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어스의 질 랑고유(Gilles Langourieux) CEO는 유비소프트(Ubisoft)에서 약 10년간 근무한 뒤, 2004년에 버추어스를 설립했다. GDC 2026 현장에서 그를 만나 업계 트렌드와 공동 개발의 미래, 그리고 한국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올해 GDC에 참가했던 이유와 목표가 궁금하다.
" 직접 만나 소통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네트워킹은 없다. GDC는 개발자 중심의 대표적인 행사로, 업계의 최신 트렌드와 방향성을 논의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특히 매년 초에 개최되어, 한 해의 기회와 전략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기도 하다.
버추어스는 20년 넘게 다양한 주요 게임 개발사들과 협력해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현재 게임 산업을 형성하고 있는 가장 주목할 만한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트렌드는 계속 변화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퀄리티'다. 혁신적인 게임플레이와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며, 동시에 개발 과정 역시 지속 가능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오래된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매년 신규 게임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라이브 게임에는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어, 그 품질이 계속 향상되고 플레이어들에게도 여전히 매력적인 콘텐츠로 남아 있다. 따라서 이를 부정적인 흐름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고객사와의 논의나 GDC 발표 등을 통해 확인되는 또 다른 두 가지 트렌드가 있다. 첫째, 스튜디오들이 팀 규모를 보다 슬림하게 유지하는 대신, 전문성과 인력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 개발 파트너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기술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샌드폴 인터랙티브(Sandfall Interactive)는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Clair Obscur: Expedition 33)'에서 언리얼 엔진 5의 블루프린트를 활용해 게임플레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업계 전반에 걸쳐 더 많은 스튜디오들이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긍정적인 신호이며, 지속 가능성과 높은 품질을 동시에 추구하는 협업 중심의 새로운 게임 개발 시대라는 버추어스의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버추어스는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에서 선도적인 스튜디오들과 협업해왔다. 이러한 장기적인 경험이 현재 게임 개발을 지원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 성공적인 공동 개발의 핵심은 '하나의 팀처럼 일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고객사 팀과 긴밀하게 통합되어 동일한 비전을 공유하고, 제작 과정과 결과 모두에서 높은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성공적으로 게임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
2026년 기준으로, 고객사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고 있는 요구나 니즈는 무엇인가.
" 전 세계적으로 개발사들은 더 작은 규모의 팀으로 더 빠르게 게임을 출시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시장 출시 비용을 줄이고, 장기간의 개발 사이클로 인해 중요한 출시 시점을 놓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린(Lean) 팀' 방식은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으며, 약 50명 이하 규모의 팀으로 게임을 개발하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버추어스와 같은 파트너는 숙련된 인력을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스튜디오가 빠르게 개발 역량을 확장하고 리스크를 줄이며, 보다 빠른 시점에 고품질 게임을 출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AI 도구가 게임 개발 전반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버추어스는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으며, 이것이 공동 개발 비즈니스 모델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 AI의 핵심 목적은 반복적이고 단순한 작업을 줄여, 개발자들이 보다 창의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다양한 생산성 도구를 테스트하고 있으며, AI가 게임 개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다만 실제 활용 방식은 프로젝트와 고객의 요구에 따라 달라진다.
숙련된 인재, 체계적인 교육, 그리고 책임 있는 기술 활용이 결합될 때 더 효율적으로 더 나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도구, 엔진, 개발 파이프라인, 그리고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리마스터 및 리메이크 프로젝트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 버추어스의 관점에서 어떤 기회와 과제가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 이러한 추세는 게임 산업의 성숙화와 하드웨어 발전과 함께, 출시된 지 오래된 게임이 많아지면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 리메이크와 리마스터는 기존 작품을 현대 기기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며, 기존 팬들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을, 신규 유저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기존 카탈로그에 투자함으로써 검증된 IP를 기반으로 추가 수익을 창출하고, 리스크를 줄이며, IP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현대적인 기술을 활용해 클래식을 새롭게 재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버추어스의 2024년 연구 자료에 따르면, 성공적인 리마스터와 리메이크에는 적절한 출시 타이밍, 의미 있는 게임플레이 개선, 그리고 플레이어 기대 부응이 핵심 요소로 꼽혔다. '메탈 기어 솔리드 델타: 스네이크 이터'와 '엘더 스크롤 IV: 오블리비언 리마스터'와 같은 사례는 이러한 요소들이 잘 맞아떨어질 때 얼마나 큰 반향을 얻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리마스터는 콘솔 출시 시점과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차세대 콘솔의 경우 그래픽 향상이나 차세대 컨트롤러 기능과 같은 개선 요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다만 단순한 그래픽 향상이나 하위 호환성만으로는 점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실질적인 게임성 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
리메이크 역시 마찬가지로, 정식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투자 규모를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약 10년 이상의 간격이 지난 작품이 성공 가능성이 높은 편이며, 이는 기술 발전을 통해 충분한 수준의 개선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이 기준은 점차 짧아질 수 있다. 반대로 출시 20년 이상인 작품의 경우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레트로' 경험이 될 위험도 존재한다.
결국 기술, 하드웨어, 그리고 플레이어 트렌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중요하다. 이러한 요소를 잘 반영한 리메이크와 리마스터는 앞으로도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높다.

AAA 게임 개발 비용이 계속 상승함에 따라 퍼블리셔들이 외부 파트너십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변화가 버추어스의 비즈니스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 외부 개발의 역할 확대는 버추어스뿐 아니라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라고 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러한 파트너십은 AAA 게임 개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버추어스는 오랫동안 스튜디오들이 단순히 추가 인력이 아닌, 전문성과 경험을 겸비한 내부 팀과 동일한 속도로 협업할 수 있는 '완전히 통합된 공동 개발 파트너'를 점점 더 선호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해왔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엔진, 도구, 그리고 플레이어 기대치에 대응하기 위해 이러한 파트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업계의 인재 풀을 강화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외부 개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더 많은 인력이 이 분야에 참여하게 되고, 다양한 IP, 장르, 엔진, 도구를 경험하며 역량을 쌓게 된다.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 더욱 다양하고 숙련된 인재 기반을 형성해,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 산업의 요구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버추어스는 닌텐도 스위치 포팅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왔고, 스스로를 '스위치 포팅을 가장 잘하는 회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스위치2로의 전환과 함께 가장 큰 기술적 변화는 무엇인가. 또한 포팅의 난이도나 접근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을까?
" 포트(port)와 어댑테이션(adaptation)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트는 비교적 단순한 이식 작업에 해당하며, 모든 플랫폼에서 최적화된 게임 경험을 제공하려는 개발사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어댑테이션은 UI와 UX를 포함한 전반적인 요소를 조정하고, 대상 플랫폼의 고유한 특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다잉 라이트(Dying Light)'와 '니어: 오토마타(NieR:Automata)'의 스위치 버전 사례처럼, 원작이 PC나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용 고사양 게임일 경우 스위치 2로의 어댑테이션 역시 여전히 도전적인 작업이다. 다만 콘솔은 하드웨어 사양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최적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핵심 개발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작이 어떤 방식으로 개발되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초기 단계에서부터 저사양 플랫폼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합의하는 것이다. 또한 스위치 2의 휴대 모드, TV 모드, 테이블 모드 등 다양한 플레이 환경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드웨어 성능이 향상되었다고 해서 타협이 줄어든 것은 아니며, 오히려 높아진 플레이어 기대치로 인해 최적화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스위치 2 출시 이후, AAA 퍼블리셔들의 닌텐도 플랫폼에 대한 태도가 눈에 띄게 변화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실제로 고객사와의 협업 과정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스위치 2로 AAA 게임을 출시하려는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해당 콘솔의 뛰어난 판매 성과와 향상된 하드웨어 성능에 힘입은 결과다. 현재 스위치 2뿐만 아니라 휴대용 콘솔 전반에 대한 관심도 함께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플레이어들이 언제 어디서나 AAA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닌텐도 독점 타이틀에 더해 다양한 AAA 게임 라인업이 확대되면서, 스위치 2는 이제 스튜디오들이 휴대용 플랫폼 전략을 수립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경쟁력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주요 게임들이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출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버추어스와 같은 공동 개발 회사에 어떤 의미를 가지며, 개발 일정이나 워크플로우에도 변화가 있었나.
" 동시 출시(심쉽, Sim-ship)는 버추어스가 20년 이상 참여해 온 분야다. 일반적으로 어댑테이션 프로젝트와 함께 진행되며, 고객사의 핵심 팀이 메인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는 동안 버추어스는 다른 플랫폼을 동시에 개발한다. 이러한 병행 개발 방식은 초기 단계부터 창의적인 의견 제시와 의사결정이 함께 진행되는 진정한 의미의 공동 개발을 요구한다.
지난해 버추어스 코리아를 오픈했다.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언급해달라.
" 현재 평균 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인재들로 핵심 팀을 구성했다. 2025년 말에는 한국 고객과 첫 게임 디자인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으며, 조만간 더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글로벌 성공 가능성이 높은 IP를 다수 보유한 시장으로, 신뢰할 수 있는 개발 파트너로서 이 시장의 성장을 지원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한국 개발자들의 특징과 강점은 무엇인가. 한국 개발자들과 협업해본 이후, 어떤 강점이나 특징이 특히 인상적이었는가.
" 한국 스튜디오는 높은 품질을 위한 과감한 투자와 최고의 생산 효율성을 함께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점이 한국이 전통적으로 PC 및 모바일 라이브 서비스 게임 분야에서 강점을 보여온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최근에는 프리미엄 게임 개발과 콘솔 플랫폼에 투자하는 스튜디오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기존의 강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도전과 확장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 개발자들은 시장 트렌드에 대한 높은 감각과 뛰어난 개발 효율성으로도 유명하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는 완전히 새로운 창작 콘셉트나 IP보다는 이미 검증된 성공 사례를 우선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 AAA 게임들의 성공을 계기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장르와 창의적인 시도가 늘고 있다. 이는 한국 개발자들의 창의적인 도전을 더욱 확대시키고, 전 세계 플레이어들에게 보다 다양한 게임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