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애니멀'은 '리틀 나이트메어'로 예전부터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공포 게임을 만들어 온 '타시어 스튜디오'의 신작이다. 새로운 IP를 제작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등장한 작품인 셈이다. 이전 작품들을 해본 유저들은 알겠지만, 이 스튜디오는 무작정 점프 스케어를 배치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 특기가 아니다. 직접적인 공포보다는 간접적으로, 플레이어를 압박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공포감을 느끼도록 추구한다.
본작은 그들의 장기가 제대로 발휘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더 강렬하고 노골적인 연출, 그리고 사운드와 대사를 통해 '분위기로 압도하는 공포'를 만들어냈다. 나아가 퍼즐은 좀 더 고차원적으로 변하면서 자신만의 매력을 뽐낸다. 제목이 대체 무슨 뜻인지 의문을 갖는 유저들도 있겠지만, 플레이를 하다 보면 그 근본적인 의미를 뒤늦게 깨닫게 된다.
섬뜩한 연출과 직관적 조작, 몰입감 높인 '침묵의 협력'
앞서 간략히 소개했듯, 리애니멀은 기승전결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도중 점프 스케어를 도배해 '감정적인 자극'을 주는 게임은 아니다. 으스스한 분위기, 기괴한 적들의 모습, 나아가 노골적으로 잔인하고 충격적인 연출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조성한다. 그래도 선혈이 낭자한다고 표현하는 잔인한 느낌은 아니다.
리애니멀은 소년과 소녀 남매가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의문의 섬들을 헤매는 과정을 그린다. 각각의 섬마다 제공하는 공포의 콘셉트가 있고, 이에 따라서 친구(혹은 AI 플레이어)와 협동해 문제를 해결하고 친구들을 구출해낸다. 이 과정 자체에서 앞서 언급한 분위기가 피어난다. 스산하고 썰렁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때로는 갑작스럽게, 혹은 예상할 수 있는 포인트에서 시련이 다가오는 식이다.
각 스테이지에서는 콘셉트에 맞도록 연출이 훨씬 더 강렬해졌다. 플레이어의 사망은 좀 더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기괴하게 벗겨진 사람 가죽이 즐비하거나 이걸 탈수하고 다림질하는 적들도 있어 분위기가 한층 섬뜩하다. 기괴하고 음침한 도시, 스산한 농장, 어둡고 먹먹한 바닷속, 그리고 끔찍한 전쟁터와 섬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보는 바다까지. 전 스테이지의 분위기가 정말로 으스스하게 잘 그려졌다.
이런 분위기들이, 맵 전환의 부드러운 카메라 워킹 혹은 장면 전환으로 극대화 된다. 들어갈 땐 몰랐는데 생지옥이 펼쳐지거나, 점점 카메라가 먼 곳을 비춰주면서 암시를 제공하는 등 멋들어진 카메라 워킹과 장면 전환은, 한정적인 화면과 공간을 거부감없이 전환하고 플레이어를 잘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속에서 보여지는 강렬한 연출은 적들에 한정되지 않는다.

산전수전 다 겪은 남매인 양, 주인공들에게 요구하는 행동이 '어쩔 수 없이 하는 행동'만 있는 게 아니다. 힘겹게 매달리는 사람을 빠루(쇠지렛대)로 후려치기도 하고, 열쇠를 꺼내기 위해 사형수에게 가차 없이 총을 쏘기도 한다. 앉아있던 관광객을 절벽 밑으로 밀어버리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적들의 눈알을 뽑아서 다른 적에게 주기도 한다. 물론 다 내가 살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니 목적성은 맞다. 대부분의 주인공이 다소 무기력한 공포 게임에서 이런 '행동'을 플레이어가 직접 수행하도록 만드는 건 인상적이었다.
주인공 남매와 등장인물들은 이제 '말'을 한다. 직관적으로 요구 혹은 감정 등 말을 하기는 하나, 전체적인 흐름과 전개는 여전히 은유적이다. 대부분의 흐름은 연출로 보여지고, 대사 또한 직접적인 명제와 목적성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진행하면서 연출과 분위기로 스토리를 알게 되고, 의문점도 생기며 반전도 맞이하지만 명확하게 이해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리애니멀의 스토리를 완벽히 이해하고자 한다면, 숨겨진 엔딩을 찾아보는 것이 반강제된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바로 UI와 AI 플레이어의 절제된 능력이다. 원래 타시어 스튜디오가 이런 느낌을 잘 살리긴 했지만, 화면에 단 하나도 없는 UI는 플레이어가 세계에 좀 더 몰입하게 만드는 좋은 장치다. 그럼에도 간단하고 직관적인 조작을 제공해 대부분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고, 조작감도 꽤 좋아서 UI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도록 잘 구현해뒀다.
2인 플레이를 제공하는 것도 게임의 특징인데, 싱글 플레이에서도 AI가 선을 넘지 않고 역할을 잘 수행한다.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플레이어가 AI를 이끌어줘야 하지만, 반대로 AI가 멋대로 퍼즐을 해결하거나 스포일러성 행동을 하지 않는다. 대신 AI는 길 찾기를 정말 잘하는 편이다. 두어 번 정도의 시도로 플레이어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기는 하지만, AI는 위기 상황에서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도망간다. 모르겠으면 쟤만 따라가면 된다는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주는 느낌이다.

약간 더 생각해야 하는 퍼즐, 아쉬운 플레이 타임. 그런데 손 맛이...?

리애니멀의 퍼즐은 제법 난이도가 있다. 대부분의 플레이 흐름은 시작하자마자 사건을 겪고, 구출을 위해 단서를 찾아 퍼즐을 해결해나가는 식이다. 단서와 퍼즐의 해결이 한 맵에서 끝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단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기도 하고, 은유적으로 표현돼서 '무엇을 하라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드는 구간도 있기는 하다.
그래도 그게 과하지는 않다. 어렵고 난해하다는 느낌보다는, 열심히 맵을 수색하다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법과 단서들을 찾아낼 수 있는 정도로 구현됐다. 아마 2인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난이도를 조정한 것이 아닐까 싶다. 퍼즐에 대한 내용과 단서는 꽤 직관적이지만 좀 더 생각하도록 난이도가 소폭 상승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괜찮은 조작감과 분위기가 잘 어우러져서 퍼즐을 푸는 재미도 꽤 있는 편이다.

그런데 플레이를 하다 보면 이 게임이 과연 '공포 게임'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에 도달하는 구간이 발생한다. 이게 긍정적이기도 하고, 반대로 부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공포 게임 속 주인공은 무력하다. 할 수 있는 행동에 한계가 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실감 속에서 그저 도망쳐야 하는 무력감이 꽤 큰 공포심을 낳게 된다. 그런데 이 남매들은 그렇지 않다.
점차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행동이 능동적으로 바뀌면서, 이 게임은 분위기만 공포스러운 퍼즐 액션 게임에 가깝게 변한다. 공포를 이겨냈다는 안도감이 아니라, "내가 해냈다!"하는 성취감이 더 느껴지는 기묘하고 재미있는 구조다. 처음에는 무서운 감정이 들지만, 내가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공포를 극복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흐름이다.
아무것도 못하고 숨고 뛰고 도망치던 주인공이, 빠루를 집어 들고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적과 대치하고 당당하게 맞선다. 그리고 이때 제공하는 주인공의 행동(주로 공격)의 타격감이 기묘할 정도로 훌륭하다. 빠루는 역시 정말 좋은 대화 수단이라고 다시 한번 느꼈고, 스포일러를 위해 언급하지 않는 다른 행동들도 왜 자꾸 즐겁고 신이 나는지 모르겠다.
이런 느낌을 '공포 게임'에서 느끼는 게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겁이 나서 그만 죽여버렸어요"하고 넘기기로 했다. 아무튼 개발사의 권장대로 꼭 게임 패드로 플레이할 것을 추천한다. 빠루는 정말 좋은 대화 수단임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아쉽게도 고질적인 지적 사항은 이번에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이미 개발사의 사전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실제 플레이 타임은 길지 않다. 연출을 전부 다 보더라도 6~8시간인데, 꽤 잘하는 플레이어가 아니더라도 4~5시간이면 엔딩을 보는 게 가능할 것으로 예측한다. 대신 맵 곳곳에 수집 요소들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오브젝트들이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앞서 언급한 '숨겨진 엔딩'을 위해 존재한다.
게다가 이러한 숨겨진 요소들은 제법 매섭게 찾아봐야 할 정도로 개발사가 잘 숨겨둔 편이다. 그렇다고 너무 어렵다는 뜻은 아니고, 게임을 하는 도중 뭔가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가보면 된다. 공포 게임에서 호기심은 경계해야 할 위험 요소지만, 리애니멀에서는 생각보다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 아무튼 이를 고려하여 진 엔딩을 보기 위한 플레이를 한다고 할 때, 공략 없이는 2~3배 이상의 플레이 타임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나름 적절한 볼륨이 제공되는 셈이다.

그렇지만 다회차 플레이를 하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공포 게임에서 '알려진 공포 구간'은 더 이상 공포를 제공하지 못한다. 아무리 으스스한 분위기로 이끌어도 감각은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공포 게임이라기보다는 그냥 분위기가 다른 퍼즐 게임이 된다. 이런 변화는 공포 게임이라는 정체성을 희미하게 만들지만, 반복 플레이에서 감정적인 소모가 줄어든다는 의미도 된다.
공포 게임이 감정을 크게 자극하는 이상,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게임이 지루해지는 경우가 많아 플레이 타임을 좀 짧게 조절하면서도 공포 대신 다른 감정과 보상을 제공하는 형태로 흐름을 바꾸는 것도 맞다. 그 부분에서 리애니멀은 충분히 납득이 가는 구조인데, 오히려 그게 과해서 '이게 맞나' 싶은 것일 뿐이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플레이 타임이 다소 짧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타시어의 새로운 공포 문법, 아무튼 즐거우면 된 거 아닐까?

다시 돌아봤을 때, 리애니멀은 플레이와 경험이 매우 깔끔했다. 마무리는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지만, 아마 추가 예정인 3개의 DLC에서 더 많은 이야기가 풀리지 않을까 한다. 어쨌든 분위기와 사운드는 매우 좋고, UI는 깔끔하다 못해 아예 없는 수준이고 조작도 좋다. 4K 해상도 기준 9800X3D, 4080 Super로 플레이한 상황이라 프레임 드랍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최적화는 개인의 PC 환경 차이가 꽤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플레이에는 큰 지장이 없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했던 요소는, 플레이어가 매우 능동적인 대응이 가능했다는 점이었다. 플레이를 할수록 당연히 감각에 무뎌지는 만큼, 공포가 점차 희석되는 구간이 있다. 그렇게 공포 게임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리는 구간에서, 이 게임은 훌륭한 타격감과 함께 위기탈출의 보상감을 제공해 플레이어를 뿌듯하게 한다.

그리고 그 직후부터 플레이어는 공포보다는 성취감과 보상을 생각하게 되며 공포감을 잊어버리게 된다. 분위기야 좀 으스스하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된다는 셈이다. 그렇게 '별로 안 무서운 공포 게임'으로 느껴지는 기묘한 상황이다.
그래서 이 게임은 오히려 2인 플레이로 하루를 즐기는 게이머들, 혹은 스트리머들에게 꽤 적절한 게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알다시피 '나'의 공포는 누군가에게는 큰 웃음이 된다. 게다가 2인 플레이를 하게 되면 덤 앤 더머가 될지, 누군가가 '통나무'를 들어야 할지 모르는 거다. 그 상황 자체가 재밌게 되므로, 하루를 즐기는 데에는 좋지 않을까? 또한 스트리머들도 하루 날 잡고 합방을 하는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꽤 재밌는 그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중요한 건, 게임을 잘하면 너무 빨리 끝날 수 있다는 점은 마음에 걸린다.
추천은 함부로 할 수 없을 것 같다. 특히나 공포 게임이라서 더 조심스러운데, 공포 게임의 정체성이 희미해져서 더욱 그렇다. 공포 게임을 잘 못하는 사람은 오히려 도전할 수 있는 게임일 수도 있고, 반대로 공포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에게는 "이게 무슨 공포 게임이야?"는 비난도 들을 수 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꼭 구매 전에는 데모 버전을 플레이해보길 추천한다. 데모 버전만으로도 타시어 스튜디오가 말하고자 하는 정수를 대부분 느낄 수 있다.
그래도 타시어 스튜디오가 이전과 약간은 다른 방법으로 자신들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공포 게임을 만들어냈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