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오바즈(Neobards Entertainment)의 스튜디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 양(Al Yang)이 GDC 2026 셋째 날 '사일런트 힐 f' 개발 과정에서 마주한 핵심 도전을 공유했다. 강연의 주제는 단순하면서도 도발적이다. 총을 전혀 쓰지 않는, 근접전 위주의 공포 게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사일런트 힐 f는 시리즈 10년 만의 신작으로, 무대를 시리즈 전통의 무대가 아닌 1960년대 쇼와 시대 일본 농촌으로 옮겼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역사상 처음으로 원거리 무기를 완전히 배제하고, 근접 전투만으로 게임 전체를 구성했다.
"맥도날드에서 스시를 내놓으면 안 된다"

알 양은 먼저 프로젝트의 출발 지점을 설명했다. 네오바즈가 받은 초기 자료는 거친 초안 스크립트와 다섯 장의 컨셉 아트가 전부였다. 그 상태에서 팀이 처음 고민한 것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가 아니라 "사일런트 힐다움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였다.
"맥도날드에 갔는데 스시가 나오면 더 좋은 음식일 수도 있지만, 당신이 원하던 것이 아니다. 맥도날드에 간 사람은 기름진 버거를 원한다. 사일런트 힐도 마찬가지로, 플레이어가 기대하는 것이 있다. 창의성은 그 기대의 틀 안에서 발휘되어야 한다."
그는 이 원칙을 "용감하되 실용적인 창의성"이라 표현했다. 플레이어에게 완전히 낯선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익숙함의 경계 안에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시리즈 전반을 관통하는 공통점으로 그가 꼽은 것은 결국 '분위기'였다. "어느 작품이든 사일런트 힐은 독특하고 몽환적인 감각을 유지해왔다. 그것이 핵심이다."
오마주를 활용하는 방식도 설명했다. 기존 팬에게는 알아챌 수 있는 디테일을, 처음 접하는 플레이어에게는 그냥 자연스러운 세계관의 일부로 느껴지도록 설계했다. 한 스테이지에서 문의 90%를 잠긴 상태로 설정한 것이 그 예다. 표면적으로는 나쁜 게임 디자인처럼 보이지만, 시리즈 초기작의 답답한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재현한 장치였다.

"범위가 통제 불능으로 커진다" - 근접 전투에 집중한 이유

근접 전투 전용 구조를 선택한 배경에는 기술적 판단과 내러티브적 필요가 함께 작용했다.
알 양은 주인공 '히나코'에게 원거리 무기를 붙이는 시나리오를 검토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했다. "총을 주면 총알이 필요하고, 조준 시스템이 필요하고, 약점 시스템이 필요해진다. 활은 어떨까? 좋아, 그럼 활시위 당기는 애니메이션이 필요하고, 화살에 물리 효과를 넣을까? 그 단어 하나가 범위를 통제 불능으로 키운다."
히나코라는 캐릭터 자체도 이유가 됐다. 그는 히나코가 사실상 두 명의 캐릭터로 구성된다는 점을 언급했다(스포일러 조심!). 원거리 무기를 도입했다면 두 캐릭터 모두에 대한 조준 시스템, 애니메이션, 리소스 구조를 각각 만들어야 했고, 그것은 제작비와 일정 면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컨셉 아트 단계에서 총기를 든 히나코를 그려봤을 때 이야기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도 내려졌다.

공포 게임의 핵심은 '무서움'이 아니라 '긴장감'
알 양은 공포 게임의 본질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분명히 했다. 플레이어가 원하는 것은 '무서움(scary)'이 아니라 '긴장감(tension)'이라는 것이다.
"공포 게임은 긴장의 고조와 해소의 반복이다. 긴장이 극에 달하기 전, 빌드업의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살인마가 실제로 공격을 가하는 순간, 긴장은 사라진다. 그 직전이 가장 무섭다."
전통적인 원거리 중심 공포 게임에서 긴장감을 만드는 메커니즘은 명확했다. 적이 가까울수록 위험하고, 멀수록 안전하다. 조준에 걸리는 시간과 총알 수량이 페이스를 조절하는 장치였다. 네오바즈는 근접 전투 전용 구조에서 이 방정식을 통째로 뒤집어야 했다.

"원거리 게임에서는 적이 멀수록 안전하다. 우리는 이것을 역전시켰다. 근접 전투에서 적이 멀수록 더 위험하다. 적이 더 빠르고, 더 넓은 거리를 더 빠르게 좁혀온다."
여기에 3D 공간 특유의 거리 감각 부재를 적극 활용했다. 조준선이 없는 상태에서 무기를 휘두를 때 실제로 맞힐 수 있는지를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핵심 긴장 장치가 됐다. 애니메이션도 이 원칙에 따라 설계됐다. 파이프를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순간, 적중 여부를 판단할 수 없도록 타이밍과 속도를 의도적으로 조율했다. 적 AI도 플레이어가 공격 모션에 들어가면 동시에 공격 태세를 취하도록 했다. "내가 맞히는가, 아니면 맞는가"라는 순간의 이중 긴장이 핵심 연출이었다.
좌절과 긴장 사이... "사실, 쉬운 답은 없다"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좌절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개발 내내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고 알 양은 인정했다.
"어떤 사람에게 도전적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쉽다. 정량화하기 매우 어렵고, 나도 쉬운 답을 갖고 있지 않다. 결론은 테스트뿐이다."
그가 언급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기계적 친숙함(mechanical familiarity)'이다. 익숙함이 늘수록 긴장감은 줄어든다. 공포 게임은 첫 플레이에서는 분위기 중심의 경험이지만, 두 번째 플레이부터는 사실상 액션 게임이 된다는 것이다.

이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사일런트 힐 f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치 기반 성장 시스템을 도입했다. 캐릭터 능력치가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향상되도록 하여, 순수 액션 실력이 늘지 않는 플레이어도 진행의 체감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모든 강화를 처음부터 제공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개방했다.
출시 초기에는 비주얼 노벨 팬덤에서 유입된 플레이어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 확인됐고, 이후 캐주얼 옵션이 추가됐다.
미지에 대한 공포 - 정보를 일부러 은폐하기

또한, 알 양은 정보를 숨기거나 주의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공포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긴장 장치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일런트 힐 1의 조준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조준선이 없고, 적이 코앞에 있어도 맞힐지 알 수 없으며, 남은 탄약 수를 확인하려면 메뉴를 열어야 한다. "내가 맞힐 수 있을까?"라는 단 한 가지 불확실성이 극도의 긴장감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사일런트 힐 f에서는 이 원칙을 근접 전투로 옮겼다. 적 애니메이션에 페이크 동작과 예비 모션을 넣고, 적이 불규칙하게 움직이며, 화면에 등장하는 적의 수가 많을수록 정보 처리가 어려워지도록 설계했다.
보스 전투에서는 스테이지 자체가 정보를 교란하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 보스 린코와의 전투에서는 분노가 쌓일수록 스테이지 전체에 용암이 넘치고 시야가 극도로 좁아진다. 근접 전투에서는 한 번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하나뿐이다. 추가 요소가 하나씩 붙을수록 긴장감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자원, 스태미나, 집중력 - 원거리 시스템의 문법을 근접 전투에 옮기기
사일런트 힐 f는 원거리 중심 공포 게임의 주요 메커니즘을 근접 전투로 대응시켰다.
내구도(Durability)는 총기의 장전에 해당한다. 무기를 사용할수록 닳고, 완전히 소진되면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적에게서 리소스 드롭이 없기 때문에 전투 자체가 항상 자원 손실로만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무기를 주면 사람들은 모든 것을 공격한다. 그래서 전투 자체가 손해가 되도록 했다."

스태미나(Stamina)는 조준 페이스 조절의 역할을 맡는다. 공격과 회피가 동일한 자원을 소비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공격하면 회피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알 양은 이 시스템이 플레이어에게 직관적으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공격과 방어가 같은 자원을 공유한다는 것을 많은 플레이어가 인식하지 못했다. 깔끔한 메커니즘이라고 해서 대상 플레이어에게 잘 맞는 것은 아니다."
집중력 게이지(Focus)는 호러 슈터의 조준(aiming down sights)에 해당한다. 이 게이지를 모으면 카운터 공격과 포커스 어택을 사용할 수 있다. 카운터는 적의 특정 공격 타이밍에 중공격 버튼으로 반격하는 방식으로, 성공 시 스태미나를 돌려받고 내구도도 소모하지 않는다. 게임 내 전투 점프 스케어라는 컨셉으로 설계됐다.
알 양이 언급한 마스터 키(Master Key)는 다른 게임에서 등장하는 수류탄이나 로켓 런처처럼 '생각하기 싫을 때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사일런트 힐 f에서는 히나코의 특수 팔이 이 역할을 한다. 긴장이 좌절로 바뀌는 순간을 플레이어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한다. 마스터 키는 그 선택지일 뿐이다.

그는 무기 설계 철학을 설명하며 각 무기를 악기에 비유했다. 파이프는 권총과 같은 리듬, 도끼나 슬레지해머는 샷건 같은 리듬, 나이프는 SMG 같은 빠른 타격 리듬을 갖도록 설계했다. 모든 무기가 같은 리듬을 가지면 다양성이 없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마다 선호하는 리듬이 다르고, 그 선택지를 줘야 한다"는 것이 알 양의 설명이다.
스테이지별 리듬도 구분했다. '에비스가오카 히나코' 구간과 '신사 히나코' 구간은 서로 다른 강도와 리듬을 갖도록 설계됐다. 전투 강도가 높은 다크 신사 구간에서는 무기 내구도를 제거해 다른 리소스 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출시되지 않은 게임은 아무 의미가 없다"

강연 전반에 걸쳐 알 양이 반복한 주제는 실용적 판단의 중요성이었다.
"모두가 가장 멋진 것을 만들고 싶어한다. 하지만 나에게 출시된 게임이 출시되지 않은 게임보다 무조건 낫다. 오카모토 씨(오카모토 모토이 사일런트 힐 시리즈 총괄 프로듀서)는 '연기된 게임은 결국 좋은 게임이 된다'고 했지만, 충분히 연기하면 스튜디오가 문을 닫는다."
네오바즈는 위험 지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해당 구간에 두세 배 이상의 일정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일정 초과를 방지했다. 사일런트 힐 f는 회사 역사상 처음 만드는 스토리 중심 선형 공포 게임이었고, 그것이 가장 큰 위험 요소였다.
레벨 디자이너 배치에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됐다. "같은 레벨 디자이너를 게임 내 한 구간에 1시간 반~2시간 이상 연속 배치하지 않았다. 한 사람의 감각이 5시간 동안 이어지면, 플레이어도 그 5시간을 그 사람의 방식으로만 경험한다는 이유에서다.
마지막으로 알 양은 팀원과 코나미 파트너에 대한 감사와 함께 강연을 마쳤다. 그는 "게임은 팀이 만드는 것"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네오바즈와 외부 파트너 크레딧을 화면에 띄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