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좀비남의 복수혈전, '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

그때 그 맛 그대론데 양이 좀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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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의 플레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개월 전, 중국 상하이에서 진행된 쇼케이스에서 수 시간 가량 플레이를 진행했던 바 있는데, 당시 경험을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다잉 라이트네"

대부분의 좀비 아포칼립스 게임들은 저마다의 장점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적대적인 환경'. 모든 좀비 아포칼립스는 그냥 세상이 적이다. 때문에, 협동의 유무에 따라 긴장감의 격차가 엄청나게 큰 것이 좀비 아포칼립스 게임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잉 라이트' 시리즈는 이 좀비 아포칼립스 게임의 특징 중에서도 '고독할 때의 긴장'에 거의 모든 것을 올인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웬만해서는 잘 죽지도 않는 좀비, 필터를 썼는지 음침하기 이를 데 없는 배경, 여기에 힘을 더해주는 특유의 '낮,밤' 시스템, 그리고 좀비들을 피해 건물 사이를 뛰어다녀야 하는 '파쿠르'까지.

'다잉 라이트2'가 1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은 이유도 이 긴장의 선이 다소 느슨했기 때문이다. 파쿠르 챔피언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주인공에, 컨트롤만 잘 하면 하늘 끝까지 날아갈 수 있는 글라이더, 그리고 생각보다 밝은 배경이 저평가의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는 다시 원조의 느낌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시시때때로 괴물이 되는 세계관 최강 짐승남인 '카일 크레인'까지 함께.




게임명: 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
장르명: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5.09.19.
리뷰판: 1.1.0
개발사: 테크랜드
서비스: 테크랜드
플랫폼: PC, PS, Xbox
플레이: PC


볼래틸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짐승남 카일 크레인여기, 복수를 원하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본작의 주인공인 '카일 크레인'은 참 구구절절하기 이를 데 없는 사연남이다. 좀비 아웃브레이크가 처음 발생한 도시 '하란'에 프리랜서 요원으로 파견되자마자 좀비에게 물려 시한부가 되었고, 수명 연장을 위한 '안티젠'을 얻기 위해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음에도 결국은 변이 좀비인 '볼래틸'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 디아블로의 아이단 왕자처럼 타락한 영웅 엔딩을 맞이하나 싶었건만 웬걸? 막장 세계에서도 연구를 놓지 않았던 '남작(바론)'에게 생포되어 무려 13년 간이나 실험체로서 생체 실험을 받게 된다. 그렇게 인간 시절에도 최종병기에 가까웠던 남자는 실험을 거치며 사상 최강의 반인반좀이 되어 연구소를 탈출하게 되고, 그것이 '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의 시작이다.



▲ 지금이라도 멈추십시오 Human



▲ 누구든 작은 카일을 건드리면 여기 마장동 되는거야 어

그리고, 본작의 서사 라인은 카일 크레인이 자신을 괴물로 만든 '바론'에게 복수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이 과정에서 예상 외의 등장인물이 등장하기도 하고, 캐스터 우즈의 생존자들을 위해 여러 잡다한 일을 처리하기도 하지만, 결국 이야기는 카일 크레인 개인의 복수와 그 과정에 맞춰져 있다.

말인즉, '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의 서사 구조는 무척 단순하며, 동시에 게임스럽다. 본작에 새로 추가된 '비스트 모드'는 카일이 얻어맞거나, 신나게 때리다 도파민을 주체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면 켜지는 일종의 각성 모드인데, 놀랍게도 이를 강화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강화하는 수단은 캐스터 우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변종 강화 좀비(키메라)들을 때려잡고, 그 혈청을 뽑아 직접 몸에 주사하는 것이다.



▲ 건드리면 어떻게 된다고?



▲ 바닥이랑 한 몸 되는거야 어

누가 따라하면 죽기 딱 좋은, 혼탁하기 그지없는 설정이지만, 시선을 달리 보면 굉장히 게임적인 설정이다. 강한 상대를 꺾고 더 강해지는 건 딱히 별의 커비까지 가지 않아도 오늘날 대부분의 게임이 지닌 공통된 '게임적 허용'인데, 일반적으로는 '경험치'라는 지표로 이를 환산한다. 다만, 본작에서는 이를 피를 뽑아 섞는 식으로 좀 더 극적인 연출을 더한 셈이다. 그렇다고 경험치가 없는 건 또 아니지만.

그리고, 이 시스템은 단순히 게임 시스템에 설정을 더한 연출에서 그치지 않고, 게이머에게 일종의 '동기부여'를 한다.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전설의 포켓몬 같은 강화 좀비를 잡으면서 점점 강해지는 카일 크레인과 궁극의 목표인 남작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도 일종의 마일스톤이나 스테이지 느낌을 주는 한편, 오픈 월드 게임에서 흔히 일어나기 쉬운 '목표의 상실'을 방지해준다. 누렁이처럼 맵을 퍼먹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일을 막아준다는 뜻이다.



▲ R-19등급 별의 커비라 생각하면 된다. 냠냠 대신 피 뽑기

정리하면, '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는 카일 크레인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딱 떨어지는, 상당히 깔끔한 서사 구조를 지닌 오픈월드 게임이다. 강화 좀비들을 수집하는 개념 덕분에 서사의 집중이 떨어지지도 않으며, 끝이 나는 순간까지 유지된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딱히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후속작 복선까지 던지면서 결국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카일 크레인'이라는 걸 한 번 더 상기시켜주는 건 덤이다.



▲ 키메라 종류도 여럿이라 약간 전설의 포켓몬 모으는 느낌이다


다른 좀비 게임에 없는 다잉 라이트만의 감성질척한 낮, 살 떨리는 밤

그런가 하면, 다잉 라이트만의 독특한 시스템인 '낮/밤' 시스템과 질척한 감성도 게임 전반에 걸쳐 잘 살아 있다. 다잉 라이트는 낮과 밤의 게임 온도가 엄청나게 다른 게임인데, 낮의 게임 플레이가 질척한 뻘밭을 걷는 느낌이라면, 밤은 손전등 하나 들고 지뢰밭을 걷는 느낌에 가깝다. 물론, 성장 시스템이 건재한 만큼 극후반에 이르면 달빛 아래 칼춤을 추는 소드마스터 카일을 볼 수 있지만, 그건 극후반의 이야기고 기본적으로 밤의 다잉 라이트는 '서바이벌 호러'에 가깝다. 더럽게 빠르고, 예민하며, 생긴 것도 끔찍한 '볼래틸'들이 곳곳에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 가끔은 낮에도 나온다... 방심은 금물

그렇다고 낮이 편한 것도 아닌데, 창작물에서 좀비는 대부분 툭 치면 죽는 잡몹의 역할을 맡고 있지만, 다잉 라이트의 좀비는 정찬성 선수에 가깝다. 더럽게 안 죽는다는 것이다. 눕혀도 방심하면 다시 일어나는가 하면, 얼굴을 짬뽕으로 만들어 놔도 그 상태로 또 덤벼온다. 좀비 자체는 대부분 느리고, 그나마 빠른 '러너'들은 아직 덜 익어서 잘 죽긴 하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오는 정신적 피로다.

이유인 즉, 테크랜드는 전작인 '데드 아일랜드'부터 좀비의 조형에 진심이었는데, 본작에서는 그게 더 강화되었다. 따로 해부학 연구라도 하는지 안 그래도 끔찍했던 좀비들이 비주얼 상향의 힘을 받고 더 끔찍하게 되었는데, 그 끔찍한 상태로 어기적대며 걸어오니 웬만한 고어물엔 꿈쩍도 안 하는 게이머들도 피로를 느낄 정도다. 쇠파이프로 뚝배기를 깨 놔도 내용물을 질질 흘리며 걸어오는데 안 질릴 수가 있나.



▲ 이렇게 보면 '그 정돈가?'싶긴 한데...

덕분에 차량을 얻거나, 카일 크레인이 충분히 성장하기 전까지 다잉 라이트의 긴장 농도는 그 어떤 좀비 아포칼립스 게임을 빗대도 비교 우위에 있다. 야간 플레이는 언감생심이며, 빛이 들지 않는 '다크 존'도 정신적 피로가 상당히 빡빡하게 다가온다. 이 또한 드롭 킥으로 좀비를 뻥뻥 차고 다니는 중후반부에 이르면 완화되긴 하지만, 어쨌거나 다잉 라이트 특유의 질척함이 제대로 살아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힘을 더하는게, 본작의 무대인 '캐스터 우즈'다. 이미 사전에 쓴 체험기에서도 언급했던 바이지만, 이번 작품은 유독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강과 산, 숲까지 말이다. 이전 작품들의 무대는 대부분 도시가 배경이었던 것과는 상이한 모습인데, 문제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았을 뿐, 좀비의 손은 닿아 버렸다. 저녁이 되었는데, 차량도 없이 산기슭에 혼자 있다? 바로 게임 끄고 싶다.



▲ 게임 하다보면 저 총부리보다 뒤에 해 지는게 더 신경쓰인다


근데 이제 뭐 함?내게 더 할 이유를 다오

정리하면, '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는 카일 크레인을 중심으로 한 깔끔한 서사와 끊이지 않는 동기부여를 통해 엔딩에 이르는 시점까지 줄기차게 플레이할 수 있는,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적대적 세계를 헤쳐가는 과정을 겪어야 하는 '다잉 라이트스러운' 게임이다. 2편에서 잠시 길을 잃었던 듯 보였던 개발진은 다시 이 시리즈가 왜 사랑받는지를 정확히 인지했으며, 원작의 팬이라면 맛있게 퍼먹을 수 있는, 딱 기대하던 다잉 라이트다운 게임이다.

2편의 DLC로 기획되었던 과거의 흔적도 게임 내에 남아 있는데, 대부분 서사와 연관되어 있다. 에이든 콜드웰과 스파이크가 2편의 사태 이후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게임 내에서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다. 세계관 최강자인 카일 크레인에 못지 않은 인물인 만큼 핵융합처럼 터져나가지 않을까 했는데, 좀비들은 생각보다 더 튼튼했다.



▲ 라이더킥은 역시 카일, 주인공다운 호쾌함

문제는, 너무 깔끔하다는 거다.

'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는 오픈 월드 게임이며, 협동 플레이도 가능하다. 기본적으로는 싱글 플레이 게임이지만, 협동 모드도 존재하며 이 협동 모드의 재미는 1편부터 유명했다. 서바이벌 호러가 코믹 게임이 되는 마법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때문에 게임의 완결을 본 이후에도 함께 즐길 거리들이 마련되어 있기 마련인데, 본작은 콘텐츠로서는 존재하나 그 역할을 다 하진 못한다. 서사가 끝남과 동시에 동기부여도 함께 증발해버리면서 게임을 할 동력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드는 카일 크레인의 복수혈전이 끝나고 나면 거짓말처럼 텐션이 쭉 떨어진다. 누군가 복수는 허망한 것이라 했던가? 실제로 그렇다. 플레이해 보면 알겠지만, 엔딩을 본 이후 이 게임을 플레이할 이유가 사라진다.



▲ 프레스턴 가비 같은 친구들이 계속 부르지만 사실 별 것도 아니다

문제는, 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의 메인 스토리 볼륨이 그리 큰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누렁이 모드로 맵을 퍼먹으면 상당 시간 플레이할 수 있겠지만, 마음먹고 메인만 달릴 경우 20시간 내에 끝난다. 그 정도 시간이면, 웬만한 강화 좀비는 죄다 저승길로 보내고 남작과의 악연도 마무리를 지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엔딩을 보고 나면 텐션이 떨어지는 건 모든 오픈월드 게임이 다 비슷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들은 엔딩을 보기까지 여러 허들을 두고, 이를 여러 과정을 거치며 해결하게 만든다. 꽤 잘 만든 유비소프트의 오픈월드 게임인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를 예로 들면, 서사 라인 자체는 그냥 엄마 찾아 떠나는 그리스 청년의 이야기지만 이 와중에 용병질도 하고, 전쟁도 뛰고, 암살 의뢰도 받고, 로맨스도 하고, 올림픽 챔피언도 되고, 포럼에서 정치도 하고 다 한다.



▲ 웬만한 사이드 미션보다 메인이 더 재미있는것도 문제

하지만, '다잉 라이트 더 비스트'는 너무나 간결하고 깔끔하게 서사가 진행되고 끝나버리기 때문에 엔딩을 보고 나면 너무 개운하다. 너무 개운해서 게임을 다시 켤 이유가 없다.

물론, 개발사는 라이브 서비스에 준하는 업데이트를 약속했고, 실제로도 엔드 게임 콘텐츠를 더 추가할 거라는 언급을 했던 바 있다. 엔드 게임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 중국 쇼케이스 당시에도 나왔던 질문이고, 개발사에서도 공언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이 부분이 살짝 아쉽다. 조금만 더 잘 익으면, 그 때 시작하는 친구와 협동으로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 카일 크레인과 함께 돌아온 끈적한 게임성
  • 게임 편의적이면서도 깔끔한 게임 구조
  • 몰입감 넘치고 완성도 있는 서사
  • 더욱 빡빡해진 정신적 피로감
  • 오픈 월드 치고는 다소 아쉬운 콘텐츠 깊이
  • 부족한 지속 플레이 동력

리뷰 플랫폼: PC (1.1.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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