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세이더 퀘스트' 개발진의 신작, '가디스오더'가 2022년 첫선을 보인 후 약 3년 만인 지난 9월 24일 출시됐다. 전작 '크루세이더 퀘스트' 때부터 도트 액션과 모험이라는 테마를 오랫동안 확고히 보여줬던 개발진인 만큼, 지스타 현장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 뒤로 물밑에서 갈고 닦은 '가디스오더'가 과연 어떤 액션과 모험의 재미를 선보일지, TGS 2025로 일본에 가있는 동안 틈틈이 체험해볼 수 있었다.
도트 감성으로 빚어낸 클래식 판타지 모험기

'가디스오더'에서 우선 눈에 띄는 건 특유의 감성적인 픽셀 아트다. 전작부터 개발팀의 아이덴티티로 자리잡았던 포인트인 만큼, 이번에도 공을 들인 부분이 눈에 띈다. 특히 캐릭터는 물론 배경까지 100% 수작업 도트 그래픽으로 구현, 3D 그래픽이 혼용되었을 때와는 다른 감성을 완성해냈다.
여기에 멸망이 확정된 미래를 바꾸기 위한 왕녀 리즈벳과 기사단의 모험담을 담은 메인스토리를 심플하면서도 역동적인 연출로 풀어낸 것도 눈에 띈다. 단순히 캐릭터 간의 대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인게임 컷씬으로 도트 캐릭터들이 접전을 벌이거나 기병들이 돌진하는 박력을 확실히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강력한 일격을 맞고 날아가는 장면에서 다소 과장된 느낌이 없진 않으나, 캐릭터 비율로 보면 허용 범위 안에 있는 정도였다. 그 외에도 중간중간 미니게임식 구성과 모험 사이에 겪는 이야기를 맵 곳곳에 다채롭게 풀어낸 서브스토리, 그리고 정교하게 구현한 마을과 거점도 '모험'의 느낌을 담은 포인트였다.
전투에서도 순수 2D 도트임에도 역동적인 움직임을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캐릭터 비율이 SD보다 살짝 큰 정도지만, 상체와 하체의 각도를 세밀하게 나눠 별도로 구현하면서 한층 부드럽고 역동적인 모션을 선보였다. 스킬이나 궁극기 이펙트는 다소 심심한 감이 있었지만, 이펙트에 가려지지 않고 전황을 빠르게 체크해서 대응하는 손맛과 스릴을 살리고자 한 구성임을 알 수 있었다.



단순하면서도 깊이를 더한 손맛과 전투

최초 발표 당시부터 '가디스오더'의 전투는 "시작은 쉽지만, 전략의 깊이가 있는 액션"을 표방해왔다. 이를 위한 '가디스오더'의 선택은 좌우 횡스크롤 방식이었다. 일반 필드에서의 자유로운 Z축 이동이 있으나, 전투 시에는 좌우 횡스크롤 방식을 채택해 축 혼동 없이 적에게 확실히 콤보를 먹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물론 조작이 단순해졌다고 해서 '가디스오더'의 전투가 쉽지만은 않다. 처음에는 빠르게 연타하며 앞의 적들을 우수수 베어버리는 소위 무쌍을 찍는 감성을 살렸다면, 어느 정도 익숙해질 순간부터는 적극적으로 시스템을 사용한 액션을 선보여야만 했기 때문이다.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한 번의 미스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만큼, 신중하게 패턴을 보면서 캐릭터 조합과 스킬, 그리고 '쳐내기'와 대시까지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했다.
'가디스오더' 전투의 핵심은 '쳐내기'와 '링크 시스템'으로 풀어볼 수 있다. '쳐내기'는 주요 공격을 피격 직전에 방어한 뒤 반격하는 것으로, 저스트 가드를 하면 공격 키가 반격으로 활성화되면서 특수 공격이 발동된다. 적을 빠르게 그로기 시키거나 일부 성물의 효과와 연계해서 극딜로 빠르게 처치하기 위해, 혹은 다수의 적이 포위한 상황이라 무적 타이밍이 필요할 때 등등 여러 상황에서 써야 하는 기본기이기도 하다.

이렇듯 중요한 테크닉인 만큼, 액션 게임이 손에 익지 않은 유저에게는 심적으로 부담이 갈 우려가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보스 및 엘리트 몹의 주요 공격에는 십자 모양으로 별도 표시를 해 유저들이 타이밍을 쉽게 잡을 수 있게끔 했다. 이때 푸른 십자 문양이 뜨는 공격은 쳐내기가 불가능하므로, 색상에도 유의해서 대처할 필요가 있었다.
여타 수집형 액션 RPG가 그렇듯, '가디스오더'도 유저들에게 친숙한 태그 시스템을 도입했다. 최대 3명의 캐릭터를 팀으로 편성, 중간중간 교체하면서 연계를 이어가는 구도도 비슷했다. 여기에 전투 중간 축적된 링크 게이지를 소모해 캐릭터를 교체하면 이전 캐릭터가 필드에 일정 시간 남아 전투를 지원하는 것이 '링크 시스템'의 핵심이었다.


이러한 '링크 시스템'은 '가디스오더' 특유의 딜 템포를 만들어내는 요소였다. 통상 태그 액션 게임은 태그한 뒤에 이전 캐릭터가 잠시 남아있다가 들어가지만, '링크 시스템'으로 태그 콤보를 한층 더 길게 이어가면서 더 강력한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또한 필드에 나온 캐릭터가 궁극기를 사용할 때, 링크 시스템으로 나와있는 다른 캐릭터의 수에 비해 궁극기의 피해량이 증가하는 효과도 있다. 즉 궁극기 게이지가 차는 것과 그로기 게이지까지 고려해서 전투를 설계, 최대한의 피해로 빠르게 극딜하는 템포를 살린 것이다.
적의 그로기 게이지를 채워서 무력화하는 '브레이크' 외에도, 특정 패턴 전에 일정량의 피해를 입혀 무력화시키는 시스템도 눈에 띄었다. 대부분은 공격의 속성을 타지 않지만, 특정 도전에서는 속성 피해를 누적해야만 파훼할 수 있었기에 사전에 스테이지 정보를 체크해서 조합을 맞춰가는 것도 중요했다.

일부 구간이긴 하지만 속성을 어느 정도 맞출 필요가 있는 만큼, 다양한 캐릭터를 육성해서 조합하는 것도 '가디스오더'의 포인트다. '가디스오더'는 손맛을 최대한으로 어필하기 위해 자동 전투를 지원하지 않지만, 한 번 클리어한 던전은 소탕권을 사용해 매번 던전을 돌지 않고도 보상을 빠르게 챙겨갈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빠르게 재료를 모아서 캐릭터를 육성하고, 그 캐릭터들로 훈련장을 비롯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더더욱 많은 조합과 전략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한 것이 '가디스오더'의 설계였다.
모험을 시작한 '가디스오더',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가디스오더'의 콘텐츠는 여타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손맛'과 '조합'의 묘미를 즐기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심한 것이 눈에 띈다. 매주 스테이지 룰이 바뀌는 '북부 전선', 최고 난이도의 콘텐츠 '검은 균열' 등 익숙한 틀의 콘텐츠 구조에서 자신만의 특징을 가미하면서 유저들이 쉽게 '가디스오더'에 안착하고 파고들도록 유도한 설계도 엿보인다. 아울러 상위 랭커의 리플레이를 공유하는 '영웅 기념비'로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캐릭터 육성 및 공략법을 참고하도록 유도한 것도 인상 깊었다.
그렇게 첫발을 아무 이상 없이 내딛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직 '가디스오더'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우선 편의성이 상당히 아쉬웠다. 상단의 바와 메뉴창으로 콘텐츠 및 성장 부분을 이원화해놔서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필요한 메뉴를 찾는 것도 번거로웠다. 그런 상황이라 성장에 필요한 재화를 재료창에서 바로 획득하는 곳으로 간다거나 하는 편의 기능이 없는 것도 아쉽게 느껴졌다.




여기에 자동 전투나 자동 이동, 필드 내 자동 추적 시스템 같은 자동 시스템이 구현되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울 수도 있겠다. 이 부분은 고전적인 불편함의 미학을 구현했다고 넘어갈 정도이긴 했지만, 빠르게 엔드 콘텐츠까지 자동으로 밀어버리고 엔드 콘텐츠부터 본격적으로 즐기려는 것도 플레이 방식 중 하나기 때문이다.
그런 의견이 들려오는 이유 중 하나는, 아무래도 유저들이 수동으로 조작해서 강력한 기술을 발동하는 카타르시스를 확고히 전달하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가디스오더'는 이펙트와 연출을 심플하게 다듬으면서 유저들이 전황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춰 대응하는 것에 힘을 준 게임이다. 이쪽에 치우친 나머지, 극딜 타이밍을 잡도록 인지시키는 브레이크 연출 외에는 화끈하고 강력한 공격을 시각적으로 100% 만족스럽게 보여주지는 못했다.
물론 캐릭터의 성장 척도는 수치나 체력바, 쓰러지는 적의 모습, 혹은 미션 완료창으로도 알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아군 캐릭터가 활약하는 모습을 온전히 담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나중에 가면 갈수록 그렇게 설계한 의도는 전해졌지만, 그 단계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보완책들이 하나둘 마련될 필요는 있었다. 굳이 자동이나 이펙트 추가가 아니더라도 각 콘텐츠에서 콘텐츠로 이동하는 사이의 번거로운 점이나 UI 편의성 등, 핵심 플레이 외에 다른 단계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라는 진입장벽을 걷어내는 등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가디스오더'는 그간 개발사가 내세웠던 심플하면서도 확실한 손맛, 도트 그래픽으로 그려낸 모험의 감성이라는 과제는 확실하게 담아냈다. 그 첫 발을 내딛은 지금, 모험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여기에 동행하게 된 유저들의 피드백을 적절히 반영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출시 하루만에 국내와 대만 구글플레이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순조롭게 출발한 '가디스오더'가 앞으로 어떻게 다듬어서 쭉 나아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