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RPG를 대표하는 타이틀. 이 말을 하면 아마 각자 다른 답을 떠올리겠지만, '드래곤 퀘스트'라는 이름을 들으면 다들 수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986년 출시된 '드래곤 퀘스트'부터 거의 40년 동안 쭉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흔히 생각하는 'JRPG'의 한 축을 담당해왔던 시리즈니까요.
그만큼 역사적인 시리즈인 만큼, 스퀘어에닉스는 그 시리즈의 구도를 더 이해하기 쉽도록 리메이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시간대상 가장 앞의 이야기를 다룬 3편을 지난 2024년 11월 14일 리메이크로 출시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드래곤 퀘스트'를 접하지 않았던 세대의 유저들도 그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한 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1&2를 리메이크로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었죠.

이미 그간 드래곤 퀘스트3를 비롯해 자사의 여러 고전을 리메이크하면서 관록을 쌓은 스퀘어에닉스인 만큼, 이번 '드래곤 퀘스트 1&2 리메이크' 또한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고전 게임 리메이크의 양대 과제인 '감성'과 '편의성' 모두 다 잡았기 때문이죠.
이번 TGS 2025 시연에서 드래곤 퀘스트1은 도적 칸다타 그리고 요술사와 싸우는 부분까지, 드래곤 퀘스트2는 로토의 문장을 모으러 대등대를 올라가는 부분까지 공개됐습니다. 그렇게 두 작품을 하는 동안 새삼 스퀘어에닉스의 HD-2D 그래픽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3D의 편의성과 이점을 살리면서도, 도트의 느낌도 살려서 고전 게임의 감성과 톤을 확실히 잡아갔거든요.




물론 바탕이 40년 전 게임인 만큼, 필드를 돌다 보면 최신 HD-2D를 쓴 작품에 비하면 다소 허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각종 수풀은 물론 태양빛이 반사되어 반짝이는 수면 표현 같은 디테일을 확실히 살려서 감성의 톤이 흐트러지지 않게 한 것도 인상적이죠. 그리고 동굴이나 대등대로 올라갈 때 횃불 조명의 은은한 표현까지 지켜보다 보면 처음에 단조롭게 보였던 그래픽이 과거 추억으로 돌아간 것처럼 몽환적으로 느껴지게 됐습니다.
그래픽에서 고전의 감성을 현대에도 받아들일 수 있게 잘 소화해냈다면, 이제 그 내실이 어떤지도 살펴봐야 할 겁니다. 이미 스퀘어에닉스는 드래곤 퀘스트3 리메이크에서 모범 답안을 한 차례 낸 적 있습니다. 3단계의 배속 플레이에, 적 유닛 그룹을 선택해서 공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고전의 느린 템포를 현대에 맞춰 빠르게 끌어올렸죠.
특히 잡몹전 같은 곳에서 일일이 동작을 지시할 필요 없이, 싸운다 하나면 미리 지시했던 사항대로 움직이게 하는 '작전'도 이번 드래곤 퀘스트1&2 리메이크에 들어있습니다. 드래곤 퀘스트의 전투 명령 시퀀스는 싸운다 메뉴창에 들어가서 공격, 주문, 특기, 방어 등등 여러 항목을 다시 또 진입, 거기서 행동을 추가로 골라서 타겟도 지정해야 되는 방식입니다. 그것을 한 번씩 주고 받고 하는 게 아니라, 한 턴에 전 캐릭터의 명령을 한꺼번에 입력하고, 그 결과물을 지켜본 뒤 다음 턴이 돌아오는 방식이죠. 그 시퀀스 자체도 단계가 긴데, 주문이나 특기 종류도 다양해서 창을 왔다갔다 하면서 챙겨봐야 할 것도 많죠.


이런 번거로움을 '작전'으로 놔두면 '싸우다' 버튼 누르고 나면 각 캐릭터가 지침에 맞춰서 움직이니 랜덤 인카운터로 숱하게 접할 잡몹전의 지루함과 부담감을 크게 줄였습니다. 그것도 단순 공격, 회복, 방어 등의 명령이 아니라, MP를 아예 쓰지 않고 싸우기, 수단을 가리지 않고 강력하게 공격하기, 요령껏 공수 모두 신경쓰며 싸우기 등 상황에 맞춰서 설정할 수 있었죠. 그리고 그걸 각 캐릭터마다 따로따로 다르게 지정할 수 있어서 최적화된 딸깍 세팅도 가능하고, 레벨업 작업도 한결 수월해졌죠.
그렇다고 해서 하나하나 커맨드를 지정하고 고민할 수 있는 요소를 모두 날려버린 건 아니었습니다. 특히 '드래곤 퀘스트2'는 3인 파티에서 4인 파티로 늘었는데, 그에 맞춰서 난이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느낌이었죠. 문장을 모으고 대등대를 올라가는 구간이 20레벨대의 초중반 구간인데, 거기서 언데드맨의 루카난(방어 감소 주문)에 후속 적들의 크리티컬이 터지면 파티원들이 비명횡사하는 일도 잦았습니다.

가뜩이나 길찾기도 까다로운 게임인데 파티원들이 중간중간 쓰러지다 보니 신전을 왔다갔다 하느라 시연 시간 동안 대등대 정복까지는 미처 하지 못할 정도였죠. 그렇게 시연이 끝나고 다른 기자들이 하는 걸 봤는데, 대등대 마지막에는 1턴에 2회 행동하는 보스가 그룹 즉사 마법 '자라키'를 두 번이나 쓰더군요.
물론 확률이 높지 않아서 자주 걸리는 마법이 아니지만, 2회 연속 시행이면 어쨌든 누구 하나 비명횡사해도 이상하지 않죠. 부활 주문이 있는 아군이 안 당했으면 그래도 괜찮은데, 만일 그 파티원이 당했다? 바로 리트라이각이었습니다. 그렇게 난이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져서 점차 작전 온리를 넘어서 차근차근 공격과 주문 효과 그리고 특징까지 파고들면서 공략하도록 한 것이죠. 그래서 전멸해도 바로 직전 단계에서 다시 도전할지 말지 선택하게 하는 등, 세이브 관련 기능도 현대적으로 마련했습니다.




드래곤 퀘스트3 리메이크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이번 드래곤 퀘스트 리메이크 프로젝트의 방향은 명확합니다. 과거의 게임을 현시대의 게이머들이 훨씬 더 쉽게 접근하고 적응할 수 있게, 그러면서도 과거의 향수를 느끼는 핵심은 확고히 잡아서 그 옛날의 명성을 현대에도 널리 접하도록 한 것이죠.
사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가 일본에서 국민 RPG라는 소리를 듣던 시리즈라, 다른 창작자들이 이를 접하면서 영감을 받고 각종 요소들을 패러디하거나 끼워넣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드래곤 퀘스트'를 직접 해보지 않았던 유저들도 조금만 해보면 급속도로 친근감을 느끼게 됩니다. "어? 이거 어디서 봤던 건데?" 하고 말이죠.
그 단계까지 유저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새 시대의 첫 걸음이 드래곤 퀘스트3였다면, 이제 '드래곤 퀘스트1&2 리메이크'로 본격적인 원투 콤보까지 뻗어나가는 셈입니다. 명작 중의 명작, 고전 JRPG의 기틀을 세운 작품이자 지금까지 이어지는 여러 시스템들의 원류가 되는 작품인 만큼 JRPG팬이라면 콘솔 버전 출시일인 10월 30일과 PC 버전 출시일인 31일을 체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