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작가는 이번 세션에서 깊이 있는 개인사를 지닌 캐릭터들이 어떻게 가상 세계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게임의 전체적인 서사를 지탱하는지 상세히 설명했다.
2023년 PC(Steam)와 모바일 플랫폼으로 출시된 '림버스 컴퍼니'는 최고 동시 접속자 수 25만 명을 기록하며 전 세계 유저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한 작가는 게임이 이토록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핵심 이유로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 설계를 꼽았다. 디렉터가 스토리의 핵심 주제와 세계관을 제시하면, 시나리오 작가는 이를 플레이어에게 더욱 몰입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3차원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을 거친다.
게임의 중심 서사는 각 캐릭터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해 각자의 트라우마, 즉 '지옥'과 직면하는 방식을 다룬다.
여기서 말하는 지옥은 불이나 악마가 등장하는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라, 과거의 트라우마, 후회, 망가진 인간관계, 혹은 자기혐오와 같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고통을 의미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들은 개인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모순, 자신이 온전히 자신이 될 수 없는 상태"
한 작가는 캐릭터의 지옥이 '모순'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가치 있게 여기는 것과 동시에 자신을 옭아매는 결함을 지니고 있으며, 이 두 가지가 충돌할 때 지옥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한 작가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이 고정관념을 비틀고 가치와 결함을 교차시키는 방식을 활용했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파우스트는 그룹 내에서 가장 똑똑한 천재 캐릭터로 항상 오만할 것이라는 유저의 예상과는 달리 이면의 불안감을 드러낸다. 히스클리프는 단순하고 거칠며 분노로 가득 차 보이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빠른 상황 판단력과 리더십을 보여준다. 싱클레어는 항상 겁이 많고 소심한 청년이지만 돌연 사납고 맹렬한 모습을 표출한다. 뫼르소는 일행 중 가장 과묵하며 딱딱한 격식체를 쓰는 남성으로 묘사된다.
한 작가는 "이처럼 캐릭터에 고정된 이미지가 해체되고 재조립될 때 유저들은 흥미를 느끼며, 캐릭터가 자신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겨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요 수감자들의 서사 분석
강연에서는 12명의 주인공 중 일부와 조연 캐릭터의 구체적인 서사 구축 사례가 공개되었다. 12명의 주인공은 12편의 고전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고전 소설 '홍루몽'에서 영감을 받은 8장의 주역 홍루는 세상 물정 모르는 부유한 가문의 상냥한 도련님이다.
하지만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그의 상냥함은 친절이 아닌, 삶에 대한 의지와 애착이 없는 '공허함'에서 비롯된 결함임이 밝혀진다.
누군가 모욕을 주어도 미소를 지을 만큼 삶에 아무런 가치를 느끼지 못하던 그는, 점차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감정의 날개를 펼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플레이어들은 그가 진정으로 삶을 사랑하기를 응원하게 된다. 홍루는 내면의 모순을 직시할 때 비로소 완전한 캐릭터로 거듭난다.

7.5장 이벤트에 등장하는 연구원 호엔하임은 캐릭터의 장점이 곧 결함으로 작용한 사례다. 한 작가는 그를 단순한 악역이 아닌 천재적이면서도 냉소적인 인물로 설정했다.
과거 회사가 붕괴할 때 직원의 희생으로 홀로 살아남은 그는 심각한 생존자 증후군을 앓고 있다. 소중한 사람을 다시 잃고 싶지 않다는 속마음이 겉으로는 차갑고 무심한 태도(모순)로 발현되어 플레이어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고전 '모비딕'을 모티브로 한 5장의 주인공 이스마엘은 에이해브 선장에게 복수하겠다는 맹목적인 집착에 사로잡혀 있다.
초기 원고에서는 이스마엘이 선장을 살해하는 것으로 끝을 맺으려 했으나, 이는 캐릭터가 자신의 지옥을 온전히 마주하지 못한 실패한 서사였다.
복수심만으로 에이해브를 죽인다면 그것은 이스마엘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광기 어린 선장의 통제 아래 놓이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스마엘은 자신의 결함을 직시하고 스스로 용서함으로써 맹목적인 집착을 내려놓는 성장을 보여준다.

7장의 주인공인 돈키호테는 맹목적인 이상주의자이자 해결사 마니아다.
그러나 스토리를 통해 그녀의 진짜 정체가 사람을 해쳐야만 하는 흡혈 괴물 '혈귀'이며, 지금까지의 정체성과 꿈이 모두 빌려 온 환상이었음이 드러난다.
절망적인 진실 앞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끔찍한 본성을 극복하기로 결심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해결사라는 꿈을 향해 더욱 열정적으로 나아간다.

한 작가는 "캐릭터가 자신의 지옥을 피하거나 없던 일처럼 완전히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부족함을 껴안고 내면의 모순을 직시할 때 오히려 더 깊은 이해와 확고한 동기를 얻게 된다"고 덧붙였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한 작가는 창작자로서 본인이 겪고 있는 개인적인 지옥에 대해서도 고백했다.
한은경 작가는 "새로운 스토리를 쓸 때마다 글이 막혀 밤새 모니터만 바라보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심한 불안감에 시달린다"며 "하지만 내 창의성의 불꽃이 바로 그 불만족과 불안감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긍정적으로 마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