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스트 오브 요테이' 새로운 시대, 무대, 그리고 주인공인 이유는?

인터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4개 |

일본인보다 더 잘 일본을 표현한 작품이라는 찬사를 넘어 극찬이 이어졌던 '고스트 오브 쓰시마'. 그 고스트 IP의 개발사 서커 펀치가 정식 후속작 '고스트 오브 요테이'로 돌아왔다.

오는 10월 2일 PS5로 출시 예정인 '고스트 오브 요테이'는 과거 에조로 불렸던 홋카이도를 무대로 한 작품이다. 전작을 기반으로 많은 부분을 계승한 '고스트 오브 요테이'지만, 다른 점도 적지 않다. 전작의 사카이 진이 남성, 그것도 사무라이였던 반면, 아츠는 여성인 데다 사무라이도 아닌 낭인이다. 여기에 카타나를 메인으로 여러 자세를 바꿔가면서 다양한 액션을 펼쳤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다양한 무기가 등장해 자세에 대응할 뿐 아니라 연출적인 측면에서 액션 역시 한층 다채롭게 변했다.

하나하나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면서 다른 점 투성이인 '고스트 오브 요테이'다. 전작에서 구축한, 그리고 완성한 시스템을 다시금 새롭게 재해석한 이유는 뭐였을지, 그리고 그 외 '고스트 오브 요테이'만의 특징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서커 펀치 제이슨 코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서커 펀치 제이슨 코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Q. '고스트 오브 쓰시마'가 몽골 침략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사무라이로서의 길, 그리고 망령으로서의 길 사이의 갈등을 심도 있게 탐구한 반면, '고스트 오브 요테이'는 17세기 에조(홋카이도)를 배경으로 좀 더 개인적인 복수에 초점을 맞췄다.

첫 번째 게임의 성공 공식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시대, 주인공, 그리고 원령(怨靈, Onryo) 전설에 기반한 스토리로 전환한 이유가 궁금하다. 또한, 플레이어들이 전작과든 다른, 어떤 감정적 경험을 하길 바라는지도 함께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제작자인 동시에 팬이기도 하다. 제작자로서 우리가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완성하고 난 다음에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한 질문은 '다음에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였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고스트 IP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파악하는 일이었다.

그 결과, 치명적일 정도로 정교한 전투, 플레이어들에게 아름다운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것, 영화로부터의 영감, 그리고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문화 자문가들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으며, 이러한 요소들 덕분에 '고스트 오브 쓰시마'가 최고의 게임이 될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아예 다른 지역을 무대로 탐험할 수 있는 새롭고 흥미진진한 세계를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는 일본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이건 고스트 IP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알다시피 쓰시마섬은 흥미로운 역사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그렇게 잘 알려진 지역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차기작 역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지역을 찾고 있었는데 그때 눈에 들어온 게 홋카이도였다. 쓰시마섬보다는 조금 더 알려진 편이지만, 현대 비디오 게임에서는 전혀 다뤄지지 않은 장소였고 영화에서도 그다지 다루지 않는 지역이었다.

여기에 더해 매우 흥미로운 지역이었다는 점 역시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2013년 영화인 '용서받지 못한 자(許されざる者)'에서는 일본의 북쪽 끝이라고 할 수 있는 홋카이도의 느낌을 매우 흥미진진한 방식으로 표현했는데 그걸 보면서 '와, 저기를 게임의 배경으로 설정하면 흥미로운 장소가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새로운 주인공을 쓴 이유는 단순하다. 전작에서 사카이 진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의도했던 모든 이야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가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를 전하는 걸 좋아한다는 점도 있었다. 인퍼머스 시리즈만 봐도 알겠지만, 3편에서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나. 그런 것들이 맞물린 결과, 홋카이도라는 광활하고 야생이 풍부한 땅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이 모였다.

홋카이도라는 배경이 새로운 이야기의 무대로 딱 맞는 점도 있었다. 광활하고 야생이 풍부한 땅인데, 얼핏 약자로 보이는 누군가가 그러한 풍경 속에 숨어서 사람들을 사냥한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니 매우 흥미로운 조합이라고 느껴졌다. 그런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게 바로 아츠다. 약자 캐릭터로서 풍경 속에 숨어서 암살하는 그런 캐릭터로 아츠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원령 전설을 차용한 건 게임의 타이틀이기도 한 '고스트'라는 단어를 정의하기 위해서였다. 전작의 망령과 비슷하면서도 아츠를 정의하는 새로운 명칭이 필요했기에 여러 민담 전설을 조사한 결과 원령으로 결정했다. 우리는 이런 것들이 한데 맞물린 '고스트 오브 요테이'는 팬들에게 흥미로운 경험을 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전작의 망령에 대응해서, 본작의 주인공 아츠는 적들에게 원령이라고 불린다


Q. 전작의 사카이 진과 달리 아츠는 어딘지 덜 고독한 것 같다. 다방면에서 도움을 주는 동료들을 받아들여서 '늑대 무리'를 만들고 전투 시에는 늑대가 함께 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만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중요한 건 그들이 서로 다른 캐릭터라는 점이다. 사카이 진은 옳은 일을 하기 위해서 자신이 지금까지 배워왔던 모든 것에 맞서고, 심지어는 전통과도 맞선 캐릭터다. 그건 외로운 경험할 수밖에 없다.

반면, 아츠는 다르다. 아츠의 이야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외로운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녀의 여정은 복수심에 가득 찬 자살적인 복수의 탐구이기에 광활한 야생의 풍경 속에서 그녀는 매우, 매우 외롭게 그려진다. 그렇다고 피폐하기만 한 건 아니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겪고 전쟁의 길을 걷는 그녀는 그녀의 가족을 앗아간 자들을 찾아 죽이려고 하는 누군가이기도 하다.

'고스트 오브 요테이'의 스토리가 흥미로운 점이 여기에 있다. 복수심에 불탄 아츠지만, 복수만을 부르짖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복수의 여정을 이어가는 아츠지만,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다시금 사람들을 자신의 삶에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늑대 무리(동료)는 아츠라는 캐릭터의 성장을 나타내는 요소라고도 할 수 있다. 늑대 무리가 커지는 걸 보면서 플레이어들은 그녀가 어떤 식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지 그녀의 성장을, 스토리를 경험하게 된다.



▲ 여정을 진행하면서 아츠는 점점 더 많은 동료를 얻게 된다


Q. 사카이 진의 모델인 다이스케 츠지 캐스팅 비하인드와 더불어 '고스트 오브 요테이'의 주인공 아츠의 모델인 에리카 이시이는 또 어떻게 캐스팅하게 됐는지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더불어 그녀가 어떤 면에서 아츠 역에 딱 맞는 배우라고 생각했는지도 설명 부탁한다.

먼저 내가 모션 캡처 연출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우리에게는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있는데 바로 나와 네이트 폭스다. 기본적으로 모션 캡처 연출은 그가 담당했다. 물론 나 역시 처음에 캐릭터를 구상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고 둘 다 캐스팅에 깊게 참여하긴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세부적으로 말한다면 나와 네이트, 그리고 리드 작가 세 명이 이런 캐스팅에 관여하는데, 사실 엄청 특별한 그런 건 없었다. 다이스케 츠지와 에리카 이시이 모두 같은 과정을 거쳤다. 우리가 캐스팅 디렉터에게 원하는 캐릭터의 모습과 세계관, 그리고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간단한 정보와 대본을 보내주면, 캐스팅 디렉터가 그에 맞는 최고의 배우를 찾아주는 식이다.

이후에는 오디션의 반복이다. 먼저 영상을 보면서 '이 사람 괜찮겠다' 싶은 후보를 추리고, 이후 모션 캡처 스튜디오에서 직접 만나 현장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한 달 뒤쯤 한 번 더 만나서 후보를 좁혀나간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매번 흥미롭고 색다른 무언가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다이스키 츠지의 경우 작중 여우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 그가 내면의 연민을 보여주는 모습이 정말 좋았다. 그걸 보면서 '아, 바로 저 사람이야!'라고 생각했다.

에리카 이시이는 좀 달랐다. 네이트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는데, 앞서 가장 먼저 오디션 영상을 본다고 하지 않았나. 이름을 훑어보면서 오디션 영상들을 한창 보고 있었는데 중간쯤 갔을 때였나. 에리카 이시이의 것을 보고 문자 그대로 '저게 아츠야, 아츠를 찾았어'라고 적었던 기억이 있다. 그녀가 트라우마를 겪었지만, 강한 방법으로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그런 캐릭터를 표현하기에 제격이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 건 일종의 가면으로 어떤 면에서는 약점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어떤 배우들은 너무 강하게만 보이려고 하고, 또 어떤 배우들은 반대로 너무 부드럽게만 보이려고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녀는 그 어려운 중간 지점을 훌륭하게 연기했다.

이건 우리의 목표이기도 했다. 너무 부드럽지 않고, 그러면서 너무 강하지도 않은, 복합적인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찾는 일 말이다. 특히 사무라이 같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더욱 그렇다. 흔히들 '완벽하고 강인한 전사'라고 생각할 텐데, 우리는 아니었다. 그런 측면에서 두 배우 모두 자신감을 발산하면서도 적절하게 부드러운 면들을 보여줬고 그러한 면모들이 우리 캐릭터들에 딱이라고 생각해서 캐스팅하게 됐다.


Q. 사카이 진과 달리 아츠는 가문의 명예나 국가적 대의가 아닌, 가족의 복수라는 개인적인 이유로 싸운다. 이는 플레이어들이 이야기에 몰입하는 방식을 크게 바꿀 것으로 보이는데, 아츠의 여정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질문한 것처럼 두 캐릭터의 이야기는 상당히 다르며, 행동 방식 역시 다르다. 사카이 진은 명예와 규율이라는 제약 속에서 싸우기 때문에 그 길에서 벗어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그럼에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하기에 거기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그의 복합적인 고뇌를 느끼고, 엿보게 된다.

반면, 아츠의 이야기는 매우 다르다. 그녀는 낭인이다. 용병에 가깝기에 특정 방식으로 싸워야 하는 명예에 얽매이지 않는다. 암살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무기인 사슬낫(쿠사리가마)를 배워서 암살하는 걸 두려워하지도, 꺼리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두 캐릭터의 이야기를 통해 플레이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교훈을 얻길 바라고 있다. 인생에서 아주 힘든 일을 겪었다면, 어쩌면 마음을 조금 열고 다시 가족처럼 여길 수 있는 사람들을 찾는 것이 답일 수도 있다. 가족을 잃는다는 건 특히 더 힘든 일이다. 그래서 바라건대, 트라우마를 겪은 후 치유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러한 아츠의 이야기는 사카이 진의 이야기와는 아주 다르지만, 독특하고 흥미로우면서 복합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 그녀의 목표는 복수 뿐이지만, 여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Q. 버튼 하나만 누르면 아츠의 평화로웠던 과거를 다시 볼 수 있는 '회상'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이 시스템이 게임 플레이와 스토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이 기능은 우리에게 있어서 혁신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아츠가 과거를 회상함으로써 플레이어들은 그녀의 아름다웠던 시절을 경험하게 된다. 그녀의 과거는 완벽했다. 그녀가 바라본 세상은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하늘은 파랬으며, 아빠와 엄마가 함께하고 있다. 여기에 만개한 꽃에 나무와 집 역시 완벽하다. 따뜻한 집 안에서는 화로가 타오르고 있는 걸 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다시 버튼을 누르면 현재로 돌아오게 된다. 현재의 그녀는 진흙투성이고 땅은 더러우며, 잡초가 무성하다. 나무는 반쯤 죽어있고, 지붕은 무너져 내린 상태다. 화로가 꺼져 온기 또한 느껴지지 않는다. 그걸 보면서 플레이어는 깨닫게 된다. 그녀가 혼자라는 것을. 눈을 감을 때마다 과거가 떠오르기에 복수를 놓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다.

이게 우리의 목표였다. 직접적으로 복수를 해야 한다고 플레이어의 등을 떠미는 게 아닌, 이런 식으로 플레이어들이 아츠의 감정에 공감하고 느끼길 바랐다. 단순히 특정 임무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게 아니라 어느 때고 원할 때 집에 찾아와서 버튼을 누름으로써 그 장면을 보고 직접 그 감정을 느끼도록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회상 기능은 순수한 내러티브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어떠한 대화도 도구도 필요 없다. 그저 그녀가 과거를 얼마나 따뜻하게 기억하는지, 아주 짧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녀는 이 과거를 위해서 싸우는 것으로, 이 기능이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Q. 전작의 등장한 화차에 대응하는 무기인지 봉화시(棒火矢)라는 무기가 등장해서 눈길이 가더라. 실제 역사와 달리 게임 내에서는 일종의 로켓 런처처럼 쓰이던데, 연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한 고증 오류라고 생각하면 될까. 그리고 여러 무기가 있을 텐데 봉화시를 넣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지 이 부분도 듣고 싶다.

로켓 런처라는 표현은 매우 현대적인 용어지만,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질문의 핵심은 화차나 봉화시 자체에 대한 것보다 엔터테인먼트를 우선해 시대적 고증을 뛰어넘은 선택에 대한 거라고 생각한다.

먼저, 전작인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경우 개발한 지 2년쯤 지났을 때 화차를 포함하기로 했는데 당연히 스튜디오 내부에서도 끊임없는 논쟁이 있었다. 실제 역사 속 몽골의 일본 침략 당시에는 화차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차가 처음 등장한 시기와 제법 가까운 시기였던 것도 있었고 게임 플레이 적으로도 흥미로운 요소라고 생각했기에 결국 화차를 넣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이 게임은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니니 말이다. 실제 장소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충분히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다.

화차나 봉화시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무기이자 가장 많이 쓰는 카타나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적으로 몽골 침략기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카타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타나라고 한다면 다들 고전 사무라이 영화 속의 칼을 떠올릴 게 분명한 만큼, 다소 고증에 맞지 않더라도 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서 쓰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우리는 엔터테인먼트적 가치를 위해 때때로 시대에 맞지 않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항상 문화 자문가들과 함께하며, 그럴듯한 개연성과 존중, 그리고 사려 깊음이라는 틀 안에서 작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카타나부터 창, 이도류, 대태도, 그리고 총까지 다양한 무기가 등장한다


Q. 광활한 에조를 무대로 원수를 쫓는 현상금 사냥꾼(낭인)인 주인공부터 벤조처럼 연주되는 샤미센, 그리고 들판을 뛰노는 야생마 무리까지, 어딘지 서부극의 향취가 짙은 느낌이다.

어느 정도 통하는 면이 있다. 영화에 한정한다면 일본의 사무라이 영화 중 일부는 미국 존 포드 감독의 서부극에 영향을 받은 게 적지 않고, 반대로 미국 영화 제작자들이 사무라이 영화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두 카우보이의 결투나 두 사무라이의 대결이 대표적이다.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에서 많은 공통점이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이 확신으로 변한 건 '용서받지 못한 자'를 본 이후다. 영화 속 광활한 풍경과 황야, 그리고 척박한 삶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서부극의 그것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느꼈다. '고스트 오브 요테이' 역시 많은 부분에서 영감을 받았다.

샤미센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일본인 작곡가는 일본 전통 악기를 많이 사용하지만, 드물게 서양 악기나 서부극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테마를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처럼 동서양의 조화가 게임에 신선한 느낌을 더해준다는 점을 좋아한다.





Q. 에조에 대해 여러 차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자연'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 이 야생이라는 콘셉트를 게임 플레이 관점에서 어떻게 구현했을지 궁금하다.

핵심은 자연을 게임의 중심에 두는 거였다. 전작에서도 그렇게 했지만, 홋카이도라는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 환경 덕분에 이번에는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몇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자면, 먼저 에조 늑대를 들 수 있다. 이 멸종된 늑대를 게임 속으로 불러와 단순히 배경에만 존재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직접 교감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었다. 플레이어는 늑대와 함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면서 유대감을 쌓고, 그 결과 늑대는 일종의 영혼의 동물처럼 변한다. 마치 홀로 남겨져 무리를 잃은 외로운 늑대처럼, 주인공 또한 자신만의 늑대 무리(동료)를 키워나가야 하는 상황이기에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거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우리가 만든 넓은 환경을 게임 플레이에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한 부분도 있다. 가령, 말을 타고 달릴 때 흰 꽃밭을 지나면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지는 식이다. 위험한 요소가 아닌, 즐거움을 주는 요소로 자연을 활용한 셈이다. 시냇물 역시 마찬가지로 얕은 물을 가로지르면 물이 튀면서 속도가 더 빨라진다.

또한, 야영 시스템을 통해 밤하늘을 보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게 했다. 레드 데드 리뎀션처럼 드넓은 땅이 야영을 유도하고, 밤하늘을 기념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야영 중에 누군가가 찾아와 위험한 만남이 될지 몰라 검에 손을 얹는 등 긴장감도 놓치지 않도록 했다. 이런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게임의 배경을 깊이 활용하여 플레이어가 홋카이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아이누 문화 역시 착실히 재현했다. 전작에는 아이누족이 등장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문화와 교류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우리는 아이누족 공동체와 관계를 맺고, 그들이 어떻게 게임에서 재현되기를 바라는지 직접 자문을 구했다. 전투에 참여하는지부터 게임 내에서 볼 수 있는 문양까지, 그들의 의견을 여러 방면으로 수렴했는데 예를 들어, 문양들은 아이누족 커뮤니티의 일원이 직접 종이에 그린 것을 스캔하여 3D로 구현했을 정도다. 그들과의 깊은 교류가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이다.

적들의 행동에도 더욱 깊이를 더했다. 지역에 따라 새로운 테마가 있는 것으로, 눈 덮인 지역의 적들은 닌자와 같이 행동하는데 나무나 눈 속, 혹은 동굴에 몸을 숨기는 경향이 있다. 또한, 어떤 적들은 함정을 설치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전작에는 없던 요소다. 이러한 새로운 기능들은 플레이어에게 흥미롭고도 놀라운 전투 경험을 선사한다.



▲ 아이누족 전통 문신을 한 캐릭터도 등장한다


Q. 구로사와 모드에 더해 아츠와 카메라 사이의 거리가 한층 가까워지고 혈흔과 진흙이 튀는 연출이 강화되는 '미이케 모드'가 추가됐다. 이러한 모드를 추가함에 있어서 여러 감독 후보가 있었을 것 같은데 미이케 다카시 감독 외에 어떤 후보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중 미이케 다카시 감독을 선택한 이유는 뭔지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구로사와 모드에 더해 미이케 모드와 와타나베 모드 2개의 모드가 추가됐다. 솔직히 더 많이 넣고 싶었는데 시간상 2개가 한계였다. 2개의 모드를 추가할 수 있다는 게 확정되자마자 떠오른 게 바로 미이케 다카시 감독과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이었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고스트 오브 쓰시마' 때부터 10년간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 감독이다. 과거 인터뷰에서도 언급했던 것 같은데 그가 감독한 영화 '13인의 자객'은 우리에게 가장 큰 영감 중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진흙과 피, 그리고 강철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이 두드러지는 우리 게임의 전투 방식은 그의 영화에서 비롯됐다. 주인공이 마지막에 적을 처치하고 코에 파리가 앉는 장면처럼 그의 연출은 매우 치밀하고 빠르며, 피를 보면서도 지나치게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는 면이 있다. 매우 생생하면서도 간결하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그런 직관적인 연출 방식은 우리 게임의 전투에도 많은 영감을 줬는데 오랫동안 우리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줬던 만큼, 그분께 직접적인 오마주와 존경을 표하고 싶어서 미이케 모드를 추가하게 됐다.

이에 미이케 감독이 게임 내 칼집에 직접 이름을 붙이고 설명을 써준 것도 있는데, 게임 내에서 모을 수 있는 수많은 칼집 중 어떤 게 그 칼집인지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은 클래식한 사무라이 영화를 만든 건 아니지만, 이 장르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여한 분을 기리고 싶다는 마음에 넣게 됐다. 그가 감독한 애니메이션 '사무라이 참프루'는 내가 알기로는 최초로 사무라이와 힙합을 결합한 작품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전 세계적인 로파이(Lo-Fi) 힙합과 사무라이 문화가 영원히 융합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제는 이 둘이 함께하는 플레이리스트를 찾아볼 수 있을 만큼. 하나의 흐름이 됐을 정도다.

우리는 이처럼 한 분야나 장르를 바꾼 거장을 기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구로사와 모드는 시각적 요소를, 미이케 모드는 전투 스타일을, 와타나베 모드는 청각적 경험 측면에서 게임 경험을 완전히 바꿔 놓는 만큼, 다양한 모드를 즐겨주길 바란다.



▲ 흑백의 환상적인 묘사가 특징인 구로사와 모드



▲ 분수처럼 피가 솟구치는 찬바라 액션이 특징인 미이케 모드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우리 게임을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게임을 만드는 일은 정말 많은 사람의 노력과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사랑의 결실 같은 작업이다.

특히 우리의 첫 번째 작품인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사랑해 준 팬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번에 홋카이도에서 여러분을 다시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가 이 게임을 만드는 걸 사랑했던 만큼, 여러분도 즐겁게 플레이해 주길 바란다.

여러분이 게임 내 사진 모드를 통해 어떤 멋진 작품과 포스터를 만들어낼지, 그리고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어떤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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