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공개된 티저 자체는 30초 분량으로 짧았지만, 김용하 총괄 PD와 차민서 PD를 비롯해 주요 개발진이 줄곧 언급해왔던 IO본부의 '철학'을 그 안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넥슨게임즈에서도 티저로는 아쉬울 서브컬쳐 팬들을 달래기 위해 특별 인터뷰 영상까지도 같이 공개한 만큼, 내년에 좀 더 본격적으로 선보일 '프로젝트 RX'의 현재까지의 얼개를 토대로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한 번 추론해보고자 합니다.
언리얼 엔진5와 로파이, 현대와 레트로의 조화로 빚은 일상의 감성
우선 이번에 공개된 티저 영상을 설명하기에 앞서, '블루 아카이브' 티저 공개 당시를 떠올려보죠. 물론 '블루 아카이브'와 분명 다른 작품이긴 합니다. 다만 그 주요 개발진이 고스란히 이번 작품에도 참여했으니 어떤 식으로든 엮일 수밖에 없죠. 그러니 그 첫 스타트를 이번엔 어떻게 했나 비교 분석하는 것 또한 이들이 어떻게 '프로젝트 RX'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차별성을 강조하고자 했나 파악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블루 아카이브' 티저 때는 셀 애니메이션풍 티저에, 블루 아카이브의 핵심 소재를 처음부터 다 보여주긴 했습니다. 선생이라는 글귀에 각각 다양한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 총기까지 해서 학원, 청춘, 밀리터리라는 세 개 키워드를 각인시켰죠. 그리고 청량한 색감과 곳곳에 배치된 책걸상이나 게임 콘솔 등 일상적인 소품에 카와이 베이스의 OST가 뒷받침되면서 시청자들에게 더더욱 확실하게 그 분위기를 어필하는 효과도 있었고요.
그런 차원에서 먼저 '프로젝트 RX' 티저에서 떠오르는 감성은 레트로입니다. 우선 로파이 스타일로 빚어낸 BGM부터 그 옛날 다이얼식 TV, 구식 선풍기, 트랜지스터 라디오 등 그 옛날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들이 바로 와닿죠. 물론 중간중간 미소녀들이 쓰는 노트북이나 에스프레소 머신은 현대적인 느낌을 풍기는 만큼, 아마도 전반적인 시대적 배경은 현대고 미소녀들과 생활하고 있는 그 구간은 시골 소도시의 감성을 담아서 레트로와 현대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 티저 일러스트를 보면서 느낀 것이긴 하지만, '프로젝트 RX'는 캐릭터를 예쁘고 멋지게 꾸미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느낌을 얼마나 전달할 수 있는지도 고심한 듯합니다. 마치 블루 아카이브도 다소 과장은 있지만 학원물, 교복이라는 테마를 바탕으로 해서 일부 예외적인 케이스를 제외하면 실제로 구현하기 비교적 쉬운 복장들을 맞춘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RX의 캐릭터도 복장을 보면 일상의 범주를 넘어서는 과도한 노출은 피하되, 대신 일상의 모습을 짧게 보여주면서 일부 캐릭터의 속성과 매력 포인트 그리고 기대할 수 있는 교감 과정까지도 추측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영화관을 같이 간다거나, 같이 밥을 먹는다거나, 혹은 어딘가에서 같이 쉰다거나 하는 그런 일상적인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하는 그런 생활감을 아마 본편에서는 좀 더 확실하게 추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마지막에 전투 컷신 연출처럼 보이는 장면에서도 일부 드러납니다. 특히 수평자를 모티브로 한 검집에서 발도하는 모션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블루 아카이브'에서 개발진들이 추구하던 철학이 RX에도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블루 아카이브에서도 학생들의 스킬을 단순히 멋지고 강한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성격과 들고 다니는 주요 소품 그리고 그 학생들이 겪을 수 있는 상황까지 맥락을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뒀거든요. 아직 캐릭터들의 전체 스킬 연출이 다 드러난 건 아니지만, 그저 눈요기만 그치지 않고 캐릭터의 여러 면모를 보여줄 수 있게 한 만큼 앞으로 RX에서 과연 어떤 교감을 전달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됐습니다.

오픈월드는 아닌 '프로젝트 RX', 힌트는 블루 아카이브와 포커스 온 유?
아무래도 최근 기대작으로 떠오른 풀 3D 게임이 오픈월드나 혹은 완전 심리스는 아니더라도 꽤 넓은 필드를 돌아다니는 형태로 구현된 상황이긴 합니다. 특히나 언리얼 엔진5를 채택한 게임들이 대부분 그런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언리얼 엔진5가 최초 공개부터 방대하고 몰입감 있는 월드를 누구나 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만큼 자연스러운 흐름일 겁니다.
그런 만큼 '프로젝트 RX'도 과연 어떨지 궁금하긴 한데, 개발진의 그간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오픈월드는 아닌 것이 확실합니다. 김용하 본부장이 그간 여러 차례 "오픈월드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해왔으니까요. 그렇지만 이번에는 캐릭터 일러스트에서 그치지 않고 인게임 3D 모델링은 물론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으니, 과연 그 무대가 될 세계에서 유저가 캐릭터와 어떻게 소통하고 교감하게 될지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단서가 부족한 만큼 추측의 영역이긴 하지만, 아마도 '블루 아카이브'의 스케쥴과 카페를 더 몰입감 있게 구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추론하는 이유 중 하나가, 중국에서도 오픈월드로 나아가지 못한 3D 게임들이 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콘텐츠가 '캐릭터와의 교감'하는 장소를 따로 마련해두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최근 활동층을 글로벌 서버에서도 출시한 '소녀전선2', 그 이전에 이미 파격적인 스킨과 숙소 가구 상호작용으로 일부 팬들에게 화제가 됐던 '스노우브레이크'가 있겠죠.
'블루 아카이브'에서도 학생들과 터치 및 가구 상호작용을 통해 여러 일면을 볼 수 있는 '카페'가 있는데, 그 상호작용을 '프로젝트 RX'에서는 한층 더 자연스럽고 다양하게, 그리고 각 장소마다 다르게 구축해놓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블루 아카이브에서는 단순히 클릭해서 호감도를 높이는 정도에 불과했던 '스케쥴'도 원전인 미연시에 가깝게, 각 캐릭터가 있는 장소로 가서 그때그때 다양한 일과를 함께 보내는 식으로 발전하지 않았을까 추론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그냥 단순한 콘텐츠 카테고리가 아닌, 캐릭터와 좀 더 몰입감 있는 교감을 추구한다면 자연히 이를 극한으로 깎아온 '미연시' 파트에 주목할 수밖에 없거든요.
물증은 없긴 한데 심증으로 말하자면, 김용하 총괄 PD는 '큐라레' 이후 '블루 아카이브'를 제작하기 전에 '포커스 온 유'라는 VR 연애 어드벤처 게임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프로젝트 RX' 공개 이후 다시 살펴보니, 현대적인 대도시가 아닌 한적한 시골 소도시에, 청순함과 청춘의 풋풋함을 담은 연애라는 그 키워드가 여기서도 오버랩이 되는 느낌이더군요.
물론 이야기의 끝이 미리 정해진 미연시와 기정사실로 연결되면 안 되는 라이브 서비스 서브컬쳐 게임은 그 궤가 다르긴 한데, 기저에 깔려있는 무드나 정서 그리고 추구하는 철학은 그때부터 쭉 이어졌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노출도는 한계가 있으나 상상은 무한하다, 그리고 그 상상을 하게끔 유도하는 각종 상황과 디테일을 제시하는 기조가 이번 티저에서도 드러났으니까요.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차민서 PD이긴 하지만, 김용하 총괄 PD도 그 방향성과 철학을 꾸준히 논의하고 있는 만큼 아마 '포커스 온 유'의 경험도 프로젝트 RX에서 어느 정도 녹아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투가 아니어도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에 담긴 프로젝트 RX의 방향성

사실 이번 티저에서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전투 파트가 스킬 컷신으로 추론되는 부분을 빼고는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9월에 사내 테스트를 했을 때는 전투도 있었다고 하니 의도적으로 이 부분을 제외한 것이죠.
아무래도 유저들이 서브컬쳐 게임을 통상 수집형 RPG 형태로 접하는데, 그 핵심이 될 전투가 빠졌으니 뭔가 허전하긴 합니다. 그렇지만 김용하 총괄 PD가 "전투가 아니어도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한 것은, 어찌 보면 서브컬쳐 게임이 수집형 RPG라는 장르가 전반적으로 쇠퇴한 가운데에서도 이를 이끌고 갈 수 있던 원동력을 제대로 캐치한 발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수집형 RPG가 통상 유저 자신의 게임 이해도와 그간 육성해왔던 캐릭터의 강함을 뽐낼 수 있는 인게임 콘텐츠에 주력해왔습니다. 그런데 서브컬쳐 게임은 이 부분 외에 수집해야 하는 캐릭터 그 자체의 매력, 그리고 그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세계와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확고히 다지는 것에 좀 더 신경을 썼죠. 그래서 자신의 분신의 강력함을 뽐낼 또다른 포맷이 도래하면서 여타 수집형 RPG는 자연히 쇠퇴했지만, 서브컬쳐 수집형 RPG들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인게임 플레이 경험을 한층 확장한 사례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캐릭터와 세계관 그리고 이야기에서 확실히 강점을 두면서 자신만의 '킥'을 만든 케이스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IO본부의 전작 '블루 아카이브'였죠. 실제로 '블루 아카이브'를 개발진이 처음 소개할 때 보면, 전투에 대한 설명이 크게 많지는 않습니다. 원래 미소녀 엑스컴을 생각했다가 현재의 형태로 변경되기까지에 대해서만 자세히 언급하는 정도죠.



그런 만큼 '프로젝트 RX'도 인게임 전투 그 자체에서 차별화를 크게 꾀하진 않았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 캐릭터 스킬 컷신 연출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진 턴제 혹은 혹은 블루 아카이브와 유사하게 프리코네류를 변주한 유형일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액션 게임의 궁극기 연출처럼 사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좀 더 확률이 낮을 겁니다. 그랬다면 캐릭터의 '액션'을 어떻게든 좀 더 보여주는 방향으로 포커스를 맞췄을 테니까요.
그렇게 통상 전투는 특별하지 않더라도, 중간중간 킥이 되는 콘텐츠들은 분명 나오지 않을까 추측되긴 합니다. 티저 영상에선 나오진 않았지만, 티저 이미지에서 나온 사슴신 비스무리한 존재 등등 오컬트와 연관성이 중간중간 드러나고 있으니까요. 아마 그런 존재들과 맞서는 콘텐츠, 혹은 그 재앙을 피하기 위한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든 전개가 될 텐데 그걸 블루 아카이브의 총력전 형태로 풀어낼지, 아니면 다른 새로운 방식을 보여줄지는 이후에 좀 더 자료가 공개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다른 기대작 '프로젝트 RX' 블루 아카이브에 이어 흥행 연타석 갈까

2025년을 돌이켜보면 서브컬쳐 게임계에 과도기가 온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서브컬쳐 붐을 타고 여러 개발사들이 준비해온 신작들이 기존 포맷을 참고하면서 새롭게 도전하긴 했는데, 제각각 다른 이슈긴 해도 공통적으로 구조적인 결함이 드러나면서 위세가 꺾이는 모습을 연거푸 보여줬으니까요. 개중 일부는 '서브컬쳐'라는 영역에 대해 설익은 감성과 얕은 지식으로 도전했다가 서브컬쳐로서는 부족하다는 비판까지 받기 일쑤였죠. 그래서 일부 작품은 출시까지 연기하는 등 극약처방을 내릴 정도로 2025년 서브컬쳐계는 다사다난했습니다.
그 2025년이 어느덧 지나고 2026년은 조금 다를 듯합니다. 먼저 1월 출시를 예고한 '명일방주 엔드필드'부터 시작해서 오늘(19일) 테스터 모집 소식을 공개한 실버 팰리스, 그리고 티저를 공개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한 프로젝트 RX까지 2026년을 앞두고 희소식들이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아직 프로젝트 RX는 티저까지만 공개된 만큼, 세부 장르부터 시작해서 테스트나 이후 일정까지 확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긴 합니다. 또한 시선을 확 사로잡을 화려함이나 웅장한 스케일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도 하죠. 그렇지만 레트로한 감성을 새롭게 다듬어낸 특유의 분위기와 교감을 중시한 단면을 보면, 그간 서브컬쳐 게임에서 중요한 파트긴 하지만 항마력이나 남들 눈치 혹은 코스트 대비 일반 대중에게 어필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깊게 구현하지 못했던 부분을 새롭게 파고드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 이 말을 듣고서 야하다거나 그런 것을 생각할지 모르는데, '프로젝트 RX'에서 그런 부분이 아예 없을 거라고는 단언하지는 못할 겁니다. 여름에 해변에 놀러가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캐릭터들은 수영복 차림일 수밖에 없고, 수영복 종류는 학교 수영복부터 비키니까지 캐릭터마다 제각각 다르게 나올 테니까요. 혹은 온천에 가는 이야기나 파자마 파티 등등, 여러 소재들이 서브컬쳐에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으니 이 부분은 불가항력입니다. 당장 캐릭터와 상호작용하는 서브컬쳐 게임들 대다수에선 기본 소양인 항목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런 요소들을 충실히 반영할 거라는 것은 프로젝트 RX에서는 거의 확정적인 게, 오므라이스에 케첩을 뿌려주는 듯한 연출이나 극장에서 무서운 영화를 보고 안기는 클래식 클리셰들이 범벅이기 때문이죠. 이런 게 나왔는데 또다른 클래식 클리셰들이 안 나온다? 이것은 그날 바로 청계천이 붉게 물들 안건입니다.
그런데 그간 상호작용을 중시했던 게임이 대부분 어른의 감성까지 아슬아슬하게 가거나 혹은 아예 선을 넘어버린 케이스가 많은데, '프로젝트 RX'는 블루 아카이브에 이어서 미소녀와 함께 하는 일상이라는 선을 확고히 지키는 모습을 처음부터 보여준 게 인상적입니다. 코어 유저라면 이리저리 상상할 수도 있고, 서브컬쳐에 갓 입문한 유저도 귀여운 미소녀들과 함께 일상을 보내는 가벼운 감각으로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여백을 남긴 그런 느낌이었으니까요.
학원, 청춘, 밀리터리를 다룬 블루 아카이브와는 다른 작품이지만, 이런 점에서 볼 때 프로젝트 RX는 '블루 아카이브'에서 느꼈던 설렘을 다른 방식으로 느끼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모든 것은 추론일 뿐이겠지만, 그간 숱한 시련을 이겨내고 서브컬쳐 유저들에게 청춘의 맛을 만끽하게 한 '블루 아카이브'를 지켜봤다면 자연히 기대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과연 이번 프로젝트 RX는 우리에게 어떤 또다른 세계를 보여줄 것일지, 이것 역시도 2026년이 기대되는 또다른 이유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