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절치부심(切齒腐心)의 '배틀필드6', 출시 전 각오는?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이를 갈았다'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배틀필드1의 좋은 성적, 배틀필드5의 미묘한 흥행, 그리고 배틀필드 2042의 암담했던 시절을 겪으며, '배틀필드'라는 프렌차이즈는 상당한 희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모회사의 주가도, 떨어진 판매 지표도 그렇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팬층의 실망과 이탈이었다.

그리고 '배틀필드6'에 이르러, EA는 새로운 개발론을 천명했다. EA다이스가 주축이 되는 기존의 개발 방식이 아닌, 네 개의 독립 스튜디오가 우열 없이 '배틀필드 스튜디오'라는 하나의 그룹으로 묶여 게임의 각 부분을 담당해 개발해나간다는, 잘 풀리면 드림팀, 안 풀리면 조별과제에 가까운 개발 파이프라인을 공개한 것이다.

여기까지만 말하면, 딱히 이렇다 할 매력이 있는 변화는 아니다. 개발 인력이나 개발 조직의 변화 쯤은 작든 크든 늘 있어왔으니까. 하지만, '배틀필드 랩스'가 더해지면서 '신뢰'가 생성되었다. 전 세계에서 무작위로 뽑은 테스터들을 대거 투입해 알파 단계부터 피드백을 받아가며 개발을 진행하는 이 과정은, 감을 잃은 개발사가 감을 되찾기 위해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 말해도 모자람이 없는 극약처방에 가까웠다. 개발 빌드나 개발 과정의 유출을 비롯한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게이머의 입맛'을 맞추겠다는 각오에 가까웠으니까.

그리고, 배틀필드6의 출시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이후 몇 번의 테스트를 거치면서 '기대작'의 입지를 다진 배틀필드6, TGS2025의 한켠에서, 네 스튜디오의 핵심 개발자들과 출시 전 막바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좌측부터 '바이런 비드' 배틀필드 제네럴 매니저, '필립 두샴' 수석 프로듀서(모티브),
'라이언 맥아서' 수석 프로듀서(리플 이펙트), '로만 캄포스' 오리올라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모티브),
'마코토 다나카' 수석 테크니컬 아티스트(EA 다이스)


Q. 이번 작품의 개발 구조가 상당히 독특하다. 4개의 스튜디오가 모여 하나의 게임을 만들고, '배틀필드 랩스'를 통해 유저 피드백까지 개발 과정에 넣었다. 실제 개발 과정은 어떠했나?
이번 프로젝트는 배틀필드 프랜차이즈에 있어 큰 도전이었다. 우리가 세운 목표는 굉장히 컸고, 그 어느 것도 희생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정통의 전면전(All-Out Warfare), 즉 정복전과 돌파전, 러시 같은 기존 팬들이 좋아하는 모드를 제대로 구현하고 싶었고, 동시에 전투 시스템, 이동, 총기 조작 등을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했다. 또 싱글플레이도 부활시켰고, 멀티플레이어 모드도 확장했다. 이 모든 걸 하기 위해선 네 개의 월드 클래스 스튜디오가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

배틀필드 랩스는 처음부터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만들고자 도입한 시스템이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출시 직전에 베타를 진행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알파 수준의 콘텐츠부터 유저들에게 공개하고 피드백을 받았다. 무기 조작감, 이동 시스템, TTK, 맵 밸런스 등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해 유저들과 논의하며 개선해 나갔고, 그 결과 훨씬 더 나은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Q. 스튜디오 간 협업 시 공동으로 유지한 어떤 핵심 기조가 있는가?
네 개의 스튜디오는 각자 고유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Battlefield Studio'라는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느꼈다. 전술적 파괴와 클래스 기반 멀티플레이, 그리고 롤러코스터 같은 액션 중심 싱글플레이는 모든 스튜디오가 공유한 핵심 가치였다.

특히 각 스튜디오가 고유의 색깔을 살린 점이 특별했다. DICE는 멀티플레이, Ripple Effect는 라이브 서비스, Motive는 스토리텔링, Criterion은 오픈 월드를 맡았으며, 서로 긴밀히 협력해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 예를 들어 Motive가 처음으로 제작한 멀티플레이 맵은 DICE의 라인 오브 사이트, 교전 거리 피드백 덕분에 높은 품질로 완성될 수 있었다.


Q. 실제로 유저 피드백을 통해 디자인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잦은가?
배틀필드 랩스 자체가 그것을 위해 존재한다. 유저들이 알파 단계부터 실제로 플레이하면서 피해량과 낙차, 탄속 등을 포괄하는 총기 밸런스, TTK, 이동 시스템 등 다양한 피드백을 제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게임을 개선해 나갔다.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직접 관찰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도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Q. 약간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 싱글 플레이 캠페인은 분명 훌륭한 콘텐츠이지만, 개발 비용과 자원이 만만찮게 든다. 그럼에도 이를 강행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또한, 시리즈 최초로 한국어 더빙이 이뤄졌는데, 이 결정의 이유도 듣고 싶다.
싱글플레이는 전체 세계관의 기반을 제공하고, 멀티플레이 및 라이브 서비스에서 그것이 확장되도록 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판단했다. 새로운 멀티 플레이 콘텐츠나 모드 등을 추가함에 있어 서사적 바탕이 되는 설정과 이야기가 있다면 훨씬 더 높은 몰입감을 유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예를 들어 싱글플레이 캠페인 중에는 거대한 건물이 두 조각으로 갈라지면서 무너지는 장면이 있다. 멀티플레이에서는 이 건물이 애초에 무너진 상태로 등장함으로써, 세계관 연결성과 환경 스토리텔링을 구현하고자 했다.

한국어 음성의 경우, 한국 유저들에게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는 의지에서 결정하게 되었다. 한국 시장은 배틀필드 시리즈에 있어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시장이고, 우리는 무척 중요한 시장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Q. 배틀필드 시리즈가 앞으로도 사랑받기 위해 유지하거나 발전시켜야 할 핵심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배틀필드의 핵심 DNA는 순간순간의 전투, 상징적인 분대 플레이, 그리고 파괴 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최고의 클래스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으며, 여기에 파괴 요소를 더해 지금까지 중 가장 완성도 높은 All-Out Warfare 경험을 구현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핵심 요소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특히 포탈 모드는 유저들이 자신만의 전장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Q. 싱글플레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징적인 게임 시스템이 존재하는가?
싱글플레이에서도 분대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플레이어가 혼자가 아니라 팀과 함께 있다는 감각을 줄 수 있도록 했다. 플레이어가 중심이 되되, 분대원들이 도구처럼 느껴지도록 설계했다. 또한 파괴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경로를 선택할 수 있게 했고, 미션에 따라 캐릭터가 전환되는 구조를 통해 몰입도를 높이고자 했다.


Q. '데드 스페이스'의 리메이크로 잘 알려진 모티브 스튜디오가 싱글플레이를 맡았다. 개발 과정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가?
모티브 스튜디오는 데드 스페이스를 개발하면서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에 이미 익숙했기 때문에 기술적 장벽은 크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배틀필드의 DNA를 이해하고, 그것을 싱글플레이에 반영하는 작업이었다. 각 미션의 감정과 템포를 조절하며, 어떤 미션은 대규모 폭발, 어떤 미션은 캐릭터 중심의 전개가 되도록 신중하게 설계했다.


Q. 실시간 조명 및 파괴 시스템이 인상깊었다. 컴퓨터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는데, 퍼포먼스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실시간 조명은 픽셀 기반으로 처리되므로 큰 문제는 없지만, 파괴 시스템은 CPU를 많이 사용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파괴 요소를 작은 조각 단위로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Q. 포털 모드에 대해 묻고 싶다. 기본적인 관리 도구에 기능을 조금 더해 팀 밸런서나 스크램블, 밴 등을 추가할 계획이 있나?
배틀필드 6에서 포털은 단순히 게임 모드를 만드는 기능을 넘어서, 유저들이 자신만의 배틀필드 경험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라고 판단했다. 우리는 이 툴셋을 유저들과 함께 구축해 나가고자 했고, 피드백을 수렴해 필요한 도구들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라이브 서비스 전략의 일환으로 포털 기능은 앞으로도 계속 확장할 예정이다.


Q. 유튜브 콘텐츠를 위한 스펙테이터 모드를 추가할 계획이 있나?
굉장히 좋은 피드백이라고 생각한다. 커뮤니티와 함께 포털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단순한 게임플레이뿐 아니라 관전 및 시청 경험을 확장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커뮤니티에서 이러한 필요성을 계속 이야기해주었고, 우리도 그 피드백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Q. 정찰 헬기 등 항공 유닛이 제외되면서 탈 것의 카테고리가 상당히 압축된 느낌을 받았다. 향후 확장 가능성이 있을까?
라이브 서비스의 핵심은 샌드박스를 지속적으로 진화시키는 데 있다.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장비나 유닛을 추가할 계획이며, 커뮤니티 피드백에 따라 계속 조정해 나갈 예정이다.


Q. 베타 테스트에서 TTK(Time To Kill)와 건플레이 템포가 빠르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베타는 배틀필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으며, 그만큼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교전 거리, 무기 밸런스, 클래스 시너지 등을 분석하고 있으며, 라이브 서비스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조정해 나갈 예정이다.


Q. 출시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가?
인터뷰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하며, TGS 현장에서 아직 플레이하지 않았다면 Manhattan Bridge 멀티플레이 맵과 글로벌 단독 싱글플레이 체험을 꼭 해보시기를 추천한다. 배틀필드6를 기대하는 모든 게이머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드리며, 10월 10일에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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