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글 플레이 캠페인'은 배틀필드 시리즈에게 있어 꽤 아픈 손가락이다. 밀리터리 FPS의 계보를 들여다 보면 싱글 플레이 캠페인이 가지는 장르적 의미는 일종의 헤리티지라 볼 수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밀리터리 FPS에서 주력은 경쟁형 PVP모드가 되었지만, 전성기를 활짝 열게 된 건 '메달오브아너' 시리즈와 '콜오브듀티' 시리즈의 활약에서 시작되었으니까.
그런 만큼, 엄청난 개발 코스트가 들어가는 콘텐츠임에도 싱글 플레이 캠페인은 꾸준히 게임에 함께 따라붙었다. 문제는, 옆 동네 콜오브듀티가 모던 워페어와 블랙 옵스 시리즈에서 장대한 서사시를 써내려가는 동안, 배틀필드 시리즈는 그냥 동봉 번들 정도의 무게감을 보였다는 것이다.
때문에, 배틀필드 시리즈에게 있어 완성도 높은 싱글 플레이 캠페인으로 게이머에게 인상을 남기는 건 어떻게 보면 숙명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상황도 좋다. 콜오브듀티 시리즈가 매너리즘을 극복하지 못하고 연예인 스킨을 내놓으며 알아서 평가를 깎아먹는 동안, 배틀필드는 전작의 참혹한 성적을 딛고 일어서 부활의 신호탄을 화려하게 쏜 시점이니 말이다.
과연 이번에는 다를까? 짧은 분량이지만, '배틀필드6'의 싱글 플레이 캠페인을 플레이해 보았다.

배틀필드 시리즈의 최강점, 전장의 'Atmosphere'
과거, 콜오브듀티의 레거시 시리즈(1~3편), 나아가 '월드 앳 워'나 모던 워페어 시리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게이머들이 사랑했던 이유가 있다. 당시 기준으로 남다른 슈팅 감각, 고퀄리티의 비주얼, 역동적인 연출까지 여러 장점들이 있었지만, 이 작품들의 싱글 플레이 캠페인이 게이머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는 '전장의 공기'를 굉장히 진하고 밀도있게 구현했기 때문이다.
이후 블랙 옵스의 메이슨 사가가 시작되면서 체질이 좀 바뀌긴 했지만, 어쨌거나 이 당시 콜오브듀티 캠페인의 가장 큰 매력은 '진짜 전장에 있는 것 같다'라는 현장감이었다. 그리고, 배틀필드 시리즈가 그간 고평가받아온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콜오브듀티 구작들의 싱글 플레이 캠페인만큼 밀도높은 서사 전달은 없었지만, 배틀필드 시리즈는 멀티플레이 모드에서 이 전장의 분위기를 80% 이상 보여주었다. 문제는, 싱글 플레이에서도 80%만 보여주었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배틀필드6'의 싱글 플레이 캠페인은, 첫 체험부터 이 '전장의 분위기'로 인상을 새긴다. 시연 빌드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캠페인은 3개. 첫 미션은 트레일러에서도 볼 수 있었던 '지브롤터'의 상륙전인데, 함선에서 출발해 수륙양용 상륙정을 타고, 지브롤터의 해안 도시를 점령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상황에서 터져나가는 아군 상륙정과 쏟아지는 해안포, 적 차량들과의 포격전까지 모든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다.
이는 단순히 영상적 연출을 넘어, 배틀필드 멀티플레이에서 게이머들이 접하게 될 '정보의 과부하'와 비슷한 수준이다. 배틀필드 시리즈의 멀티플레이 상당히 유니크한 특성이 있는데, 쉽게 말하면 과하게 정신없고,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너무나 많은 변수가 존재해 오히려 계산보다 본능에 의존하는 플레이가 더 유리할 정도다. Z축에서 이뤄지는 폭격과 공습, 맵 밖에서 날아오는 포격, 연막으로 가려지는 전장과 빠르게 돌입하는 적 플레이어, 그리고 산등성이에서 반짝이는 캠퍼까지 모든 것들이 게임의 변수가 된다.


그리고 이 독특한 바이브가 싱글 플레이에도 그대로 느껴진다. 엄밀히 말하면 이름을 떨친 밀리터리 FPS들의 싱글 플레이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부분들이지만, 배틀필드6의 싱글 플레이 캠페인은 이를 조금 더 진하게, 그리고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대전장'이라는 하나의 주제가 아닌, 여러 형태의 다른 전장도 펼쳐진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펼쳐지는 '잠 못 이루는 밤' 미션은 야간 시가전과 야시경에 의존한 어둠 속 진입 작전을 그리며, 타지키스탄의 산지에서 펼쳐지는 '엠버' 미션은 산악 환경에서의 고가치 표적 사보타주와 저격전을 그린다. '대규모 전장 원툴'이라는 굉장히 뚜렷하면서도 편향된 장점을 지닌 멀티플레이와 달리, 전장의 복잡함과 다면적인 모습을 여러 방향에서 조명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본은 '분대 플레이', 순차적으로 바뀌는 병과
배틀필드6의 싱글 플레이 특징을 하나 더 꼽자면, 멀티 플레이에서도 볼 수 있는 '분대 플레이'와 '병과 구분'을 싱글 플레이 캠페인에 녹여냈다는 것이다. 배틀필드6의 캠페인은 미군 최정예 레이더 분대인 '대거13(대거 원-쓰리)'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대거13의 소속원들은, 저마다 병과가 나뉘어 있다.

돌격병 병과의 '헤즈 카터' 상사는 대거13의 리더이자, 뛰어난 운동능력을 지닌 거친 군인이다. '딜런 머피' 중사는 대거13의 공병으로 전략적 사고와 최전선 전투원의 역량을 모두 갖춘 인물이며, '시몬 에스피나' 하사는 시골 사냥꾼 출신의 여군이자 대거13의 정찰병이다. 마지막으로 캘리포니아 출신의 '클리프 로페즈' 하사는 대거13의 지원병으로, 게임 중 다운될 경우 가장 자주 보게 되는 얼굴이다.

그리고, 게이머는 미션마다 이 네 명의 분대원 중 한 명이 되어 미션에 투입된다. 이는 단순한 설정 이상으로 중요한 배틀필드6의 핵심 시스템 중 하나인데, 차량을 탈 때도 분대원들과 함께 타게 되고, 경로를 개척하거나 전투 중에도 늘 이 분대원들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게이머는 전투 중 간단한 명령을 통해 분대원들을 조작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한 난관 돌파는 곧 배틀필드6 캠페인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강력한 화망이 펼쳐진 개활지를 돌파할 때, 분대원을 통해 연막을 배치한 후 돌입할 수도 있고, 경로가 막혀 있을 때 분대원 호출을 통해 벽을 폭파시킬 수도 있다. 뒤로 돌아갈 시간을 벌기 위해 분대원에게 교전을 지시할 수도 있고, 수류탄 투척을 요청할 수도 있다.

과거 출시되었던 명작 중 하나인 '스타워즈: 리퍼블릭 코만도'나 '고스트 리콘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게임 플레이인데, 이런 구조의 가장 큰 장점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자연스럽게 각 병과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과 병과에 따른 플레이 스타일을 숙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배틀필드 시리즈에 익숙한 게이머들은 이미 각 병과 별로 전투에서 해야 하는 일과 주된 플레이 스타일을 알고 있기에 어렵지 않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으나, 처음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는 뭘 해야 할지 그냥 막막한 경우가 적지 않다. 돌파를 위해선 어떤 장비를 써야 하고, 색적은 어떻게 해야 하며, 엄폐물 뒤에 숨은 적에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 배틀필드 시리즈를 플레이하기 위해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는 싱글 플레이 캠페인을 플레이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 캠페인을 마무리지은 후, 바로 멀티 플레이에 나서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선행 플레이 미션 자체가 띄엄띄엄 배치되어 있다 보니 전체적인 서사적 구조나 흐름을 파악할 수는 없었다는 것. 배틀필드 시리즈가 그간 보여준 보여준 싱글 플레이 캠페인의 단점 중 하나가 서사가 딱히 흥미롭지 않고 평이했다는 점인데, 이것마저 극복했는지는 아직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플레이 감각부터 미션의 구성까지. 배틀필드6의 싱글 플레이 캠페인은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물론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았다는 건 감안해야겠지만, 예전처럼 그냥 멀티플레이에 붙어 나온 번들보다는 훨씬 나은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