3챕터까지만 해도 게임의 볼륨은 결코 작지 않다. 이후 더 많은 챕터가 추가되며, 5개의 런칭 캐릭터 이후로도 수많은 캐릭터들이 추가된다. 이미 정준호 AD는 20여 종 이상의 원화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 시즌제로 이어지는 라이브 서비스는 6개월 단위의 메이저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 거대해지며, 나아가 IP에 기반한 새로운 미디어 믹스의 가능성도 엿보고 있다. '더 스타라이트'의 런칭은, 개발의 끝이 아닌 '체크 포인트'에 가까운 셈이다.

Part3. 유도부 소년에서 게임사 대표로, 그리고 다음 발걸음은
잠시 시간을 돌려 인터뷰의 시작으로 가자면, 대표실에 들어가자 마자 했던 첫 번째 행동이 정성환 대표와의 팔씨름(...)이었다. 정성환 대표는 업계에서 만나는 덩치가 크거나, 강해 보이는 이들에게 늘 도전장(?)을 내밀었고, 나 또한 이를 피할 수 없었다. 승패는 거론하지 않겠으나, 나이에 비해 정성환 대표의 근력은 대단했다.
이어 시작된 이야기가 정성환 대표의 어린 시절. 정성환 대표는 중학생 시절 학교 유도부에서 수련했다. 이유인즉 '게임기를 사고 싶어서'. 당시만 해도 학교에서 운동부에 소속될 경우 공납금을 환불받을 수 있었고, 이 금액이 당시 기준으로 15만 원에 가까웠다. 당시가 80년대 중후반이었으니 상당히 컸던 금액. 이를 가지고 패미컴을 구매했고, 정성환 대표는 비슷한 또래에 비해 게임에 대한 상당한 경험을 조금 앞서 쌓게 되었다.
다만, 가세가 기울면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그는 대구의 한 컴퓨터 매장에서 일하며 컴퓨터 조립과 프로그래밍을 배웠고, 이 경험을 살려 대전 엑스포 공모전에서 수상하며 게임 산업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이 때의 경험을 살려 정성환 대표는 회사의 모든 컴퓨터를 손수 조립한다. 직원이 70명 이상이니 그 조립비만 아껴도 얼마냐고 너스레를 떨면서, 그는 직접 조립한 서버실 컴퓨터도 보여 주었다.
이후, 업계에서 20여년 간 많은 경력을 쌓은 그는 2013년, '게임테일즈'를 설립하면서 다시 야생으로 나서게 된다. 2022년에 '더 스타라이트'의 개발을 시작하기 전 까지, 게임테일즈는 '리전 워페어'를 비롯한 몇몇 작품을 시장에 선보였지만, 이렇다 할 스팟라이트를 받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 과정이 그를 단련시켰다.

함께 해 온 이들 중 일부는 계속 그의 곁에 남았고, 일부는 미래를 기약하며 떠나갔으며, 또 그 중 일부는 끝내 약속을 지키고 다시 돌아왔다. 다시 돌아와도 되냐는 오랜 인연의 물음에 "우리가 사정이 어려워서 많이 못 챙겨준다. 현재 연봉보다 턱없이 낮을 텐데 그러지 마라"라고 만류해도 그냥 연봉을 깎아가며 다시 돌아온 이도 있을 정도. 어째서 연봉을 깎으면서까지 그러냐는 말에, 당사자는 "조금 힘들어도 마음 편하게 개발할 수 있는 곳이 낫다"라고 답했단다.
정성환 대표에게, 이들은 동료임과 동시에 가족이다. 아직 확신하긴 어렵지만, 성공할 수 있다면, 그 모든 성과를 동료들과 나누겠다고 말하는 정성환 대표의 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고생한 것이 아쉽지 않을 만큼 돌려주는 것이 그의 목적이다.

그는 '더 스타라이트'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있다. 물론, 이후 다른 게임을 개발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마지막 기회나 마찬가지라 생각하고 총력을 다 해 개발했다는 뜻이다. 게임이 출시된 현재, 서두에서 말했던 꿈은 어느 정도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처음에도 언급했듯 그는 꿈이 많은 사람이다. 게임테일즈의 미래는 어떻게 되냐고 묻자, 정성환 대표는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