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결문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언노운 월즈 차기작 '서브노티카2'의 순조로운 개발 상황이었다. 2025년 5월 크래프톤 재무팀 분석에 따르면, '서브노티카2'가 계획대로 8월에 얼리 액세스로 출시될 경우 인수 당시 약속했던 최대 2억 5,000만 달러(약 3,600억 원)의 어닝아웃 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구체적인 어닝아웃 지급 의무는 약 1억 9,180만 달러에서 최대 2억 4,22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는 막대한 어닝아웃 지급이 회사의 장부 가치를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 우려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호구' 취급을 받는 것에 분노하며 경영진의 배임 소지까지 언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크래프톤 박혜리 기업개발부문장 겸 언노운 월즈 이사회 멤버는 "현재 '서브노티카2' 빌드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며, 무리한 출시 연기 압박이 잠재적 소송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고 객관적인 조언을 건넸다.
박 부문장은 언노운 월즈 창업자가 모회사를 고의로 기만할 정도로 형편없이 경영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사내 메신저 슬랙을 통해 정당한 사유로 해고하더라도 판매 목표를 달성하면 어닝아웃을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 높으며, 소송 및 평판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직언했다.
인간 임원의 경고를 무시한 김 대표는 어닝아웃 지급을 피하기 위해 챗GPT에 자문을 구했다. 초기 챗봇은 어닝아웃을 취소하기 어렵다고 답했고, 이에 김 대표는 박 부문장에게 "이 계약서에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후 김 대표는 챗GPT의 제안에 따라 내부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이를 '프로젝트 X'라 명명했다. 해당 조직의 임무는 어닝아웃 합의를 강제하거나 언노운 월즈를 강제 인수하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챗GPT에 협상 결렬에 대비한 조언을 구했고, AI가 제시한 '노딜 시나리오 대응 전략'을 크래프톤 리처드 윤 전략운영책임자와 공유했다. 크래프톤은 약 한 달에 걸쳐 AI의 '압박과 레버리지 패키지' 권고 사항을 충실히 이행했다.

크래프톤의 실행 전략은 3단계로 진행됐다. 첫째는 선제적인 프레이밍이었다. 대기업 대 인디 스튜디오의 구도를 깨고 팬들의 신뢰를 명분으로 내세우라는 AI의 조언에 따라, 크래프톤은 6월 12일 '서브노티카2' 웹사이트에 기습적으로 허위 공지를 올렸다. 창작자들에게 다시 여정을 이끌어 달라고 요청했으며, 이들이 초대를 검토 중이라는 기만적인 내용에 언노운 월즈 팀은 큰 충격을 받았다.
둘째는 통제권 확보였다. 퍼블리싱 권한을 통제하고 코드 접근을 차단하라는 AI의 지시에 따라 크래프톤은 스팀 권한을 빼앗아 '서브노티카2' 출시를 물리적으로 막았다. 테드 길 언노운 월즈 CEO가 권한 반환을 거듭 요청했지만, 크래프톤 티아고 올리베이라 스튜디오 서포터는 링크드인 메시지로 스팀 앱 권한을 돌려줄 의사가 없다고 일축했다.
셋째는 법적 방어를 위한 체계적인 자료 준비였다. 크래프톤 법무팀은 6월 10일 창업자들에게 복귀를 요구하는 억지스러운 법적 서한을 발송했다. 동시에 해고를 정당화하기 위해 창업자들의 과거 영화 제작 활동과 소셜 미디어 게시물 등을 사후 증거로 수집했다.
통제권을 박탈해 테드 길 CEO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였으나 합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6월 27일 리처드 윤 책임자는 강제 인수가 더 쉬울 수 있다고 보고했다. 김 대표는 "날짜를 잡아라"라고 지시했고, 7월 1일 억지 빌미를 잡아 언노운 월즈 핵심 경영진을 전격 해고했다.

이러한 기업 탈취 과정은 명확한 내부 증거들을 통해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 증인 심문에서 김창한 대표는 본인이 관련된 특정 챗GPT 대화 로그를 직접 삭제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박 부문장에게 불만을 토로한 슬랙 메시지와 리처드 윤 책임자에게 공유했던 챗GPT 전략 문서가 법정에 제출되며 '프로젝트 X'의 실체가 드러났다.
재판을 맡은 로리 윌 부법관은 크래프톤이 내세운 창업자들의 은퇴 은폐나 데이터 탈취 주장을 본질을 흐리는 변명이라 일축했다. 창업자들의 역할 변경은 이미 크래프톤에 보고돼 승인된 사항이었으며, 데이터 다운로드 역시 크래프톤의 적대적 행동에 대응한 방어적 조치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크래프톤의 해고가 부당하게 어닝아웃을 회피하기 위한 조작된 핑계이자 계약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사태는 AI가 짜준 기업 탈취 시나리오가 실제 법정에서 무력하게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박혜리 부문장이 짚어냈던 리스크는 현실이 됐고, 크래프톤은 거액의 어닝아웃 부담을 털어내지 못한 채 언노운 월즈의 경영권을 고스란히 돌려주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