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기] 투박하지만 육덕미와 개성을 담은 첫 걸음, '미래시'

게임소개 | 윤서호 기자 | 댓글: 6개 |

'혈라'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김형섭 AD의 신작, '미래시'가 TGS 2025 스마일게이트 부스를 통해 인게임 모습을 본격적으로 공개됐다.

김형섭 AD는 그간 특유의 섬세한 육덕미를 내세운 캐릭터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화제가 된 인물이다. 그만의 확고하고 유니크한 화풍과 스타일, 디자인을 줄곧 보여줬던 만큼 그가 아트를 지휘하는 '미래시'가 과연 기존 서브컬쳐 게임과 어떤 다른 면모를 보여줄지 직접 확인해보았다.

서브컬쳐에서 주로 쓰이는 단어긴 하지만, '미래시'라는 단어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거다. 대체로 '미래를 보는 능력'으로 이해할 테고, 결론적으로는 그게 맞기 때문이다. 그 단어가 유행하게 된 계기들을 쭉 훑다 보면 갖가지 사족들이 덕지덕지 붙긴 하지만, 이 부분은 '미래시' 게임에도 연관이 되어있어서 조금 더 설명이 뒷받침 된 다음에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어쨌건 '미래시'는 왜 그 단어를 게임 타이틀로 선정했는지 초반부터 바로 보여줬다. 어떤 미래도 보이지 않는 종말의 시간이 닥쳐 온 상황에서, 유저는 미래를 관리하는 미래관리국의 의원으로서 과거로 회귀한 뒤 각각 다른 시간대에서 온 시간여행자들과 함께 미래를 확보하기 위한 싸움에 나선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 몇 개의 세계를 동시에 멸망 위기에서 구하다 보면 이런 문구를 봐야 본 게임을 시작하는 느낌이 난다






▲ 각기 다른 시간선과 세계에서 찾아온 시간여행자들과 함께 종말이 닥쳐오는 걸 막아야 한다

초반부터 고유명사가 다소 많이 나오고 설명이 몰아치는 부분이 있지만, 그간 서브컬쳐 게임을 즐겨왔던 유저들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었다. 멸망을 앞두고 있는 세계에서 멸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혹은 멸망한 세계에서 회귀해서 멸망을 막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간 서브컬쳐 게임에서 자주 쓰였던 레퍼토리였다.

캐릭터 각각의 특징과 계열의 전형을 살리면서도, 김형섭 AD 특유의 화풍을 3D로 담아낸 부분도 시선이 끌렸다. 모델링 퀄리티나 디테일은 이제 처음 공개하는 단계라 아직 다른 서브컬쳐 게임과 직접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조형만큼은 확실히 특색 있는 화풍을 3D로 담아내기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워맞춘 모양새였다. '육덕론' 강연에서 육덕은 자칫하면 신체 자체가 너무 크게 보이거나 뚱뚱해 보여서 다각도로 고민하고 연구했다고 고백했는데, 그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을 초기 단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 뭔가 이것저것 못 들어본 고유명사들이 많지만



▲ 결론은 캐릭터들을 지휘하라는 소리니까 OK, 그럼 이번에도 세계를 지키러 가볼까

그렇게 캐릭터에 대한 감상과 스토리에 대한 첫 인상이 잡힐 무렵부터 본격적인 인게임 전투가 시작됐다. 인게임 전투는 기본적으로 프리코네나 블루 아카이브로 친숙한, 적과 자동으로 일반 공격을 주고 받다가 중간중간 스킬을 사용하는 유형이었다. 그러나 스킬을 코스트나 쿨타임이 아닌 '턴제' 기반으로 마련한 것과, 쿼터뷰에 가까운 앵글로 전장을 보게 되는 점이 달랐다.

게임 내에서는 하단의 행동 시작칸까지 도달하는 속도에 따라 각 캐릭터의 행동 순서가 정해지는 식으로 연출됐으나, 연출의 차이는 있어도 속도 기반의 턴제 시스템을 조합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했다. 실제로 캐릭터의 스킬도 최근 모바일 수집형 턴제 RPG처럼 세 종류가 갖춰져 있었다.



▲ 하단 공격 아이콘에 도달해야 캐릭터의 턴이 오고, 그때까지는 자동으로 근처의 적을 공격한다



▲ 턴이 오면 탑뷰로 전환되면서 MOBA식의 스킬 방향과 대상 지정 과정까지 거쳐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그 중 특이한 것은, 일반 공격 대신에 '퀵 스킬'이라 이름을 붙인 부분이었다. '퀵 스킬'은 캐릭터를 이동시키는 기술로, '미래시'의 전략성을 한층 높여주는 포인트였다. 적의 패턴을 피하거나 후방의 위협적인 적쪽으로 캐릭터를 보내서 먼저 처리하는 식으로도 응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퀵 스킬뿐만 아니라 대체로 캐릭터들이 액티브 스킬과 궁극기도 지정된 지점으로 이동하면서 발동하거나 혹은 다른 아군을 끌어당기는 등 캐릭터의 '이동'에 상당히 주력한 모습이었다.

앞서 예시로 든 유형의 다른 작품들은 캐릭터를 적극 이동시키는 것이 제한되어 있어 각종 광역 패턴에 특정 조합을 꾸리는 방식을 채택했다. '미래시'는 여기에 패턴을 보면서 위험한 구역에서 캐릭터를 피신시킨 뒤 싸움을 이어가는 또다른 패턴을 제시한 셈이었다. 이에 맞춰서 보스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광역 공격을 하는 패턴을 보유하고 있어, 패턴을 단순히 피하는 걸 넘어 더 적극적으로 싸우기 위한 포지셔닝도 중요해졌다.



▲ 적이 패턴을 예고하고 발동하기 전, 이동기로 피하면서 다시 전열을 다듬는 것이 '미래시' 전투의 특징이다



▲ 종종 턴이 오기도 전에 패턴이 먼저 발동하거나 스킬을 잘못 썼을 경우



▲ 5턴 내로는 지정된 횟수만큼 되돌릴 수 있다



▲ 그 뒤에는 지휘관 스킬로 적 패턴을 차단하는 튜토리얼이 전개됐다

이러한 전투의 이론은 꽤 그럴싸했지만, '미래시'의 현재 전투는 그만한 완성도를 미처 보여주지 못했다. 우선 전투 템포가 상당히 느렸다. 여러 캐릭터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3D 필드에서 전투를 벌이고, 광역기도 많아서 일일이 신경 쓸 부분이 많다 보니 전반적으로 속도를 느리게 잡았다. 그래서 아군 스킬 순서가 오기 전까지 좀 루즈했다.

게다가 전투 화면이 쿼터뷰에 가까운 시점이란 것도 '미래시'에는 다소 불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특유의 육덕미 뉘앙스를 담은 캐릭터들이 이 게임의 핵심 어필 포인트 중 하나인데, 위에서 바라보면서 그 장점들이 많이 가려졌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시야를 넓게 가져가서 전략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이점은 있겠지만, '미래시'에 기대하는 서브컬쳐 감성을 반감시킨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 아직 초기라 퀄리티는 다소 아쉬워도 3D로 김형섭 AD 특유의 육덕미 조형을 보여주려는 의도는 확실히 보였다



▲ 그러나 실제 전투에서는 구도, 그리고 배속이 지원되지 않은 템포라 잘 보이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시연 빌드라 개요만 보여준 것이겠지만, 다음 번에는 적어도 이 두 부분만큼은 확실히 개선되기를 바란다. 일각에서는 너무 육덕미 부분을 부각하면 조금 상스럽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좀 과감하게 말해서 그런 시선에 흔들리는 순간 '미래시'가 내세울 수 있는 포인트가 하나둘 사라진다.

다행히(?) 개발진들이나 퍼블리셔들이 그 감성이 '미래시'에서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라는 걸 인지했다는 걸 TGS 2025 부스에서 느낄 수 있었다. 오픈필드는 아직 개발 중이었기 때문에 그냥 정해진 대로 따라다니다가 카메라를 잠깐 돌려보고 포토 모드를 촬영하는 정도였지만, 카메라를 막 이리저리 굴려도 신체나 의상 일부가 투명화되거나 생략하는 부분 없이 드러났다.






▲ 필드 구간은 정해진 구간만 잠깐 둘러보는 정도로 구현됐지만






▲ 비교적 자유롭고 생략이 되지 않는 카메라 구도에 포토 모드 등 캐릭터를 강조하는 기본은 확실했다

포토 모드에서는 아직 카메라의 상하 각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지원되지 않아서 아쉽긴 했지만, 이런 부분을 의도적으로 뺀 것보다는 아직 제대로 구현이 안 되어 선보이지 못한 느낌이었다. 왜냐하면 시연이 끝난 뒤, 따로 터치 패널과 독대해서 각종 터치를 해볼 수 있는 진실의 방(?) 체험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는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그렇지만, 설마 여기도 싶었던 부분도 건드리면 반응이 있었다. 심지어 그렇게 터치에 부끄러워하는 반응을 보이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외부 스크린을 통해 방방곡곡 퍼져나갔다. 그나마 진실의 방에서 해서 누군지 안 알려져서 다행이라고 할까.

고퀄리티 3D 모델링을 앞세운 서브컬쳐 수집형 RPG가 점점 더 수준을 높여가고 있는 지금, '미래시'는 아직 그 기준점을 확실히 통과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다만 이 게임만이 갖고 있는 유니크한 특성과 이를 어필할 가능성은 TGS 2025 시연 버전에서도 느껴졌다. 초반 스토리의 급전개나 루즈한 템포, 카메라 각도가 일부 자유롭지 않은 문제들을 수정하고 모델링과 배경의 디테일도 점차 기준점에 맞춰 끌어올린다면 '미래시'는 확실히 다른 서브컬쳐 게임과는 차별화된 매력을 주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이곳저곳 다 훑어보기엔 너무도 빠르게 닥쳐온 이별의 시간, 다음에 더 다듬어진 모습으로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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