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C] 고속 성장의 '스웨덴' 게임 산업, 성공의 이유는?

게임뉴스 | 정재훈 기자 | 댓글: 3개 |



스웨덴은 미스터리의 땅이다.

적어도, 게임 기자가 바라보는 스웨덴은 그렇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작 게임'을 만들어내는 개발사가 존재하는 국가들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그만한 자본과 개발자 역량이 갖춰지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근 10년 사이 스웨덴은 정말 수많은 대작들을 급속도로 선보였고, 인정받았다.

막대한 자본이 흘러들어간 것도 아니며, 국가 차원에서 게임을 간판 산업으로 밀어붙인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되었다. 오늘날, 유럽에서 만들어지는 '대작'들은 대부분 스웨덴에서 만들어진다. 체코의 워호스 스튜디오나, 폴란드의 CDPR, 아이슬란드의 CCP처럼 나라를 대표할 만한 게임사는 하나 둘 있지만, 스웨덴처럼 비 온 뒤 죽순처럼 대작들이 뽑혀 나오진 않는다.

그 배경, 그리고 과정은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스웨덴 게임 컨퍼런스에서 스웨덴의 간판 게임 퍼블리셔 중 '패러독스 인터랙티브'의 산하 스튜디오 '패러독스 아크'의 대표인 세바스티안 포르스트룀(Sebastian Forsström)이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연단에 올랐다.



▲ 패러독스 아크 세바스티안 포르스트룀 대표

10년 간 10배, 가파른 성장세의 스웨덴 게임 산업


세바스티안 포르스트룀은 강연의 첫 문장에서부터 스웨덴 게임 산업의 모순적인 현실을 짚었다. “우리는 부자가 아니다. 실리콘밸리처럼 거대한 자본이 있는 것도, 아시아처럼 밤낮없이 일하는 문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성공하고 있다.”

그는 스웨덴 게임 산업의 성장을 수치로 보여줬다. Spelutvecklarindex 2024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 게임 기업의 매출은 2014년 94억 SEK(스웨덴 크로나)에서 2023년 904억 SEK로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포르스트룀은 “세계가 위축되던 시기에도 스웨덴은 꾸준히 성장했다”며 “이건 단순히 규모의 문제가 아닌, 성장세의 개념"이라 강조했다.



▲ 짙은 보라색은 스웨덴 국내 매출, 연한 보라색은 해외 자회사 매출이다

그는 슬라이드를 넘기며 중국의 ‘996 근무제’와 실리콘밸리의 투자 문화를 예시로 들었다. “우리는 그런 경쟁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스웨덴 사람들은 일요일에 회사에 가지 않는다. 대신 그 시간에 자기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바로 그 자유가 우리의 힘이다.”

포르스트룀은 이어 “우리가 가진 건 돈이 아니라 신뢰”라고 말했다. “스웨덴의 개발자들은 서로를 믿고,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Valheim 같은 작품이 갑자기 세상을 휩쓸 수 있었다.” 그는 이를 ‘작은 나라가 가진 불합리한 힘(unreasonable power)’이라 표현했다.



▲ 굵직한 작품 중 상당수가 스웨덴에서 개발되었다.


무엇으로부터도 규제 받지 않는 산업


이런 성공의 이유를 설명하며 포르스트룀은 “우리의 성공은 정부가 간섭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각국의 제도적 차이를 비교했다. 그는 독일은 매년 1억 2,500만 유로의 게임 펀드를 운영하고, 캐나다는 세금 감면을 통해 산업을 키우지만, 그 대가로 개발자들은 ‘문화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하며 폭력 표현을 줄여야 하고, 특정 주제는 아예 다루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헬다이버스2와 하츠 오브 아이언4 같은 경우, 독일식 기준 아래선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헬다이버스2가 다루는 통제민주주의에 대한 풍자와 하츠 오브 아이언에서 비춰지는 2차 대전기 나치 독일이 독일의 정책적 문화 필터에서 걸러지기 때문이다. 포르스트룀은 여기서 "그 기준을 세우는 사람들은 게임을 하지 않는다. 그런 간섭 속에서는 모험적인 게임이 태어날 수 없다.”고 말하며, 규제가 없는 창작의 자유로움이 곧 게임의 잠재력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 막대한 정부 주도 펀드를 운용하지만, 검열도 강한 독일

스웨덴은 정부 보조금이 거의 없다. 포르스트룀은 “우리는 공공 자본 접근이 가장 적은 나라 중 하나"라고 말하며, 그럼에도 그게 장점이 된다고 말했다.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실패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는 ‘We are beholden to none(우리는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다)’이라는 슬라이드를 띄우며, “이게 바로 우리 문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자유로운 창작'을 중시하는 문화가 “퍼블리셔조차 개발자의 결정을 존중하는 문화로 이어진다”며 “위원회가 아니라 소수의 팀이 결정하는 구조 덕분에 실험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좋은 게임은 다수결로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며 고트 시뮬레이터와 헬다이버스 시리즈가 그런 민첩한 의사 결정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라 말했다.





‘Fearlessness’ 스웨덴 게임 산업의 공통된 가치


강연의 막바지에 이르러 포르스트룀은 스웨덴의 진짜 경쟁력을 Fearlessness, 즉 '공포의 부재'라 말했다. 그는 애로우헤드의 요한 필스테드 디렉터가 말한 '가장 안전한 길이 가장 위험한 길'이라는 슬로건을 예로 들며 스웨덴 개발자들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퍼블리셔로서 매년 1,000개의 게임 피치를 받지만, 그중 99.8%는 거절한다. 그중엔 결국 성공한 게임도 있다. 중요한 건 퍼블리셔의 판단이 아니라, 개발자가 자기 감각을 믿는 것이다.” 그는 이 말을 통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구조’가 산업의 토대임을 시사했다.



▲ 책임도 본인이 지되, 하고 싶은 대로 제대로 하는 것

그는 또한 스웨덴의 개발 문화를 ‘해적 정신(pirate spirit)’으로 표현했다. 남의 허락을 구하거나, 눈치를 보지 않고 원하는 길을 가되 그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는 이것을 스웨덴 게임 산업이 공유하는 '해적 정신'이라 말하며, 단순한 비유가 아닌, 먼 선조들부터 내려오는 문화적 DNA에 가깝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확실히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그 쪽에서 유명하긴 했다.

포르스트룀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이 스웨덴 게임의 황금기다. 하지만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가장 많은 실험이 필요한 시기다.” 그는 청중을 향해 “If you have an idea, strike while the iron’s hot(아이디어가 있다면 지금이 바로 때다)”라는 문장을 남기며 강연을 마쳤다.



▲ 미래도 지금처럼 좋을 거란 기대를 버리고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말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