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질문에 단순히 텍스트로 답하거나 정보를 찾아주는 기존의 챗봇을 한 차원 뛰어넘은 기술이다. 인간의 지속적인 개입 없이도 AI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사용자의 컴퓨터(PC) 권한을 쥐고 직접 프로그램을 제어해 주어진 목표를 완수하는 능동적인 '개인 비서'를 뜻한다. 사용자가 일상적인 언어로 명령만 내리면, AI가 알아서 자료를 취합하고 코딩을 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결과물을 완성하는 식이다.
이러한 다가올 미래의 모습은 현재 중국 대륙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뜨겁게 현실화하고 있다
'오픈클로'의 중국 내 확산: 개인 AI 비서 시대의 서막

중국 대중은 이 새로운 AI 에이전트 기술을 무서운 속도로 흡수하고 있다. 현지 네티즌들은 '오픈클로'의 마스코트가 민물가재를 닮은 것에 착안해 이를 '랍스터 키우기'라 부르며 유행을 키웠다.
프랑스 국제방송 RFI 보도에 따르면, 선전(深圳)의 한 기술 상점 앞에는 퇴역 항공 엔지니어부터 주부, 학생에 이르기까지 수백명의 인파가 프로그램 설치를 위해 장사진을 이뤘다. 초기에는 설치 과정이 복잡해 2만원에서 최대 17만원에 달하는 유료 원격 설치 대행 서비스까지 성행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열풍이 거세지자 텐센트(Tencent) 등 대형 IT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중화에 합세했다. 텐센트는 지난 6일 선전시 본사에서 자사 클라우드를 활용한 무료 오픈소스 설치 행사를 개최했고, 이날 현장에는 1천명 이상이 몰리며 대성황을 이뤘다.
중국 IT 전문 매체 티엠티포스트(TMTPost)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대기업들이 구축한 폐쇄적인 생태계를 우회하는 대안으로 '오픈클로'가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사용자들이 플랫폼 수수료를 아끼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최고 수준의 AI 모델을 활용하려는 실용적인 접근이 흥행의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다.
대중의 폭발적인 수용은 곧 중소기업과 1인 창업가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청년보는 지난 10일 자 1면 기사를 통해 '랍스터 키우기 열풍으로 중소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명확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AI 에이전트가 코딩 등 실무를 알아서 처리해 주어 소규모 인력으로도 손쉽게 정보기술(IT) 창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자극받은 중국 내 주요 AI 기업들 역시 기존 언어 모델에 에이전트 환경을 접목한 유사 서비스를 앞다투어 출시하는 중이다.
중국, 정책으로 AI 에이전트 지원 나서

'오픈클로' 열풍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 정부는 AI 에이전트를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하고 전폭적인 창업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각 지방 정부는 에이전트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최대 9억6천만원(500만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3년간 사무실 임대료를 면제해 준다. 특히 개발에 필수적인 거대언어모델(LLM) '토큰' 사용료까지 국가가 무상으로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을 통해 신기술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오픈클로'처럼 개인 PC 파일을 직접 다루는 AI 에이전트의 특성 때문에 보안 논란도 함께 불거졌다. 이에 중국 정부는 정부 기관 내 설치를 즉각 금지하는 동시에, 안전한 사용을 위한 보안 가이드라인(공용 네트워크 노출 금지 등을 담은 5대 보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안전망을 확보했다. 또한, 국가 핵심 부서와 국영 기업을 대상으로 AI 에이전트 오픈클로의 사용을 금지했다.
이러한 민첩한 대응과 전폭적인 지원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빠르게 이뤄졌다. 중국은 이미 전기차와 모바일 앱 결제 시스템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정부 차원의 발 빠른 대응과 지원으로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재편한 경험이 있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과 충전 인프라 확충 정책이 자국 기업의 성장을 견인했고, 모바일 앱 결제 시스템 역시 정부의 지원과 규제 완화 속에서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현금 없는 사회를 정착시킨 바 있다.
중국 AI 에이전트 속도전, 문제는 없나?
중국이 보여준 민첩한 행보는 분명 인상적이지만, 이 '속도'가 항상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식 '속도전' 이면에는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첫째, 과도한 정부 개입과 시장의 왜곡에 대한 염려다. 정부의 전폭적인 보조금과 지원은 단기적인 성장을 촉진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자율적인 경쟁을 저해하고, 비효율적인 기업을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CSDN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대규모 AI 모델 기업들이 과도하게 높은 가치 평가를 받고 투자를 유치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많은 비판과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기도 하다.
둘째, 무분별한 AI 에이전트 사용으로 인한 보안 문제의 부상이다. 신랑재경 보도에서는, AI 동반자(AI 챗봇/에이전트)가 수집한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또는 기업이 남용하여 사용자 권익을 침해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는 AI 에이전트가 개인 PC의 파일을 직접 다루는 특성과 결합될 때 더욱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AI 에이전트에게 구매 대행을 맡기기 위해, 은행 계좌 정보, 카드 정보 등 개인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를 넘기게 될 경우 생기는 부작용과 해킹으로 인한 피해 사례들이 언급되어 화제가 됐다.
셋째, 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의의 상대적 부족이다. 서구권에서는 AI의 윤리적 활용, 저작권, 일자리 대체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한 반면, 중국에서는 '속도'와 '성장'에 초점을 맞추느라 이러한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중국은 과거 안면 인식 기술이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생체 정보를 보호하는 법률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우려가 커진 바 있다. 비록 '오픈클로'에 직접적인 사례는 아니지만, AI 감시 기술에 대한 높은 사회적 수용도와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대중적 논의 부족은 윤리적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살펴볼 지점이다.
중국의 속도전은 성공할까?

'오픈클로' 열풍에서 확인된 중국의 기민한 움직임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수용하는 차원을 넘어, 다가올 AI 에이전트 시대의 글로벌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비록 과도한 개입과 프라이버시, 윤리적 부작용이라는 거대한 맹점을 안고 있지만, 14억 인구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중국이라는 거대한 '테스트베드'의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다.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혁신의 가속 페달을 밟으며 새로운 기술 생태계를 가장 먼저 실험하는 중국의 행보는 전 세계 IT 업계가 주목할만 하다. 완벽한 규제가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실전과 같은 거대한 실험실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글로벌 시장의 기준점을 세워 나가는 중국의 전략이 향후 AI 패권 경쟁에서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