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덴은 대체 뭘까...?
게임 산업의 일원으로 일해오며, 정말 수도 없이 했던 생각이다. 스웨덴이 어떤 나라인지는 대충 안다. 유럽에서도 꽤 덩치가 크지만, 인구는 우리 나라의 5분의 1정도인 나라. 천 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왕국, 순록과 미트볼로 유명한 나라.
하지만, '게임'이라는 특정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스웨덴을 몇 번이고 다시 보게 된다. 모장이 개발한 '마인크래프트'부터, 저스트 코즈 시리즈, 배틀필드 시리즈, 잇 테이크 투, 헬다이버스 시리즈와 패러독스의 숱한 역사 시뮬레이션, 시티즈 스카이라인, 페이데이, 워해머 다크타이드, 발헤임, V 라이징, 래프트, 새티스팩토리와 아크 레이더스에 이르기까지. 스웨덴의 게임들은 이름 값만 치면 세계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다. 게임을 하다 감탄해서 어디서 만든 건가 하고 찾아보다가 스웨덴이란 걸 알아채고 놀란 게 한 두 번이 아닐 거다.
하지만, 너무 먼 데다 갈 일도 별로 없으니 직접 스웨덴 개발자들을 만나 이야기해볼 일은 적은 상황. 기껏 해봐야 수년 전 EA DICE를 방문했을 때가 유일했는데, 당시엔 이런 이야길 나눌 기회가 따로 없었다.
그러던 중, '스웨덴 게임 컨퍼런스'의 초청을 받았다. GDC 같은 거대 행사와는 사뭇 결이 다른, 규모 면에서는 작은 행사이지만, 궁금증을 풀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알란다 공항에서 스톡홀름으로...


이쯤에서 요상한 사실을 알았다. 알란다 공항에 늦은 시각에 착륙한 우리는 바로 공항 앞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는데, 호텔 방에 웬만하면 기본으로 들어가는 물이 없었다. 그런데 또 '물병'은 있었다. 이게 뭔가 싶어 찾아보니 스웨덴은 상수도의 수질이 좋아 그냥 수돗물을 받아 마신단다. 난 또 손님 밥 안주는 문화가 이런 건가 싶었는데 오해였다. 바로 수돗물을 받아 세 컵을 마셨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부터 스톡홀름 시내로 이동했다.





이 때, 위기가 찾아왔다. 어제 먹은 수돗물이 잘못된 건지,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한 것. 함께 온 동료는 수돗물이 영 찝찝하다며 마시지 않았는데, 정말 귀신같이 나만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문제는, 스웨덴의 공공 시설 화장실은 기본적으로 유료라는 것. 한 번 사용에 10 크로나(약 1,500원)인데, 화장실 값으로만 족히 만 원을 썼다...
화장실 값 하니 생각이 나는데, 스웨덴은 기본적으로 물가와 사회 인프라 사용료가 굉장히 비싼 편이다. 중앙역의 짐 보관소는 5시간 정도 짐을 맡기면 6만 원 가량이 나오고, 공항에서 시내로 오는 급행 열차는 한 번에 3~4만 원 정도 한다. 숨만 쉬어도 돈이 빠지는 기분. 어째서 북유럽 사람들이 밖에 잘 안 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중앙역에서 적당히 시간을 보낸 후, 다음 행선지인 셰브데로 향했다.
스톡홀름에서, '셰브데'까지







'셰브데'는 상당히 작은 도시다. 우리 나라에는 비슷한 크기의 도시가 아예 없고, 행정 구역 크기로는 군 정도에 해당하는데, 인구는 약 3만 5천 명 정도로 단양군과 비슷한 크기다. 그런데 왜 여기서 행사를 하느냐 하면, 이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세계에 이름을 제대로 새긴 게임이 이 도시에서 수두룩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V 라이징'을 개발한 스턴락 스튜디오부터 '발헤임'의 아이언 게이트, 고트 시뮬레이터를 개발한 커피 스테인, 'RAFT'의 레드비트 인터랙티브가 모두 셰브데에 있다. 그래서인지 셰브데 중심에는 꽤 흥미로운 구조물이 있는데 바로...




스웨덴 게임 컨퍼런스 개막, 사람들이 다 여기 있었네?






스웨덴 게임 컨퍼런스는 기본적으로 통제가 없는 편이다. 메인 홀인 '발할(Valhall)'은 벽으로 구분되지 않는 오픈 홀 형태이며, 이를 중심으로 게임 시연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당연히, 이 공간 안에서 네트워킹과 비즈니스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데, GDC처럼 너무 행사가 커 아예 공간을 건물 채로 분리해 둔 행사와는 사뭇 다른, 약간은 동네 잔치(?)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여기서, 마침내 여기까지 날아온 이유를 찾아낼 수 있었다. 패러독스 아크의 대표인 세바스티안 포르스트룀의 강연이 바로 그 해답이었다. 스웨덴 게임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 그리고 그런 게임들이 꾸준히 등장할 수 있는 이유. 이는 지면의 문제 상 별도의 기사로 분류했다.
하여튼 이렇게 행사가 진행되고, 마무리는 역시 술과 음식이다. 저녁이 되면 우리가 묵는 스칸딕 빌깅겐 호텔의 식당은 물론이고, 근처의 큰 식당들은 전부 다 스웨덴 전역에서 온 개발자들로 가득 찬다. 비록 그간 다녀온 굉장한 크기의 게임 행사들과는 사뭇 다른, 시골 도시의 동네 잔치같은 행사지만 먼 길을 온 수고가 아깝지는 않았다. 그만큼 재미있는 식견도 볼 수 있었고, 현지의 개발자들과 나누는 대화도 의미있었으니 말이다.
스웨덴 게임 컨퍼런스에서 진행된 강연, 그리고 스웨덴에 위치한 개발사들을 직접 방문한 후기는 앞으로도 며칠 간 이어가며 게재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