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청량하게 담은 모험과 일상의 이야기

'스텔라소라'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자면 유쾌함과 호쾌함, 청량함 세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서브컬쳐 게임은 몇 년 전부터 어두운 분위기에서 탈피해 밝고 청량함을 내세웠고, '스텔라소라'도 그 계보에 맞춰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타이틀에 쓰인 '별'과 '하늘'이라는 단어처럼, 전반적인 테마 컬러도 하늘색의 청량한 톤으로 맞춘 것부터 시작해 캐릭터 디자인도 전체적으로 밝은 애니메이션풍으로 꾸며진 것부터 눈에 띈다.
스토리도 부담감이 적은 라이트한 스토리에, 당장 얼렁뚱땅 넘어가도 좋지만 곱씹으면 무언가 떡밥이 있을 듯한 설정들을 풀어놓은 것도 인상 깊었다. 악덕업자의 말도 안 되는 덤터기와 횡포에 고난을 겪고 있던 주연급 캐릭터들이 주인공을 만난 뒤부터 합심해 풀어나가는 구도는 여러 서브컬쳐 유저들에겐 친숙한 포맷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주인공이 기억을 잃기 전, 한때 세계와 맞서 싸웠다는 인물이라는 암시와 함께 현 상황에 대한 여러 정보들이 짤막한 분량 안에 녹아든 것도 인상적이었다. 기억을 대가로 소원을 이루는 설정 등 현재 밝고 쾌활한 세계관이 썩 올바르게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과 이를 두고 각종 음모가 숨어있다는 것까지, 약간의 고유명사 트랩이 있긴 하지만 얼렁뚱땅 돌아가는 와중에 명료하게 2장 분량으로 풀어내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함께 할 캐릭터들과의 이야기는 아직 분량은 많지 않지만, 코어는 확실히 갖췄다. 일종의 SNS인 하트챗과 호감도 시스템, 점차 풀리는 캐릭터와의 이야기와 그 추억을 담은 추억 컷신 등 모범 포맷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구현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서로 약속을 잡아서 외출하는 과정을 옛날 텍스트 어드벤처의 양식을 빌려서 풀어낸 것도 신선했다. 작품을 이끌어 갈 캐릭터들이 대체로 고전부터 이어진 전형적인 유형인데, 그 다소 올드한 감성이 맞물려서 레트로 스타일로 승화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서브컬쳐 계열을 아는 유저라면 익히 아는 클리셰대로 흘러가는 부분을 아직까지는 '추억'의 감성으로 다듬었을 뿐, 그 이상을 보여줄 분량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




라이트하게 덜어낸 핵앤슬래시 로그라이크의 유쾌한 액션

최근 서브컬쳐 게임은 스토리와 캐릭터 뿐만 아니라 게임플레이도 유저들에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는 이미 블러드오션인 서브컬쳐계에서 과적 상태인 만큼, 그 캐릭터들을 조작하면서 얻는 '경험'에서도 승부수를 띄워야 하기 때문이다.
'스텔라소라'의 한 수는 핵앤슬래시 로그라이크였다. 작중 여행자들이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매번 가게 되는 '별의 탑'을, 층을 올라갈 때마다 무작위로 얻는 카드들로 캐릭터들을 강화해서 점점 강해지는 적들을 무찌르는 로그라이크 액션으로 풀어낸 것이다. 여기에 다수의 적을 화끈하게 쓸어버리는 핵앤슬래시 스타일로 시원한 맛을 더한 것이 '스텔라소라'의 핵심이었다.




처음 스텔라소라가 CBT를 통해 공개됐을 때 '뱀서라이크'로 소개하기도 했는데, 이는 '스텔라소라'가 뱀서류처럼 범위 내 적을 자동으로 공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스킬이나 궁극기는 자동을 끄고 수동으로 조작할 수도 있고, 강화 카드를 얻는 조건이 경험치를 먹고 레벨업하는 것이 아니기에 다소 모호한 감이 있다. 다만 주요 콘텐츠 중 하나인 '재앙의 전선'은 확실히 뱀서류인 만큼, 아예 틀린 말은 아니겠다. 요는 '스텔라소라'는 호쾌하게 적을 쓸어버리는 쾌감은 확실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타 로그라이크 수집형 RPG가 그렇듯, 그렇게 갈고 닦은 별의 탑 세팅을 저장한 뒤 재화 던전 등 숙제 콘텐츠에서 일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스텔라소라'의 전략이었다. 중간중간 요구 레벨 조건이 확 뛰어오르긴 하지만, 진입 자체가 막힌 건 아니라서 잘 갈고 닦은 세팅으로 10레벨 차이나는 콘텐츠를 3성 클리어하는 묘미가 있었다.



통상 '로그라이크'라는 말이 붙은 게임들은 대체로 플레이타임을 늘리기 위해 난이도가 높은 경향이 있지만, '스텔라소라'는 달랐다. 어지간해서는 죽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라이트한 방향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패턴 다수가 대미지보다는 경직이나 CC를 주는 것에 중점을 둔 만큼, 예상치 못한 피해량에 바로 누워서 도전 실패하는 그런 불쾌한 경험은 최소화했다. 혹은 적들이 이리저리 분산되어 있어서 한꺼번에 처리하기가 귀찮은 경우도 있지만, 그럴 때는 몰이사냥에 특화된 세팅으로 좀 더 쉽게 클리어하는 등 세팅 연구에 대한 최소치를 채운 것도 눈에 띈다.
또한 로그라이크 콘텐츠 '별의 탑'도 한 번 클리어한 난이도는 자동으로 진행, 매번 세팅을 위해서 전투를 하는 번거로움은 덜었다. 다만 완벽히 자동은 아닌, 전투는 생략하고 층은 자동으로 올라가고 선택 및 상점 부분을 유저가 직접 처리하는 반자동이라 볼 수 있었다. 완전 자동보다는 좀 번거로워도, 실제로 플레이한 것과 똑같이 세팅을 맞추는 건, 물론 게임오버 걱정이 없어서 HP를 팍팍 깎는 위험한 선택지도 부담 없이 골라서 때로는 더 점수가 높은 세팅을 맞출 수도 있었다.

가볍고 유쾌해서 술술 풀리는, 그래서 빠르게 고갈되는 비축분

이처럼 '스텔라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라이트한 게임으로서의 잠재력은 충분한 작품이었다. 그렇지만 여러 굵직한 서브컬쳐 게임들을 히트시킨 '요스타'의 이름값에는 아직 못미치는 부분들이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우선 콘텐츠 구성은 잘 짜여있지만 그 콘텐츠를 쭉 하면서 앞으로를 기대하게 할 '스토리'의 첫 분량이 상당히 짧았다. 각 챕터의 길이를 짧게 줄여서 쉽고 빠르게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게 만든 건 좋았지만,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빠르게 끝나버리는 느낌이었다. 그것까지는 좋지만, 그 다음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예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별의 탑에서 공백 여단이 주인공을 만난 뒤, 자신들이 신세를 졌던 고아원을 비롯해 여러 곳을 헤집은 악덕 컴퍼니 백악상회에게 여러 해프닝 끝에 이긴 부분은 분명 호쾌했다. 그렇지만 그 다음에 '마왕', '컴퍼니'에 대한 모호한 시그널만 던져주고 예고편이 없어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기대하기가 애매했다. 좀 과장하자면, '우리의 싸움은 지금부터다'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아울러 메인스토리와 함께 등장한 픽업 캐릭터 스토리 분량도 6화 정도에 그쳤고, 그 짧은 분량에서 세계관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단서가 지극히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아쉬움이 느껴졌다. 이러한 아쉬움을 각 캐릭터의 호감도 스토리와 일부 레코드 스토리로 풀어내고자 했지만, 자칫하면 캐릭터에 대해 더 깊이 알기 위해서는 5성 장비까지도 뽑아야 하는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듯했다.


헤비급 BM '스텔라소라', 체급에 맞는 한 방을 보여줘야 한다

이외에도 BM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는 것이 '스텔라소라'가 현재 돌파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사실 '스텔라소라' 외에도 '원신' 이래로 유행하기 시작한 BM을 변주한 게임은 많지만, '스텔라소라'가 유달리 이 부분에 대해 지적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BM을 그렇게 책정한 것은 게임사 나름의 전략이고, 후에 패키지나 여러 완화 정책이 있을 수 있으니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스텔라소라'는 구조적으로 좀 모호한 부분이 있었다. 우선 '스텔라소라'의 육성 구조는 대체로 파티의 속성을 맞춰야만 효율이 극대화되는 구성이다. 장비인 '레코드'를 예로 들면, 각 속성 레코드 효과는 해당 속성에만 적용된다. 메인 콘텐츠인 '별의 탑'도 유리한 속성이 각 탑마다 정해져있어서, 그에 맞춰서 단일 속성팟을 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스텔라소라'가 채택한 BM은 캐릭터는 최소 4성 단위부터 시작하고 초반 캐릭터 라인업도 많지 않은 방식이라 단일 속성팟을 맞추는 것부터가 어렵다. 또한 붕괴: 스타레일의 방정식과 비슷한 세트 효과는 4성 레코드부터 붙어있고, 그 효과 또한 동일 속성에만 적용된다. 단일 속성팟을 맞추기 까다롭다는 문제가 여기서도 발목을 잡는 셈이다.
결정적으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스텔라소라'는 출시 초라고 감안해줘도 아직 그만한 양의 콘텐츠를 확실히 보여주지 못했다. '스텔라소라'가 과연 질적으로, 양적으로 과연 BM만큼의 경험을 충분히 제공해줬냐고 물으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확실히 가볍고 라이트하게 즐기기도 좋고, 코어도 잘 갖춰져있지만 가격을 떼어놓고 봐도 현 단계에서는 가시가 돋힌 느낌이다.
게다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감을 전하는 부분에서도 '스텔라소라'는 아직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비교대상으로 오르락거리는 유사 BM의 게임들은 초반부터 확실하게 키 캐릭터나 장점을 어필하고 앞으로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는 비전도 빠르게 제시했다. 그 꿈과 비전에 유저들은 희망을 가졌고, 그 길에 동행하면서 겪은 경험에 만족한 유저들은 과금을 이어가고 있다.
특유의 가볍고 유쾌한 템포는 보여준 만큼, '스텔라소라'는 이제 앞으로 그만한 경험을 꾸준히 제공할 수 있냐는 물음에 답해야 한다. 체급을 헤비급으로 책정해서 나왔다면, 그에 맞춰서 유저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묵직한 한 방도 필요한 법이다. 혹은 그 한 방이 아니더라도, 오래 끌고 가면서 판정에서 이길 수 있는 노련한 운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퍼블리싱에서 그런 노하우를 보여준 요스타가 자체 개발 작품에서도 이를 입증할 수 있을지, '스텔라소라'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