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10월 14일에는 '우치 더 웨이페어러'의 로컬라이제이션 작업 과정이 소개됐다. 한국 고전소설 '전우치'를 원작으로 하는 이번 신작은, 다른 로컬라이제이션 작업들과 달리 '한국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는 데 집중했다. 한국적인 분위기를 각 나라에 신선하게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우치의 트레일러는 '경문' 형식으로 된 대사들이 특징이었다. 담당자들은 원문의 문학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집중했고, 이해한 이후 대사를 한 줄씩 짚어가며 장면의 분위기와 감정선을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문 형식 대사들의 운율을 살리기 위해, 현대어를 사용하되 시조의 구성에 집중해 문장을 4~5음절 단위로 끊어 배치하거나 중국의 한시 기법을 활용하기도 했다.
개발팀은 "한국의 역사와 전통을 다룬 콘텐츠를 온전히 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언어적, 문화적 장벽이 존재한다"며, "콘텐츠에 담긴 이야기와 그 섬세한 온도까지 그대로 전 세계 유저들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아래는 넥슨 태그를 통해 소개된 '우치 더 웨이페어러'의 로컬라이제이션 과정이다.

한국의 정서를 세계의 언어로 옮기는 법:우치 더 웨이페어러
일반적으로 성공적인 로컬라이제이션이라고 하면 해외 유저가 자기 나라 게임처럼 자연스럽게 느끼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신작 게임 '우치 더 웨이페어러' 트레일러의 현지화 작업은 조금 달랐습니다. 한국 고전 소설인 전우치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인 만큼, 오히려 한국적인 분위기를 각 나라 사람들에게 어떻게 신선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였거든요.
이번 트레일러는 대사 자체가 많진 않았지만, 한국의 민속 신앙과 맞닿은 대사들이 시조를 떠올리게 하는 ‘경문’ 형식으로 등장한 것이 특징입니다. 글로벌커뮤니케이션팀은 이를 7개 언어로 옮겨내야 했는데요.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중국어, 일본어,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원어민 작업자들이 원문의 ‘고전적 운율’이 담긴 대사를 어떻게 각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맞게 풀어냈을까요?

낯선 문화를 이해하는 첫걸음
본격적인 현지화 작업에 들어가기 전, 담당자들은 먼저 문화에 대한 이해를 쌓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대부분의 외국인 구성원에게 전우치전과 무속 신앙은 낯선 영역이었으니까요. 이때 한국인 팀원 한마루님이 자료를 수집해 다른 팀원들에게 원문의 문학적 맥락을 설명했고, 대사를 한 줄씩 짚어가며 장면의 분위기와 감정선을 풀어냈습니다. 여기에 이미지 자료까지 곁들여 이해를 한층 더 쉽게 도왔죠.

원문에 대한 이해를 마친 후, 각 언어 담당자는 단어에 담긴 의미들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해야 했습니다. 일본과 중국처럼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역사적 교류가 많은 동아시아권에서는 ‘천부삼인’, ‘혈자리’와 같은 표현 자체는 생소할 수 있지만, 유사한 개념이 존재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비슷한 만큼 문화적 요소나 상징이 언어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어 주의해야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룡(螭龍)’이었는데요. 한국 원문에서는 ‘용이 되지 못한 존재’라는 아쉬움이 담겨 있었지만, 중국 신화에서는 오히려 길상과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겨져요. 그래서 ‘거대한 뱀’을 뜻하는 ‘蟒(망)’ 자를 결합해 ‘蟒龙(망룡)’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사용했습니다.

‘열네거리’라는 표현 역시 문맥적 파악이 중요했습니다. 겉으로는 ‘열네 개의 거리’로 직역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승으로 천도하는 ‘다리굿’을 의미하는 말이었거든요. 원문에는 ‘굿’이라는 단어가 직접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지명이나 숫자로 오해하기 쉬웠습니다. 여기서 ‘거리’는 도로가 아니라 굿을 구성하는 여러 절차 중 하나를 뜻하는 것이었죠.
담당자들은 ‘열네’라는 구조는 유지하면서 ‘거리’에 초점을 맞춰 원문에서 주는 뉘앙스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중국어에서는 ‘途(길 도)’에 ‘幽(검을 유)’를 붙여 죽은 자의 넋이 지나가는 길목이라는 뉘앙스를 넣었고, 일본어에서는 제례를 뜻하는 ‘まつり(마츠리)’라는 표현을 한자가 아닌 히라가나로 표기하여 미묘한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한 거죠. 이처럼 담당자들은 원문이 가진 무게를 잃지 않으면서 각 언어가 가진 문화적 감각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작업을 수행해 나갔습니다.
세계의 언어로 살아난 한국 고전의 운율
이번 트레일러 번역을 어렵게 만든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운율’이었습니다. 원문의 표현과 구조를 살리면서도 경문이 가진 울림을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죠. 게다가 시대적 배경에 맞춰 예스러운 고어체까지 사용해야 했는데, 일부 언어권에서는 장벽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에서는 드라마나 게임, 책 등에서 사극 말투를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일상에서 장난삼아 흉내를 내기도 할 만큼 고어체는 친숙해요. 하지만,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처럼 로망스어군을 쓰는 나라에서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예스러운 표현이 낯설고 인위적으로 느껴져 현대 창작물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이들 언어권에서는 현대어를 사용하되 시조의 구성을 살려내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핵심은 하나였습니다. 원문에 담긴 *4음 4보격 운율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4음 4보격: 한국 고전 문학, 특히 시조와 가사에서 나타나는 정형적인 율격 양식으로 한 행을 네 개의 음보로 나누고, 각 음보의 길이를 4음절로 맞추는 형식)
프랑스에는 4음 4보격과 비슷하게 한 행이 6음절씩 짝을 이루는 알렉상드랭(Alexandrin)이라는 정형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형식은 지나치게 엄격해 현대 독자들에게는 낯설고 딱딱하게 들렸습니다. 그래서 현대에서 쓰이는 자유시를 택했죠. 대신 원문의 리듬을 살리기 위해 문장을 4~5음절 단위로 끊어 배치하고 절제된 어휘를 선택해 불필요하게 문장이 길어지지 않도록 주의했어요.

중국은 전통 문학의 대표 형식인 한시(漢詩)가 여전히 대중에게 익숙했기에 그 기법을 적극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한시는 성조의 높낮이나 문장 끝소리의 반복으로 리듬을 만드는 전통이 있는데, 이를 통해 한국어 경문의 울림을 자연스럽게 되살릴 수 있었어요. 여기에 고전 중국어에 쓰이던 어조사 ‘야(也)’까지 덧붙여 예스러운 여운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언어를 넘어 감각을 전하는 일
이처럼 현지화는 단순히 언어를 바꾸는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사회적, 문화적, 언어적 맥락을 함께 고려해 원문이 가진 의미와 감각을 새로운 언어 속에서 다시 살아나게 하는 과정이죠. 같은 단어라도 문화와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되고, 어떤 언어는 리듬으로, 또 어떤 언어는 어휘와 어순으로 분위기를 바꿉니다. 그래서 기계가 아닌 그 언어와 문화를 몸소 경험해 온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섬세한 작업이에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잘 된 현지화는 언어와 문화를 가로막는 벽을 허무는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봉준호 감독이 말한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넘을 수 있다면 우리는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라는 표현처럼 언어의 장벽을 넘어설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 다른 문화와 감각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오늘날 한국 문화의 영향력은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외국인에게 한국은 탐구할 영역이 많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한국의 역사와 전통을 다룬 콘텐츠를 온전히 전하기 위해선 여전히 넘어야 할 언어적, 문화적 장벽이 존재해요.
콘텐츠에 담긴 이야기와 그 섬세한 온도까지 그대로 전 세계 유저들에게 전해주기 위한 글로벌커뮤니케이션팀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어요. 이들의 노력이 더해져 글로벌 무대에서 더욱 빛날 넥슨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