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자본이 투자되거나, 스트리밍을 위해 자극적이고 매콤한 게임이 대세가 된 지금, '소희'는 오히려 담백하고 깊이 있는 접근법으로 이야기를 건네며 플레이어의 마음 한 켠에 있는 '감성 버튼'을 자극한다.
몽글몽글한 도트와 일러스트로 그려낸 '묵직한 이야기'



'소희'는 몽글몽글한 도트와 일러스트에 기반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아기자기한 그래픽 속에서 '소희'의 인생사를 가감 없이 풀어낸다. 흴 소, 바랄 희, '바라고 바란다'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무언가를 바라기에는 힘든 상황'에 연속적으로 놓이게 된다.
'소희'를 플레이하는 내내 느낀건 플레이어가 하는 '액션이 크진 않지만' '소희'의 상황과 맞물려 액션 하나하나에 '무게감'이 있다는 점이다.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그림 그리기, 운동회에서 달리기, 문방구에서 먹고 싶은 것 고르기, 엄마에게 문자 보내기 등 소소해 보이는 행동이지만 결과론적으로 '소희'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일련의 선택 속에서 플레이어는 '소희'가 현재 맞닥뜨린 고난, 과거에 겪었던 상흔들, 고난과 상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는 '세심한 더빙, 환경음, 그리고 음악'


'소희'의 또 다른 강점으로는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는 '세심한 더빙', '환경음' 그리고 '음악'이 있다는 점이다. '소희'가 어떤 중대한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시름할 때 소희가 직접 자신의 심정을 짤막하게 이야기한다. 담담한 '소희'의 내레이션이 가슴 한 켠에 훅하고 들어온다.
'소희'가 거리를 거닐 때 나는 소리, 빗소리, 행동할 때 나는 소리 등의 '환경음'도 게임의 몰입도를 올려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이 자취하면서 느낄 수 있는 '도시의 적막', 밤 거리를 거닐며 들을 수 있는 '행인의 흥얼거림'과 '오토바이 소리' 등 "내가 이 도시에 홀로 남겨진 상태구나"를 잘 전달해주는 장치 중 하나였다.
이 외에 잔잔하게 깔리는 피아노 선율의 배경 음악도 자연스레 이야기를 고조 시켜 준다. 이러한 것들이 특출난 무언가나 기교는 아니지만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여 텐션을 유지 시켜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2시간의 플레이 타임의 한계 속 짧지만 강렬한 '소희'


일반적으로 게임 주인공에게 몰입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려면 순차적인 빌드업과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플레이 타임이 몇 십시간이 되다 보면 어느 순간 '나=주인공'이 되어있고 그의 기쁨에 웃고, 그의 슬픔에 울고, 그의 분노에 같이 화를 낸다.
그런 점에서 '소희'는 아쉽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소희'는 강렬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태생 한계상, 게임 디자인 설계상 많은 플레이 타임을 할애할 수 없기에 전개가 약간은 빠르게 느껴진 감이 있었다. 좀 더 풀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서사의 완성도를 위해 압축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반면, 서사에 있어 선택과 취사를 잘했기에, 짧은 플레이 타임임에도 '소희'라는 인물에 확 매료되고 같이 눈물 지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흴 소, 바랄 희, 바라고 또 바라세요.

결국 '소희'가 플레이어에게 말하고 싶은 건 혼자 감내하지 말고 '바랄 건 바래주길'인 것 같다. 작중에서 '소희'는 엄마에게 기대고 싶지만 어렸을 때 부터 쌓여온 일련의 '오해'로 인해 썼던 문자를 지우게 된다. 스스로 마음 속에 담아두고 감내하는 걸 택한다.
후반부, '소희'가 집을 방문하게 되며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고 이러한 '일련의 오해'는 눈 녹듯이 사라지게 된다. 물론 그녀가 겪은 과거로 인해 왜 지금껏 그런 태도를 취했는지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장면을 통해 혼자 고립되고, 상처 받고,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으면 하는 것을 전하고자 한게 아닌가 싶다.
혼자 오해하는 것보단 바라는게 낫지 않을까, 혼자 지쳐서 포기하는 것보단 한 번쯤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게 좋지 않을까.
"내 이름은 소희, 흴 소, 바랄 희. 바라고 바란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