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디픽스에서 개발한 '소희'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소녀의 희노애락을 2시간의 러닝타임 속에서 단순한 조작으로 풀어낸다. 주목 받고 성공하는 게임이 되기 위해 거대한 자본이 투자되거나, 입소문을 위해 자극적이고 매콤한 게임이 대세가 된 요즘, 소희는 이러한 게임과 결을 달리했다.
소희가 오히려 눈에 띈 이유는 단순하지 않은 주제를 모두가 체험해 볼 수 있게 세상에 꺼내 놓았다는 것이다. 특별히 어려운 조작을 요구하지 않기에 게임을 잘 모르는 이라도 소희라는 소녀의 내러티브에 매료되고 느낄 수 있다.
이런 게임을 하고 나면 드는 생각은 당연하게도 개발 동기와 과정이다. 이런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와 개발 과정이 궁금해지게 되는데 '소희'의 개발을 담당한 투디픽스 박영민 대표와 인터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 질문의 시간을 가져봤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소녀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 소재를 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 작품의 일부는 실제 경험과 가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특히 소희의 성장 배경은 제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삶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외할머니께서는 어린 자식들을 홀로 키우시며 식당 일과 여러 일을 병행하셨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느꼈던 감정과 현실적인 고충을 소희의 성장 과정에 녹여내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설정을 통해 보다 현실적이면서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는 "이 감정이 정말 현실적인가", "이 상황에서 사람이 이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검증했습니다. 가능한 한 과장되지 않고, 누군가 실제로 겪었을 법한 이야기로 다가가고자 했습니다. 또한 소희의 감정선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일정 기간 주변 사람들과의 연락을 줄이고 스스로 고립시키며 '소희가 되어본다'는 마음으로 감정을 체험하려고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개발하면서 참고가 되거나, 동기 부여가 된 작품이 있으신가요?
“ 개발 기간이 길었던 만큼, 그 과정에서 다양한 드라마와 게임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특정 작품 하나를 직접적으로 참고했다기보다는 여러 스토리 중심 작품들로부터 전반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특히 '감정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영화나 드라마처럼 연출 중심의 콘텐츠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인상을 받았던 작품은 '폭삭 속았수다'의 서사였습니다.
개발팀의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2시간 플레이 타임 내에 소희의 모든 것을 녹여내려는 모습이 감탄스럽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난항은 없었는지요?
“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스토리와 연출이었습니다. 특히 수술이라는 중요한 선택 앞에서 소희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을 가지는지에 대해 끝없이 고민했습니다. 제가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 이야기는 플레이어에게도 전달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소희의 상황과 감정에 깊이 몰입하면서 하나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고, 그 결과는 게임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스토리 어드벤처 장르 특성상 보여주는 비중이 큰 만큼, 지루하지 않도록 다양한 연출 기법을 고민했고, 개발 과정 내내 마치 영화 감독이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힘들지만 굉장히 인상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한정된 규모 안에서 구현하기 위해 구상했다가 잘린 콘텐츠도 조금은 있을 것 같습니다. 약간 소개를 해주시면 독자분들이 흥미로워 할 것 같습니다.
“ 초기 개발 단계에서는 소희와 예준이의 관계를 보다 길게 다룰 계획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어떻게 인연이 되었는지에 대한 서사도 고려했지만, 게임이 담고자 하는 주제가 지나치게 많아진다고 판단해 과감히 덜어내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예준과 관련된 사고나 장례식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연출도 고민했지만,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방식이 오히려 몰입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해 제외했습니다.
또한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보다 복잡하게 확장하는 방향도 시도했지만, 핵심 이야기의 밀도가 흐려지고 전체적인 완성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정리하게 됐습니다. 출시 이후에 "후반부 전개가 빠르다", "예준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는 의견을 많이 접하게 되었고, 이러한 미처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현재 추가 콘텐츠를 풀어낼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설명을 보면 소희는 플레이어 각자가 느끼게끔 설계해 놓으셨다고 했습니다. 개발팀에서 생각하기에 소희를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셨나요?
“ 각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소희의 이야기를 보며 느끼는 감정 역시 모두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범위 안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소희가 되어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호작용 요소를 넣고자 했습니다. '내가 소희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만드는 플레이 양상을 의도했고, 비록 구조는 선형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경험은 플레이어마다 다르게 남기를 바랐습니다. 이 게임을 통해 특정한 해석을 강요하기보다는, 각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소희' 출시 이후 다음 '따뜻한 게임'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 소희와는 별개의 이야기와 플레이 방식을 가진 차기작을 현재 준비 중입니다. 이번 작품은 소희처럼 현실적인 서사 중심의 게임이라기보다는, 플레이 경험 자체의 재미에 좀 더 집중한 방향으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다만, 투디픽스의 슬로건인 '따뜻한 게임'에 걸맞게, 그 안에서도 의미 있는 서사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소희와 관련한 추가 콘텐츠는 유저분들의 반응을 지켜보며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며 이외에도 다양한 콘셉트의 게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투디픽스도 지켜봐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다음 작품으로 시도해 보고 싶은 방식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더 적극적인 플레이 경험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스토리 중심은 유지하되, 플레이어의 행동이 더 직접적으로 게임에 영향을 주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액션과 관련해서 관련 장르의 게임과 여러 작품들을 연구하고 기획하고 있습니다.
유저들의 평가 중에 기억에 남는 평가 몇 가지를 말씀해 주신다면?
“ 스토브 인디에서 진행한 '인디 부스트 랩' 프로그램을 통해 출시 전에 유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해당 기간 동안 약 100명의 유저분들이 플레이 해주시고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셨는데, 긍정적인 반응도 많았지만 동시에 날카로운 피드백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평가는 "배 속의 생명은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폐기물처럼 여겨지면서, 비 오는 날의 길고양이는 데려와야 할 대상으로 그려진다. 블랙코미디 같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이 피드백을 통해 자칫 고양이를 가볍게 데려오는 선택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점을 깨달았고, 해당 부분을 보다 신중하게 다듬게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기억에 남는 평가들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남은 것은 '소희를 통해 위로를 받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끝으로 소희를 즐긴, 혹은 앞으로 즐길 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소희를 플레이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게임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좋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