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카카오게임즈가 선물한 '다시 살 용기'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장애를 얻고 제 시간은 멈춰버렸습니다. 하지만 제게 꼭 맞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지원받은 순간, 꺼져 있던 삶의 스위치가 다시 켜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시 카카오 AI캠퍼스에서 열린 '함께하는 플레이버디 우수사례발표회 2025' 현장. 무대에 선 참여자들의 목소리에는 단순히 오락을 즐기게 됐다는 즐거움을 넘어, 잃어버렸던 일상과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감동이 묻어났다.

카카오게임즈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지난 3년간 진행해 온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 보조기기 지원 사업의 성과를 공유하고, 사업명을 '함께하는 플레이버디'로 리브랜딩해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자리였다. 행사는 카카오게임즈, 아름다운재단, 국립재활원,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등 4개 협력 기관과 지원자 및 가족 등 150여 명이 참석해 '모두를 위한 게임'의 가치를 확인했다.




"8년의 은둔 깨고 세상 밖으로"... 삶을 바꾼 결정적 계기

과거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주디' 씨는 뇌병변과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으로 오른손 마비와 언어 장애를 겪으며 절망에 빠졌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손을 쓸 수 없게 되자 그래픽 작업은 물론 좋아하던 게임도 불가능해져 하루하루가 감옥 같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사업을 통해 한 손으로 조작 가능한 왼손 전용 마우스와 단축키 설정을 지원받은 후, 그는 다시 그림을 그리고 게임 속 친구들과 소통하게 됐다. 주디 씨는 "10점 만점에 9점에 달하던 우울감이 지금은 0점에 가깝다"며 "보조기기는 손을 움직이는 기술을 넘어 삶을 움직이는 기술"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사례자인 '씨케이(iick)' 씨는 경추 신경 손상으로 가슴 아래 감각을 잃은 후 8년간 세상과 단절된 채 은둔 생활을 했다.

학창 시절 리듬 게임 고수였던 그는 손가락 기능을 거의 상실해 게임을 포기했었지만, 맞춤형 거치대와 Xbox 컨트롤러 등을 지원받고 11년 만에 다시 건반을 두드릴 수 있게 됐다. 그는 "인생의 신호등이 줄곧 빨간불이었는데, 지원 사업 덕분에 파란불이 켜졌다"며 현재는 게임 유튜버이자 대학생으로 활동하며 세상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증 뇌병변 장애를 가진 '샐리' 씨의 사연은 '직업으로서의 게임' 가능성을 보여줬다. 거동이 불편해 활동 반경이 좁았던 샐리 씨는 특수 스위치와 컨트롤러를 지원받은 뒤 조작 능력이 향상됐고, 최근 정식 e스포츠 선수로 등록까지 마쳤다. 그의 어머니는 "중증 장애인에게 직업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인데, 딸에게 게임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미래를 꿈꾸는 가능성이 되었다"고 대신 말했다.


각 기관의 전문성이 만든 시너지... "기술부터 정책까지"




이번 사업의 성공 배경에는 기업, 비영리재단, 공공기관, 전문센터의 유기적인 협력이 있었다. 각 단체는 이날 발표에서 각자의 역할과 향후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사업의 총괄과 기금 지원을 맡은 카카오게임즈의 한상우 대표는 "게임이 주는 즐거움은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며 "지난 3년간 96명에게 608대의 기기를 지원했으며, 앞으로도 디지털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사회적 가치 측정 평가를 통해 이 사업이 향후 3년간 약 7억 1천만 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추산했다.

사업 기획과 운영을 담당한 아름다운재단의 김진아 사무총장은 "비장애인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장애인에게는 배제된 경험이었다"고 지적하며 "이번 사업은 기업의 재원, 센터의 기술, 공공의 자문이 나눔이라는 가치 아래 연결된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협력 모델이 지속 가능한 사회 공헌의 표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실질적인 기기 지원과 솔루션을 제공한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는 '사용자 중심의 맞춤형 지원'을 핵심 성과로 꼽았다. 권성진 실장은 "단순 기기 보급이 아닌 인간(Human), 활동(Activity), 보조공학(Assistive Technology), 환경(Context)을 고려한 'HAAT 모델'을 적용해 최적의 게임 환경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향후 장애인들이 보조기기를 직접 체험하고 제작·개조까지 할 수 있는 복합 체험 공간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국내 환경에 맞는 게임 컨트롤러와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자문을 맡은 국립재활원은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은선덕 국립재활연구소 연구원은 "장애인의 여가와 문화 향유권은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국가 기관으로서 민간의 혁신적인 시도가 제도권 안으로 확산하고 정책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연구와 자문을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는 휠체어 운동 기구와 게임을 결합한 '캥스터즈'의 김강 대표가 연사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휠체어 트레드밀 '휠리엑스'를 소개하며 "장애인에게 운동은 생존의 문제인데, 게임 요소를 결합해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게임이 운동을 넘어 e스포츠 선수라는 새로운 직업군을 창출하고 있다"며 장애인 의무 고용과 연계한 '피지컬 e스포츠' 생태계 구축의 비전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장애인 게임 접근성이 단순한 복지를 넘어 기술, 산업, 문화가 융합된 새로운 가치 창출의 영역임을 확인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앞으로도 전문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장애인의 실질적인 게임 경험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문을 넓혀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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