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매운맛을 선보이며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렸던 하드코어 3인칭 로그라이크 슈터 '리터널'의 개발사, 하우스마크. 그 하우스마크가 오래도록 개발해온 신작 '사로스'가 오는 4월 30일 출시될 예정이다.
'사로스'는 하우스마크가 '리터널'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집약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첫인상은 5년 전 출시된 '리터널'과 흡사하다. 하드코어, 3인칭, 로그라이크, 슈터라는 장르적 특성을 거의 그대로 계승했기 때문이다. 다른 게임이지만 DNA는 같은 셈. 그래서 처음에는 다소 우려가 됐다. 무대와 주인공이 달라지더라도, 게임성 면에서는 비슷한 경험을 안겨주는 게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직접 체험해본 '사로스'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분명 많은 부분을 계승했지만, '리터널'과는 사뭇 다른 '사로스'만의 맛이 확실히 느껴지는 게임이었다.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건 생각만큼 쉽게 구현해낼 수 없는 일이다. 과연 하우스마크는 어떻게 그 미묘한 구분에 성공했을까.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PS5 노멀에서도 부드럽게, 안정적인 60프레임

게임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번 시연 빌드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시연 기기는 내심 프로 버전일 거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PS5 일반 버전이었다. 이는 아마도 게임의 최적화와 퍼포먼스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성능이 우수한 PS5 프로에서 60프레임을 구현하는 것보다, PS5 일반 버전에서 60프레임을 구현하는 쪽이 게이머 입장에서는 최적화가 더 잘 됐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처음에는 내심 놀랐다. '리터널'이 그랬듯 '사로스' 역시 화면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적과 탄막이 등장하는 게임인지라, 프레임이 그 어느 요소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PS5 일반 버전에서도 준수한 비주얼을 유지하면서 60프레임을 칼같이 지켜내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별도의 측정 장비는 없었지만, 플레이하는 내내 프레임 드랍으로 인해 죽는다거나 하는 불쾌한 경험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다만 컷신에서는 30프레임으로 전환되는 것이 확인됐다.

최근 콘솔 게임은 그래픽 모드(4K 30프레임)와 퍼포먼스 모드(FHD 60프레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시연 빌드에서는 해당 옵션을 확인할 수 없었다. 정식 출시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PS5 일반 버전에서는 모드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게임의 비주얼도 중요하지만, 하드코어 탄막 슈터를 표방하는 '사로스'에서는 프레임이 그 무엇보다 우선이기 때문이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시연은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으며, 2개의 생물 군계(스테이지)를 플레이하면서 각 스테이지의 보스를 처치하는 것이 목표였다. 여담이지만, 같은 시간대에 시연을 진행한 기자들 중 2스테이지 보스까지 클리어한 것은 필자뿐이었다. 그간 갈고 닦은 게임 실력이 빛을 발한 셈이다.
로그라이크답게 '사로스' 역시 다양한 장비를 모으고 조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기반이 되는 장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무기다. 보통 슈터 게임은 주무기와 보조무기를 구분하지만, '사로스'는 다르다. 단 하나의 무기만 들 수 있다. 각 무기는 조준 여부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을 발휘한다. 샷건을 예로 들면, 비조준 상태에서는 가로로 넓게 산탄이 퍼지고, 조준 상태에서는 세로로 좁게 집중되는 식이다. 수가 많지만 허약한 적을 상대할 때는 비조준으로, 강적이나 보스를 상대할 때는 조준해서 싸우도록 설계된 셈이다. 권총과 라이플도 마찬가지여서, 상황에 따라 이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슈터라면 당연히 조준해야 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로스'는 조금 다르다. 기본적으로 모든 무기가 자동 조준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등을 돌린 채 아무 방향으로나 쏜다고 다 맞는 건 아니지만, 적이 있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 겨냥하면 자동으로 조준이 이뤄지는 덕에, 슈터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도 조준 자체로 인한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모든 무기가 그런 건 아니다. 일부 무기는 자동 조준이 없는 대신 그만큼 강력한 화력을 지닌다. 이런 무기는 직접 조준해서 발사할 때 몇 배나 위력이 올라간다. 게이머의 취향과 실력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두 번째는 파워 웨폰이다. 기본 무기와 달리 파워 게이지를 소모해 사용하는 무기로, 한마디로 강력한 한 방을 지닌 무기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종류의 파워 웨폰이라도 세부 특성이 저마다 달라, 이를 조합하는 재미가 있다.
세 번째 아티팩트는 성장의 핵심이 되는 장비다. 로그라이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휘발성 아이템, 즉 죽으면 사라지는 종류다. 아티팩트를 통해 내구도(체력), 커맨드, 드라이브 세 가지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내구도를 올리면 체력이 증가하고, 커맨드를 올리면 실드 내구도와 파워 웨폰 성능이 향상되며, 드라이브를 올리면 적 처치 시 얻는 성장 재화 '루서나이트'의 획득량이 늘어난다.


이러한 능력치는 게임을 진행하며 얻는 루서나이트(일반 재화)와 할시온(고급 재화)을 소비해 기지에서 올릴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아티팩트를 모으는 것이 능력치를 큰 폭으로 올리는 주된 방법이다.
다만 아티팩트를 장착할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한 번 장착한 아티팩트는 죽기 전까지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연 빌드가 초반부였던 만큼 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까지 얻는 아티팩트가 최대 10개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넘쳐난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슬롯이 가득 찬 상태에서 좋은 아티팩트를 눈물을 삼키며 포기해야 했던 순간이 몇 번 있었다.


아티팩트와 관련해 또 하나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스테이지 후반을 담당하는 일식 시스템이다. 각 스테이지는 일반 상태와 일식 상태 두 가지로 나뉜다. 스테이지 중반에 접어들면 일식 상태가 시작되면서 게임의 색감이 검붉게 물들고, 사방에 정체불명의 촉수가 돋아나는 등 어두운 분위기로 전환된다.
일식 상태는 단순히 분위기만 바뀌는 게 아니다. 적들도 강화되고, 기존에 파란색 탄막을 쏟아내던 적들이 갑자기 '타락'이 부여된 노란색 탄막을 발사하는 등 대응하기가 한층 까다로워진다. 동시에 아티팩트에도 변화가 생긴다. 일반 상태에서는 '내구도 +3'이나 '커맨드 +1'처럼 단일 능력치가 붙은 아티팩트가 나오지만, 일식 상태에서는 '내구도 +3, 커맨드 +3, 드라이브 -2'처럼 복수의 능력치가 붙은 아티팩트가 등장하기도 한다. 여러 능력치를 한꺼번에 올릴 수 있는 반면 일부 능력치가 깎이기도 하므로, 선택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아티팩트에 붙는 다양한 보조 옵션이다. 내구도가 낮을 때 적을 공격해 회복할 수 있는 옵션이 붙은 아티팩트가 나오는가 하면, 피해를 받으면 잠시 주무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거나, 대시(회피) 후 일정 시간 쿨타임이 생기는 디버프가 붙기도 한다. 일식 상태에서 얻는 아티팩트는 이런 디버프까지 고려해서 선택해야 하며, 자칫 능력치는 극적으로 올렸는데 디버프가 누적돼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러한 성장 요소는 개인적으로 꽤 마음에 들었다. 같은 무기라도 세부 특성이 달라 저마다 쓰는 맛이 있었고, 파워 웨폰 역시 마찬가지여서 조합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아티팩트와 루서나이트·할시온을 기반으로 하는 성장 요소도 전반적으로 합리적이라는 느낌이었다. '리터널'을 즐겁게 플레이했지만 일부 불합리한 요소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게이머라면, '사로스'에서는 그런 부분이 상당 부분 해소됐음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극한의 하드코어에서, 맛있게 매워진 로그라이트 슈터로

성장 요소가 '리터널'을 비롯한 로그라이크 장르의 문법에 충실하다면, 전투 시스템은 '리터널'과 유사하면서도 실제 체감에서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었다. 자동 조준과 플레이할 때마다 바뀌는 환경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플레이 감각은 사뭇 달랐다. 둘 다 하드코어 로그라이크 탄막 슈터지만, '리터널'이 미친 듯이 쏟아지는 탄막을 극한의 집중력으로 피해내는 게임이라면, '사로스'는 한결 경쾌하다. 탄막과 함께 춤을 추는 느낌이랄까. 실제로 개발자 역시 이를 두고 '불릿 발레(Bullet Ballet)'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이는 '사로스'가 기본 설계 단계부터 '리터널'보다 플레이어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향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리터널'은 죽으면 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지만, '사로스'는 다르다. 1스테이지를 클리어한 뒤 2스테이지에서 사망했다면, 이후에는 숏컷 역할을 하는 포탈이 열려 2스테이지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다. '리터널'에도 영구 성장 요소는 있었지만, 1스테이지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이전 스테이지를 건너뛸 수 있다는 건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큰 차이다.

전투 역시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리터널'은 기본적으로 회피 중심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탄막 슈팅의 본질에 충실하다고도 할 수 있다. 쏟아지는 탄막과 적의 공격을 피하고, 빈틈을 노려 반격하는 것. 그게 '리터널' 전투의 근간이었다.
'사로스'는 거기에 실드를 더해 차별화를 꾀했다. 실드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본래의 기능인 탄막을 막고 흡수하는 것이다. '사로스'의 탄막 중에는 특정 방향으로 날아오는 것도 있지만, 주변에 흩뿌려지다가 천천히 사라지는 것도 있다. 후자는 단순 회피만으로는 피하기 어렵다. 이럴 때 실드를 사용하면 탄막을 없애고 흡수해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으며, 이 에너지는 파워 웨폰을 사용하는 데 쓰인다. 즉, 탄막을 무조건 피하는 게 아니라 때로는 흡수해 역공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실드가 항상 회피보다 나은 건 아니다. 실드로 흡수할 수 있는 탄은 파란색 탄에 한정된다. 레이저나 다른 색의 탄막은 막는 것만 가능하며, 흡수할 수 있는 양에도 한계가 있어 최대치를 초과하면 실드가 풀린다.
앞서 언급한 노란색 타락 탄막도 주의해야 한다. 타락 탄막에 맞거나 흡수하면 타락 상태가 되어 최대 체력이 줄어들고, 이 상태에서는 회복 아이템을 사용해도 체력이 회복되지 않는다. 타락 상태를 해제하려면 파워 웨폰을 사용해야 하는데, 파워 웨폰은 실드와 공유하는 파워 게이지를 일정 이상 채워야만 쓸 수 있다.

이러한 게임 디자인은 자연스럽게 회피와 실드를 병행하도록 유도한다. '리터널'에 비해 선택지가 하나 늘어난 것이지만, 복잡하거나 번거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회피 일변도여서 다소 단조롭게 느껴지기도 했던 '리터널'과 비교하면, 전투의 깊이가 한층 더해진 인상이었다.
근접 공격은 '리터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적은 붉은색 실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실드는 근접 공격으로만 부술 수 있어 빠르게 파고들어 처리해야 한다.

'사로스'만의 요소로는 아드레날린 시스템도 있다. 적을 처치할수록 아드레날린 레벨이 올라가며 주인공 아르준의 전투 능력이 향상되는 시스템이다. 물론 이쯤이면 예상하겠지만, 장점이 있으면 대가도 따른다. 한 번이라도 피격당하면 아드레날린이 초기화된다. 강력한 만큼 잃기도 쉬운 셈이다. 이를 통해 '사로스'는 플레이어가 전투에 더욱 적극적으로, 그리고 온 신경을 집중해 임하도록 만든다.
전투의 재미가 한층 살아난 것에 더해,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요소로는 기지에서 습득할 수 있는 부활 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하드코어 게임 특유의 상실감, 즉 아슬아슬한 순간에 한 번의 실수로 죽었을 때의 그 허탈함을 보완해주는 두 번째 기회가 존재한다. 실제 시연에서도 이 덕을 적잖이 봤다. 성장 트리는 꽤 방대해서 미처 다 살피지 못한 부분이 많았던 만큼, 하드코어의 문턱을 낮추는 요소는 이 외에도 더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탄막과 함께 즐겁게 춤춰라

개인적으로 '리터널'을 꽤 즐겁게 플레이했지만, 괴로운 순간도 많았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갖춰도 실수 한 번에 목숨을 잃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 재미있으면서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시연한 '사로스'는 달랐다. '리터널'의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개선한, 사실상 완성형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몇 번이고 죽으면서도 다시 도전하게 됐고, 경쾌한 액션부터 게임 플레이 전반에 걸쳐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없었다. 곳곳에서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설계가 촘촘히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투 역시 훨씬 재미있게 바뀌었다. 극적인 변화는 아닐지 몰라도, 실드와 파워 웨폰의 추가로 액션의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전투가 한층 맛깔스러워졌다. 불합리한 요소가 줄어든 덕분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체감 측면에서 이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다만 스토리는 여전히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2시간 30분이라는 짧은 시연 시간이었던 만큼 스토리 전반을 파악하기는 어려웠지만, '리터널'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파편화된 정보(일지, 오디오 로그)를 모으고 NPC와의 대화를 통해 내용을 유추해야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시연은 분명 만족스러웠다. 베일에 싸여 있던 '사로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물이 기대 이상이었다는 것. '리터널'을 재미있게 즐긴 게이머라면 '사로스'는 거의 모든 면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게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