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절망과 희망 사이 제로포인트,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게임소개 | 윤서호 기자 | 댓글: 9개 |
양자역학에는 '영점 에너지(Zero-point Energy)'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진공에 있는 입자들의 최소 에너지로, 이론적으로는 무한대의 에너지를 가질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추출하거나 활용하지 못하는 에너지를 일컫는 말이죠.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CBT를 진행한 슈퍼크리에이티브의 신작,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를 설명하기 전에 이 개념을 언급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카제나'가 그만큼 폭발적인 잠재력이 있지만, 현 CBT에서는 여러 구조적 문제로 온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빠르고 간단하게, 손맛까지 살린 덱빌딩식 플레이의 코어


▲ 사실은 시연 때부터 짤막하게 잘 다듬은 덱빌딩 손맛을 기다려왔다우

사실 CBT 시작 전, 시연 단계에서 '카제나'를 먼저 접했을 때 그 게임플레이는 한동안 꽤나 강렬하게 남아있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로그라이크 덱빌딩의 기본기를 짧고 간단하게, 그리고 각 캐릭터마다 개성을 확실하게 각인시켰거든요.

'카제나'는 이미 시연으로 먼저 공개된 것처럼, 뭐가 나올지 모르는 말 그대로 혼돈 그 자체인 '카오스'를 탐사하는 요원들의 고군분투를 로그라이크 덱빌딩 형태로 그려낸 게임입니다. 고정된 스킬을 쿨타임에 맞춰서 돌리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전황과 손패 그리고 캐릭터의 특성과 조합에 따라서 패를 내는 식이죠. 그걸 단순히 주고 받는 형태가 아니라, 각종 카드의 효과를 파악하면서 캐릭터별로 빌드업을 한 뒤, 한 번에 쏟아내는 카타르시스가 있습니다.



▲ 고통 스택 쌓아두고 확실하게 피를 더 깎은 뒤에 "너는 이미 죽어있다"까지, 완벽한 마무리다

그런 짜임새를 '카제나'는 극초반부터 확실하게 보여줬습니다. 잠시 등장했다가 뽑기로 얻어야 하는 레노아 외에도, 기본으로 지급되는 파티가 로그라이크 덱빌딩에 흔히 보이는 유형들을 잘 간소화시켜서 다듬었거든요. 그 구성을 살펴보면, 치료와 행동력 회복에 특화된 '미카’, 공격과 스트레스 감소의 밸런스형인 '레이', 추가타 카드를 활용해 순서를 잘 짜맞춰 특수 효과를 유발하는 ‘오웬’입니다. 각 캐릭터마다 덱의 특성은 물론 각각의 덱을 잘 조합해서 시너지를 내는 재미까지 초반 단계에서부터 예상할 수 있는 클래식한 구성이죠.

여기에 극초반 튜토리얼을 지나서 또다른 캐릭터 ‘트리사’가 합류하면서부터 그 기조는 확실해집니다. ‘트리사’는 적에게 고통 스택을 쌓아서 지속 피해를 입히거나, 혹은 그 고통 스택을 격폭시켜서 적에게 큰 피해를 주는 캐릭터죠. '미카'의 행동력 회복 카드와 조합해서 고통 스택을 쌓는 카드를 최대한 많이 내고, 마지막에 결정타로 고통 스택을 터뜨리거나 고통 스택이 쌓인 만큼 피해를 주는 카드로 마무리를 하는 식의 콤보가 초반부터 이어졌거든요. 여기에 적 체력바 옆에 있는 약점 속성을 공략, 추가 피해로 빠르게 마무리하는 묘미도 확실합니다.

물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행동력 포인트와 순서도 중요했습니다. 스택이 부족하거나 그외 조건이 충족하지 않으면 특수 효과들이 발동하지 않거든요. 그렇게 되면 전투 템포가 느려지면서, 일부 엘리트 구간에서는 상당히 위험해질 여지가 있었습니다.



▲ 진홍의 탄환 효과 까먹고 확실한 마무리 기회를 놓친 결과, 레노아가 붕괴해버렸다 비상 초비상

다만 로그라이크 덱빌딩이 으레 그렇듯, 몬스터를 클릭하면 다음 행동과 캐릭터들에게 줄 피해, 디버프 효과를 디테일하게 볼 수 있어 이 장르에 익숙한 유저라면 비교적 쉽게 대처할 수 있긴 합니다. 그리고 체력바는 파티원 전체가 공유하고 있고, 파티원이 전멸하지 않는 한 캐릭터는 전장에 남아있기 때문에 한두 번 방어에 실패했다고 파티가 삐걱거리는 일은 드물었고요.

이런 상황에 긴장감을 주기 위한 포인트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도입했습니다. 한 캐릭터의 스트레스 수치가 극도로 쌓이면 트라우마가 발현, 붕괴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HP도 트라우마 걸린 캐릭터 분량만큼 깎이니, '스트레스'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트라우마' 상태가 되면 트라우마 카드가 핸드에 잡히는데, 그걸 재빠르게 처리하지 않으면 전투에 지장이 생기는 건 물론, 그 상태를 해소하지 않고 가면 이후에도 정신이상이 남아버리기 때문에 최우선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 탱도 아닌 미카한테 집중공격이 들어가서 트라우마 상태가 될 줄은



▲ 이번 턴에 확실히 안 잡으면 전멸각이라 어쩔 수 없이 트라우마 카드 안 털고 갔더니



▲ 세이브 데이터에 트라우마가 껴버렸다 ㅂㄷㅂㄷㅂㄷ



▲ 트라우마 치료는 외출권으로도 쓰는 커뮤니케이션 패스가 필요하다. 없으면 하루 대기 혹은 기억삭제 엔딩

대신 트라우마 카드를 빠르게 처리하면 일종의 각성기인 에고 스킬 코스트가 급감하는 만큼, 에고 스킬을 적극적으로 써서 전황을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할 수 있었죠. 에고 스킬은 행동력 포인트가 아닌, 좌측에 있는 별도의 에고 포인트를 사용하는 스킬로, 에고 포인트는 전투를 하다 보면 누적이 됩니다. 그 포인트로 캐릭터의 에고 스킬 외에 요원들이 장비한 일종의 아티팩트인 파트너의 스킬을 사용,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죠. 파트너 스킬은 대체로 에고 스킬보다 코스트가 낮고, 낮은 등급의 파트너 스킬은 범용성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 부담 없이 사용하도록 디자인한 것도 인상 깊었죠.

이런 확정적인 요소 외에도 턴이 시작될 때 낮은 확률로 일부 카드에는 '번뜩임'이 부가됩니다. 그 번뜩이는 카드를 사용하면 특수 카드를 획득하거나 혹은 그 카드에 3개의 강화 효과 중 하나를 골라서 적용할 수 있죠. 그 효과는 스토리 혹은 로그라이크 콘텐츠인 '카오스'를 도는 동안 유지되고, 종료 후에는 그게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그외에도 로그라이크 중간에 획득한 장비나 카드는 세이브 데이터로 남는 만큼, 더 좋은 세팅을 위해서 빙빙 돌면서 각 캐릭터마다 최적화 세팅을 고민하는 재미가 있었죠.


딥하게 파고들기/빠르게 숙제만 완료를 양립시킨 루틴





'로그라이크'라는 말이 나왔을 때 유저들 대부분은 플레이타임을 우려했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게, 수집형 RPG에서 로그라이크라는 말이 붙은 콘텐츠들은 죄다 플레이타임이 꽤 긴 편이거든요. 초반에 할 게 없을 때는 그만큼 반가운 것도 없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서 숙제가 되는 순간부터는 번거롭고 귀찮아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카제나는 이러한 로그라이크 덱빌딩의 기본기를 갖추면서도, 모바일 수집형 RPG의 기본 루틴을 잊지 않았습니다. 스토리와 카오스 탐사를 제외한 나머지 일일 던전이나 전투 챕터는 각 캐릭터의 이전 세이브 데이터를 인자나 장비처럼 장착한 뒤 통상의 턴제 웨이브 클리어식으로 전개됐거든요.

일종의 일일 던전인 '시뮬레이션'은 각종 성장 재화나 파트너, 잠재력 등 수집형 RPG의 캐릭터 육성을 위한 기본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스킵은 없지만 행동력을 한 번에 여러 차례 중첩 사용해서 보상을 한꺼번에 받는 식으로 번거로움을 줄이는 식으로 구현했죠. 심지어 일일퀘스트는 행동력을 쓰지 않고도 스토리만 한두 번 밀어서 몬스터를 처치하면 끝날 만큼 달성 조건이 널널한 편입니다.



▲ 파밍 던전은 흔히 보던 웨이브식 던전에



▲ 카오스 도는 것 외에 일퀘 부담은 확실히 낮췄다

그렇게 숙제를 최소화하는 한편, '카제나'는 타 게임에서는 주간 콘텐츠의 볼륨인 로그라이크 콘텐츠 '카오스'로 파고들기를 강화했습니다. 카오스를 돌면서 일정 달성도를 돌파할 때마다 새로운 조건이나 특혜 혹은 몬스터들이 열리고, 그걸 접할 때마다 덱이 한층 더 다채로워지는 게 체감이 됐거든요. 카오스를 돌고 난 뒤에 잠재력과 경험치 보상은 수령 횟수 제한이 있지만, 세이브 데이터나 달성도는 제한이 없어서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소위 스탯작이 가능했죠.

특히 인상적인 것은, 세이브 데이터가 단순히 수치가 높다고 다 좋은 게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몇몇 캐릭터들은 아이템 등급은 높지만 카드가 썩 좋지가 못해서 수치가 낮은 대신 카드가 좋게 나온 세이브 데이터를 주로 사용하게 됐거든요. CBT 기준으로 '카오스'를 돌 때는 한 캐릭터, 운이 좋으면 두 캐릭터의 쓸만한 데이터들이 나오는데 이를 감안해서 어떤 캐릭터를 중점적으로 몰아주고 빌드를 어떻게 짜맞출지 고민하면서 각 단계를 밟아가는 맛도 있었습니다.






▲ 단순 수치만으로는 하단이 좋지만, 숫자 말고도 세팅이나 효과까지 감안해서 연구하고 써보는 재미가 있다


심연을 향하다 엇갈린 스토리와 톤





카제나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순간부터 '절망'이 핵심 키워드로 자주 언급됐습니다. 뭐가 나올지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혼돈이 인류 문명을 집어삼킨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 서브컬쳐 게임을 줄창 즐겼던 유저라면 익숙한 배경이죠. 거기서 '절망'이라는 스텝을 한 단계 더 밟으면서 차별화를 꾀한다는 게 카제나의 전략이었습니다. 실제로 아직 간단한 현장 이벤트만 하던 AGF 2024 시절에도, 까딱 잘못 선택하면 트라우마 발동으로 팀이 전멸하고 이벤트가 끝나는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줬거든요.

게다가 현장 시연에서 미리 공개한 1챕터도 주인공 일행이 거대 몬스터한테 잡혀서 온몸에서 피를 쏟아내며 리타이어하는 장면도 짤막하지만 임팩트 있게 풀어내면서 '절망'이란 테마를 확실히 각인시켰습니다. 뭐가 나올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 자칫하면 누구 하나 죽는 건 일도 아닌 위험한 혼돈, 여기에 그런 불안감과 공포를 형상화한 듯한 몬스터들과 배경 디자인은 바로 '카제나'의 분위기를 인식시켰습니다.

그렇지만 2챕터부터 '카제나'의 그 분위기가 희석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1챕터 후반에 그토록 고생했던 거구의 몬스터가 허망하게 잡혀있는 것도 그렇고, 일행이 고전하고 있는 또다른 강력한 몬스터를 실눈캐가 슥삭해버린 것도 좀 무드가 깨긴 했습니다. 다만 초반에 강력한 실눈캐를 등장시킨 뒤 나중에 흑막이나 이리저리 써먹기 좋은 조연으로 굴리는 건 클리셰 중 하나라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는 있었죠. 그런데 이단 운운하며 남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성전십자회 기사로부터 도망쳐서 방주도시로 넘어가면서부터 분위기가 겉돌기 시작합니다.






▲ 이때까지만 해도 레노아 기다려 내가 구해줄게! 이런 무드였는데



▲ 그렇게 강해보였던 몬스터가 토벌당했다?



▲ 또다른 위험 개체를 한 번에 슥삭해버린 실눈+존댓말캐, 이건 흑막의 전조일지도



▲ 그런데 빚 갚겠다고 카오스 들어가서 실종될 뻔한 꼬마들 구하는 이야기로 급전환이라니 반성문 500장 악몽이

수집형 RPG로 따지면 그 구간이 '카제나'의 여러 일상적인 시스템과 캐릭터와의 교류가 시작되는 파트인데, 이 부분부터 톤이 갑작스럽게 일괄적으로 밝아져서 스텝이 꼬인 느낌입니다. 그 전에 업적창이나 퀘스트창 같은 일부 UI가 '카제나'의 어두운 분위기와 확실히 대비되는 하얀색의 밝은 톤이라 약간의 괴리감이 있었는데, 조금 설명이 이어지던 중 빚 갚겠다고 카오스 갔다가 실수를 저질러서 고립되어버린 소대 구하러 가는 이야기로 전개되어 버리니 톤을 종잡기가 애매했습니다.

그나마 3장에서 성전십자회 본거지인 헤이븐에서 성황이 중재를 하고 의뢰를 맡긴 뒤에는 조금씩 그 처음의 템포를 찾아가긴 합니다. 그리고 그 후에 열리는 주간 보스부터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가 앞세웠던 혼돈과 절망이란 테마가 조금씩은 각인이 되긴 하죠. 그 무렵부터 손패가 꼬이거나 조합, 덱을 잘못 짜면 언제든 리타이어할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가 올라오기도 하고, 혼돈과 심연에 맞서다 그 자체가 되어버리는 이야기의 실마리도 보이거든요.



▲ 패 순서가 꼬인 것 같은 느낌이지만 어쨌든 3장부터 본격적으로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와



▲ 그 이면에 있는 어둠에 맞서가는 이야기가 다시금 전개된다

사실 스토리에 대한 감상은 개인차도 있고 주관적이기도 해서 깊이 파고들긴 애매하긴 합니다. 다만 '카제나' 스토리에 관한 문제는 계속 유저들이 접하게 될 부분입니다. 스킵 버튼이 있긴 한데, 처음 감상할 때는 사용할 수 없어서 어쨌든 쭉 읽어야 하니까요. 빠른 재생이 있긴 해도 선택 구간에서 멈추게 되니, 본문 텍스트를 한 번은 훑어보게 되죠.

그런 만큼 확실하게 '카제나'만의 톤을 어느 정도까지는 끌고 가야 했는데, 너무 급하게 여러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여러 시스템을 풀어내려고 한 나머지 오히려 시리어스한 매력이 묻히는 역효과가 난 느낌입니다. 그러면서도 3장에 가서야 작중에 주요 시스템인 시뮬레이션과 '제로'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일레인의 입으로 풀어내다 보니, 순서가 좀 바뀐 듯한 뉘앙스도 있습니다.

물론 관련 시스템들이 그때 열리다 보니까 콘텐츠 순서로는 맞긴 한데, 여기서 '카제나'의 콘텐츠 설계의 또다른 문제가 드러납니다. 콘텐츠 소모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 브레이크를 꽤나 세게 걸었다는 점이죠. 그래서 하하호호 웃는 쿨다운 이후 바로 시리어스한 이야기로 넘어가 쇼크를 주겠다는 그런 야심찬 설계도 어긋나버린 거고요.


템포를 끊는 브레이크와 강요된 선택 사이의 미싱링크




▲ 20렙 된 애들 30렙까지 가게 진급해야 할 상황에서 20렙 던전 오픈이 30렙부터란 건 무슨 소리요 ㅂㄷㅂㄷ

사실 수집형 RPG에서 유저들이 콘텐츠 소모 속도를 줄이는 장치는 흔합니다. '행동력'부터가 그 중 하나니까요. 그런데 '카제나'는 재화 수급 던전 난이도 책정부터 이상합니다. 20레벨 던전을 돌기 위해서는 함장, 즉 유저 레벨이 30레벨이 되어야 하죠.

이미 10레벨 던전을 열고 어느 정도 파밍한 시점이면 유저 레벨이 20을 좀 넘기는데, 그때면 주력 캐릭터 레벨은 20레벨로 다 올려서 30레벨로 올리기 위해 파밍을 시작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 시점에서 메인스토리 권장 레벨이 25레벨 이렇게 올라가는데, '권장 레벨'이 그렇게 써있기도 하고 캐릭터 손패 꼬이면 꽤나 고생하는 걸 겪어본 입장에서 25레벨 구간을 선뜻 가기가 꺼려지죠. 물론 20레벨 던전이 안 열린 만큼 효율이 굉장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핵심 캐릭터만 순서대로 차근차근 올리면서 그 비는 타이밍에 '카오스'를 꾸역꾸역 돌며 캐릭터 세팅을 깎는 것이 '카제나' CBT 중반부의 루틴이었습니다. 그렇게 얻는 세이브 데이터가 전투력과는 좀 다르다 보니, 단순히 수치가 높다고 좋은 건 아니긴 합니다. 카드 종류 또는 장비 옵션에 따라 오히려 수치가 낮은 세이브 데이터가 훨씬 효율이 좋은 경우도 자주 봤으니까요.

그렇게 수치가 전부가 아니란 걸 어필하고 싶다고 해도, 저 어긋난 레벨 체계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캐릭터 진급이나 레벨업이 전부가 아니라 에픽세븐의 아티팩트나 붕괴: 스타레일의 광추 같은 파트너 진급과 레벨도 올려줘야 하고 잠재력 해방까지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과할 정도로 브레이크를 걸어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하나둘 만렙 찍을 무렵이 되면 이런 건 별 문제가 안 되겠지만, 그 구간까지 도달하는 데 굳이 어색하거나 미심쩍은 부분을 남겨둘 필요가 있나 싶었습니다.



▲ 잠재력 등 풀업을 위해 넘어야 할 허들도 많은데 던전 보상이 상당히 보수적으로 책정됐다

잠시 성장이 멈춰있을 때 캐릭터와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파고들어가는 것이 서브컬쳐 게임의 또다른 루틴인데, 현 CBT에서는 '트라우마 코드'가 잠겨 있어서 이 부분을 100% 체크하긴 어려웠습니다. 그외에는 여타 서브컬쳐 게임과 유사하게 티켓을 사용해서 대화하는 것과 일정 호감도 이상일 때 특수 로비 스토리를 여는 것, 그리고 각 캐릭터가 갖고 온 정책을 골라서 승인하는 것이 루틴입니다. 물론 작전 중 트라우마 상태인 캐릭터와 상담하는 경우도 있는데, 매번 트라우마에 걸리는 것은 아니니 뒤에서 이야기하죠.

그런 콘텐츠로 캐릭터와 유저 사이의 교감하는 빈도를 봤을 때, '카제나'는 현재로서는 상당히 부족한 편입니다. 캐릭터 수가 많지 않다 보니 티켓 수가 적은 건 이해가 가지만, 그렇게 호감도를 올려서 능력치를 얻는 것 말고 캐릭터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적습니다. 그게 아마 캐릭터 스토리 파트라고 한 '트라우마 코드'와 연관되어 있을 테지만, 현재로서는 아쉽다는 반응과 앞으로의 향방에 대해 추측만 해볼 수 있는 상황이죠.

그리고 트라우마 치료마저도 외출에 쓰는 커뮤니티 패스로 묶어둔 것이 좀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티켓' 개념으로 보면 이상할 건 없겠지만, 치료를 위한 수단과 같이 놀러 가기 위한 수단이 똑같다는 게 감성적으로는 엇나간 느낌이거든요.

더군다나 티켓은 하루 세 장밖에 없는데, 그 세 장은 보통 일일 미션에 외출이 있어서 거기 쓰면 트라우마에 걸린 요원은 기억소거를 강제로 시킬 수밖에 었습니다. 기억소거냐 혹은 트라우마 치료로 더 좋아지냐 나빠지느냐를 선택해서 즐길 수 있다는 소개문과 달리 이 콘텐츠를 유저가 자의대로 즐기기엔 극도로 제한이 걸리는 셈이죠. 캐릭터의 일상적인 단면을 보기도 쉽지 않은데, 치료 과정의 소통도 브레이크를 걸다 보니까 애정 캐릭터와의 함께 '카제나'의 세계에 있다는 감각을 온전히 체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선택해야 할 일이 많고, 때론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여기서 또 다시 '카제나'의 테마로 돌아가게 됩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혼돈에서 원치 않는 선택들을 주구장창 해야 하고 감내해야 하는 절망, 그리고 이를 어떻게든 돌파하기 위한 고군분투라는 지점 말이죠. 그것을 스토리 말고도 콘텐츠로도 느끼게 한 것이 개발진의 의도라면 그 부분은 성공일 겁니다.

다만 유저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지점까지 그 스트레스를 견디게 하려면 이를 함께 견딜 애정 캐릭터와의 교감과 결말을 지켜보게 만들 몰입감 있는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매운맛은 엄밀히 말하면 통각이라서, 그냥 단순히 맵기만 해서는 아프고 불쾌하기만 하니까요. 그걸 '맛'으로 인식하게 해줄 감칠맛과 기타 요소를 아직 공개되지 않은 '트라우마 코드' 그리고 정식 출시 때 선보이게 될 다른 콘텐츠와 스토리들로 보완할 필요가 있는 거죠.


잠재력은 보여준 '카제나', 시즌의 고삐를 잘 잡아야 한다





여러 가지로 말이 많았지만,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카제나'는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CBT가 끝나고 이제 TGS 2025 출장을 준비해야 할 상황임에도 말이죠.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다 보면, '카제나'의 호쾌한 손맛이 우선 떠오릅니다. 인터뷰에서 개발진이 로그라이크 덱빌딩의 묘미를 잘 짠 덱으로 콤보를 먹일 때의 쾌감과 카타르시스를 얘기했는데, 그 부분은 심플하게 확고하게 잘 잡힌 걸 CBT 동안 충분히 체감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이 순간도 효율 좋은 덱을 짜기 위해서 어떤 조합을 짜는 게 좋을지 종종 머릿속으로 그리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노출이 심한 캐릭터보다는 정장과 고딕풍으로 잘 차려입은 쿨한 캐릭터 취향이라 '레노아'가 공개되자마자 바로 꽂혔습니다. 그래서 현재 부동의 1티어로 꼽히는 칼리페를 아예 광역기와 약점 격파 요원으로만 쓰고 트리사도 고통 메커니즘 대신 드로우와 탄환 카드 보급 요원으로만 데이터를 만드는 식으로 레노아 무쌍덱을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짐작한 그대로 효율이 썩 좋지도 않고 특히나 주간보스는 피해 감소 버프도 걸어대니 더더욱 효율이 나쁜데, 그것을 틈틈이 에고 스킬로 커버해서 어거지로 뚫어버리는 카타르시스도 있었죠.

물론 여타 수집형 RPG가 늘 그렇지만, 패키지 게임만큼의 깊이나 짜임새를 기대한다면 조금은 평이 엇갈리긴 합니다. 나중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카드 텍스트를 최대한 알기 쉽고 간단하게 구성했고, 그에 맞춰서 각종 효과도 간소화시켰거든요.






▲ 카드나 이벤트 텍스트는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짜서 빠르게 훑으면서 수를 짜게끔 했다

그게 얕다는 단점이기도 하지만, 로그라이크 덱빌딩을 잘 몰라도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기도 합니다. 스트레스 로직이나 트라우마도 패키지 게임에 비하면 간단한 것도, 그런 종류의 게임을 즐기지 않았던 유저층에게 어필하기는 쉽다는 장점으로 풀이될 수 있고요. 다만 특유의 어두운 맛을 살리기 위해 넣었던 부분을 그간 중점적으로 어필했는데, 기대치만큼은 따라주지 못했습니다.

좀 더 첨언하자면, '카제나'는 조급한 나머지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캐릭터와 일상적으로 교감하는 장면도 보여주고 싶고, 왁자지껄 떠들다가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지고 트라우마를 만들어버리는 유열도 보여주고 싶은데 유저들이 소위 '매몰'되기 전부터 톤이 휙휙 바뀌고 중간중간 브레이크도 걸려서 몰입이 깨져버린 것이죠.

서브컬쳐 게임에서 유저들을 그렇게 붙잡기 위한 또다른 축이 캐릭터와의 교감인데, 이 부분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던 것도 '카제나' CBT의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CBT에 앞서 웹코믹 등으로 이리저리 준비한 건 알겠지만, 모든 유저가 게임 외부의 미디어믹스까지 처음부터 찾아보지는 않으니까요. 아직 공개되지 않은 '트라우마 코드' 외에도, 캐릭터와의 교감 콘텐츠의 접근성과 빈도를 높이면서 '절망'에 함께 맞서자는 그 유대감을 형성해나갈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 최근 대형 서브컬쳐 게임의 BM과 유사한 만큼, 그만한 업데이트 기대치를 꾸준히 채워줘야 한다

스토리에 대한 잣대가 좀 엄격한 감이 있긴 한데, 이는 사실 어두운 이야기들의 숙명입니다. 밝고 쾌활한 이야기는 웃은 것만으로도 뭔가 얻은 느낌이라 적당적당히 넘어가는데,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는 어쨌든 소화시키기 전까지는 스트레스가 될 자극을 받으니까요. 자연히 이를 유발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 분석하게 되고, 그만큼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해 파고들 확률이 높습니다. 특히나 카제나처럼 아예 '절망'을 키워드로 삼았다면, 더더욱 그 잣대에서 보게 되니 더더욱 그 눈높이에 맞춰 준비할 필요가 있죠.

이외에도 아직 완벽히 드러난 건 아니지만, 보상 체계 및 BM도 다소 불안한 감은 있습니다. 앞서 말한 육성 재화 던전의 기묘한 레벨 텀도 있고, 여타 콘텐츠 보상이 전반적으로 보수적으로 잡혔거든요. 지금 당장은 한정 보상을 주는 식으로 보완했고 시즌패스나 여러 이벤트 보상이 안 나오긴 했는데, 정식 출시 전에 좀 더 전반적인 보상 체계나 BM과 연결된 부분을 한 번 점검하고 정비할 필요는 있을 겁니다.

앞서 '카제나'를 떠올렸을 때 손맛을 먼저 언급했던 것이 어찌 보면 '카제나'의 장점이자 문제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냥 로그라이크 덱빌딩이었다면 플레이 완성도만으로 충분하지만, '카제나'는 캐릭터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서브컬쳐 게임이니까요. 그리고 플레이에서도 종종 로그라이크 모드에서 전체 지도를 보고 경로를 선택할 수 없다거나 스트레스 수치가 숫자로 안 나와있어 가늠하기 어렵거나 하는 등 소소하게 아쉬운 부분들이 있으니, 이번 CBT의 피드백을 잘 가다듬으면서 출시 때 '카제나'만의 매력을 확고히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게임플레이는 다듬어진 만큼, 정식 출시 때는 '덕심'을 잡을 플러스 알파를 확실히 선보이기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