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하자드 레퀴엠 - '진정한 바이오하자드'에 대한 대답

클래식 호러와 액션, 그 모든 것이 '바이오하자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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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그 전까지는 누구도(심지어 프로듀서조차도) 기대하지 않았던 한 3D 공포 게임이 '서바이벌 호러' 장르를 새로 정의했다. 총알 한 발을 아껴가며 좁은 복도를 걷던 그 공포는 이후 30년에 걸쳐 끊임없이 진화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바이오하자드답다'는 말 자체가 여러 의미를 동시에 품게 됐다. 클래식 팬에게 그것은 자원을 아끼며 버티는 긴장의 연속이고, 새로운 세대에게는 레온의 화끈한 저먼 수플렉스를 뜻하기도 한다.

바이오하자드는 늘 스스로를 버리고 다시 태어났다. 고정된 카메라를 버리고 숄더뷰 액션을 얻었고, 또다시 3인칭 액션을 버린 뒤에는 1인칭으로 공포를 극대화했다. 그렇게 30년이 지나,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은 또 한 번 다른 선택을 내린다.

클래식 호러와 액션. 진정한 '바이오하자드'란 무엇인가. 레퀴엠의 선택은 명확하다.

굳이 하나를 고를 필요는 없다는 것.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Resident Evil Requiem)
🏭 개발사캡콤
🏭 배급사캡콤
📱 플랫폼PC, PS, Xbox, NS2
🎧 키워드#좀비 #액션 #서바이벌 호러
📕 출시일2월 27일

시리즈 30주년, 원점으로 돌아가는 '레퀴엠'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하는 바이오하자드 프랜차이즈. 흔히 '대저택 사건'이라 불리는 이야기로부터 엄브렐러가 만들어낸 무시무시한 바이러스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첫 작품은 모두의 기대와 다르게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곧바로 출시된 2편은 가상의 도시 '라쿤 시티'의 처참한 모습, 두 명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시리즈에 스케일을 더했다.

이후 오늘날까지, 바이오하자드는 수많은 바이러스와 사건, 새로운 주인공을 선보이며 굳건한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았다. 라쿤 시티가 핵폭발로 황폐해진 이후에도 생물 병기의 위협은 줄어들지 않았고, 우리의 주인공들은 세계 각지에서 바이오테러를 막아내기 위해 암약한다.



▲ 시리즈 30주년을 기념해 캡콤에서 공개한 아트워크

30주년을 기념하며 출시된 최신작,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은 오랜만에 모든 사건에 원점을 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라쿤 시티에 막 배속됐던 신참 순경, 레온은 엄브렐러(가 남긴 유산들)와 싸우며 중년의 나이가 됐고, 약 28년만에 다시 폐허가 된 라쿤 시티에 발을 내딛는다.

이야기를 마무리하기엔, 모든 것이 시작된 곳만큼 안성맞춤인 장소가 없다. 떠나간 이의 넋을 달래는 '진혼곡'이라는 부제만큼 어울리는 것도 없다. 하지만, '아름다운 이별' 만큼이나 어려운 건 또 어디에도 없다.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은 30년 간 이어져 온 프랜차이즈를 모두 감싸 안는다. '서바이벌 호러' 장르를 정의했던 첫 클래식 3부작은 물론, 숄더뷰 3인칭 액션의 새 지평을 연 4편 이후 시리즈까지. 7편에서 시도한 1인칭 시점 또한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요소로서 자리했다. 이 중에 '바이오하자드답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두 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 '그레이스'와 '레온'은 클래식 호러와 액션, 시리즈가 가진 두 얼굴을 동시에 대변하는 존재들이다. 한 작품 안에서 이 둘을 모두 정면 승부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혈액 분석으로 새로움을 더한 '클래식 호러'




▲ 의자에 앉은 자세부터 너드미 넘치는 우리의 주인공 '그레이스'

게임의 시작은 FBI의 젊은 분석관, '그레이스 애쉬크로프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된 '바이오하자드 아웃브레이크'에서 등장한 신문 기자, 알리사 애쉬크로프트의 딸이다. 그레이스는 상사의 명령에 따라 홀로 불탄 호텔에 조사를 나간 뒤 납치당하고, 과거 엄브렐러의 잔당인 '빅터 기디언'에 의해 로즈힐 요양병원에 감금되고 만다.

그레이스가 거대한 괴물을 피해 요양병원에서 탈출하는 장면은 작년 쇼케이스에서부터 큰 파장을 일으켰다. 1인칭 시점으로, 어두컴컴한 복도에서 서서히 내려오는 괴물의 모습은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했으니까. 이처럼 그레이스의 파트는 클래식 바이오 하자드 팬들에게 익숙한 추격전, 자원 관리의 공포, 퍼즐을 풀기 위한 지역 탐색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설계되어 있다.



▲ 그레이스의 기본 시점 설정은 1인칭이다

그레이스 파트 플레이의 핵심 배경인 '로즈힐 요양병원'은 그 구조부터 2편의 라쿤 시경과 어느 정도 닮아있다. 메인 홀을 중심으로 서편과 동편이 나뉘어 있고, 각각 복층형 구조로 탐색 과정에서 잠긴 문을 열고 지름길을 만들 수 있다. 메인 홀은 좀비가 등장하지 않는 안전 구역으로, 탐험 도중 지쳤을 때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경비실은 시리즈 대대로 세이브 포인트 역할을 하는 타자기가 비치되어 있으며, 아이템 창고에서 인벤토리를 정리할 수도 있다. 탐험을 하며 얻는 아이템을 비좁은 인벤토리에 꾸역꾸역 채워 넣고, 경비실에 돌아와 가방을 정리하는 '클래식' 바이오하자드 특유의 게임플레이다.

그렇다고 너무 과거만 답습한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FBI 분석관으로서 능력을 십분 활용하는, 혈액 분석 시스템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레이스는 레온에 비해 체력도 적고, 좀비의 머리통을 일격에 부수는 근접 공격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감염된 혈액을 모아 다양한 아이템을 제작해 언제든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

'용혈성 혈액'은 위급한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어주는 아이템으로, 몰래 좀비에게 다가가 영구적인 죽음을 선사할 수 있는 훌륭한 친구다. 심지어 덩치가 큰 '셰프'같은 적도 한 방이면 물리칠 수 있으며, 보스급의 덩치를 가진 '청크'같은 몬스터도 세 번만 주사하면 죽일 수 있다.



▲ 좀비의 '피를 뽑는' 아이디어가 신선함을 더해준다



▲ 주사 맛 좀 잠깐만 봐라

이번 작품의 좀비도 역시나 죽었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일정 확률에 따라 머리가 부풀어 오르며 '블리스터헤드'라는 존재로 부활하기 때문인데, 이들은 더욱 빨라진 이동 속도로 그레이스를 추격하며 체력도 높아 상대하기 까다롭다. 죽어 있는 시체에 용혈성 혈액을 사용하면 시체의 흔적을 아예 없앨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지역을 영구히 안전하게 만드는 소재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이 정도를 제외하면 그레이스 파트의 게임플레이는 긴장 상태의 연속이다. 총알은 언제나 제한적이고,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도 총기의 위력이 약해 좀비를 두어 마리 정도 죽이고 나면 다시 총알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게임 초반 레온이 건네준 대형 리볼버 '레퀴엠'은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수단이지만, 역시나 탄약 수급이 몹시 어렵기에 사용할 순간을 잘 정해야 한다.



▲ 레온이 준 '레퀴엠'은 강력하지만 총알이 참 없다



▲ 하지만 여러 긴박한 상황에서 요긴하게 쓰인다

초기 시리즈가 구축한 서바이벌 호러 문법에 충실하게 설계된 파트인 만큼, 레벨 디자인 또한 돋보인다. 이곳을 탐험하며 저곳 열쇠를 얻고, '다음엔 여기를 가볼까'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도록 구역 배치를 해 두었다는 느낌을 준다. 탐험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불안하지는 않게, 또 한 번 왔던 길을 빙 둘러가지 않아도 되도록 지름길도 적재적소에 배치해 두었다.

요양병원 자체의 디자인도 그렇지만, 병원 지하 파트 또한 꽤 인상적이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지하동굴, 처음에는 무엇부터 해야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지만,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퍼즐을 이해하는 순간 모든 이동 동선이 명확해지고, 또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길을 잃었다는 느낌이 든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명료한 동선 구조가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 그레이스가 만나는 블리스터헤드는 정말 무섭다


2005년 최다 GOTY, 어디 가지 않았다




▲ 같은 장소지만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우리가 레퀴엠 속 '레온'에게서 기대하는 것은 명확하다. 2005년 전 세계의 GOTY를 휩쓸었던 게임, '바이오하자드4'에서 보여준 호쾌한 액션이다. 레온의 시니컬한 입담, 어디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성격, 발차기 하나로 모든 좀비를 박살내는 전투의 짜릿함은 그의 파트에서 온전하게 구현된다.

작중 레온은 '라쿤 시티 신드롬'이라고 불리는, 체내에 잠복한 T-바이러스가 서서히 일으키는 병에 감염된 상태다. 증상으로 피부에 시커먼 멍이 나타나고, 이미 여러 명이 이때문에 연쇄적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 상황. 레온은 과거 엄브렐러의 잔당인 '빅터 기디언'을 추격하던 끝에 로즈힐 요양병원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또 다른 주인공인 그레이스를 만나게 된다.



▲ 여드름 컷!

그레이스와 레온의 플레이 스타일은 같은 장소인 요양병원에서 그 대비가 더욱 명확해진다. 그레이스는 한참 조용히 피해다녀야 했던 구역을, 레온은 각종 총기와 손도끼로 거의 '무쌍'을 보여주기 때문. 하나만 있어도 무서웠던 블리스터헤드가, 몇 마리가 동시에 튀어나와도 전혀 질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과거 작품에서도 몇 차례 등장했던 패리 시스템은 좀 더 다듬어졌으며, 게임플레이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도록 설계됐다. 아슬아슬하게 적의 공격을 피하던 지난날(리메이크 전 바이오하자드4)과 달리, 손도끼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패리를 해도 거의 패널티가 없다. 패리를 사용해 내구도가 줄어든 손도끼는 언제든 숫돌을 사용해 복구할 수 있기 때문.



▲ 그렇다 보니, 보스전 급의 스테이지는 레온에게 몰려있다는 느낌도 준다

거기에 더해, 일부 체력이 줄어든 좀비를 상대로는 지근거리에서 총을 발사해 '건 카운터'를 수행할 수도 있다. 멋드러지는 액션과 함께 적을 즉사시키는, 일종의 처형 시스템이다. 샷건을 좀비의 입에 쑤셔넣고 방아쇠를 당긴다거나, 적의 뒤로 휘리릭 돌아 리볼버로 머리를 가격하는 등이 이런 카운터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액션 요소를 계승할 뿐 아니라 더욱 발전시킨 레온의 파트는 4편 이후 우리가 줄곧 봐 왔던 '바이오하자드다움'이다. 전작들이 그렇듯, 완전히 액션만 있는 것도 아니다. 레온도 때로는 탄약 부족에 시달리며, 힘겨운 보스전을 치른 뒤에는 녹색 허브가 없어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요양병원이 그레이스를 위한 무대였다면, 후반부의 주요 무대가 되는 라쿤 시티는 레온이 그간 바이러스와의 사투를 벌이던 자신의 여정에 끝맺음을 내는 장소다. 배속 첫날부터 도시의 멸망을 바라봐야 했던 순경이, 28년 만에 다시 폐허가 된 도시로 발걸음을 옮긴다.



▲ 내가 라쿤 시티에 다시 돌아오게 될 줄이야


클래식도, 액션도, 그 모두가 진정한 '바이오하자드'인 이유


클래식 호러와 액션,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이 흥미로운 것은 이 명확하게 다른 두 개의 파트가 서로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그레이스의 떨림과 긴장이 있어 레온의 액션이 더욱 호쾌하게 느껴지고, 그의 호쾌함이 있기에 그레이스의 발걸음이 더욱 조심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중에 무엇 하나 '바이오하자드답지' 않은 것은 없다.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은 여러모로 '하나의 게임'처럼 느껴지지 않는, 굉장한 디테일을 가졌다. 게임이 출시되기 전, 게임스컴 2025에서 만난 나카니시 코시 디렉터는 "처음에는 아니었지만, 점점 만들면서 차라리 두 개의 게임을 따로 만드는 게 나을 뻔했다고"생각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1인칭 시점, 3인칭 시점의 애니메이션이 확연히 다르고, 그레이스와 레온의 게임플레이는 명확하게 다르다.

UI 또한 대단히 인상깊은 요소 중에 하나였다. 그레이스의 체력 게이지와 레온의 체력 게이지는 완전히 다르고, 둘의 인벤토리가 작동하는 메커니즘 역시 그렇다.



▲ 그레이스의 인벤토리는 클래식 시리즈의 특성을 반영했고

그레이스는 클래식 바이오하자드 특유의 '분명하지 않은' 체력 게이지를 가지고 있다. 평소에는 괜찮음(FINE)이라고 표시되지만, 좀비에게 몇 번 물리면 주의(Caution)로 바뀐다. 명확한 수치를 제공하지 않아 지금 내가 회복약을 먹어야 할지, 아니면 한 대 정도는 더 버틸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한다. 레온은 4편 이후 정착된 체력 게이지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왔다. 체력바가 명확하고, 방탄복을 착용할 경우 흰색 게이지로 나타나는 형태까지 동일하다.

인벤토리 역시 비슷한 특징을 가졌다. 그레이스는 클래식 바이오하자드의 '제한된 칸'구조다. 하나의 아이템이 하나의 칸을 차지한다. 그리고 그레이스에게는 칸이 별로 없다. 아이템 창고에 당장 필요 없는 아이템을 넣어두며 인벤토리를 최적화해야 한다.



▲ 레온의 인벤토리는 4편에서 정립한 테트리스(?) 구조를 계승했다

반면, 레온은 4편의 가방을 그대로 들고왔다. 아이템은 크기에 따라 여러 칸을 차지할 수도 있고, 플레이어는 마치 테트리스를 하듯 가방을 최적화해야 한다. 여분의 아이템을 보관할 아이템 창고는 없다. 필요 없다면 버리거나, 아니면 팔거나.

또 클래식 바이오하자드에서는 보기 힘든 '크레딧' 시스템도 레온에게만 존재하는 특징이다. 라쿤 시티에 도착한 이후, 레온은 택티컬 트래커 장치를 통해 적을 죽일 때마다 일정량을 획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상점 단말기에서 아이템을 사고팔 수 있다. "웰-컴!"을 외치며 코트 안주머니를 보여주는 상인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바이오하자드4'와 거의 동일한 플레이 경험을 위해 설계되었다는 것은 곧장 알아볼 수 있다.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은 하나의 게임이다. 그러나 그 속은 지난 30년간 시리즈가 걸어온, 다양한 방향성이 모두 담겨있다. 1~3편의 클래식 호러, 4~6편의 액션, 7편과 8편에서 선보인 1인칭 시점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상한 퍼즐, 왕거미, 거대 식물, 고아원 술래잡기, 무한 로켓런처. 그 모든 것이 '바이오하자드'니까.



▲ 고아원 술래잡기?



▲ 차량 운전 시퀀스? 어디서 본건 다 들어있다


30년의 이야기를 끝맺는, '거의' 완벽한 마무리




▲ 그날 이후 28년만에 경찰서에 돌아온 김레온

모든 사건의 원흉인 '오즈웰 스펜서'의 마지막 유산, 28년만에 라쿤 시티에 돌아온 레온, 마침내 밝혀지는 그레이스의 정체까지.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의 이야기는 30년 간 이어진 하나의 사가를 마무리하는 결말이라는 점에서, 또 그 결말을 맞이하는 장소로 라쿤 시티를 택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엔딩을 본 뒤 기억에 남는 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최신 그래픽으로 구현한 황폐한 라쿤 시티다. 그리 인상적인 결말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빅터 기디언을 포함해 게임 속에 등장하는 악역들의 임팩트가 그다지 있는 편은 못 된다. 그동안 너무 멋진 악당들을 전부 해치웠기 때문일까. 게임 말미에 등장하는 이들의 매력은 그들이 속해 있는 정체불명의 집단과 비교해 너무나 아쉽게 느껴진다.



▲ 멋은 잔뜩 부리는데, 실속이 전혀 없는 악당들



▲ 오히려 구면인 타이런트가 훨씬 인상적이었으니...

보스전이 기억에 남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악당 중 하나는 그저 컷신 속에서 장렬히 산화할 뿐, 게임 진행에 따라 빌드업한 긴장감이 무색할 정도였다. 빅터 기디언과의 보스전은 그간 많은 '바이오하자드'에서 즐겼던, 수틀리면 거대 괴물로 변이하는 보스전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중에 '바이오하자드 답지 않은' 건 없다)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이 이야기가 '바이오하자드' 프랜차이즈의 완결은 아니라는 점이다. 라쿤 시티에서 시작된 전지구적 생물 병기에 대한 공포가 약 30년 만에 막을 내렸을 뿐이다. 엄브렐러의 몰락 이후 암약하는 악당들은 아직 많고, 이들은 언제고 그들의 음흉한 목표를 위해 바이러스에 손댈 것이 분명하니까.

이런 기억에도 남지 않은 결말을 보고 나서도 '거의' 완벽한 마무리라고 말하는 것은, 아마도 나 또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와 자라온 세대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레온과 함께 늙어 온 게이머라면 누구나 마음 한 켠에 다시 라쿤 시티로 돌아간 레온의 모습을 그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 왠지 모르게 한참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무너져 내린 라쿤 시티 경찰서의 모습, 28년 후에도 여전히 레온을 반기고 있는 환영 가랜드, 리메이크 이후 각색됐지만 여전히 인상적인 총포상 로버트 켄도의 유골을 바라보며 회상에 빠지는 레온의 모습들은 분명 팬들이 무의식 속에서 바라던 장면들 중 하나다. 그리고,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에선 이 모든 장면을 마주할 수 있다.

30년간 이어진 시리즈의 모든 발자취를 한 데 묶는 것은 어렵다. '재미있게' 엮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리고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은 이 얼핏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완벽하게 성공해냈다.



  • 시리즈의 집대성, 팬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 완벽하게 나누어진 두 캐릭터의 플레이스타일
  • 명확하고 직관적인 레벨디자인
  • 각각의 디테일이 돋보이는 시점 구분
  • 30년의 결말로는 아쉬움 남는 후반부 전개
  • 임팩트도 개성도 거의 없는 메인 빌런들
  • 여전히 다양성이 부족한 적 유형

리뷰 플랫폼: PS5 (출시 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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