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인디 게임하면 레트로풍이나 아케이드 시절 감성, 혹은 다소 조악한 3D가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고퀄리티 3D로 전체적인 얼개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인디 개발팀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시간과 비용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애셋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인디에서도 고퀄리티 3D를 앞세운 작품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경기게임커넥트 2025에서 연사로 참여한 에픽게임즈 코리아의 권오찬 부장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디 게임이 살아갈 길로 '엣지'를 꼽았다. 언리얼 엔진 개발사인 에픽게임즈에서 근무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창업아카데미 운영 위원으로 게임회사 창업 희망자 및 지망생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던 그는 '인디'가 나아갈 근본적인 방향에 대한 고민을 강연으로 풀었다.

권오찬 부장이 강연 제목에서 내세운 '고퀄리티 그래픽'은 통상적으로는 높은 그래픽, 깊이 있는 플레이, 높은 구현 완성도까지 포함한 트리플A 게임의 개념이다. 그렇지만 트리플A 게임은 평균 95점 정도로 모든 요소를 완벽히 갖춘 반면, 리소스가 한정적인 인디 개발팀은 역량이 그 정도 따르지 않아 평균으로 치면 60점 정도라고 비유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디 개발자가 가야 할 길은 '평균'이 아닌, 어느 한 부분에서 강력한 장점과 특색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균 60점의 게임으로는 이제 사람들이 플레이하지 않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인디 게임에 대한 온정적인 시선이 있어서 소규모 개발팀이 만든 어느 정도 퀄리티 되는 게임에 대해 플레이해주는 경향이 있으나, 이제는 다양한 게임을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그런 일이 없어졌다. 그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엣지'가 있어야 주목하는 유저층이 생기고, 그 중에서 충성도 높은 유저층이 생기면서 더 나아갈 기반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권오찬 부장은 이러한 '엣지'의 성공 사례를 여러 건 들었다. 프랑스 대학생 6명이 마켓 애셋과 평범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낸 '마지막 편지', 3인으로 구성된 국내 인디 개발팀 '터틀크림'이 아기자기하면서도 직관적으로 시스템을 드러내는 특색 있는 그래픽으로 선보인 'RP7', 영상으로만 나왔지만 트리플A급의 그래픽 퀄리티를 보여준 '언레코디드', 한 번에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낯익은 공간을 자연스럽고 기괴하게 보여주는 '8번 출구' 등이 그 예였다.
또한 최근 GOTY 후보로 손꼽히고 있는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 2D와 3D를 자유롭게 오가는 독특한 어드벤처 '견습 기사 모험기' 등의 성공 사례도 꼽았다. 이와 함께 대기업이 쉽게 시도하지 않는 독특한 플레이 방식과 새로운 시도로 유저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이 '인디'의 가능성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권오찬 부장은 인디 게임도 퀄리티를 필히 업그레이드해야만 하는 이유로 거대 기업들이 소규모 영역도 비용의 효율 문제로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스파이더맨2는 2,000만 장 이상 판매가 됐음에도 손익분기점이 1,600만 장이었기 때문에 큰 이윤을 벌어들이지 못했다.
국내 대형 개발사도 큰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MMORPG에 집중했으나, 시장에 동일 장르가 과다 공급되고 개발비용과 여러 문제가 겹쳐지면서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디 게임사들이 손을 대던 방치형에 진입했으며, 혹은 스텔라 블레이드나 P의 거짓 등 콘솔 패키지 게임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기 시작했다.



권오찬 부장은 이러한 상황은 인디 게임계에 위협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인디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1인 개발자, 소규모 개발팀도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고퀄리티 그래픽과 애셋을 활용해 자신만의 엣지를 확고히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언리얼 엔진을 비롯한 상용 엔진이 발전하면서 자체 엔진 기술력이 없더라도 어떤 기법이나 기술을 아는 것이 중요해졌다. 특히 언리얼 엔진 블루프린트를 사용하면 코딩을 몰라도 비주얼 스크립팅을 통해 게임을 만들 수 있으며, 마켓플레이스를 통해서 다양한 애셋을 구매하거나 절차적 생성 기능을 활용해 개인 단위로 만들기 어려운 필드를 구현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제는 외주 작업도 붙었지만 아직 핵심은 1인 개발인 '매너로드'가 그 좋은 사례로 꼽혔다.
더 나아가 언리얼 엔진5 시대가 도래하면서 더욱 고퀄리티 게임 개발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드로우콜 제한 없이 방대한 월드를 쉽게 구현하거나 실시간 빛의 변화까지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나나이트와 루멘은 물론, 그 필드에 수백만 그루의 나무 등으로 빠르게 채울 수 있는 절차적 생성 기능이 이를 지원한다. 또한 인디 개발자 입장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모션이나 애니메이션도 모션 매칭과 ML 디포머를 통해 R&D 비용을 최소화하고 콘텐츠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하이퍼 리얼리즘 캐릭터 콘텐츠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메타 휴먼'까지 무료 공개, 인디 개발자들이 더욱 퀄리티 있게 콘텐츠를 구현하기 쉬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인디 개발팀이 나아갈 길은 무엇일까? 권오찬 부장은 당장의 프로젝트에 집중하면서도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부분, 시장에 먹힐 부분을 1이라도 확보하고 기술 내재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도입이 어렵지만 이를 시도하고 기술을 차츰차츰 익혀나가야 다음, 혹은 그 다다음에 비로소 경쟁력을 확실히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인디 시장도 소수만이 큰 수익을 얻는 구도로 변해가고 있는 만큼,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오래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영속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조금씩 엣지를 갈고 닦는 것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