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많은 대작, 화제작들이 즐비했던 이번 TGS 2025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였던 게임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을 꼽고 싶다. 넷이즈 산하 네이키드 레인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오픈월드 어반 판타지 RPG '무한대'가 그 주인공이다. 최초 트레일러 공개 직후 서브컬처 GTA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던 '무한대'는 그간 비공개 테스트만 진행해 왔다. 그렇기에 게임을 플레이한 건 진짜 관심이 있는 극소수에 불과해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졌다. 그랬던 '무한대'가 TGS 2025을 기념해 최신 게임 플레이 트레일러를 공개하는 동시에 현장에 시연 출품해 수많은 참관객을 맞이했다.
출시일을 확정 짓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한대'는 아직 많은 부분을 개발해야 하는 게임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무한대'가 이번 TGS 2025에 시연 출품한 이유는 각종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트레일러는 트레일러일 뿐, 실제 인게임은 저 정도는 아닐 것이다', 'GTA 같은 느낌이긴 한데, 건물과의 상호작용 같은 건 기대하면 안 된다'라는 소문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시연해 본 '무한대'는 그간 공개한 트레일러가 거짓이 아님을 증명했다. 게임의 비주얼부터 액션, 그리고 무대가 되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 각종 콘텐츠까지 제대로 작동하는 걸 보여줬다.
다만, 이러한 높은 완성도가 마냥 찬사로 이어지진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완성도만큼이나 아쉬움 역시 적지 않았는데, 어떤 부분들이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선사했을지, 지금부터 시연에 대한 뒷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 | 너무나도 익숙한 기시감

시연은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스토리 모드와 여러 캐릭터를 골라서 도시를 탐험하는 자유 탐험 모드 2개로 구분됐다. 먼저 했던 건 메인 스토리 모드다. 스토리 모드는 주인공 천슈 아침 댓바람부터 쳐들어온 무법자들을 상대하면서 시작된다. 이 단계에서는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다. 일단 이 파트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한다면 게임의 그래픽과 전투 시스템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래픽의 경우 최근 중국의 모바일 게임들이 나날이 고점을 찍는다는 걸 고려해도 최신 게임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이 방면으로는 아마 현존 중국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 중 가장 고퀄리티를 자랑한다고 할 수 있는 '명조'와 비교해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다. 아트워크와 분위기, 그리고 캐릭터 모델링 등 취향에 따라 갈릴 수는 있을지언정 완성도만 놓고보면 호각을 이룰 정도다.

전투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다. 먼저 적의 공격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흰색 경고의 일반 공격, 파란색의 중공격, 그리고 빨간색의 강공격이다. 공격 종류가 저마다 다르다는 점에서 대응법 역시 달라진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반 공격은 공격이 닿기 직전 가드(패링)를 하면 적을 가볍게 밀치는 식으로 공격을 끊을 수 있으며, 중공격은 적을 엎어치는 등 좀 더 강하게 대응한다.
다만, 강공격은 다르다. 강공격은 가드가 불가능하기에 회피해야 한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건 바로 다양한 회피 방식이다. 적에게 멀리 떨어지는 쪽으로 향하면서 회피를 하면 단순히 피하는 걸로 끝이지만, 공격하는 적 쪽으로 회피하면 적의 다리 사이로 슬라이딩하거나 적을 짚고 피하는 등 아크로바틱한 모션으로 피한다. 정리하자면 평타와 강공격, 가드, 회피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다채로운 액션을 펼칠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전부터 여러 차례 선보인 바 있는 염동력을 활용한 것도 있다. 이 염동력은 전투 시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활용된다. 첫 번째는 염동력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주변의 물건을 원격으로 조종하는 거다. 이렇게 들어 올린 물건은 전투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맨홀 뚜껑은 들어 올린 후 조준해서 던질 수 있으며, 타이어 같은 경우에는 적을 끼워서 못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 파이프나 야구 배트 같은 무기라면 그대로 무기로 쓸 수도 있다.
좀 더 심화 과정으로 넘어가면 적의 투척 무기를 되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적이 쏜 로켓 런처를 회피한 후 터지기 직전 염동력을 써서 역으로 적에게 날리는 식이다.

주변 오브젝트와의 상호작용 역시 눈길을 끈다. 간단히 말하자면 적이 벽을 등진 상태에서 듀얼센스를 기준으로 R3를 입력하면 벽을 활용해 적을 제압한다. 이처럼 디테일한 요소들은 게임의 완성도를 더해주는 동시에 게임하는 처지에서 간단한 조작 커맨드만으로도 화려한 액션을 펼쳐서 마치 스스로가 잘 싸우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이는 액션 게임으로서 여러모로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액션만 좋았던 게 아니다. 인게임 플레이와 컷신 연출이 물 흐르듯 연결되는 점 역시 개인적으로는 높은 점수를 줄 만했다. 컷신에서는 캐릭터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게임의 완성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벤트 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를 타고 무법자들과 추격전을 벌이게 되는데 이때 총을 쏴서 대응할 수 있는데 어디를 어떻게 쏘는지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바퀴를 쏘다보면 균형을 잃어서 다른 차와 부딪혀 폭발하고 운전 중인 적을 쏘면 그에 따라 다른 식 연출이 펼쳐지는 식이다. 사소하다면 사소하지만,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액션을 즐기면서 강렬한 기시감이 들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하늘 아래 진정한 의미에서 새로운 걸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여러모로 검증된, 그리고 문법화된 시스템을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강렬한 기시감이 들었다고 표현한 건 단순히 비슷하다, 정도로 넘기기엔 너무나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전투만의 얘기가 아니다. 후술할 자유 탐험 모드에서 천슈로 조작할 때 도시를 이리저리 돌아다닐 수 있는데 이때 천슈의 이동을 책임지는 게 천슈 쓰는 모종의 촉수 능력인데 촉수를 이용해 빌딩 숲을 누비는 모습은 판박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이러한 강렬한 기시감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선사한다. 다채로운 모션과 액션에 이르기까지 잘 만든 건 알겠는데 오리지널리티가 너무 옅었기 때문이다. 장르의, 액션의 유사성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웠다.

누구로, 어디로 가든 즐길 거리 한가득 | 내가 왜 이 퀘스트를 하고 있더라?

자유 탐험 모드에서는 글자 그대로 자유롭게 도시를 탐험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맨 처음 플레이하게 되는 건 천슈다. 일단 시연 빌드에서는 명확한 목적은 주어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체험하도록 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 탐험 모드에서는 천슈, 타피, 리키 3명의 캐릭터를 조작해 볼 수 있었는데 시연 시간이 한정됐기에 천슈로 잠깐 돌아다니다가 바로 타피로 넘어갔다.
캐릭터 전환은 GTA와 흡사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른 모바일 게임에서 캐릭터를 교체하면 그대로 현재 위치에서 다른 캐릭터로 바뀌는 식이겠지만, '무한대'는 달랐다. 지금 그 캐릭터가 있는 곳으로 시점이 전환된다. 이 부분은 다른 게임과는 차별화된 '무한대'만의 차별점이라고 할만한 것으로 도시에서 각 캐릭터들은 평소 자유롭게 삶을 영유하고 다닌다. 3인 1조로 파티를 맺어서 한 몸처럼 같이 다니는 게 아니라 저마다 다른 목적으로 여기저기 도시를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이번 시연에서는 그냥 다른 장소에 있는 캐릭터로 전환되는 정도만 경험할 수 있었지만, 이 부분이 좀 더 발전한다면 GTA에서 트레버로 전환했더니 예기치 못한 사건을 일으키는 상황이 펼쳐졌던 것처럼, 깜짝 이벤트가 발동하는 걸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피는 천슈와는 전혀 다른 기믹으로 무장한 캐릭터다. 타피의 가장 큰 특징은 무기로 쓸 수 있는 휴대용 바이크를 들 수 있다. 이 바이크는 타피 전용 무장으로 차량과는 별개의 요소다. 평소에는 바이크로 타고 다니다가 전투 시에는 거대 망치로 변신해 쓸 수 있다.
서로 다른 삶을 산다고 한 건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캐릭터마다 받는 퀘스트 역시 달라진다. 시연에서는 주로 타피로 플레이했는데 도시를 돌아다니다가 자연스럽게 퀘스트를 받게 됐고 그 결과, 나름 장대한 여정을 펼치게 됐다.


처음에는 어느 창고로 가라는 연락을 받아서 갔더니 세력다툼을 벌이려던 두 무법자 사이에 껴서 양쪽을 모두 상대하질 않나 갑자기 창고로 돌진한 화물차 주인을 대신해 화물을 목표까지 운전하다보니 뱀파이어로 추정되는 캐릭터를 배송하질 않나 그야말로 예기치 못한 상황이 연속적으로 펼쳐졌다. 퀘스트 등을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러한 퀘스트 구조와 연출은 그만큼, '무한대'가 방대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전투 외 요소 역시 충실하게 갖춰져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옷가게를 들 수 있다. 캐릭터 뽑기 BM을 전면 배제한 '무한대'는 핵심 BM으로 외형 아이템과 탈것 등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 바 있는데 이와는 별개로 인게임 플레이 만으로도 나름 다양한 의상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옷가게에서는 다양한 옷을 구경하고 살 수 있었는데 이런 류의 커스터마이징 요소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대체로 만족할 듯 보였다.
시연 시간이 짧았던 탓에 이 이상의 콘텐츠를 확인하긴 어려웠지만, 옆에서 다른 참관객이 하는 걸 보면 헬스장에 들어가서 운동하는 등 다채로운 콘텐츠들이 마련된 걸 볼 수 있었다. 한편, 인게임 콘텐츠와 별개로 특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게 있으니 바로 게임의 최적화에 대한 부분이다.

유니티 엔진을 쓰고 있다고 했지만, 그걸 고려해도 '무한대'는 상당히 높은 퀄리티를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현재 한창 개발 중인 게임임에도 최적화와 관련해서는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시연용 PC 사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으니 마냥 최적화를 잘했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프레임이 급락하거나 끊기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건 여러모로 긍정적이었다.
정리하자면 '무한대'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30분도 채 되지 않은 시연이었지만, 벌써부터 출시되면 일단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정도로 게임은 탄탄한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천슈의 모션, 전투 시스템과 관련된 아쉬움이다. 이 부분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천슈의 게임 디자인을 싹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안고 가야 할 문제인 만큼, 이러한 비판을 덮고도 남을 정도로 훌륭한 콘텐츠가 필요해 보였다.
그럴 수만 있다면 분명 '무한대'는 TGS 2025 다크호스를 넘어 출시된 그해의 다크호스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