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찬 칼럼 #9] 계약 기간, 어떻게 정해야 이득일까?

기획기사 | 인벤팀 기자 |


● 이병찬 변호사 소개

어릴 때부터 게임을 사랑해온 변호사입니다. 손은 굳고 눈도 흐려졌지만, 오늘도 normal 난이도로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입니다. 게임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E-mail : gerrardgogo@gmail.com

관련 기사
- 계약의 이해와 실무, 종합 '이병찬 칼럼' 모아보기

지난 시간부터 모든 계약서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조항에 대해서 하나씩 살펴보고 있는데요, 이번 화에서는 계약 기간과 갱신 조항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약 기간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계약 기간이란 계약이 효력을 가지는 기간을 의미합니다. 계약 기간을 정하는데 정답은 없으며, 원가의 변동 가능성, 시장의 경쟁 구도, 공급 안정성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A에게 500만 원의 여유자금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A는 이 돈을 정기예금에 넣어 두었다가 하나뿐인 아들이 5년 후 대학에 들어갈 때 입학금으로 사용하고 싶습니다. 예금을 넣으려고 하니 현재 예금 금리는 연 2.5%입니다. 앞으로 5년 동안 예금 금리가 계속 내릴 것 같다면, 계약 기간을 5년으로 설정해 두는 게 최선의 선택일 것입니다. 반대로 예금 금리가 계속 오를 것 같다면 계약 기간을 1년으로 하고, 금리가 오른 1년 뒤에 다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유리하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계약에서는 이렇게 단순하게 유불리를 따질 수 없습니다. 생수 회사가 게임 회사에 매일 10통의 생수를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만약 생수 가격이 오를 것 같다면 게임 회사 입장에서는 계약 기간을 길게 가져가서 동일한 가격으로 계속 생수를 납품받는 게 유리할 겁니다.

생수 회사 입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물가가 매해 오르니 계약 기간을 짧게 가져간 다음, 새로 계약을 체결할 때 생수의 단가를 올리고 싶겠죠. 그런데 꼭 그렇게만 볼 수 없는 것이, 생수 회사 입장에서도 계약 기간이 길어지면 안정적인 거래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만약 계약 기간이 짧다면 새롭게 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다른 생수 회사와 경쟁을 벌여야 할 테니까요.

결국 계약 기간은 계약을 둘러싼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계약의 자동 갱신


계약 기간을 정하면서, 단서에 자동 갱신 조항을 삽입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본 계약은 2년간 유효하다. 다만, 계약 기간 만료 1개월 전까지 양 당사자가 별도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 동일한 조건으로 2년간 자동 갱신된다.”와 같이 규정하는 것이죠.

계약 갱신 조항을 두면, 매번 새롭게 계약서를 작성해서 다시 날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관리가 쉬워집니다.




만약 생수 회사가 300개 회사에 물을 공급하고 있는데, 계약서에 자동 갱신 조항이 없다면, 계약이 끝날 때마다 300개 회사에 찾아가서 일일이 새로운 계약서에 날인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사람에게는 바꾸려고 하는 행동이 현재보다 특별하게 이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현상 유지 편향”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자동 갱신 조항을 두면 가격이나 품질에 큰 문제가 없는 이상 계속 납품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생수 회사 입장에서는 원료 가격이 갑자기 상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다면, 계약서에 자동 갱신 조항을 삽입하는 편이 유리할 것입니다.

하지만 생수를 공급받는 회사의 담당자는 반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생수 사업에 뛰어드는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해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니, 계약 기간이 끝날 때마다 여러 생수 회사를 비교해서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로 납품업체를 변경하겠다고요.

이처럼 자동 갱신 조항을 삽입하는 것이 유리한지는 계약이 앞으로도 동일한 조건으로 계속 유지되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사업자로 언제든 갈아탈 수 있기를 원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참고로, 자동 갱신 조항을 검토하는 경우에는 ‘계약 기간의 기산점(시작점)’도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자동 갱신을 막기 위해서는 보통 “계약 만료 1개월 전”까지 통보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이는데, 이 “계약 만료 1개월 전”을 정확히 계산하려면 계약이 언제 시작되었는지가 명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계약 기간의 기산점은 언제일까요? 만약 계약서에서 특별히 정하지 않았다면, 계약이 체결된 날부터 계약 기간이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니, 계약체결일이 기산점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권리·의무를 발생시키기 위해서 계약을 미리 체결하는 경우는 어떨까요? 예를 들어, 생수 회사가 2026. 1. 1.부터 게임 회사에 매일 생수 10통을 1년 동안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해당 계약서에 대한 날인은 2025. 12. 1.에 이루어졌다면요.

생수를 공급해야 할 의무는 2026. 1. 1. 시작되지만, 계약 자체는 2025. 12. 1. 성립되었으니, 계약 기간의 기산점에 대해서 다툼이 생길 수 있고, 기산점을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자동 연장을 거부하는 통지의 효력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이 체결되는 시점과 계약에 따른 권리·의무가 발생하는 시점이 다르다면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약서에서 기산점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약의 법정 갱신





자동 갱신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하여 계약을 갱신하는 방법도 있지만,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없어도 계약이 자동으로 갱신되도록 법에서 정해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민법 제639조 “묵시의 갱신”에서는 “임대차 기간이 만료한 후 임차인이 임차물의 사용, 수익을 계속하는 경우에 임대인이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전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조항에 따를 경우, A가 매달 10만 원을 받고 B에게 자동차를 1년 동안 빌려주기로 했는데, B가 1년이 지난 뒤에도 계속 빌린 차를 타고 다니는데, A가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면, 동일한 조건으로 차를 다시 빌려준 것으로 봅니다.

이처럼 계약의 자동 갱신은 꼭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일정한 경우에는 계약이 갱신되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는데, 이를 계약을 통한 갱신과 구별하여 “법정 갱신”이라고 합니다.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만약,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건 계약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민법은 소비대차 계약이나 임대차 계약에서 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우선 소비대차의 경우, 민법 제603조 제2항에서는 “반환 시기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대주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반환을 최고하여야 한다. 그러나 차주는 언제든지 반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조항에 따르면, A가 B에게 10만 원을 빌려주면서(돈을 빌려주는 계약은 가장 대표적인 소비대차 계약입니다) 돈을 갚아야 하는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B가 돈을 갚을 때까지 A가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A는 상당한 기간(금액이 크지 않으니 7일 정도면 상당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을 정해서 돈을 갚으라고 할 수 있고, 해당 기간이 지나면 B는 돈을 갚아야 합니다.




한편, 임대차 계약의 경우에는 민법 제635조 제1항에서 “임대차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제2항 제2호에서는 “동산의 경우 상대방이 계약해지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5일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A가 친구인 B에게 차를 빌려주는 대가로 매월 10만 원씩 받기로 했다면, 이는 임대차 계약에 해당합니다(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임대차가 아니라 사용대차에 해당합니다). 만약 A가 B에게 차를 빌려주면서 언제까지 반환해야 하는지 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차는 동산에 해당하니(부동산은 토지 및 그 정착물을 말하고, 부동산이 아닌 물건은 모두 동산입니다) 위 규정에 따르면, B가 A로부터 차를 돌려달라는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5일이 경과하면 임대차 계약 해지의 효과가 발생하고, B는 A에게 차를 반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민법에서 따로 갱신 조항을 두지 않은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계약 기간을 당사자가 정한 것도 아니고 법에서 정해둔 것도 아니니, 계약이 영원히 지속된다고 보아야 하는 걸까요?

판례에서는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계속적 계약이라면 당사자는 언제든 해지할 수 있지만, 해지의 효력은 상대방이 채무의 이행을 준비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이 지나야 발생한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08나103610 판결 등).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계약의 경우에는 계약 당사자가 언제든 해지할 수 있지만, 계약이 언제 해지될지 상대방이 미리 예측하기 어려우니, 해지 통보를 하더라도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도록 한 것입니다.


핵심 내용 정리


- 계약 기간은 유불리를 종합적으로 따져서 정하자.
- 계약이 현재의 조건으로 계속 유지되는 것이 좋다면 자동 연장 조항을 넣고,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사업자로 쉽게 갈아타고 싶다면 자동 연장 조항을 빼라.
- 어떤 계약의 경우에는 법에서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되도록 정해두었다.
- 계약 기간에 정함이 없는 경우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에야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